최근 많은 기업이 ESG 경영에 높은 관심을 가지며, 환경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뉴스룸은 기후변화의 위험성 및 위기가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자 칼럼 시리즈를 시작한다. 매월 환경 기념일에 맞춰 기고문을 연재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7월 6일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는 대한민국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했는데, 이는 1964년 UNCTAD 설립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변경한 첫 사례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끈 주역 중 ‘반도체’를 빼놓을 수 없다. 수십 년간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리며 TV·컴퓨터·스마트폰·자동차 등 현대생활에 물질적 풍요와 편리를 가져다주었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전성시대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렇듯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다. 물 문제가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면서,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수자원 위기에 대응하지 않고는 더는 반도체 경쟁력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기후변화·수자원 위기가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

1938년 영국 공학자 캘런더(Guy Stewart Callendar)가 화석연료로부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유발한다고 처음 주장한 이래,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이 점점 확대·논의되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시기 이전보다 이미 1℃ 이상 상승했다. UN 산하 기구 UNEP(UN Environment Programme)가 2019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금세기 말 지구의 평균 온도는 3.2°C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의 예측 시나리오에 의하면 해수면 상승에 따른 지하수의 염도 상승, 농업용수 부족으로 인한 주요 작물의 생산량 감소, 가뭄과 홍수로 인한 공급 불균형 등이 대표적인 수자원 관련 위험 요소다.

* Emissions Gap Report 2019, UNEP, 2019
*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 기후변화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

그리고 이러한 수자원 위기는 반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경쟁국 대만의 사례를 보면, 2021년 이들은 21세기에 기우제를 지낼 정도로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TSMC가 사용하는 하루 물량만 수십만 톤에 달한다. 물 부족은 대만 산업의 엔진과 같은 반도체 산업을 위협해 국가 경제에 피해를 줬다. 또한, 대만산 반도체에 의존하는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공룡기업에도 나비효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주었다.

대만뿐만 아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은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종종 입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2021년 초 극심한 한파로 정전 사태와 물 공급이 중단되어 반도체 공장의 가동이 멈추는 등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반도체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와 같이 물을 필요로 한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는 수질의 용수* 안정성 확보가 필수적으로, 24시간 가동 및 초순수(Ultrapure Water)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 공정의 특성에 기인한다. 초순수는 일반 용수에 포함된 미세입자, 유·무기 이온 물질, 미생물, 용존 가스* 등을 제거해 고도로 정제된 물, 즉 물 분자를 이루고 있는 수소와 산소 이외에는 아무것도 포함하지 않은 물이다. 초순수는 식각, 연마 등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를 세정하는 데 활용된다.

* 용수 :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물
* 용존가스 : 물 내에 포함된 가스 형태의 산소의 양

고도로 정제된 물을 쓰는 이유는 반도체가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나노미터(1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수준에서 다뤄지기에 미세 또는 미량의 불순물에 민감하게 반응,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 공정 신설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전력과 물 수급 계획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수자원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노력

이렇듯 물은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으로 모든 산업의 생산재이자 경제 활동의 중심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도시화 및 산업화로 오염부하량*이 계속 증가했다. 또, 기후변화로 수량·수질·수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물관리는 한층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 오염부하량: 유입수 내에 함유된 오염 물질의 단위 시간당 배출량

과거 우리나라의 물관리 체계는 국가 부처마다 나뉘어 있어 통합적인 물관리 정책 부재, 부처 간의 업무 중복, 과잉투자 등 비효율로 인한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다. 다시 말해 국토부가 수량 관리를, 환경부가 수질 관리를 담당했다. 그러던 2018년 6월 ‘물관리일원화 정부조직법’이 공포·시행됨에 따라 하천 관리를 제외한 수량·수질·재해예방 등 물관리 기능 대부분은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이에 따라 물관리 정책이 하나의 일관된 체계에서 균형적으로 결정됐고, 이를 통해 물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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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부 중심으로 물 관련 R&D 현황을 살펴보면, ▲해수 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 확보 기술 ▲피해 저감을 위한 물관리 기술 ▲가상 물리 시스템 개발을 통한 물 공급-물 순환 연계 시스템 확보 ▲수생태계 건강성 확보 기술 ▲국가 재난·안전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정지궤도 공공 복합 통신위성 개발(다부처 공동사업으로 진행)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앞으로는 ‘기후변화와 재난 재해 증가’, ‘가뭄과 홍수 등 경제 사회적 위협’, ‘안정적 생산 활동 보장’, ‘물 산업의 지속 성장’ 등의 문제를 통합(포괄적) 물관리 시스템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70년대 고도성장과 더불어 수질 악화 현상이 발생하자, ‘수질오염방지법’을 제정, 수십 년에 걸쳐 보완하고 강화하며 수질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수질 오염 기준은 인간 건강 보호 및 생활환경 보존 관점에서 강도 높게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시스템 활용도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통합 물관리는 ‘하천 유역 종합 정보 시스템’을 활용한다. ‘유역 내 하천·지진 재해’, ‘환경에 관한 정보’를 최첨단 기술을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정보로 종합해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우량·수위·댐·해안·지진·기온·풍향·풍속 등) 역시 함께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자원 관련 관측 및 예측 자료를 다양하게 확보하여 ‘물 수요-공급 균형을 위한 용수의 효율적 분배’, ‘수요 맞춤형 용수 공급 및 활용 효율 최적화’ 등을 통한 ‘통합 물관리’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자원 보호에 발 벗고 나선 반도체 기업

국가와 더불어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물을 핵심 자원으로 사용하는 반도체 기업은 특히 수자원 보호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이들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자원 보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물 재이용(하수처리수 재이용)’이다.

우리나라에서 하수처리수 재이용은 물 수급의 지역적 불균형을 완화하고, 오염부하량 저감에 따른 하천 수질을 개선하며, 건천화된 도심 하천의 수생태계를 회복하고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등 가장 현실적인 용수공급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 친수공간 : 도시나 마을에 인접해 있는 개방적인 수변공간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물 재이용은 자체 폐수처리시설에서 고도로 처리된 물을 하천에 방류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방안과 인근 공공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공급받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수처리수는 자연계 배출되는 수자원을 수요처 요구 수질의 용수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라인 증설 시 공업용수 추가 공급 없이 안정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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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물 재이용과 더불어 ESG 활동 관련 세부 목표를 담은 ESG 전략 프레임워크, ‘PRISM’을 기반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천시는 팔당상수원 보호구역과 자연보전구역에 묶여 있어 신규 공장 증설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SK하이닉스는 국가에서 관리 중인 ‘좋은 물 등급’ 이상으로 방류수 수질을 관리하고 있어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물 사용량 감소를 위해 워터 프리(Water Free) 스크러버(Scrubber)* 기술을 개발하고, 폐수고도처리 기술을 통해 폐수를 ‘좋은 물’ 수준으로 처리해 재이용 및 방류한다. 또, 실시간 생물감시장치를 운영하고 방류수 수온 저감 장치를 도입해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며, 수질오염경보제 등급 기준도 설정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 사고 발생 시 수생태계 피해를 방지하고자 비상저류조* 및 비점오염원* 관리시설을 운영해 비상 대응체계를 수립하는 등 포괄적이며 통합적인 물관리 솔루션을 확보했다. 특히, 청주캠퍼스는 2023년부터 국내 반도체 업종 최초로 공공하수처리장으로부터 처리수*를 공급받아 안정적으로 활용 중이다.

* 스크러버(Scrubber) : 액체를 이용해 가스 속 부유하는 고체 또는 액체 입자를 포집하는 장치로, 액체는 보통 물을 사용
* 비상저류조 : 실시간 측정기로 감지된 오염된 물을 임시로 담아두는 시설
* 비점오염원 : 도시 지역이나 개발 지역의 대지·도로를 통해 배출되는 오염물질
* 처리수 : 각종 처리 과정을 거쳐서 오염물의 농도가 감소한 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첨단 기술의 기반인 반도체 기술의 중요성과 성장에 대해 의문 부호를 달 순 없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그리고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는 현재보다 훨씬 강도 높고 복잡·다양해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물 안보 위기도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질과 수량 관리, 수생태계 건강성 등에 지속해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는 SK 하이닉스의 ESG 경영은 대표적인 모범 사례이며 글로벌 경쟁기업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가올 수자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가적 통합 물관리 외에도 여러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분명 필요하다. 아울러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의 수자원 보호 노력 또한 더욱 중요해진 시기라 하겠다.

 

※ 본 칼럼은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홍석원 KIST 환경연구소 물자원순환연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