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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지 않으면 도태하는 세상입니다. 최근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얼마 전 세계 최초로 128단 1Tb TLC 4D 낸드플래시를 선보이며 그 저력을 입증했습니다. 업계 최고 적층, 최고 용량임에도 불구하고 투자비용은 줄이고 생산성은 높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장점이 집약된 반도체가 96단 이후 단 8개월 만에 탄생했다는 것! 지금 바로 128단 1Tb TLC 4D 낸드 개발의 주역들을 만나 궁금했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게요.

‘세계 최초’ 128단 1Tb TLC 4D 낸드의 탄생

2▲ (왼쪽부터) 심근수 PL, 천기창 PL, 정성훈 PL, 전유남 PL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천기창 PL 안녕하세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설계를 담당한 천기창 PL입니다.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단계를 거치는데, 그중 개발의 기초인 제품의 회로를 Design하는 일을 합니다.

심근수 PL 저는 제품 PJT에서 소자를 담당하는 심근수 PL입니다. 소자의 특성과 동작을 개발함으로써 성능과 신뢰성의 기본 토대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자들이 설계에서 원하는 표준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각 소자를 디자인하는 일을 맡고 있죠.

정성훈 PL 저는 공정 담당 정성훈 PL입니다. 공정 엔지니어로서 설계 그대로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전유남 TL 저는 PI(Process Integration) 담당 전유남 PL입니다.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부서가 있지만, 제품이 나오기까지 앞서 말씀드린 세 부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요, 저는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감독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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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계 최초로 128단 1Tb TLC 4D 낸드플래시 제품 개발에 성공하셨습니다. 개발자분들께서 직접 이번 제품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천기창 PL 이번에 개발한 128단 1Tb(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는 업계 최고 적층이자, TLC 낸드로는 최고 용량인 1Tb를 구현한 제품입니다. 기존 5세대 96단 4D 낸드와 비교했을 때 같은 면적에서 저장 용량은 30% 증가되었고 데이터 읽기 쓰기 속도는 16% 향상되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자체 개발한 4D 낸드 기술에 초균일 수직 식각 기술, 고신뢰성 다층 박막 셀 형성 기술, 초고속/저전력 회로 설계 등 혁신 기술이 적용된 제품인데요. 96단 4D 낸드에 비해 생산성은 40%, 투자 효율은 60%나 향상되었습니다.

업계 최고 적층, 최고 용량을 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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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해 말 96단 4D 낸드 이후, 단 8개월 만의 일입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내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전유남 TL 보통 업계에선 하나의 기술을 개발할 때 소요되는 기간을 2년 이상으로 예상합니다. 이번에 개발 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세대의 ‘4D 낸드’라는 플랫폼을 유지하고, 층수 증가에 따른 핵심 공정 및 설계 기술 확보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개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고, 그만큼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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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존의 96단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128단으로 적층을 심화했다는 것이 이번 제품의 핵심인 듯합니다. 층을 높이 쌓으려면 어떠한 기술이 필요한가요?

정성훈 PL 반도체에서 층을 쌓는다는 것은,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과 비슷합니다. 높이 지으려면 조금의 오차도 나지 않게 잘 정렬해서 지어야 하죠. 하지만 반도체는 쌓기도 하지만 파내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아파트를 지을 때, 아래층은 24평인데 위층은 36평이면 공평하지 않아 입주자들의 불만이 쌓이겠죠. 반도체 셀(Cell) 역시 자기가 느끼는 면적이 다르면 성능도 달라집니다. 이를 똑같이 만들기 위해서는 균일하게 식각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심근수 PL 또한, 아파트를 지을 때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 방음처리도 중요한데요. 반도체에서도 역시 셀 두께가 얇아지면 셀 저항 및 셀 간 간섭현상이 생깁니다. 따라서 층마다 박막을 균일하게 증착하는 기술도 적용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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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용량 또한 크게 늘었습니다. TLC 낸드로는 업계 최고 용량인 1Tb라고 하는데, 이러한 초고용량 낸드를 구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전유남 PL NAND는 용량이 증가하더라도 Market에 표준화된 패키지(Package) 규격안에 fit-in을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512Gb에서 1Tb으로 용량을 키웠지만 96층에서 128층으로 층수를 증가시키고 더불어 4D 낸드를 활용한 것이 가장 큰 비결입니다. 기존에는 주변 회로를 셀 옆에 배치했다면, 4D 낸드에서는 그 회로를 셀 밑으로 넣는 PUC(Peri Under Cell)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아파트 옥외주차장을 지하주차장으로 구조 변경해서 공간효율을 극대화시킨 것이죠. 즉, 면적은 줄이면 그만큼 만들 수 있는 Cell의 개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초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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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서선 96단을 적층해 QLC 방식으로 1Tb를 구현했는데요, 이번엔 TLC 방식으로 1Tb를 구현했습니다. 두 제품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심근수 PL 셀 하나당 TLC는 3비트를, QLC는 4비트를 구현합니다. 96단 QLC는 동일한 사이즈에 1Tb를 구현하기 위해 한 셀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고, 128단 TLC는 동일한 아래 면적을 활용하되 층수를 더 높이는 방법을 적용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능과 신뢰성은 이전 세대 제품보다 더 좋아요. 그런 측면에서 같은 1Tb라도 부가가치가 훨씬 높죠.

정성훈 PL 예를 들어 설명하면 집을 만들 때 똑같은 단위면적에 수용할 수 있는 사람 수가 다른 거죠. 원래는 4명이 살던 공간에 이젠 3명이 살게 된 거에요.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이 3명에서 4명으로 늘면 1명당 주거비용이 줄어들지만 더 불편해지듯이, 반도체에서는 한 셀에 넣은 비트 수가 많아질수록 데이터 저장량이 늘어 가격경쟁력은 좋아지지만, 속도가 느려지고 수명이 짧아집니다. 이 제품은 셀당 데이터 저장량을 늘린 게 아니라 전체 셀 수를 늘려, 기존과 같은 용량을 구현하면서도 기존 제품보다 빠른 속도와 긴 수명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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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술이 고도화되고 개발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공정수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번 제품에서는 오히려 공정수도 줄이고 투자효율도 높였다고요.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심근수 PL 개발 초기부터 개발 효율을 고려하여 Process Integration을 단순화 하는 실험을 추진한 결과 기존 Tech. 대비 공정수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정 최적화를 통해 96단 대비 셀을 32단 추가 적층 하면서도 전체 공정수를 5%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정성훈 PL 통상적으로 개발 난이도가 높아지면 공정수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동일 플랫폼을 활용하는 만큼 이전 Device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공정을 늘리지 않도록 목표를 설정하였고, 여러 팀에서 함께 고민하고 검토한 결과 공정수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난이도가 높은 공정의 장비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투자비용을 60%로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혁신을 계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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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정성훈 PL 고성능 낸드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도전해왔던 것들과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합쳐져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정해진 것 같습니다. 단위 면적당 칩 사이즈는 작게, 용량은 크게. 이것이 메모리 업계의 방향성이자 지상과제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고요. 4D 낸드에 대한 아이디어는 96단에서, 그리고 저희는 4D 낸드라는 훌륭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더 높게 쌓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고요.

전유남 PL 방향성은 모두 같지만, 이걸 어떻게 구현할까가 관건인데요. 이번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한 순간에 간단하게 튀어나온 게 아니라 거의 5년가량을 꾸준히 준비해왔습니다. 수많은 시도가 이뤄지며 부서별로 조각조각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반도체 개발은 종합예술과 같습니다. 얼마나 먼저 준비하고 실행하느냐, 그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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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발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전유남 PL 초기부터 1년이상 개발해온 Cell 크기가 있었는데 층수가 올라가면서 공정 구현이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있어 과감하게 변경했습니다. 변경 과정에서 이에 맞춰 다시 실험하고 최적화하는 데 고민이 많았죠.

정성훈 PL 시행 착오는 문제점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얼마나 빨리 개선 조건을 적용하냐가 중요하며, 엔지니어는 시행착오를 만났을 때 오뚝이처럼 빨리 일어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 이런 엔지니어의 능력은 협업이 잘 이루어 질 때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이며 이번 프로젝트는 이러한 환경이 아주 잘 이루어져 있어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천기창 PL 최종 설계 점검 시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전 제품 대비 신기술이 적용되다 보니 점검해야 할 사항이 증가되었죠. 그런데 생각지도 못 한 영역에서 신호 간섭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걸 보고 절망한 일이 있습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설계 전원이 매달렸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이 있듯이 후속 공정이 지나가기 전에 아이디어를 찾아서 해결했습니다. 해결책을 찾았을 때의 그 기쁨은 평생 잊을 수 없고 지금도 가끔 술 한잔할 때 그 순간을 떠올리면 즐거운 술안주가 되곤 합니다.

전유남 PL 저희 TF는 팀워크가 매우 좋았습니다. 함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동료들이기도 하고요. 옆에 있는 심근수 PL과는 입사 때부터 멘토-멘티로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20년을 함께 일했습니다. 정성훈 PL과도 6년 정도 일했고요. 또 이전 Tech 개발에 참여하셨던 분들이 많아 여러모로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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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업무 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심근수 PL 특성이나 현상에 대해 가능한 수치화하여 정량적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수치화를 하니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보는 사람이 공감하기도 쉬워졌죠. 또, 보고서 형식도 많이 변화했습니다. 예전에는 분량이 너무 길어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TF장님의 제안으로 최대한 단순하고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포맷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따로 설명이 없어도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가 되었죠.

정성훈 PL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기존과는 달리 조직을 소규모로 많이 만들었어요. 총 24개 조직이 참여했고, 한 조직당 10명 내외의 구성원으로 구성되었죠. 그리고 조직마다 전문적이고 구체화된 PL들을 배치했어요. PL들이 바로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기다 보니 협업을 할 때도 수월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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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28단 4D 낸드는 어떤 제품에 탑재되며, 어느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까요?

천기창 PL 현재 스마트폰 업계 최대 용량인 1TByte(테라바이트) 제품을 512Gb 낸드로 구현할 때보다 낸드 개수가 반으로 줄어들어 소비전력은 낮아지고, 칩의 두께는 얇아진 모바일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저희 제품 16개를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하면 자체 컨트롤러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여 업계 최고인 2TB의 초고용량 5G 스마트폰도 구현이 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데이터 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용량 낸드가 요구되며 서버시장도 커지겠죠. 이전 세대 대비 20% 향상된 전력 효율을 기반으로 AI와 빅데이터 환경에 최적화된 첨단 클라우드 데이터센터향 16TB, 32TB SSD 제품을 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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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메모리 시장의 다운턴(하강국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 속에서 이번 제품이 반도체 업계 및 시장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정성훈 PL 다운턴은 곧 치킨게임입니다. 다운턴에서 가격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힘들어요. 과거에도 치킨게임이 있었으며, 그때 살아남은 메모리 회사 중 하나가 SK하이닉스이고요. 이번 디바이스가 세계 최초라는 데 의미를 두자면, 이제 가격경쟁력이 생긴 것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누가 먼저 기술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Q. 128단 4D 낸드를 통해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말씀 같은데요. 그만큼 이번 기술 개발 성공이 SK하이닉스에서 갖는 의미도 클 것 같습니다.

전유남 PL 세계 최초의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시장의 우위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정성훈 PL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인생 디바이스를 만들어보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SK하이닉스에게도 낸드 시장에서 역전의 기회를 준 ‘인생 디바이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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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천기창 PL 다양한 응용처 및 고객별로 신뢰성, 성능 최적화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며, 파생 제품 개발 기간도 단축하여 조기에 제품 line-up을 구축하는 게 두 번째 목표입니다.

심근수 PL 고품질 및 고신뢰성 제품을 위한 개선 실험을 추진하고,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서 성공적으로 양산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정성훈 PL 저도 공정 측면에서 높은 수율과 좋은 품질이 확보 될 수 있도록 단위 공정 산포를 개선하고, 가용장비를 늘려 안정적으로 물량이 확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하겠습니다.

전유남 PL 축구에서 전반전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후반전을 준비할 시간입니다. 후반전에서는 사업화를 하기 위해 많은 제품이 똑같은 특성을 낼 수 있도록 수율을 향상시켜 물량 확보에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우리는 36단, 48단, 72단, 96단 그리고 오늘의 128단에 이르기까지 거듭되는 기술혁신을 지켜보고, 또 느껴왔습니다. 오늘 만나본 주인공들이 위기를 기회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동안 쉬지 않고 묵묵히 달려온 결과일 것입니다. 이렇게 한층 한층 집념으로 쌓아 올린 개발자의 ‘인생 디바이스’는 SK하이닉스가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꿀 수 있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