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시스템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뉴스룸은 지난 20년간 반도체 소자를 연구하고 있는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리노 교수를 통해 반도체 시스템과 소자의 관계 및 발전사를 소개한다. 총 7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반도체의 개념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칼럼 시리즈는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의 일부를 발췌하여 정리했다. 이 책은 반도체 역사부터 시스템과 소자의 발전까지 폭넓게 다루며 반도체 산업 및 시스템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반도체는 부품이다. 부품은 그 자체로 쓰이지 못하고 어떤 제품(세트 또는 시스템) 내에서 사용된다. 그 제품이 추구하는 바는 반도체의 탄생과 발전을 가져왔고, 앞으로 나올 새로운 제품은 반도체의 성장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본 연재에서는 반도체를 시스템과 연결해 설명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발전 방향에 관해 7편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 주)

지난 편[관련기사]에서 반도체는 폰노이만 구조 기반 시스템에 쓰이는 부품으로 활용도가 생기며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후 연산과 제어를 담당하는 로직(Logic, 논리) 회로와 데이터 등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Memory)로 나뉘게 되었고, 로직 회로는 스위치를 가지고 0과 1로 된 논리 함수 ‘부울대수*’를 푸는 것이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번 편에서는 로직과 메모리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들 반도체가 어떠한 형태로 발전했고,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보자.

* 부울대수 : 수치로서 0과 1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논리 회로 이진 값으로 연산을 대신 하는 수

로직 회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먼저 로직 회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고, 다음으로 이 회로를 구현하는 소자 스위치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로직 회로의 설계 과정을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① 입력(Input)과 출력(Output)을 정한다
② 진리표를 만든다
③ 이 진리표가 가능하도록 부울대수로 표현한다
④ 회로로 구성한다

예를 들어 숫자의 덧셈을 푸는 회로를 만들어 본다고 하자. 전기를 사용하는 전자 회로는 전기가 들어왔을 때와 안 들어왔을 때, 이렇게 두 가지 상태가 가장 명확하므로 2진법이 적합하다. 전압이 높을 때를 1, 낮을 때를 0으로 해서 구성하는 것이다.

반도체, 미래반도체, 반도체역사, MOSFET, CMOS
▲ 1+1은 0이 되며 1이 윗자리 덧셈으로 올라간다. 1+1+1은 1이 되고 1이 윗자리 덧셈으로 올라간다.

이제 5와 7의 2진법 덧셈을 해보자. 5는 2진법으로 101이고, 7은 2진법으로 111이며, 이 둘의 합은 1100이다. 2진수 1100은 10진수 12이다.

반도체, 미래반도체, 반도체역사, MOSFET, CMOS

이를 전자 장치로 계산하기 위해선 각 자릿수의 덧셈을 해주는 회로(가산기)를 구성해 직렬로 연결하면 된다. 이로써 많은 자릿수의 덧셈이 가능한 것이다. 다음으로 진리표*를 작성하고 AND, OR, NOT 등 논리 연산자*를 활용해 부울대수로 표현하면 전기적으로 푸는 로직 회로를 구성할 수 있다.

반도체, 미래반도체, 반도체역사, MOSFET, CMOS

* 진리표 : 명제의 값이 참과 거짓인지 나타내는 진릿값을 연산할 때 각 명제 변수의 진릿값에 따라 출력(Out)되는 진릿값을 표로 나타낸 것. 예컨대 a(1)와 b(1)를 더하면 Out은 0이 되고, 1이 받아올림으로 올라가는 등의 값을 표로 그린 것
* 논리 연산자
논리부정(NOT, 상단 -) : 1 입력 시 0으로 출력, 0 입력 시 1로 출력
논리곱(AND, •) : 모든 입력이 1일 경우 출력이 1
논리합(OR, +) : 입력값 중 하나의 1이 있을 경우 출력도 1
배타적 논리합(XOR, eXclusive OR) : 두 명제가 같지 않을 때(1과 0)는 참(1) 값을 출력하고, 두 명제가 같을 때(0과 0, 1과 1)는 거짓(0) 값을 출력

로직 회로의 간단한 예로 AND의 경우 아래와 같이 스위치를 직렬로 연결하면 된다. A와 B가 모두 1(전기적으로 스위치를 켬)이 되면 Output도 1(전기가 흐름)이 된다. 두 스위치를 병렬로 연결하면 A와 B 중 어느 하나만 1이 되어도 Output이 1이 되는 OR가 된다.

반도체, 미래반도체, 반도체역사, MOSFET, CMOS

이처럼 AND, OR, NOT, XOR 등 논리 연산자를 스위치로 구성하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구성 방법으로 가능하다.

로직 회로를 구현하는 반도체 소자, MOSFET의 탄생

이제부터는 위와 같은 스위치를 구현하는 반도체 소자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처음 사용되었던 진공관 소자 스위치는 차츰 반도체 소자로 대체됐다. 이에 따라 부피도 훨씬 작아지고 전기도 덜 먹으며 빠른 처리가 가능한 로직 회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또 집적회로(IC)가 만들어지며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바뀌었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스위치를 상상도 할 수 없이 작은 공간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자 미세화는 소자 밀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훨씬 빠른 스위치를 만들 수 있게 해줬다.

rino-choi-column-3-4

처음 스위치로 쓰인 반도체 소자는 바이폴라 접합 트랜지스터(BJT, Bipolar Junction Transistor)*다. 1948년 처음 만들어진 BJT는 다수 캐리어(Majority Carrier)*가 전자인 n형 반도체와 다수 캐리어가 정공(Hole)*인 p형 반도체를 직렬로 연결하여, 이미터(Emitter)-베이스(Base)-컬렉터(Collector)*를 n형-p형-n형(npn)으로 구성하거나 p형-n형-p형(pnp)으로 만든 트랜지스터였다.

* 바이폴라 접합 트랜지스터(BJT, Bipolar Junction Transistor) : 3개의 불순물 반도체를 접합하여 전류의 흐름을 조정, 스위치 및 전류 값을 증폭시키는 소자 
* 다수 캐리어(Majority Carrier) : 주로 전기를 나르는 전하 캐리어
* 정공(Hole) : 절연체나 반도체에서의 가전자대(채워진 전자대) 속의 전자가 빠져 있는 상태
* 이미터(Emitter)-베이스(Base)-컬렉터(Collector) : 입력 신호를 받는 전극의 한쪽을 이미터, 회로에서 출력되는 출력 신호를 수신하는 전극을 컬렉터, 이미터와 컬렉터 사이를 베이스라고 부름

이 BJT 소자는 기본적으로 전류를 제어해 스위칭한다. BJT는 높은 증폭 능력을 갖고 있고 노이즈가 적다. 하지만 전력 소모가 큰 단점이 있었다. 인류는 이 BJT를 이용해 로직 소자를 처음 구성했고, 1958년 잭 킬비(Jack Kilby)가 개발한 최초의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 IC),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을 할 수 있도록 한 아폴로 가이던스 컴퓨터(Apollo Guidance Computer)에도 모두 BJT가 활용됐다.

반도체, 미래반도체, 반도체역사, MOSFET, CMOS

그러나 로직 칩의 전성시대는 이 BJT가 아닌 벨 연구소(Bell Lab) 두 연구자*의 모스펫(MOSFET)*이 나오면서 열리게 됐다. MOSFET 시대가 열린 것은 기존 소자의 전력 소모 문제 때문이었다. 소자의 집적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BJT를 이용한 TTL(Transistor-Transistor Logic, 로직을 스위치로 구성하는 방법 중 하나) 칩의 전력 소모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높아졌다.

* 대한민국 출신 강대원 박사와 마틴 아탈라(Martin Mohammed John Atalla) 박사
* 모스펫(MOSFET) : Metal, Oxide, Semiconductor로 금속 산화막 반도체 구조를 통해 전기가 있는 영역인 전계(Field)의 효과(Effect)를 활용한 트랜지스터

반도체, 미래반도체, 반도체역사, MOSFET, CMOS
▲ 데이터 출처. ELECTRONICS-COOLING.COM

MOSFET은 출력 전류를 게이트의 입력 전압으로 제어하는 전압 제어 소자다. 전압만으로 채널의 전도율을 바꾸므로 이론적으로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또 전류가 흐르더라도 채널의 표면에만 흐른다. BJT와 비교해 증폭 능력이 떨어지므로 전류가 적게 흘러서 처음 나왔을 때는 크게 사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낮은 전류로 인한 적은 표면 소비 전력과 높은 속도로 동작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소자 미세화를 구현하게 되어 집적회로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MOSFET에서 발전한 CMOS, 그리고 CMOS가 대표 반도체 기술된 이유

이렇게 주목받기 시작한 MOSFET은 특히 1963년 2월 페어차일드 반도체사(Fairchild Semiconductor Inc.)의 치탕 사(Chih−Tang Sah)와 프랭크 완래스(Frank Wanlass)가 처음 소개한 씨모스(CMOS)* 기술이 나오며 꽃을 피우게 된다. CMOS 기술은 현재까지도 로직 소자를 만드는 가장 보편적인 기술로 사용되며 반도체 만드는 기술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 씨모스(CMOS) : 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금속 산화물 반도체로 구성된 트랜지스터

CMOS는 Complementary MOSFET의 약자다. Complementary는 ‘상호 보완’, ‘보상’이란 뜻으로 두 가지 종류가 보완적으로 쓰인다는 의미다. 첫 번째는 전자를 전하 캐리어로 하는 nMOSFET이고, 두 번째는 정공(Hole)을 전하 캐리어로 하는 pMOSFET인데 이를 같이 쓰기에 CMOS로 불린다.

우선 nMOSFET은 p형 반도체를 채널로 하여 만들어진다. 금속 게이트에 양(+)전압을 가해서 채널에 전자가 오도록 만들어야 켜지는 스위치다. 반대로 pMOSFET의 경우는 채널이 n형 반도체이므로 전류가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금속 게이트에 음(-)전압을 가해서 채널에 정공(Hole)이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nMOSFET과 pMOSFET은 완전히 대칭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CMOS로 로직 회로를 구성하면 두 MOSFET의 금속 게이트 전극에 똑같이 0V를 주었을 때, nMOSFET은 꺼지고 pMOSFET은 켜진다. 금속 게이트에 전압을 가해주면 반대로 nMOSFET은 켜지고 pMOSFET은 꺼진다. 이처럼 대칭적으로 상호 보완하며 움직이는 nMOSFET과 pMOSFET 두 종류의 스위치로 논리 연산하는 회로를 구성하는 것을 CMOS 기술이라고 부른다.

CMOS로 만든 부울대수 연산자의 예를 보자. nMOSFET과 pMOSFET 두 스위치를 직렬로 연결한 회로를 보자. In 단자에 1이 들어가면(전압이 걸리면) 위에 있는 pMOSFET은 꺼지고 아래의 nMOSFET은 켜진다. 그러면 Out 단자는 아래의 접지와 연결이 되어서 전압이 0이 되므로 0이라는 신호가 나오게 된다. 반대로 In 단자에 0이 들어가면(전압이 걸지 않으면) pMOSFET는 켜지고 nMOSFET는 꺼지면서 Out 단자는 전압이 높은 VDD 선과 연결된다. 그래서 높은 전압이 되므로 1이라는 신호가 나오게 된다. 이렇게 0이 들어가면 1이 나오고 1이 들어가면 0이 나오게 되므로 논리 회로에서 NOT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인버터(Inverter)가 된다.

반도체, 미래반도체, 반도체역사, MOSFET, CMOS

물론 nMOSFET 하나를 사용한 스위치로도 구성 가능하다. 위 예시를 보면 저항과 nMOSFET을 직렬로 연결했고 저항의 윗단은 전압이 걸려 있다. nMOSFET의 아래 단은 접지되어 있다. In 단자에 0이 들어가서(전압이 걸리지 않아서) nMOSFET이 꺼져 있다면 Out 단자는 저항을 통해서 VDD 선과 연결되므로 1이라는 상태가 된다. 또 In 단자에 1이 되는 경우(전압이 걸리는 경우)는 nMOSFET이 켜진다. 이때 nMOSFET 스위치의 저항은 위에 달린 저항에 비해서 매우 미미하므로 Out은 아래의 접지와 연결되는 셈이 되어 0이 된다. 이렇게 해서 예시 회로의 경우 In에 0을 넣으면 1이 나오고, 1을 넣으면 0이 나오는 인버터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nMOSFET만 사용하는 것은 CMOS 기술을 사용하는 것 대비 장점이 많다. 우선 CMOS 기술은 같은 수의 nMOSFET과 pMOSFET을 사용해야 하므로 한 가지 종류를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단위 소자 수가 두 배다. 물론 저항을 만들어야 하지만 이것은 nMOSFET을 pMOSFET과 같은 웨이퍼에 만드는 복잡함에 비하면 매우 쉬운 일이다.

nMOSFET은 p형 반도체 위에 만들어야 하고 pMOSFET은 n형 반도체 위에 만들어야 한다. 또, 한 웨이퍼에 구성하려면 각각의 MOSFET을 만들기 위해 n형과 p형의 반도체 구역(Well)을 나눠야 한다. 그런데 소스(Source)와 드레인(Drain)을 다른 종류로 만들어야 하므로 도핑 공정도 두 번 해야 하며 각 도핑 공정이 반대 소자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공정 복잡도는 두 배 이상이 된다.

반도체, 미래반도체, 반도체역사, MOSFET, CMOS

이런 공정의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CMOS 기술이 사용된 이유는 CMOS 기술의 낮은 전력 소모에 있다. 위의 nMOSFET으로 만든 인버터 회로를 보면 In 단자에 1이 들어가서 nMOSFET이 켜졌을 때 VDD 와 접지가 직접 연결되는 순간이 생긴다. 그때 상당히 많은 전류가 흐른다. 그러나 CMOS 기술의 경우는 nMOSFET이 켜지면 pMOSFET이 꺼지고 pMOSFET이 켜지면 nMOSFET이 꺼진다. 그러므로 VDD 와 접지가 연결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소모 전력이 nMOS 대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어든다. 이런 장점으로 CMOS가 nMOS 등 경쟁 기술을 제치고 로직 회로를 만드는 대표 반도체 기술이 된 것이다.

CMOS가 표준이 된 이후 소자 기업 연구의 대부분은 ‘어떻게 이 MOSFET을 더 작고, 빠르게 만드는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자 미세화는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게 해주었다. 우리가 기사에서 자주 접하는 5㎚ 기술 노드(Node)*, 3㎚ 기술 노드 등의 단어는 보다 작고 빠른 스위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 노드(Node) : 소자를 연결하는 회로선이 만나는 점으로 소자 간 간격을 표현할 때 사용

정리하자면, 이번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폰노이만 구조에서 로직을 처리하기 위해 스위치 소자가 필요했고 그 스위치 소자는 기술 발전에 따라 진공관에서 BJT로, MOSFET으로 변해 왔다는 것이다. 집적도를 증가시켜 제품 부피와 전력을 줄이려는 시스템의 요구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다. 물론 집적 공정에 따른 비용의 감소, 소자 미세화에 의한 속도 증가도 중요한 요소였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반도체 연구의 많은 부분이 이러한 대체 소자 연구에 치중되어 있다. 그러한 소자들이 가장 큰 시장인 컴퓨팅에서 MOSFET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MOSFET처럼 작게 만들어지고 많은 수의 집적(1,000억/㎠ 이상)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더 작은 전력으로 구동돼야 한다. 아울러 10년 이상의 신뢰성을 보여야 하며 100도 이상의 온도에서도 구동할 수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이러한 희망을 보이는 대체 소자는 없는 것이 현실이긴 하다. 다음 연재에서는 메모리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 본 칼럼은 반도체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리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