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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7일 출범식을 가진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하이개라지(HiGarage)’. 하이개라지 사내벤처오피스에서는 최종 선정된 6건의 아이디어가 본격적인 사업화에 뛰어들었는데요. 오늘은 스스로를 ‘장비쟁이’라 칭하는 RC-Tech 팀의 임태화 TL, 백성일 TL을 첫 주자로 하이개라지 1기 아이디어의 핵심과 사회적 가치 창출의 방향성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후장비 업사이클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꿈꾸다

9920C93B5C89AFF939▲ (왼쪽부터) RC-Tech 팀 백성일 TL, 임태화 TL

 

“안녕하세요. 하이개라지 1기로 선정된 RC-Tech 팀의 임태화TL, 백성일TL입니다. 저희 아이디어는 수년간 현장에서 가장 가려웠던 문제이자, 반드시 해결하고 싶었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어요. 하이개라지를 통해 꿈꾸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으로 업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RC-Tech 팀이 주목한 것은 반도체 제작 공정인 디퓨전(Diffusion)-폴리(Poly) 공정에 사용하는 필수 장비인데요. 현장에서는 20년 이상 사용해 기능 개선이 필요하지만 장비 업체에서는 이미 단종된 모델이라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장비를 모두 폐기하고 새 장비를 구입하자니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었죠.

 

RC-Tech팀 임태화 TL 인터뷰 장면

 

“저희 팀이 하이개라지에 제안한 아이디어는 기존 장비에 케미컬을 이용한 세척이 필요 없는 ‘Dry Clean’ 기능을 장착하는 겁니다. 집안의 가구를 필요에 맞게 리폼하거나, 컴퓨터에 부품을 교체해 기능을 추가하는 것처럼요. 세척을 위해 장비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혹시라도 환경이나 사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 사용을 제로화함으로써 환경적 측면에서도 높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요.” _ 임태화 TL

 

팀명이기도 한 RC는 ‘재창조(Re-Create)’와 ‘재활용(Re-Cycle)’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단종된 외산 장비에 새 숨을 불어넣는 일인 셈인데요. 올해 9월~10월까지 샘플 제작을 완료해 현장에 설치하는 것이 RC-Tech팀의 1차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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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장비를 역설계한다고 보시면 돼요.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장비 대부분을 외산 장비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하이개라지를 통해 자체 장비 기술과 역량을 확보해서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하고 싶다는 가슴 벅찬 꿈도 있어요.” _ 백성일 TL

 

사내벤처, 조직의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현장에서의 고민을 하이개라지 아이디어로 제안해 채택되기까지 그 과정이 무척 궁금했는데요. 임태화TL과 백성일TL은 2014년 서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팀은 달랐지만 장비제조업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기에 평소에도 자연스레 심도 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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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개라지 공고가 뜨기 전부터 장비 개선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어요. 저희 모두 장비업체에 근무할 당시 장비 설계부터 개조, 현장 기술 지원까지 업무를 두루 익혔기 때문에 아이디어 실현 가능성도 높게 봤죠. 하이개라지 1기로 최종 선정돼 가장 기뻤던 것은 디바이스가 아닌 장비에 대해 주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점이에요. 20년 장비쟁이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_ 임태화 TL

 

RC-Tech 팀은 사내벤처 사업화를 위해 앞으로 총 2억 원의 경제적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기존 소속과 업무에서도 완전히 독립해 사업화에 전념할 수 있게 됐는데요. 임태화 TL과 백승일 TL이 꼽는 하이개라지의 가장 큰 혜택은 사업 준비기간 내 사업화에 실패하더라도 재입사를 보장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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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정년을 앞둔) 직장인이라면 가슴속에 사업화에 대한 꿈이나 아이디어 하나쯤은 지니고 있을 거예요. 다만 한 가정의 가장이다 보니 도전의식만 가지고 무작정 뛰어들기엔 위험 부담이 큰 게 사실이죠. 하이개라지는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 입장에서도 실험적인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이개라지로 인생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그 자체로 정말 행복해요.” _ 백성일 TL

 

행복한 도전을 시작한 RC-Tech 팀이지만, 하이개라지 1기이다 보니 겪는 어려움과 시행착오도 적지 않은데요. 사내벤처에 대한 오해에서부터 회계 업무나 인력 부족 등 창업에서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입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의 성공사례가 되어 하이개라지 2기, 3기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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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벤처를 단순히 ‘회사 나가는 거야?’라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웃음) 하이개라지는 회사와 직원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도라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나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회사에 필요한 부분을 보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적극적이고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_ 임태화 TL

 

임태화TL은 바둑을 예시로 사내벤처가 지닌 긍정적인 효과를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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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직접 두는 사람은 자기가 지금 잘 두고 있는지 아닌지 모를 수 있어요.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면서 훈수 두는 사람은 선수보다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보이거든요. 회사는 오른손 조직도 필요하지만 왼손 조직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내벤처는 후자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현재 우리가 잘 나아가고 있는지, 새로운 방향은 없는지 하이개라지를 통해 업무와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구글에서 탄생한 지메일(Gmail)도 기존 업무가 아닌, 창조적 업무를 위해 쓰는 ‘20% 법칙’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_ 임태화 TL

 

창업? 사내사업화? ‘기술 국산화’라는 더 큰 꿈을 향해

하이개라지 사내벤처오피스에서 사업화에 전념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임태화 TL과 백성일 TL의 일상은 무척 바빠졌습니다. 창업가로서 전천후 일을 담당하기 때문인데요. 하이개라지 전과 후, 가장 달라진 점을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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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는 기본적으로 주어진 업무 안에서 장비를 살피고 분석했는데 장비를 새롭게 설계하는 입장이 되니까 장비를 대하는 차원이 확 달라졌죠. 장비 기술에 대한 역량도 나날이 커지고 성장하는 느낌입니다. 보고서 업무가 많이 줄어든 점도 장점으로 꼽고 싶네요.” _ 백성일 TL

 

하이개라지는 앞으로 사내에서 2년 동안 사업화를 진행한 후 최종적으로 창업과 사내사업화 중에 선택하게 돼 있습니다. RC-Tech 팀의 최종 목표는 과연 어디를 향해 있을까요?

 

“일단 아이디어를 성공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예요. 성공만 한다면 창업이든, 사내사업화든 행복한 고민이 될 테니까요. 저희 기술이 성공한다면 국내를 넘어 해외 반도체 시장에도 좋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반도체 업계 선두주자로서, 하이개라지 1기로서 기술 국산화에 사명감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해요.” _ 임태화 TL

 

짧은 인터뷰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전후로 쉴 틈 없이 업무에 몰두하는 두 분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이개라지 이후 생각하고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하는 임태화 TL과 백성일 TL. 문제를 고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만큼, 이들의 열정 온도는 매우 뜨거워 보입니다. 하이개라지의 첫 주자로서, 그리고 SK하이닉스의 왼손 조직으로서 활약을 펼칠 두 분의 앞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