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4월 21일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 과학기술훈장 혁신장 시상식. 오른쪽에서 두 번째,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차선용 부사장
“이번 수상은 SK하이닉스를 대표해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다운턴 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SK하이닉스 구성원과 수상의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메모리는 600개 이상의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수상은 함께한 모든 사람들과 이뤄낸 혁신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차선용 부사장이 지난 4월 21일 열린 ‘2023년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과학기술훈장 혁신장 수훈의 영예를 안았다. 과학기술훈장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이에게 수여되는 최고 영예의 상으로, 혁신장은 그 중 창조장 다음 두 번째로 상격이 높다.
차 부사장의 수훈 업적은 10나노급 D램 테크 플랫폼(Tech. Platform)을 도입해 다음 세대 미세 공정의 기틀을 마련하고, 2019년 당시 최고 속도인 HBM2E(High Bandwidth Memory 2 Extended)를 개발해 초고속 메모리의 발전을 주도한 것이다.
또, 그는 세계 최초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출시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빅데이터와 서버 시장 우위를 점하는 데 기여했으며, 10나노급 4세대 LPDDR4 D램 양산 시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도입해 차세대 기술 개발의 기반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2023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수상한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차선용 부사장
차 부사장은 “이번 수상은 SK하이닉스를 대표해서 받았다고 생각하며, 지금도 다운턴 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SK하이닉스 구성원과 수상의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메모리는 600개 이상의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한 사람들과 이뤄낸 혁신의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2013년 과학기술진흥유공(장관 표창) 수상에 이어 10년 만에 정부 포상을 받은 데 대해 “지난 10년간 반도체 업계에서 회사와 제가 해온 일에 대해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는 소감도 전했다.
뉴스룸은 차 부사장을 만나 대한민국 D램 메모리 발전사와 함께 해온 그간의 공적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DDR, LPDDR 그리고 HBM까지… 기술 우위 선점으로 SK하이닉스 D램 경쟁력 확보
▲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차선용 부사장
차 부사장의 공적은 SK하이닉스 D램의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 반도체의 발전과 궤를 함께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는 무엇보다 SK하이닉스에서 10나노급 D램 ‘테크 플랫폼’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테크 플랫폼은 어느 한 세대 제품에만 적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틀’을 뜻한다. 1세대(1x) D램에 처음 적용된 이 플랫폼은 2세대(1y), 3세대(1z), 4세대(1a)를 넘어 그 이후 세대까지 이어지게 되며 SK하이닉스 D램 기술력의 기반이 됐다.
이는 20나노급에서 현재의 10나노급 초미세 D램으로 개발 방식을 완전히 바꾼 ‘혁신’인 만큼, 차 부사장이 가장 애정을 쏟았던 프로젝트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혁신과 성과의 저력으로 ‘원팀(One-team)의 힘’을 꼽았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누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구성원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접목하고 풀어낼지 고민하고 도전했던 것이 주효했다. 이것이 반도체 기술 개발에 ‘원팀’이 중요한 이유다.”
▲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차선용 부사장이 주요 기술 개발 사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차 부사장은 2019년 8월 당시 최고속 D램인 HBM2E 개발에도 성공했다. HBM2E는 FHD(Full-HD) 영화 124편을 1초 만에 전송하는 수준(최대 460GB(기가바이트)/s)의 초고속 메모리로 AI, 딥러닝, 슈퍼컴퓨터 등에 활용된다. 그는 이 제품을 개발해 회사가 2021년 세계 최초 HBM3를 개발하고, 이듬해 HBM 시장 점유율 50%(트렌드포스 기준)로 업계 1위를 차지하는 등 HBM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차 부사장은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16Gb DDR5 D램을 출시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2021년 12월 24Gb 제품 샘플을 세계 최초로 출하하고, 특히 올해 1월 10나노급 4세대(1a) 서버 제품을 인텔에 최초로 인증하는 등 향후 DDR5 시장을 선점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제품 개발뿐만 아니다. 차 부사장은 2021년 7월 10나노급 4세대(1a) LPDDR4 양산에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도입해 생산성 및 원가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했다. 반도체 미세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공정 난이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더 작은 파장의 광원으로 미세 패턴을 구현할 수 있는 EUV 공정은 메모리 업계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차 부사장은 EUV 공정 도입 후 발생한 각종 기술과 생산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으로 마침내 이를 적용한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후속 제품에도 EUV 공정을 활용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조성했다.
“이 모든 성과는 SK하이닉스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위상을 기술력으로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장기적인 전략으로 로드맵을 업데이트해 향후 전개되는 시장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하고, 기술 한계를 극복해 시장을 선도해 가도록 노력하겠다.”
D램을 넘어 미래기술연구로, 더 큰 그림을 그리다
▲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차선용 부사장이 구성원에게 차세대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D램 기술 개발의 혁혁한 공적을 넘어, 차 부사장은 2022년부터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을 맡아 D램과 낸드를 포괄한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미래기술연구원은 메모리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고, 컴퓨팅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술을 준비하는 일에 중점을 둔 연구 조직이다.
차 부사장은 “앞으로 AI 컴퓨팅 시대에 들어서면 데이터는 더욱 증가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시장의 요구도 커지게 된다”며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기업, 학계 등과 경계 없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부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부족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선제적 기술 협력 강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협력 추진 등이 앞으로 경쟁력의 한 축이 될 것이고, 이는 회사를 넘어 한국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미래기술연구원은 다양한 학회나 포럼을 주최하고, 연구원 산하 Revolutionary Technology Center 조직의 공식 웹사이트(research.skhynix.com)를 개설해 최신 연구 분야와 성과를 알리는 등 외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차선용 부사장
차 부사장의 최종 목표는 SK하이닉스의 ‘미래 비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는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필요한 요소 기술 개발부터 시작해 몇 년에 걸친 장기간의 작업”이라며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회사와 후배들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그리고, 이를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이 나의 과업”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메모리 분야 퍼스트 무버로서 회사의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거 남자 육상 100m 경기에서 10초는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벽이었으나,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미국의 짐 하인즈가 9초 95의 기록을 세우며 그 벽을 깨뜨렸다. 그렇게 10초의 벽이 한번 허물어지자 뒤를 이어 많은 사람들이 10초의 벽을 넘어섰다. 이것이 바로 퍼스트 무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SK하이닉스가 계속해서 기술 한계를 돌파해내는 기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나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