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7명과 함께 반도체 기본 모듈과 반도체 적용 사례, 메모리, 인터페이스 회로 등을 주제로 총 7편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5편에서는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한상윤 교수로부터 빛을 이용한 반도체,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의 원리와 응용 분야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DGIST : 반도체 융합기술, 뇌공학, 마이크로레이저 등 다양한 첨단 과학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전문적인 연구개발(R&D)과 함께 캠퍼스 내 반도체 제조 시설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실리콘 칩 주위에 전자가 흐른다는 특징이 있는데, 최근 반도체 칩에서 이 전자와 함께 빛을 이용한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라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포토닉스(Photonics)*를 응용한 것으로 반도체 칩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자와 빛으로 구현한 광자(Photon)를 이용한다. 연산에 강점을 가진 전자와 통신에 강점을 가지는 빛이 하나의 칩에 통합되어 반도체의 데이터 처리 능력이 더욱 향상할 수 있다. 이렇게 실리콘 포토닉스는 기존 반도체로 실현할 수 없었던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
* 포토닉스 : 정보의 전송에서 광자(Photon)를 이용한 광학 연구의 한 분야
▲ 그림 1.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의 개념도 (출처: PhotonHub)
데이터센터에서 실리콘 포토닉스의 역할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이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라는 사실은 아직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데이터센터에 있는 수만 대의 서버는 고대역폭의 통신을 위해 전선이 아닌 광섬유들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서버에서 생성된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해 주거나, 광섬유를 통해 들어온 빛 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줘야 한다. 이 변환을 용이하게 해주는 것이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로 개발된 광 트랜시버(Optical Transceiver)라는 소자다.
▲ 그림 2. 실리콘 포토닉스에 적용한 광 트랜시버의 프로토타입 (출처: IMEC)
실리콘 포토닉스는 단일 칩에서 빛과 전기 신호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광 트랜시버를 구성하기에 이상적인 기술이다. 광 트랜시버는 빛의 감쇠*가 적고 병렬처리 기능이 있어 최대 400 Gbps(초당 기가 비트) 속도로 서버 간의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전기선의 통신 속도가 겨우 한 자릿수 Gbps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빠르고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광 트랜시버가 필수다. 실제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만 약 백만 개의 광 트랜시버를 사용하고 있다.
* 감쇠 : 광원(Optical Field)과의 거리에 따라 신호의 강도가 감소하는 비율을 말함
광 연결(Optical Link)에 적용되는 실리콘 포토닉스
실리콘 포토닉스는 데이터센터 외에 고대역폭 데이터 전송을 필요로 하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불과 몇 센티미터(㎝) 거리의 칩을 연결하는 데도 구리선 대신 광 도파관*을 사용하는 추세다. 여기도 실리콘 포토닉스가 핵심적인 기술로 사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GPU 간 연결과 멀티코어 CPU의 코어 간 연결을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의 광 링크*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광 도파관(Optical Waveguide) : 금속으로 된 관으로 광파를 전달하는 통로 기능을 함. 구리(Cu)선이 아닌 광섬유로 소자를 연결하는 ‘광 연결(Optical Link)’과 함께 실리콘 포토닉스에 적용되는 기술
* 광 링크(Optical link) : 두 개의 종단 단자를 광섬유로 서로 연결하거나 다른 광 채널과 직렬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한 채널을 의미함
특히 광 링크는 CPU와 메모리 칩의 연결장치로도 고려되고 있다. 이러한 응용분야의 대표적인 예로,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아야르 랩스(Ayar Labs)는 엔비디아(NVIDIA)와 협업해 <그림 3>과 같이 대규모 GPU 시스템에 광 링크를 내장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관련 자료 링크]
▲ 그림 3. 광 섬유(Optical Fibers)로 칩 간 연결 기술을 적용한 예시 (출처: 아야르 랩스(Ayar Labs))
실리콘 포토닉스 반도체의 작동 원리
그렇다면 실리콘 포토닉스 반도체는 어떻게 동작하는 걸까? 기존 반도체에 흔히 사용되는 전자회로와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자회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대부분이 트랜지스터와 그들을 상호 연결하는 구리선으로 구성된다. 전자회로의 트랜지스터와 전선의 역할은 실리콘 포토닉스 반도체에서 각각 광 변조기(Optical Modulator)*와 광 도파관(Optical Waveguide)이 담당한다. 또 전자회로는 작동하기 위해 전원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실리콘 포토닉스 반도체는 전원 대신 광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실리콘 포토닉스 반도체는 광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하기 위해 광 검출기(Photo Detector)*라는 소자를 사용한다.
* 광 변조기(Optical Modulator) : 전기적 신호를 광 신호인 광 파장, 진폭, 위상 등으로 변화시키는 장치로 광 도파관을 통해 정보를 이동시키기 위한 변환 장치
* 광 검출기(Photodetector) : 광 변조기의 반대되는 의미로, 광 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
▲ 그림 4. 광 변조기 공정의 개념도
전선이 전자를 운반하듯이 광 도파관은 광자 또는 빛을 운반한다. 광 도파관은 빛을 손실 없이 전달하는 채널 역할을 한다. 광 변조기는 광 신호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그림 4>와 같이 실리콘 포토닉스 반도체에 미세 공정으로 제작된 직경 1 마이크로미터(μm) 미만의 초박형 관인 이 광 도파관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어 광 도파관의 투과율을 조정하면서 빛의 강도를 조절한다.
The Manufacturing Process of Silicon Photonics Chips
▲ 그림 5. 12인치 웨이퍼 상에 제작된 실리콘 포토닉스 칩 (출처: 네이처(Nature))
실리콘 포토닉스 반도체의 제조공정은 기존의 전자회로 반도체를 만드는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공정과 매우 유사하다. [관련 기사] 마침 두 공정 모두 기본 재료로 실리콘을 사용하고 있어, 실리콘 포토닉스 반도체도 효율성을 위해 CMOS 공정으로 생산되고 있다. 실리콘 포토닉스 반도체만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의 공정을 이용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내려진 결론이다.
또한 실리콘 포토닉스 소자 크기는 <그림 5>와 같이 마이크로미터 단위라 나노미터* 공정에서 쉽게 제조할 수 있어 기존의 반도체 라인에서 생산이 용이하다. 그 결과 실리콘 포토닉스의 역사가 비교적 짧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주요 파운드리들이 12인치 웨이퍼 위에 실리콘 포토닉스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운드리들이 실리콘 포토닉스 사업에 진출하고 있어, 앞으로 실리콘 포토닉스 시장은 더욱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 나노미터(nm) : 1,000나노미터가 1마이크로미터(1,000nm = 1μm)다. 고로 나노미터 급에서 마이크로미터는 매우 크기 때문에 제조하기 용이함
실리콘 포토닉스의 현재 응용분야 : 자율주행 센서
데이터 전송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 실리콘 포토닉스는 최근에는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라이다(LiDAR)*와 같은 자율주행 센서의 성능 향상과 소형화를 위해서 실리콘 포토닉스가 이용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라이다 시스템은 모터, 렌즈 등의 구성품이 수작업으로 조립되기 때문에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이용하면 낮은 비용으로 고성능에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난 라이다 시스템을 제조할 수 있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덕에 실리콘 포토닉스는 자동차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추가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 레이저를 사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 혹은 이를 이용한 센서
실리콘 포토닉스의 미래 응용분야
또한 실리콘 포토닉스는 기존 패러다임을 초월한 새로운 컴퓨팅 기술 개발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차세대 컴퓨팅 기술을 몇 가지 꼽아보면, 빛의 병렬처리 능력을 활용해 하나의 물리적 장치로 다수의 추론이 가능한 AI 프로세서나, 고전 물리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양자 컴퓨팅과 도청, 감청이 불가능한 양자 암호 통신 등이 있다.
초거대 AI 모델 등 첨단 기술의 등장에 따라 하드웨어의 컴퓨팅 성능과 데이터 처리 능력에 요구되는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강력한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전자 반도체의 기존 패러다임도 진화해야 하며,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로 이러한 진화를 이룰 수 있다.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은 반도체와 빛을 결합해 기존의 물리적인 한계를 근본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기에 기존의 반도체에서는 불가능했던 응용분야를 실현할 수 있다. 앞으로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은 컴퓨팅 및 AI 응용분야 등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