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기업이 ESG 경영에 높은 관심을 가지며, 환경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뉴스룸은 기후변화의 위험성 및 위기가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자 칼럼 시리즈를 시작한다. 매월 환경 기념일에 맞춰 기고문을 연재할 예정이다.

언론인이자 과학저술가 조엘 가로는 그의 책 <급진적 진화>에서 다가올 암울한 미래에 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하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지옥 시나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천국 시나리오’다. 조엘 가로는 이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인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대신, 인류의 보편성에 기대를 걸고 부정적인 변화를 늦추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속하는 주도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지금이야말로 생물 다양성의 ‘주도 시나리오’가 필요한 시간이다.

생물다양성 위기 관리, 세계적인 흐름

미국 금융위기가 촉발한 2008년 세계경제공항 이후 금융자본과 투자자들은 기존의 시스템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 ‘블랙스완’*에 대비하려고 노력 중이다. 기업의 ESG 즉,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정보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블랙스완(Black Swan) :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지만 실제로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

환경 부분에서는 국제기구에 의해 2015년 12월 조직된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전담협의체)의 권고안이 ESG 공시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이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의제로 ‘자연’이 제기되면서 2021년 6월 TNFD(Task 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자연관련 재무정보 공개전담협의체)가 조직, 2023년 하반기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TCFD와 마찬가지로 TNFD의 권고안은 기업의 사업 운영을 통해 생물다양성과 자연자본*에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지배구조, 전략, 위험 및 영향관리, 지표 및 목표 등을 구분하여 공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다. 

* 자연자본 : 동식물·공기·토양·해양·광물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을 경제학적으로 표현한 개념

TCFD는 온실가스 배출량 등 지표가 분명하고, 기후변화 시나리오 따른 기업의 물리적·전환적 위험과 기회를 분석하는 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반면에, TNFD는 생물다양성의 지역별 차이가 크고 복잡하다. 단시간에 해당 사업지역의 생태 현황과 생태계 서비스 관련 데이터를 충분히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보다 많은 데이터와 평가지표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자연 관련 위기와 기회를 정량적인 지표로 공시하는 의무가 기업에 부과되는 추세다. 국내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신뢰할 만한 평가 지표와 그 기준으로 삼을 충분한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생물다양성 관련 문제는 더욱 그렇다. 현재 생물다양성 손실은 명확한 상황이며, 이에 따라 다양성 보전과 증진을 위한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각 기업의 사업지역에 관련 기준이 모호하고, 개발 전후의 자연자원 총량을 평가·비교해 회피, 저감, 복원, 상쇄 등의 프로세스를 적용할 제도나 기준 데이터 또한 미비하다.

국내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높아지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기준과 요구를 수용하고 이를 따라가려고 해도,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미 해외 여러 나라들은 자연자원 보전의 정량적 목표를 설정하고, 특정 지역의 개발을 회피하거나 개발로 인한 훼손을 상쇄 및 대체함으로써 총량을 유지 또는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연자원총량제’를 1970년대부터 구상, 시행해오고 있다. ‘자연자원총량제’는 목표 총량과 계획 총량으로 구성된다. 목표 총량은 국가 또는 지자체 환경계획 수립 시 자연자원의 총량 보전과 향상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관리 계획을 수립·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계획 총량은 개별사업 전후의 자연총량을 비교·평가하여, 사업으로 감소하는 자연자원을 최소화하거나 보상·복원하는 상쇄 조치를 뜻한다. ‘자연자원총량제’는 미국에서 도입한 ‘습지총량제’*와 독일의 ‘자연침해조정제도’*가 모태다. 국내에서는 2022년 제주도가 목표 총량과 계획 총량을 아우르는 ‘환경자원총량관리계획’을 수립한 것이 유일하다.

* 습지총량제 : 습지를 훼손할 때 그 훼손한 양만큼 대체 습지를 조성하는 방법으로 전체 습지 면적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제도
* 자연침해조정제도 : 개발에 의한 자연훼손을 사전에 예방하고, 자연침해 원인자가 개발에 따른 자연훼손의 정도를 평가하여 손상된 만큼 복원·복구하도록 하는 제도

전인류가 직면한 생물다양성 문제, 이제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

생물다양성의날_ESG칼럼 (1)

OECD는 생물다양성 감소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로, 2050년까지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해 적절한 대응 없이 현 상황을 유지한다면 지구 생물다양성의 10%가 추가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결과는 인간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는 생태계 서비스 공급에 차질을 빚고,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세계경제포럼 역시 향후 10년간 닥칠 중대한 위험으로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 실패, 자연재해와 이상기후,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를 꼽았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한 구체적인 행동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전 지구적인 자연 훼손을 멈추고 2030년까지 가시적이고 측정가능한 수준으로 자연을 복원하고, 나아가 2050년까지 완전히 회복하자는 글로벌 캠페인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가 진행 중이다. 말뿐인 선언이 아니라 정량적인 평가를 통해 사회, 경제를 변화시키고 자연을 회복시키자는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생물다양성의날_ESG칼럼 (2)▲ 자연훼손을 멈추고 2050년까지 자연자원을 완전히 복원하자는 네이처 포지티브의 글로벌 목표(출처: naturepositive.org)

국제행동은 생물다양성협약을 통해서도 구체화하고 있다. 2022년 12월에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는 불분명한 평가지표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아이치 타깃(Aichi Biodiversity Target)’* 대신 ‘쿤밍-몬트리올 글로벌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를 채택했다. 2030년까지 전 지구의 육지와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보전·관리하고, 훼손된 육지와 해양생태계의 최소 30%를 복원하는 등 생태계의 질적·양적 회복이 주요한 목표다. 파리협약처럼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한 정량화된 목표와 계획을 제시하고, 이행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는 것이 이전의 생물다양성협약과 다른 점이다.

* 아이치 타깃(Aichi Biodiversity Target) : 2010년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에서 채택한 생물다양성 목표. 2020년까지 개별 국가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를 위해 관할 면적의 1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으나 대부분의 나라가 10%를 채우지 못하면서 성공하지 못한 합의로 평가된다.
* 쿤밍-몬트리올 글로벌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채택된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계획.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해안,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정해 관리하며 이미 황폐화한 땅과 바다의 30%를 역시 2030년까지 복원한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노력, 우리 모두를 위한 투자

아직 관련 제도와 기반 데이터는 부족하지만, ‘생물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그런 측면에서 SK하이닉스가 2022년부터 재단법인 ‘숲과나눔’과 함께 진행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생물다양성 프로젝트(이하 생물다양성 프로젝트)’*의 의미는 남다르다. ‘생물다양성 프로젝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예정지 주변의 생태 현황과 생태계 서비스를 공단 조성 이전부터 이후까지 각 단계마다 측정·평가하고, 지역주민과 시민참여로 생태변화를 모니터링하는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기업과 NGO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개발사업 전후를 비교해서 생태 현황 데이터를 축적하고, 지역 조사와 평가 과정의 전 과정을 해당 기업의 관여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여 결과의 객관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생물다양성 프로젝트 :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전후의 생물다양성 변화를 투명하게 기록하고자 하는 활동.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협력해 숲과나눔재단과 함께 시민과학 및 환경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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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임직원과 가족들로 구성된 시민과학자들이 안성천 ECOSEE 프로그램에 참여해 안성천을 탐사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53번째 지구의 날을 맞아 진행된 ‘안성천 ECOSEE 프로그램’*도 생물다양성 프로젝트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이날 SK하이닉스 구성원과 가족들이 직접 ‘시민과학자’로 지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안성천에서 생태 탐사 활동을 펼쳤다. 프로젝트 이행에 필요한 생물다양성 데이터 수집이 1차 목표인 만큼, 탐사 활동 후에는 ECOSEE 앱에 글과 사진으로 탐사 내용을 기록했다. 이렇게 ‘생물다양성 프로젝트’는 향후 여타 개발사업의 자연 관련 영향을 측정·평가하는 모델이자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관련기사 보기]

* 안성천 ECOSEE 프로그램: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에 따라 환경영향을 받는 안성천 일대의 하천(河川) 생태계를 모니터링하여, 지역사회 생태변화를 관찰하고 강의 소중함과 생명의 다양성을 체험하는 청소년 환경교육 프로그램

이외에도 SK하이닉스는 사업장 인근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공장 가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류수의 이화학지표를 측정하는 TMS(Telemonitoring Systeam, 자동측정기기)와 생물감시장치를 이천 캠퍼스 인근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는 생물체를 이용해 방류수가 방류 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여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나무 심기 행사나 멸종위기종 살리기 사업 등의 지역 환경 개선과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실천 활동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생물다양성을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기업의 노력은 부차적인 비용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간이다.

<참고문헌>

WEF, 2023, The Global Risks Report 2023
풀씨행동연구소, 2023, 이슈리포트 - 네이처포지티브 이행을 위한 자연자원총량제 도입 과제
TCFD. 2023.5.3, https://www.fsb-tcfd.org  
TNFD. 2023.5.5, https://tnfd.globa 

※ 본 칼럼은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재)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최준호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