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 9일(미국 시간)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미콘 웨스트(SEMICON West) 2024’에 참가해 탈탄소 계획을 발표하고, 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세미콘 웨스트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최하는 연례행사로, 전 세계 전자 기업들이 모여 반도체 생태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행사에는 10,000명 이상의 관계자와 64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다.
*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Semiconductor Equipment and Materials International):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제조업체들로 구성된 국제 산업 협회로, 반도체 및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업계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
SK하이닉스는 SEMI 산하 조직인 반도체 기후 컨소시엄(SCC)*의 초청을 받아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SCC의 공동 창립 멤버인 SK하이닉스는 지속 가능한 반도체 가치 사슬을 구축하고 친환경 실천 방안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기 위해 업계 선두 주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왔다.
* 반도체 기후 컨소시엄(SCC, Semiconductor Climate Consortium): 반도체 가치 사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SEMI가 결성한 최초의 글로벌 협의체로, 회원사로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재료, 부품, 장비 분야의 반도체 기업들과 글로벌 ICT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성장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산업은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지속 가능성도 개선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지속 가능성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반도체 산업은 주로 온실가스 감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사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2022년 사내에 탄소관리위원회를 설립했고, 이를 통해 저전력 장비 개발, 공정 가스 저감 및 에너지 소비 절감 등 다양한 계획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공급망 차원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협력사와 협업하고,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Scope* 전 영역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 Scope: 온실가스 배출은 Scope 1(직접 배출), Scope 2(간접 배출), Scope 3(기타 간접 배출)으로 나뉜다. Scope 3은 사업장 외부(협력사의 원부자재 공급 과정, 제품이 판매된 후 처리되는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모두 포함한다.
이번 행사에서 SK하이닉스는 Scope 1 및 3 영역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중점적으로 소개했으며, EDTW 소재개발 이종환 TL과 지속경영 ESG추진 Climate Action팀 장재훈 TL은 발표자로 무대에 올라 구체적인 실천 사례를 공개했다.
협력사와 함께 지속 가능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
장재훈 TL은 Scope 3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SK하이닉스가 펼치는 전방위적 협력에 대해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CDP 공급망에 가입해 협력사들이 환경 데이터와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23년에는 CDP 공급망 프로그램에 참여한 114개의 협력사 중 84%가 데이터를 공개했다. 또한 회사는 협력사들이 기후 변화 대응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 CDP 공급망(Carbon Disclosure Project Supply Chain) 프로그램: 영국의 비영리 기구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가 주관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Water, Forest, Climate 등) 중 하나로, 공급망 프로그램 가입을 주도한 모 기업과 모 기업이 선정한 협력사가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여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에 기후변화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 SK하이닉스 협력사의 CDP SC 참여 현황
장 TL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설립한 연합체 ‘에코얼라이언스(ECO Alliance)’에 대해서도 소개했다[관련기사]. 에코얼라이언스는 2019년 SK하이닉스를 포함해 31개의 회원사가 모여 출범한 연합체로, 2023년에는 회원사를 47개 사로 확장했다. 주요 활동은 온실가스 감축 공동 목표 설정, 친환경 경영 모범 사례 공유, 워크숍 개최 등이다.
이 자리에서 장 TL은 “SK하이닉스는 2022년 에코얼라이언스 회원사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 공동 목표를 발표했다”며, “회원사들에 맞춤 컨설팅을 지원해 2023년에는 39개의 회원사가 기업별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도왔다”고 밝혔다.
▲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 분야에서 SK하이닉스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장재훈 TL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 혁신
이종환 TL은 Scope 1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회사의 노력에 대해 소개했다. 반도체 제조 시설에서 Scope 1 배출의 대부분은 높은 지구온난화지수(GWP)*를 지닌 공정 가스에서 발생하므로, 이를 다른 가스로 대체하거나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TL은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을 줄이는 회사의 세 가지 전략으로 ▲대체 가스 개발 ▲공정 최적화 ▲스크러버* 처리 효율 개선 등을 설명했다.
* 지구온난화지수(GWP, Global Warming Potential): 이산화탄소의 온난화 효과를 1로 두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를 지수화한 개념이다. 지구온난화지수가 높다는 것은 온난화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 스크러버: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생성된 폐가스를 필터링 및 처리하는 장비
▲ SK하이닉스의 Scope 1 감축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이종환 TL
이 TL은 대체 가스 개발을 위해 SK하이닉스에서 주요 소재사 및 장비사와 ‘3자 협업(3Way Collaboration)’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이를 통해 2023년 회사는 품질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GWP가 낮은 대체 가스를 개발해 일부 공정에 성공적으로 적용했으며, 현재 15개 이상의 대체 가스를 개발해 테스트 중으로 향후 여러 공정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어 이 TL은 공정 최적화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식각 공정의 공정 시간과 가스 유량을 개선하고, 박막 및 확산 공정에서 장비 세척에 사용하는 가스를 최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척 공정을 최적화해 Scope 1 배출의 주요 원인인 삼불화질소(NF3) 사용을 줄였다고 밝혔으며, 이 같은 사례를 종합하면 2022년 13건이었던 박막 및 확산 공정 최적화 사례 수가 2024년 12배로 늘어 동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3배 이상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 SK하이닉스가 박막 및 확산 공정에 적용하고 있는 최적화 사례의 수
마지막으로 이 TL은 스크러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93%였던 스크러버 처리 효율을 2030년 95%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회사는 스크러버의 물,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고 단일 스크러버로 여러 장비에서 나오는 가스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TL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Scope 1의 온실가스를 기존 대비 73%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만들어 나가는 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성
SK하이닉스는 이번 행사에서 반도체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조하며, “직접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 개발부터 공급망 전반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협력까지, 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