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은 사무, 연구, 제조와 정비, 건설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업무들이 한 사업장에 공존한다. 그런 만큼 구성원 개개인이 경험하게 되는 업무환경 또한 다양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발족한 ‘산업보건 선진화 지속위원회’를 중심으로 선제적 예방 관리가 가능한 산업보건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뉴스룸은 SHE 선행연구팀(SHE 연구소) 이세영 팀장과 김가원 TL을 만나, 건강하고 쾌적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산업보건 선진화 지속위원회가 벌여가는 다양한 활동들을 들여다봤다.
SK하이닉스, 직업병 사전 예방이 가능한 ‘미래형’ 산업보건 환경을 설계하다
▲2017년 6월 장재연 위원장(앞줄 왼쪽에서 4번째) 등 외부 전문가 4인과 이석희 CEO(앞줄 오른쪽에서 4번째) 등 노사 대표 7인으로 구성된 산업보건 선진화 지속위원회의 발족식
2014년은 SK하이닉스가 국내 기업으로서는 유례없는 산업보건 혁신의 여정을 시작한 원년이다. 반도체 업계 구성원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업장의 작업환경 및 안전·보건 시스템을 쇄신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산업보건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와 그 후속 기구인 △산업보건 지원보상위원회(이하 지원보상위) 활동의 성과는 △산업보건 선진화 지속위원회(이하 선진화 지속위) 출범으로 이어져 SK하이닉스가 안전·보건 분야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2014년 SK하이닉스는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산업보건 검증위원회’를 발족했다. 검증위는 1년에 걸친 투명하고 객관성 있는 정밀 조사를 통해 사업장 내 다양한 작업환경과 직업병 발생 가능성의 상관관계를 검증했다. 연구 결과 직업병과 반도체 작업환경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검증위는 이듬해인 2016년 초 후속 기구 ‘산업보건 지원보상위원회’를 설립해, 포괄적인 지원보상책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안전·보건·환경 개선을 위한 127개의 과제를 빠짐없이 이행했다.
전사 차원의 작업환경 진단 및 보상이 이뤄졌지만 내부에서는 단순한 사후 대응을 넘어서는 예방적 성격의 산업보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2017년 6월 구성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회사,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후속 협의체인 ‘산업보건 선진화 지속위원회’를 발족했다. 기업이 직접 주체가 되어 지속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제적 안전·보건 인프라를 만들기로 한 것.
SHE 선행연구팀(SHE 연구소) 이세영 팀장은 “선진화 지속위는 노·사·학(勞·使·學)의 공동 협의체로서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조화로운 보건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협의체를 통해 결정된 논의사항들을 체계적인 실무 활동을 통해 적극 추진함으로써 전문적이고 신뢰성 있는 안전·보건 시스템을 확립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 환경, 정의…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보건 시스템을 지탱하는 세 가지 축
선진화 지속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보건 시스템 구축’이라는 비전 아래, ‘건강’, ‘환경’, ‘정의’라는 세 가지 분과를 두고 각각의 세부 목표와 과제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건강 분과에서는 ‘구성원의 건강이 어떤 인구집단보다도 좋은 사업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코호트 연구(Cohort Study,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하고 연구 대상 질병의 발생률을 비교하여 요인과 질병 발생 관계를 조사하는 연구 방법) 기반의 건강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환경 분과에서는 ‘건강 위험 환경이 없는 안전하고 쾌적한 사업장’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JEM(Job Exposure Matrix, 작업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노출정보를 종합한 표) 등 작업환경의 안전과 사업장 내 취급 물질 전반에 대한 전문적이고 신뢰성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의 분과의 목표는 ‘가정과 지역사회의 안녕을 추구하는 사업장’을 실현하는 것.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가정, 협력사와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과 안전·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분과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진화 지속위의 활동은 △본회의 △실무위원회 △선진화 지속 TF 등 총 3개의 회의체를 통해 이뤄진다. 분기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본회의’에서는 개발제조총괄을 포함한 임원진과 노동조합, 외부 전문가가 다 함께 모여 전체 선진화 활동의 방향성을 논의한다. 외부 전문가의 자문과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진행 중인 사업의 개선점을 찾고, 향후 선진화 지속위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정하는 것. ‘실무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 SHE 조직을 중심으로 노동조합과 임원진이 만나 개선이 필요한 보건 이슈를 구체화하고, 노사가 함께 실무적인 해결방안을 협의한다. 이렇게 논의된 결과를 통해 보건 정책 수립 및 내부 실행력 강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선행연구팀을 비롯한 SHE의 여러 팀으로 구성된 ‘선진화 지속 TF’는 선진화 지속위 과제 계획 및 실행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매주 회의를 통해 분과별 세부 이행 수준을 점검한다.
코호트 연구부터 협력사 컨설팅까지…다 함께 상생하는 안전보건 생태계를 만들다
선진화 지속위의 핵심 목표는 내부 역량으로 근로자의 안전(Safety), 건강(Health), 환경(Environment)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관리, 개선할 수 있는 생태계를 완성하는 것.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입기(2018) △성장기(2019~2021) △안정기(2022~2027)로 이어지는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했다.
도입기는 코호트와 JEM 시스템 구축 후 주요 사업들을 시행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반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기다. 성장기는 이를 기반으로 주요 질환 모니터링을 하고, 화학물질 관리 프로그램을 정착하는 등 건강, 환경, 정의 각 분과별 핵심 과제를 본격 추진하는 시기다. 마지막으로 안정기는 그동안 시행된 사업들을 더욱 고도화하고 확대하는 시기로, 로드맵에 따라 분과별 목표가 잘 달성된다면 2027년에는 SK하이닉스 자체 역량만으로 운영되는 사전 예방형 산업보건 관리 모델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성장기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기. 2017년 출범 후 지난 4년간 선진화 지속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했을까? 건강, 환경, 정의 각 분과의 주요 성과를 모아봤다.
▶건강 분과 – 코호트 연구를 통한 직업병 고위험군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건강 분과의 핵심 성과로는 구성원의 건강 데이터를 활용한 코호트 연구를 꼽을 수 있다. 직업병의 사전 예방을 위해서는 신뢰성 있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필수적. 이를 위해 선진화 지속위는 출범 직후인 2017년 하반기부터 구성원의 동의를 거쳐, 사업장 내 구성원의 건강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왔다. 직무유형 및 작업환경별로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인자에 대한 정보들이 빅데이터로 축적됨에 따라, 유사 직무경험을 공유하는 구성원 집단을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
코호트 연구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직업병 고위험군 도출을 통한 사전 모니터링 체계의 구축. 이를 통해 직무 유형별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직업병에 대한 예방 활동이 가능해졌다. 두 번째는 직업병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찾아냄으로써 직업병과 작업환경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 이를 통해 대체 물질을 도입하는 등 실질적으로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구성원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 이세영 팀장은 “데이터가 계속 축적됨에 따라 더욱 깊이 있는 질병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 분과- JEM 시스템 구축 및 체임버 PM 국소배기장치 개발을 통한 안전보건 환경 개선
환경 분과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성과를 냈다. 먼저 직무노출정보 기반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JEM)을 개발해 정착시켰다. JEM은 구성원의 직무변경 이력부터 공정별 물질 정보 리스트에 이르기까지 일원화된 전산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사업장 내 모든 안전·보건 데이터를 관리함으로써 작업환경 안전은 물론 구성원 건강까지 한 번에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국소배기장치 개발을 통한 체임버(Chamber, 송풍기의 출구∙분출구 등에 소음을 흡수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직방체의 평탄한 상자 모양의 장치) 예방정비(PM, Preventive Maintenance)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기존의 반도체 장비 PM 작업용 환기장치는 기기 구조의 한계와 신속한 운반이 어려워 체임버 오픈 시에 발생하는 물리화학적 입자들에 대한 최적의 환기 조건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선진화 지속위는 실제 PM 작업을 진행하는 협력사 및 외부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실제 사용자 관점에서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환기장치 모델을 개발했다.
또한 선진화 지속위는 업계 최초로 근로자의 저농도 장기노출(LTLE, Long-Term Low Exposure)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외에도 스크러버 부산물 평가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정의 분과 – 협력사 대상 SHE 컨설팅 시행…더불어 상생하는 안전·보건 생태계 마련
정의 분과에서는 당사 구성원뿐만 아니라 협력사 구성원들도 동일한 안전·보건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중 대표적인 성과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하는 SHE 컨설팅 지원 사업이다. 자체적인 작업환경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에 전문가를 파견해 무료로 점검을 진행하거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다. 협력사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 이 사업은 선진화 지속위의 대표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으로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정의 분과의 활동에는 지난 2019년 재단법인 ‘숲과 나눔’에서 설립한 ‘일환경건강센터’도 빼놓을 수 없다. 일환경건강센터에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를 비롯해 산업간호사, 물리치료사, 산업위생사 등 안전·보건 분야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역사회 및 영세업체를 위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SK하이닉스 협력업체를 위한 SHE 컨설팅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의 분과에서는 반도체 협회와 협업 체계를 구성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거나, 국내외 보건 선진화 우수 사례 발굴을 통해 적용 모델을 연구하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
“끊임없는 소통 바탕으로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업장 만들고파”
2020년이 저물어가는 이 시점, 선진화 지속위의 남은 숙제는 성장기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올 안정기를 잘 준비하는 것이다.
▲이세영 팀장
내년이면 선진화 지속위 출범 5년 차이자 전체 프로젝트 기간의 절반을 채운 시점이 되는 만큼, 그동안의 성과에 대한 전반적 점검 및 평가와 함께 합리적이고 투명한 협의 과정을 통해 다가올 5년의 새로운 지향점과 개선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세영 팀장은 “산업보건 검증위원회 시절부터 이어져 온 노·사·학(勞使學)의 끈끈한 신뢰가 선진화 활동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가원 TL.
구성원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선진화 활동의 취지와 성과를 알리고 참여 기회를 늘리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김가원 TL은 “협력사 구성원분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체임버 PM 국소배기장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구성원의 목소리가 선진화 지속위의 활동에 담길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보건 선진화 지속위원회는 건강을 통해 SK하이닉스 구성원, 나아가 가족과 지역사회의 행복을 향해가는 큰 배를 이끄는 선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이기에 어려운 점도 많지만, 산업보건 혁신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는 안전하고 행복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