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과를 졸업한 선배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취업을 준비하며 한 번쯤은 떠올려 볼 법한 이 질문! 이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뉴스룸은 다양한 학과를 졸업해 SK하이닉스 곳곳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하이지니어들을 만나 후배들의 궁금증을 풀어보는 ‘전공별 취업 스토리’ 시리즈를 기획했다. 첫 회로 경영학을 전공한 입사 3년 차 선배들을 만나봤다.
경영학과는 문과 전공 중 매우 실용적인 학문으로 평가받는다. 마케팅, 인사, 전략, 생산관리, 재무관리 등 실제 기업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이론적·실무적 지식을 쌓을 수 있기 때문. 그리고 세상에 수많은 기업이 존재하기에 경영학도에게는 졸업 후 다양한 선택지가 펼쳐져 있다.
‘첨단기술 기업’ SK하이닉스에도 경영학과 출신의 구성원들이 곳곳에서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며 활약하고 있다. 반도체와 경영학은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약해 보이지만, 하나의 반도체 칩이 탄생하기까지 이들의 숨은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뉴스룸은 경영학과 출신 하이지니어, 전혜연 TL(경영전략팀), 금지훈 TL(SSD Enablement팀), 안성철 TL(국제세무팀), 정종화 TL(Server기획팀)을 만나 어떻게 입사하게 됐는지, 그리고 지금 SK하이닉스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어봤다.
“SK하이닉스의 청사진을 그리는 경영전략팀, 화려한 스펙보다 기업에 대한 분석이 중요”
처음 만나볼 경영학과 선배는 경영전략팀 전혜연 TL이다. 경영전략팀은 전사 관점에서 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중장기 경영목표를 세우고, SUPEX Company(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장기적 생존 조건을 확보하여 지속적으로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 구성원 행복을 창출해 나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팀이다. 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의체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것. 현재 전 TL은 SK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영진 회의 지원 및 보고 준비를 하며 시장조사기관 관리 업무도 함께 하고 있다.
경영전략팀에서는 늘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다른 관점의 시각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성 업무가 빠른 호흡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때로는 ‘맨땅에 헤딩’을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하는 전혜연 TL. 경영전략 업무에 필요한 역량에 대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해본 결과, 시간 관리와 방대한 자료에서 핵심 내용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경영전략 직무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17년 취업을 준비할 당시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최상위권을 달리는 선망 받는 기업이었던 만큼, 경영학도인 전 TL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또한, 다이내믹하고 다양한 업무를 하고 싶었던 만큼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응해야 하는 경영전략 업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입사 지원 당시 공모전이나 대외활동 같은 특별한 스펙(Spec)이 없었다는 전 TL은 학부 시절 들었던 강의가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스펙 쌓기에 골몰하기보다는 전략경영, 매니지먼트 등과 같은 학과 수업을 열심히 들어 전공지식을 탄탄히 쌓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을 전했다.
특히 경영전략 직무에 지원할 때는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과 사전 분석이 필수. 이에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속경영보고서’가 큰 도움이 됐다며 “방대한 분량이지만 정독하면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거의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각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산업분석 리포트를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해외 고객사와 가장 밀접하게 소통하는 SSD Enablement팀, 어학 실력은 다다익선!”
또 다른 경영학과 선배 금지훈 TL이 속한 팀은 SSD Enablement팀이다. 신제품 사업화 조직에 속한 팀으로 개발을 완료한 SSD(Solid State Drive)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 고객 인증 단계에서 고객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 제품의 콘셉트나 디자인 등에 대해 협의를 하기도 하며 고객의 요구사항을 유관부서에 전달하는 등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금 TL이 현재 맡고 있는 고객사는 해외 유수의 IT기업들로, Client SSD 제품에 대한 고객 인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 고객은 대부분 해외 기업이다. 때문에 고객과 컨퍼런스콜(Conference Call)을 진행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외국어 능력이 요구된다. 이에 그는 “반도체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는 어학이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며 “특히 영어와 중국어 실력을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쌓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채용 시 마케팅 직군 지원자에게 영어 면접은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점수가 낮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고도 말했다. 본인의 노력과 실전 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겠다는 패기를 어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 TL은 학창 시절부터 경영학 중에서도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다.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를 좇아야 하는 특성이 그의 성향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역시 급변화하는 기술의 흐름에 빠르게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는 산업. 그가 마케팅 분야에 지원한 이유다. 타 반도체 기업 미래전략 부서에서 1년간 근무한 경험을 가진 ‘중고신입’이었던 금TL은 “긴 시간은 아니지만 반도체 기업에서 경영 전략 업무를 수행하며, 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쌓았던 지식이 SK하이닉스에 합격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SSD Enablement팀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과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비전공자로서 이러한 부분을 충족하기 위해, 입사 전 SK하이닉스 공식 블로그(現 뉴스룸)와 유튜브 채널 등을 적극 활용했다고. 그는 “요즘에는 반도체와 관련된 자료나 정보가 풍부하기 때문에, 비전공자라고 해서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 다양한 정보를 흡수하고 체화해 자신감 있게 면접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숫자를 다루는 국제세무팀, 탄탄한 전공 지식과 꼼꼼한 업무 처리 능력 갖춰야”
국제세무팀에서 활약 중인 안성철 TL 역시 경영학과 출신 하이지니어. 그가 속한 국제세무팀은 SK하이닉스에서 발생하는 모든 국제 거래와 관련해 세법 및 조세정책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관리한다. 숫자를 다루는 업무인 만큼, 꼼꼼한 업무 처리와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세법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며 각종 법규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늘 숙지해야 한다.
재무 관련 직무는 대개 상경계열(경영, 경제, 회계, 세무 등) 전공자들이 선호하는 편.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공과목을 복습하고, 재경관리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세무에 대한 지식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그는 “면접에서 주로 재무 관련 이론적인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타 지원자들도 재무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오는 만큼, 많은 지식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전했다.
안성철 TL은 재학 중 패션 회사의 영업관리 부서와 주류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인턴 생활은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며 “비록 체험 수준이었지만,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조직에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책임지는지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안 TL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마케팅보다 세무나 회계처럼 정확한 기준에 따라 정답을 찾아가는 일이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고, 자연스럽게 재무 관련 직무에 발을 디디게 됐다.
국제세무팀은 어느 회사라도 유사한 업무를 한다. 그는 “반도체 관련 전문 지식을 갖추면 플러스 요인이 되지만, 전공 지식을 활용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반도체에 대해 잘 모른다고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입사 후 꾸준히 공부를 하면서 실력을 배양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금도 열심히 공부 중인 그는 “국세청 관련 업무를 하며 반도체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엔지니어 입사 동기들의 도움을 받으며 반도체 지식을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기획하는 Server기획팀, 시장을 보는 안목과 의사소통 역량이 중요”
마지막으로 만나볼 경영학과 선배는 Server기획팀 정종화 TL이다. 하나의 반도체 제품이 기획부터 개발, 양산 단계를 거쳐 고객의 손에 전달되기까지는 2년 정도가 걸린다. Server기획팀은 고객이 어느 시점에 어떤 스펙의 제품을 요구할지 예측하고 이에 부합하는 서버용 메모리 제품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정 TL은 개발, 마케팅, 품질 등 다양한 유관 부서와 협업하며 제품 이슈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유관 부서와 고객 사이에서 의견을 전달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상품기획팀에서는 특히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해외 고객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외국어 능력도 중요. 따라서 입사 후에도 2년에 한 번씩 어학성적을 갱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종화 TL은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고 제품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반도체가 활용되는 여러 분야(데이터센터,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등)에 대해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학과로 진로를 선택한 이후, 정 TL은 늘 취업을 염두에 두고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는 “취업을 하기에 부족한 부분과 채워야 할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며 “가장 기본적인 어학부터 인턴, 공모전 등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상품기획팀 업무에 요구되는 반도체 관련 지식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정 TL은 이에 대해 “면접 당시 SK하이닉스 반도체 제품에 대한 질문이 있지만, 비전공자에게 전문적인 수준까지 요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부족하더라도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HBM 제품에 대한 질문에, “HBM에 적용된 TSV 기술을 함께 설명하며 답변했더니 분위기가 긍정적이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더했다. 입사 후에도 그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인 SKHU(SK hynix University, 직무역량 통합교육 시스템)에서 사내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열심히 반도체를 공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