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심화되는 기후위기 속 환경보호를 넘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2050년 넷제로* 목표를 선언하고, 사내에 탄소관리위원회*를 조직해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중 공정에 투입되는 주요 가스를 저(低)-지구온난화지수(Low-GWP*) 가스로 대체하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등 반도체 생산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회사는 노력하고 있다. 협력사 참여가 필수인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는 소재사∙장비사와 3자 협업(3Way Collaboration)을 통해 대체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넷제로(Net-Zero):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모든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개념이다.
* 탄소관리위원회: 넷제로 전략을 수립하고 온실가스 저감 활동 및 연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연구, 제조, 설비, 환경, 구매 등으로 구성된 SK하이닉스 전사 조직으로 ▲저전력 장비 개발 ▲공정가스 저감 ▲AI/DT 기술 기반 에너지 절감 등을 추진하고 있다.
* Low-GWP(Global Warming Potential): GWP는 지구온난화지수를 말하며, 이산화탄소의 온난화 효과를 1로 두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를 지수화한 개념이다. Low-GWP는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것을 의미한다.
Low-GWP 가스 개발과 공정 개선에 총력… 성과 ‘눈앞에’
SK하이닉스는 기후위기 리스크에 대처하고 새로운 기회 요인을 발굴하고자 2022년 탄소관리위원회(이하 탄관위)를 설립했다. 탄관위는 연구, 제조, 설비, 환경, 구매 등으로 구성된 전사 조직으로, 산하에 ▲대체가스 도입 ▲공정가스 저감 ▲RE100 이행 ▲LCA 등 12개 분과가 있다. 각 분과에서는 Scope*1(직접 배출), Scope2(간접 배출), Scope3(기타 간접 배출)의 관리 목표를 수립하고 실행 전략을 정교화하고 있다. Low-GWP 가스 개발을 비롯해 소재·장비사가 포함된 ‘3자 협의체’ 운영 또한 탄관위 역할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넷제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 Scope: 온실가스 배출은 Scope1(직접 배출), Scope2(간접 배출), Scope3(기타 간접 배출)로 나뉜다. Scope 3는 사업장 외부(협력사의 원부자재 공급 과정, 제품이 판매된 후 처리되는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모두 포함한다.
▲ 탄소관리위원회 대체가스 도입 분과와 공정가스 저감 분과 구성원들이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Scope1을 줄이는 업무는 12개 분과 중 대체가스 도입 분과와 공정가스 저감 분과가 담당하고 있다.
대체가스 도입 분과는 GWP가 높은 공정가스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식각(Etch) 및 챔버 세정(Cleaning)에 사용 중인 과불화탄소(PFCs)는 수명이 길고 대기 중에 장시간 머문다. 이에 분과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량 예측 시스템을 통해 요소 기술별 탄소 배출량을 분석하고 최적의 저감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고 있다. 또, 식각 공정의 온실가스 고(高) 유발 물질을 신규 소재로 대체 적용 중이며, 현재 적용 평가까지 완료된 상태다. 이는 공정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도 있어 Scope1은 물론 Scope2 감축과 재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가스 저감 분과는 온실가스 고(高) 유발 공정을 개선하고 혼합 공정가스를 평가하는 업무를 추진한다. 증착(Deposition) 공정에서는 웨이퍼 세정을 위해 삼불화질소(NF3)를 사용하는데, 3년의 연구 끝에 ToF-MS* 장비를 활용해 삼불화질소(NF3)로 세정하는 100여 개 공정을 최적화했다. 이를 통해 연간 온실가스 3만 여 tCO2e/yr*를 감축하는 효과를 봤다.
* ToF-MS(Time of Fight Mass Spectrometry): 비행시간 차 질량 분석기. 샘플링된 가스가 ToF-MS 내부에서 이온화된 후 가속화되면 가벼운 이온은 먼저, 무거운 이온은 나중에 검출된다. ToF-MS는 이 원리로 물질을 확인하는 분석기다.
* tCO2e/yr: 연간 이산화탄소 환산량, 단위는 톤(ton)
▲ 탄소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팹(Fab) 내부에서 공정 개선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을 테스트하고 있다.
탄관위는 2030년까지 공정가스 배출량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2020년 배출량 기준) 하고 있다. 대체가스 도입 분과장인 소재개발 담당 길덕신 부사장은 “10여 종의 핵심 공정가스에 대체가스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육불화황(SF6)을 대체가스로 바꾼다면 SK하이닉스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길 부사장은 “이를 위해 SK하이닉스·소재·장비사가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3자 협업은 단순한 성과를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소재사∙장비사와 협업 도모… 협력사 참여는 넷제로 달성의 핵심
반도체 제조 공정 특성상 공정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네트워크가 필수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주요 소재사 및 장비사와 ‘3자 협업(3Way Collaboration)’ 체계를 구축했다. 3자 협의회는 개발 초기 단계에 대체가스 후보군별 고유 특성을 파악한다. 이후 다자간 논의를 통해 적용 가능한 공정을 선택하고, 기존 가스 대비 효과를 검증한다.
독일에 본사를 둔 화학 회사 머크(Merck)는 반도체 기업에 공정용 특수 가스를 공급하며 현재 SK하이닉스와 Low-GWP 가스를 개발하고 있다. 머크 관계자는 “기존 제품의 성능과 동일하고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것은 물론 환경 요구사항까지 만족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3자 협의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체가스 개발 노력은 회사에 또 다른 신성장 동력을 가져다 주는 한편, 반도체 생태계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성과를 낼 것으로 믿는다”며 “당장의 부담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보고 SK하이닉스와 함께한다”고 전했다.
도쿄일렉트론(TEL)은 개발 중인 대체가스를 제조 장비에 적용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샘플 웨이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성능을 평가한 뒤, 소재사에서 후속 개발을 이어가도 좋을지 판단하는 것이다. TEL 관계자는 “소재 발굴부터 시범 평가, 제품의 안정성 및 양산 가능성 평가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대체가스를 개발한다”며 “각자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SK하이닉스와 넷제로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