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집니다. 때문에 현상 유지는 정체가 아닌 후퇴를 의미합니다. 얼마 전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그날에도, 그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자축해야 하는 에너지를 신제품 개발에 집중했고, 그 결과가 지난 11월 4일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바로 세계 최초의 ‘CFT 기반 96단 4D 낸드플래시’입니다. 기존 제작 방식을 과감히 탈피한 4D 낸드플래시는 전작보다 무려 약 30% 성능이 향상되었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이 놀라운 제품을 만들어낸 주요 개발자들을 만나 안과 밖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작게, 더 빠르게, 더 많게! 다시 한번 세계 최고가 되다
사실, 처음부터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지금보다 빠르고 고용량에 안정적인 제품’, 그것만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우리가 버튼 하나를 누르는 그 찰나의 시간도 단축하려는 분들이 바로 이분들입니다.
Q.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SK하이닉스 블로그 독자들께 인사와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영호 상무 안녕하세요. Parthenon TF의 공정 PJT 담당 전영호입니다. 공정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임찬 연구위원 안녕하세요. Parthenon TF의 PnR PJT 담당 임찬 입니다. PnR은 Performance & Reliability의 약자로 제품 성능과 신뢰성, 품질개발 등을 담당합니다.
최훈 책임 안녕하세요. Parthenon 설계 최훈입니다. 제품의 회로 Design을 담당합니다. 튼튼하고 경쟁력있는 설계는 제품 개발 과정들을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지만, 부실한 설계는 제품 개발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주죠. 따라서 설계는 개발의 기반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은석 수석 안녕하세요. Parthenon TF의 PI(Progress Integration) PJT 담당 최은석입니다. PI는 프로젝트 전체를 넓게 보고 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희 업무는 쉽게 집을 짓는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설계’가 집을 짓기 전 요구사항에 맞게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라면, ‘공정’은 설계도에 따라 집을 견고하게 건축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PnR’은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전기, 수도, 냉난방 등이 설계에 맞게 설치되었는지 검사하고 안전성과 내구성 등을 관리하는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PI’는 건축 설계도에 맞게 작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시공 현장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세계 최초로 CTF기반의 96단 4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누구보다도 제품에 애정이 크실 개발자분들이 직접 소개해주세요.
임찬 연구위원 세계 최초로 CTF와 PUC를 결합한 4D 낸드 구조의 96단 512Gb TLC 낸드플래시입니다.
전영호 상무 72단 512Gbit 3D 낸드 대비 사이즈를 30% 정도 줄였고, 읽기와 쓰기 속도를 각각 30%, 25% 향상시켰습니다. 512Gb 4D 낸드 칩 하나로 64GB의 고용량 저장장치 구현이 가능한 업계 최고 수준의 제품입니다.
Q. 최종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향상된 낸드플래시’란 어떤 것인가요?
최은석 수석 아무래도 기술적인 면만 홍보가 되다 보니 잘 와닿지 않으실 텐데요. 크게 속도, 용량, 신뢰성 측면에서 성능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성능 제품이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연사 촬영을 한다고 했을 때,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으며, 고화질의 사진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임찬 연구위원 신뢰성도 중요합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데이터가 잘 보존될 수 있는 신뢰성 역시 제품의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입니다.
전영호 상무 때문에 이번 제품은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Q. 세계 최초의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전영호 상무 반도체 시장은 급변합니다. 제품은 해가 지날 때마다 약 30% 정도 가격이 하락하죠. 신제품이 없다는 것은 결국 매출이익이 ‘0’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은 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임찬 연구위원 스마트 기기가 일상을 지배할수록 더 빠르고 신뢰성 높은 제품에 대한 니즈가 증가합니다. 소비자의 니즈보다 조금 더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죠.
최은석 수석 이처럼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 평균 1.5년마다 신제품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준비는 훨씬 이전부터 이뤄집니다. 이번 4D 낸드플래시 역시 아이디어를 낸 시기까지 따지면 이미 5~6년 전부터 개발이 진행되었죠. 제품이 개발되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합니다.
최훈 책임 하나의 제품을 기획하고 논의를 시작할 때에는 항상 개발 완료 시점을 생각하며 일을 진행합니다. 모든 구성원들은 약속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세계 최초’의 제품은 늘 시간에 쫓기는 모든 구성원들의 희생과 헌신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으로부터 시작된 변화, 4D 낸드플래시
4D 낸드플래시는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만 주목 받은 제품은 아닙니다. 구조적인 면으로도 낸드플래시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4D낸드플래시의 놀라운 기술, 그 자세한 이야기를 안 들어 볼 수 없겠죠?
Q. 이번 4D 낸드플래시는 CTF와 PUC를 결합한 고유의 기술로 개발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전 제품과 기술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나요?
최은석 수석 이전 제품인 3D 낸드플래시는 CTF기술을 이용하여 셀을 수직으로 적층하였습니다. CTF는 플로팅게이트 대신 부도체에 전하를 저장하여 셀 간의 간섭현상을 줄여 간격을 더욱 좁힐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CTF기반에 처음으로 PUC기술을 도입한 것이 4D낸드플래시입니다.
임찬 연구위원 아파트는 셀(Cell), 주차장은 페리(Peri)라고 할 때 PUC기술은 아파트 아래 지하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을 옥외에 따로 짓는 것 보다 지하에 짓는 것이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잖아요. 이러한 PUC기술을 활용해 크기와 비용 모두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최은석 수석 이외에도 칩 내부에 플레인(Plane)을 4개 배치해 데이터 대역폭을 32KB에서 64KB로 2배 늘렸습니다. 또, 다중 게이트 절연막 구조와 새로운 설계 기술을 도입하여 입출력(I/O) 당 전송 속도는 1200Mbps까지 높이고 동작 전압은 1.2V로 낮춰 전력 효율도 72단 대비 150% 개선했습니다. 비유하자면 지하 주차장과 출입로를 두 배로 확장하고, 고속도로에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전용 차로를 갖춘 것이죠.
최훈 책임 Plane interleave scheme의 개발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정 용량의 SSD제품을 512Gb으로 구현하면, 256Gb으로 구현할 때보다 절반의 낸드만으로도 가능합니다. 낸드의 수량이 줄어들어 발생할 수 있는 읽기 성능 저하 문제를 Plane interleave 기술로 극복하였습니다.
전영호 상무 반도체는 회사마다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단계에서 어떤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이게 경쟁력이고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 저희 4D 기술을 채택하려는 곳이 점차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5D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혁신적으로 진화했습니다.
Q. ‘5D를 상상하기 힘들다’라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그 정도 혁신적인 제품이라면 개발하면서 내부적으로도 큰 성장을 이뤘을 것 같아요.
최은석 수석 업계는 3D를 개발할 때부터 한계점을 인식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PUC만이 해답이라는 것도 알았죠.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데 약 5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그 기간 동안 확보한 기술들이 우리만의 자산이 되었죠.
전영호 상무 현재 3D 낸드플래시는 확장성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차세대 제품을 준비하는 다른 업체들도 저희 4D 기술을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반도체는 이공계열이지만, 소설가처럼 아이디어를 꾸준히 개진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술을 얻을 수 없어요.
임찬 연구위원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지만 4D 기술에 대한 수백개의 특허가 출원되었고 지금도 다수가 심사 중입니다. 특허의 보유 개수도 중요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제각각의 위치에서 아이디어를 낸 결과이기에 더 소중합니다.
최훈 책임 자사 3D 낸드플래시의 표준 Platform을 완성했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96단의 바톤을 이어받아 개발되고 있는 후속 3D 낸드플래시 제품들도 동일한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으며,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더욱 개량되고 발전되는 모습입니다. SK하이닉스 3D 낸드플래시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Q. 일반 소비자들은 언제쯤 이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전영호 상무 현재 대형 고객사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아직 초반이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고 있습니다.
최은석 수석 SK하이닉스는 B2B 기업이다 보니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를 만드는 기업이 고객입니다. 저희 제품으로 신제품을 개발한다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다음 세대의 스마트폰 등을 통해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견고한 걸작을 꿈꾸다, 파르테논 프로젝트
파르테논은 고대 아테네의 수호자로 여겨지던 아테나 여신에 봉헌된 신전입니다. 이번 4D 낸드플래시의 프로젝트명이 바로 이 ‘파르테논’인데요.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개발 프로젝트마다 포세이돈, 제우스, 헤라클레스 등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이름을 붙여 왔는데, 이번 4D 낸드플래시부터는 건축물로 프로젝트명을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Q. 프로젝트명이 ‘파르테논’입니다. 어떤 의미가 담긴 건가요?
최은석 수석 고대 유적인 파르테논은 구조적으로나 미학적인 면에서 현대까지도 건축의 표준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건축물입니다. 이처럼 3D 기술을 넘어 혁신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프로젝트명을 파르테논으로 명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능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CTF와 PUC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구조의 4D 낸드플래시 시대를 연 것이니 파르테논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겠죠.
Q. 파르테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외적 압박도 있었을 것이고, 물리적으로 어려운 요소도 있었을 텐데요. 이를 극복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전영호 상무 프로젝트를 하면서 큰 고비만 한 다섯 번쯤 왔던 것 같아요.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그럴 때마다 전사적인 도움과 혁신적 업무처리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최은석 수석 4D를 개발하면서 주변의 우려가 많았어요. 기존의 기술을 결합하는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가능하겠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저희도 가능성 하나로 목표까지 끌고 가는 것이기에 계속 도전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임찬 연구위원 저는 걱정이 많은 스타일입니다. 주변에서 ‘걱정인형’이라고 부를 정도니까요. (웃음) 그래서 항상 일을 시작하기 전에 변수를 염두해 대비를 합니다. 그렇기에 맞닥뜨렸던 문제들은 어느 정도 제 대비책 안에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제 업무가 신뢰성 보증 쪽인 만큼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해서 제 업무도 끝난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고비가 남아있겠지만 이미 대비책도 준비되어있답니다.
Q. 업무 방식의 변화라면 어떤 것들인가요?
전영호 상무 이번 프로젝트에는 갓 들어온 부터 30년 경력을 가진 분까지 다양한 분들이 함께 했는데요.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참여자들은 각 업무에 비추어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그렇기에 담당자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죠. 여기에서 새로운 해결책이 나오면 이를 모두 믿고 실행합니다.
최은석 수석 모든 유관부서에서 파르테논 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최우선으로 처리해주는 등 전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적재 적시에 집중도가 높아지니 결과 또한 좋았습니다.
임찬 연구위원 가장 큰 변화는 전사가 한 프로젝트를 위해 움직이는 새로운 ‘협업 플랫폼’이 구축된 것입니다. 파르테논 프로젝트 이후로 낸드플래시가 세대교체를 이룬 것처럼, SK하이닉스 내에서도 업무 플로우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가 내외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새 시대를 연 주역으로서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찬 연구위원 변화는 올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를 마주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고 주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제품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차이는 ‘조금 빠른’ 정도일 겁니다. 작은 변화 같지만, 이는 곧 다양한 기술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와 노력하는 것이 개발자들이고 SK하이닉스입니다.
최은석 수석 ‘맷집’과 ‘팀워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날라오는 펀치를 이겨내는 맷집과 역경을 함께 헤쳐갈 팀 구성원들이 없다면 결코 변화를 주도할 수 없습니다. 4D 낸드플래시 개발도 많은 걱정과 우려를 이겨내는 맷집을 구성원들과 함께 키웠기에 가능했습니다.
최훈 책임 반도체 산업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엔지니어 각자가 책임지는 영역이 상당히 독립적이죠. 하지만 일의 경중을 떠나 각자가 맡은 임무를 충실히 이행할 때 놀라운 하모니가 만들어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역사를 만들어 간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패기있게 도전하자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전영호 상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개발자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꾸는 사람인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과 관성이 중요하죠. 앞으로의 세상도, 우리 SK하이닉스의 방향성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차원 더 진화한 기술력을 선보인 SK하이닉스. 오늘 만나본 개발자분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는 상품 경쟁력을 위해 오늘도 쉼 없이 나아갑니다. 이분들은 자신합니다. 이제 SK하이닉스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SUPEX 업무 플랫폼까지 가지게 되었다고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생활을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더 가볍게’ 바꾸겠다는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