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과 수많은 공정 혁신으로 만들어지는 첨단 반도체! 그 기술을 이해하는 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뉴스룸에서는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최고/최초 제품을 소개하면서 평소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반도체 기술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총 3편이 연재될 예정이며 다양한 반도체 기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필자 주)
“가장 어려웠던 일은 속도를 검증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바일용 D램에 HKMG 공정을 도입했는데 이 제품 속도를 측정하는 테스트 장비가 없는 거에요. 세계 최고 속도 9.6Gbps를 개발하는 것이라서… 측정 시스템에서도 속도제한이 걸려 검증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속도에 영향을 주는 항목들을 하나하나 뽑아내 목표치를 맞추면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SK하이닉스는 8.5Gbps 동작 속도와 함께 세계 최저 구동 전력인 1.01~1.12V를 구현한 모바일용 D램 LPDDR5X(Low Power Double Data Rate 5X)를 출시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다시 세계 최고속 9.6Gbps의 LPDDR5T 개발에 성공, 모바일용 D램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용 D램은 크기가 작아야 하고 소비전력이 낮아야 한다. 또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속도는 더욱 빨라져야 한다. 하지만 미세화(Scaling)*의 한계에 다다른 현시점에서 기술 난이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 미세화(Scaling) : 더 나은 디바이스의 성능과 더 큰 전력 효율, 그리고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기 위해 반도체 사이즈를 줄이는 기술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가 모바일용 D램 강자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기술력의 비밀’은 무엇일까? High-K Metal Gate(이하 HKMG) 공정을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 D램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바로 그 HKMG 공정의 원리부터 LPDDR5X, LPDDR5T 도입 과정까지, 뉴스룸에서 정리했다.
사실 HKMG는 10여 년 전부터 상용화되어 왔다. 획기적인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1)기술 자체의 높은 난이도 2)기존 소재 대비 공정 비용 증가 3)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 4)전자 누출을 제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의 어려움 등 다양한 난제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모바일용 D램 분야에는 한번도 적용된 적 없던 기술이기에, SK하이닉스 역시 긴 고민이 필요했다.
결국 실패 가능성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SK하이닉스는 모바일용 D램의 패러다임을 바꿀 ‘도전’을 감행했다. 이는 모바일용 D램의 두뇌와 심장을 바꾸는 것과 맞먹는 일이었다.
모바일용 D램 주변부(Peri) 트랜지스터에 HKMG를 적용하는 건 큰 도전이었다. 일반적으로 D램은 데이터 저장이 이뤄지는 셀 트랜지스터와 데이터의 입출력을 담당하는 주변부 트랜지스터로 이뤄지는데, 주변부에 HKMG를 적용하면서 동시에 셀과 주변부 간의 연결 문제를 고려해 셀에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셀(Cell) 공정이 미세화 됨에 따라 셀을 구동하는 주변 회로의 면적도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전하를 공급하는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게이트 절연막의 두께가 감소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된다. 기존 모바일용 D램의 절연막 소재인 실리콘옥사이드(SiON)가 ‘속도’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 게다가 절연막의 두께가 감소할수록 누설 전류량이 증가하여 전력 손실이 발생되기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솔루션을 찾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절연막에 기존 절연막보다 5배 정도 유전율*이 높은 High-K 물질을 적용했다. 똑같은 전압을 가하더라도 같은 면적과 두께라면 High-K 물질을 적용한 절연막이 기존 실리콘옥사이드(SiON)보다 5배 더 많은 전하를 모을 수 있게 된다. 즉 유전율이 높은 High-K 물질로 절연막을 만들어 두께와 누설 전류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 유전율 : 게이트 내부에 전자를 저장할 수 있는 정도
그런데 기존 게이트에 적용된 폴리실리콘(poly-Si)과 High-K 물질을 함께 사용하면 게이트의 저항이 높아져 오히려 높은 전압이 필요하고 또한 전자의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게이트 물질을 금속 게이트(Metal Gate)로 교체하였다. 이로써 높은 유전율을 가진 게이트 산화물과 금속 전극을 결합한 HKMG 통합 솔루션을 완성했다.
SK하이닉스는 가장 먼저 개발-연구-제조 부문의 소자 및 공정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구성, 개발 업무에 착수했다. 동시에 파생(Derivative) 제품* 최초로 공정 개발 초기 단계부터 소자 설계, PE 팀 내 프로젝트 원팀 조직을 구성, 신뢰성과 품질 리스크를 점검하며 함께 이슈를 해결해 나갔다. TF의 가장 큰 목표는 기존 공정을 최대한 유지하여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HKMG 기술을 접합한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 파생(Derivative) 제품 :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신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출시를 앞당기고자 첫 번째 개발(코어(Core)) 제품은 기존 검증된 기술로 먼저 개발하고,
이후 이를 기반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다양한 종류의 용량과 성능이 포함된 제품을 개발하는데 이때 이 제품을 파생 제품이라고 한다.
단, HKMG의 특성을 이용해 속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파워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했다. 하지만 파워를 줄이기 위해 전기 용량을 낮추는 것은 칩 크기의 한계 때문에 불가능했고, 결국 전압을 낮추는 설계 외에는 방법이 없던 상황. 이를 위해 설계 내부 전원을 낮추는 전력 설계(Power Architecture)와 절전모드에서 게이트 레벨을 낮추어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이는 등 혁신적인 설계 기술 아이디어를 적용했고, 마침내 저전력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렇게 출시된 LPDDR5X 제품은 누설 전류를 효과적으로 제어해 이전 세대 대비 33% 속도 향상(8.5Gbps)과 함께 21% 전력 감소 효과를 나타내어 환경적 측면에서도 업계의 목표 사양을 충족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여 탄소 저감에도 기여하였다.
그리고 두 달 뒤 개발된 LPDDR5T는 LPDDR5X와 동일한 초저전압 범위에서 작동하면서 동작 속도는 13% 빠른 9.6Gbps로 현존하는 모바일용 D램 중 최고속 제품이다.
현재 HKMG 공정을 적용한 SK하이닉스의 모바일용 D램은 여러 고객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성능이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 또, 회사는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에 모바일용 D램의 신규 스펙을 제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SK하이닉스의 다음 목표는 HKMG 공정 개발 성공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후속 제품뿐만 아니라 차세대 기술 및 제품에 더 큰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다. LPDDR5X와 LPDDR5T는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