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매를 시작한 SK하이닉스의 초저전력 LPDDR5X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 D램에 ‘HKMG’* 공정을 도입한 LPDDR5X(Low Power Double Data Rate 5X) 개발을 완료하고 최근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가 정한 초저전압 범위인 1.01~1.12V에서 작동하면서 이전 세대 대비 소비전력을 25% 줄이는 데도 성공해 업계 최고의 전력사용 효율성을 확보했다.
모바일용 D램으로 불리는 LPDDR의 경우 규격명에 LP(Low Power)라는 표현이 사용된 만큼 낮은 전력 소비가 최대 관건이다. 모바일의 경우 전력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제품의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선 전력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빨라진 동작 속도만큼 낮아진 소비전력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에 SK하이닉스에서 개발에 성공한 LPDDR5X는 모바일용 D램 중에서는 최초로 HKMG 공정을 도입해 속도 향상은 물론 소비전력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LPDDR5X를 통해 D램의 소비전력이 더욱 낮아지면서 해당 제품이 적용된 모바일 디바이스는 한번 충전으로 더욱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제품의 소비전력 감소는 결국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전력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SK하이닉스가 추구하고 있는 ESG 중심 경영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이번 LPDDR5X는 이전 세대 대비 33% 빠른 8.5Gbps의 동작 속도를 자랑한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LPDDR에 HKMG 공정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하고 있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시도로 또다시 놀라운 개발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하이닉스의 구성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처럼 최고의 제품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걸까?
뉴스룸은 LPDDR5X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재혁 TL(Mobile & Auto기획), 남기봉 TL(Function Device), 조성권 PL(CP LPD5 PE), 김현승 TL(설계품질혁신), 이욱재 PL(MCP/MO Enablement)을 직접 만나 개발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이들의 도전 정신에 대해 들어봤다.
*HKMG(High-K Metal Gate): 유전율(K)이 높은 물질을 D램 트랜지스터 내부의 절연막에 사용해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Capacitance)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음
▲세계 최초, 최고를 만들어낸 SK하이닉스의 LPDDR 개발 히스토리, 더 빠른 동작 속도와 소비전력 감소를 이뤄냈다.
모바일용 D램으로 불리는 LPDDR(Low Power Double Data Rate)은 주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PC 등 무선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D램이다. 일반적인 D램과 비교해 크기도 작고 전력도 더 적게 필요하다는 특징 덕분에 무선 전자기기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사용시간을 늘려준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디바이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LPDDR 역시 빠르게 발전했다. 게다가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더욱 적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LPDD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LPDDR5 대비 33% 더욱 빨라진 LPDDR5X, 1초 동안 5GB 영상을 13개 처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LPDDR 개발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지난해 업계 최대 용량인 18GB LPDDR5를 양산했으며, 올해는 업계 최고 속도(4,266MHZ/8.5Gbps)의 LPDDR5X를 개발해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매번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며 반도체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SK하이닉스의 주역들을 모두 함께 만나보자.
▲LPDDR5X 개발 주역 5명이 당시를 회상하며 웃고 있다(좌측부터 남기봉 TL, 조성권 PL, 김현승 TL, 이재혁 TL, 이욱재 PL).
세계 최고속 자랑하는 LPDDR5X,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든다는 농담까지 있는 반도체 기술, 그만큼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선 기획에서부터 설계, 생산, 판매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LPDDR5X 개발의 기획 단계에서 상품기획을 담당한 이재혁 TL은 기획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재혁 TL이 웃으며 LPDDR5X를 기획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보통 새로운 제품의 상품기획은 수년 전부터 진행되는데요. LPDDR5X를 기획할 당시 8.5Gbps의 스펙을 맞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내부 여러 부서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고, 결국 업계 최고 속도 · 최저 전력을 자랑하는 LPDDR5X의 개발을 정해진 기간 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서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LPDDR5X를 개발하는 과정에는 당연히 고난의 시간도 많았다. 실제로 LPDDR5X의 제품 설계를 담당한 김현승 TL은 “기술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속도를 더 올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필요 전력을 더 줄일 수 있을까?’ 매일 고민과 회의의 연속이었죠”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LPDDR5X 개발 성공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현승 TL
김현승 TL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LPDDR5X 개발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번 LPDDR5X의 개발 과정은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이 됐는데요. 일반적으로 LPDDR과 같은 파생 제품의 경우 기존의 회로를 크게 수정하지는 않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좀 자유롭게 회로 수정도 해보고 새로운 기술들도 도입하면서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도전 정신이 개발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LPDDR5X의 개발과정을 살펴보면 단순히 더 빨라진 동작 속도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부담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현재 LPDDR이 주로 사용되는 곳은 스마트폰 시장인데,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일정 주기마다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이라는 점도 큰 부담이었다. 이는 시장의 시기에 맞춰서 LPDDR5X 개발을 성공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PE(Product Engineering)를 담당했던 조성권 PL 역시 큰 부담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스마트폰의 신제품 개발 시기에 맞춰 적절하게 시장에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기에 더욱 부담스러웠다고. “제한된 시간 내에 LPDDR5X를 개발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양산성과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제가 진행했던 어떤 제품보다 뛰어나 더 큰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조성권 PL은 많은 어려움 끝에 개발에 성공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개발 당시 느꼈던 부담감에 대해 설명하는 조성권 PL(우측에서 두 번째)
테스트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난관과 고민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반도체 생산의 수많은 공정 흐름을 설계하는 PI(Process Integration) 담당 남기봉 TL은 “이번에 LPDDR5X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여러 유관 부서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 함께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대안을 찾았죠. 함께한 동료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대응해 준 덕에 성공적인 개발이 가능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더욱 중요해지는 ESG, 환경보호를 위한 LPDDR5X
SK하이닉스의 LPDDR5X 개발 성공은 단순히 더 빨라진 D램을 개발했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제품은 JEDEC*이 정한 초저전압 범위인 1.01~1.12V에서 작동하며 기존 제품 대비 소비전력을 25%나 줄였다.
LPDDR5X의 개발 과정에서도 ESG 경영을 위한 노력이 숨어있었다. 이재혁 TL은 “단순히 모바일 디바이스의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ESG 측면도 함께 고려해 보다 획기적인 소비전력 감소를 기획했습니다. 덕분에 전 세대 대비 25% 이상의 소비전력 감소를 기대할 수 있게 됐죠”라고 말했다.
*JEDEC : 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 반도체 표준 규격을 정하는 기관.
▲LPDDR5X의 소비전력 감소에 대해 설명하는 이욱재 PL
이욱재 PL은 이와 관련해 “LPDDR5X가 적용된 스마트폰의 경우 이전 세대의 스마트폰과 비교해 사용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1회 충전으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되겠지만 그만큼 충전 빈도수도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를 덜 쓰게 되는 것이고 이는 결국 탄소 절감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ESG 경영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해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ESG 가치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재혁 TL은 “상품 개발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 ESG 요소를 적절히 적용해야 실제 개발 단계에서도 ESG 가치 실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조성권 PL도 “개발과정에서 제품을 테스트할 때도 예전보다 테스트 시간을 좀 더 줄이게 되고, 설계 단계에서도 최대한 저전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기획과 설계, 그리고 개발 모든 단계에서 전체적으로 ESG 가치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더 나은 SK하이닉스 위해 도전 정신 필요해”
더욱 향상된 속도를 자랑하지만 소비전력은 더욱 줄어든 LPDDR5X,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없었다면 개발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LPDD5X의 경우 20% 이상의 소비전력 감소를 이뤄냈는데, 고객사에서도 이와 관련해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어 뿌듯합니다.”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이욱재 PL은 실제로 SoC 업체 등 고객사들이 SK하이닉스의 새로운 LPDDR5X에 많은 칭찬을 보내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SK하이닉스의 긍정적인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기봉 TL(가운데)
특히 SK 하이닉스의 구성원들은 더욱 발전될 새로운 반도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더욱 빠르고 강력한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함께였다. “지금까지 SK하이닉스를 다녀보니까 알겠습니다. 새로운 개발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뭐가 이렇게 힘들지?’ 생각하는 일들이 많았는데요. 결국 몇 개의 허들을 넘으면 그 뒤로는 허들을 잘 넘을 수 있겠더라고요. LPDDR5X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냈으니 다음에는 더욱 좋은 성능의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기봉 TL은 추후 개발될 반도에 대해서도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현승 TL은 마지막으로 SK하이닉스 구성원들에게 도전 정신을 갖자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반도체 생태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구성원이라면 도전 정신을 갖고 높은 목표를 설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방면으로 많은 아이디어도 내보고, 꾸준히 다양한 도전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새로운 것들을 계속 시도한다면 정말로 외계인이 아니면 만들지 못할 것 같은 혁신적인 반도체들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