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매스컴을 통해 평범한 시민이 이웃의 생명을 살렸다는 소식을 듣곤 합니다. 그들은 위급한 상황에 빠진 이웃을 보자마자 주저할 틈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시민영웅’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영웅들이 있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합니다. SK하이닉스에도 최근 한 생명을 구해 ‘퇴근길 영웅’으로 떠오른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 역시 위급한 이웃을 보자마자 살려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주저 없이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용기의 원천에는 회사에서 받았던 안전교육이 있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퇴근길 영웅이 된 DRAM설계팀 신태현 이성동 책임의 이야기입니다.
퇴근길 지하철, 한 이웃이 쓰러졌다
지난 4월 23일 저녁 7시쯤 같은 팀 동료이자 친구인 신태현, 이성동 책임은 여느 때와 같이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하철에 앉아 있던 한 중년여성이 앞으로 넘어졌습니다. 쓰러진 채로 미동 조차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긴박한 응급상황이었지만 쉽사리 나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때 이 상황을 목격한 신태현, 이성동 책임이 인파를 헤치고 나타났습니다.
이성동 책임이 큰 소리로 응급상황을 알리자, 한 시민이 119로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신태현 책임이 여성의 코에 손을 댔지만 호흡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구조대를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너무나도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신태현 책임은 주저 없이 곧바로 CPR을 시작했습니다. 1차 30회를 실시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어 2차 CPR을 막 시작하려던 찰나, 여성이 ‘윽’하며 작은 신음을 토해냈습니다. 의식이 돌아온 것입니다. 곧바로 신태현 책임이 의식을 차린 여성에게 지병이 있는지 물었고, 이 사실을 119에 알렸습니다. 두 사람은 힘을 합쳐 환자를 부축해 다음 역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곤 SOS 전화로 역무원을 호출해 환자를 인계한 후,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사내 안전교육이 만들어 낸 기적
▲첫번째 이미지 : 팀 내 SHE(안전보건환경) 담당을 맡고 있는 이성동 책임 / 두번째 이미지 : 사내 CPR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신태현 책임 (출처: Magazine SK)
이 모든 과정이 벌어지기 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5분 남짓. 환자의 생사가 갈리는 ‘골든타임’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면 큰 일이 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책임이 이렇게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내 안전교육이 있었습니다.
“회사 정책상 팀 별로 반드시 CPR전문가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8시간 동안 실습 위주로 진행되는데요, 유아 심폐소생술, 생활 응급처치 요령, 하임리히법 등을 배웁니다.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 성인과 심폐소생술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저같이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는 꼭 배워야 하는 부분입니다.”
SK하이닉스는 ‘안전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신념으로 SHE(Safety, Health, Environment)라는 비상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성동 책임은 팀 내 SHE(안전보건환경) 담당자로 활동하며 몸소 익힌 지식과 경험으로 응급상황에 대응했습니다. 신태현 책임은 지난해 사내 CPR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며 틈틈이 길러 온 두 사람의 안전보건(SHE)역량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동료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용기가 났던 것 같습니다. 만약 혼자였다면 선뜻 나서기 힘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옆에 동료이자 친구가 같이 있었고, 서로를 믿고 도와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무리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한 사람의 생명이 걸린 긴박한 상황에서 선뜻 실행에 옮기기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두 사람은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또 한가지 이유로 친구이자 동료인 ‘서로’를 지목합니다.
타인을 위한 가장 뜻 깊은 배움
▲이성동 책임(왼), 신태현 책임(오) (출처: Magazine SK)
그 일이 있고 난 후, 회사에서 이성동 책임과 신태현 책임에게는 어벤져스, 영웅, 의인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게 되었습니다. 신문과 사보에 이날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동료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다 보니 두 사람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사실 CPR교육의 중요성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따로 시간을 내어 교육을 받는 사람은 드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주변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CPR교육에 시간을 투자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서로 기회가 된다면 가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두 책임은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인식과 교육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합니다.
“인생에는 많은 종류의 배움이 있고, 대부분의 배움은 나를 위해 사용됩니다. 하지만 CPR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주변에 심정지 상황이 생긴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나의 가족이나 동료라면 어떨까요? CPR은 나 자신이 아닌 사랑하는 이들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배움입니다.”
두 책임의 말처럼 CPR과 응급처치는 결국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배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 배움은 무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게 됩니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오늘 만나본 두 책임처럼 우리 일상에는 작은 영웅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있어 ‘안전한 세상’이 조금 더 가까워진 듯 합니다.
※ 위 글은 Magazine SK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