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8회 국가생산성대회에서 국가생산성대상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SK하이닉스 최우진 부사장
SK하이닉스 P&T(Package & Test)담당 최우진 부사장은 반도체 패키징 분야 기술 혁신을 통해 HBM 경쟁력 향상을 이루어낸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열린 ‘제48회 국가생산성대회’에서 진행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국가생산성대상은 탁월한 생산성 혁신을 달성한 기업 및 유공자에게 수여된다. 최 부사장은 ▲HBM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AI 메모리 시장 선도 지위 확보 ▲소부장 글로벌 공급망 불안 해소 ▲제조/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및 위기 극복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수훈의 영예를 안았다.
최 부사장은 “지난 다운턴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 수준의 HBM 제품을 위해 함께 헌신하고 노력해 온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많은 도전과 변화 속에서도 우리 모두가 멈추지 않고 혁신과 성장을 추구해 온 덕분에, 제가 이런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스룸은 최 부사장을 만나 그간의 공적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목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패키징 기술 혁신 통해 HBM 성공 견인
최 부사장이 이끄는 P&T 조직은 반도체 생산공정 중 후(後)공정에 해당하는 패키징(Packaging)과 테스트(Test)를 담당한다. 이는 팹(Fab)에서 전(前)공정을 마친 웨이퍼를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 형태로 패키징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에 적합한 품질인지 테스트하여 신뢰성까지 확보하는 역할이다.
특히, TSV*, MR-MUF* 등 압도적인 패키징 기술력은 SK하이닉스 HBM 경쟁력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부사장은 HBM 패키징 기술 개발 및 양산을 책임지며, 회사가 HBM 1등 위상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 TSV(Through Silicon Via, 수직관통전극): D램에 미세 구멍을 뚫어 칩들을 수직관통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
*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 매스 리플로우(MR)는 적층된 칩 사이의 범프를 녹여 칩끼리 연결하는 기술. 몰디드 언더필(MUF)은 적층된 칩 사이에 보호재를 채워 내구성과 열 방출 효과를 높이는 기술
▲ SK하이닉스 최우진 부사장이 수상한 국가생산성대상 동탑산업훈장
최 부사장은 지난 2019년 HBM 3세대 제품인 HBM2E 패키지에 최초로 MR-MUF 기술을 도입해 열과 압력으로 인한 품질 문제를 개선했으며, 수율을 개선하고 생산량을 끌어올림으로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또, 그는 MR-MUF 기술을 고도화한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개발하여 4세대 HBM3 12단과 5세대 HBM3E 개발 및 양산까지 성공으로 이끌었다.
*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기존 칩 두께 대비 40% 얇은 칩을 휘어짐 없이 적층할 수 있는 칩 제어 기술(Warpage Control)이 적용되었으며, 신규 보호재를 통해 방열 특성까지 향상된 차세대 MR-MUF 기술
이러한 성공 스토리의 바탕에는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그의 노력이 있었다. 최 부사장은 역대 HBM 개발 및 양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타임 투 마켓(TTM, Time to Market)’을 꼽으며,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시대의 반도체 산업은 급속히 변하고 있습니다. 시장 상황과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여 대응하는 것은 기본이며,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력을 꾸준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SK하이닉스가 HBM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준비 덕분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생산성 혁신
최 부사장의 생산성 혁신 성과는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 2022년 세계 경기 침체와 함께 반도체 시장이 다운턴에 접어들었고, 전사적으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최 부사장은 2023년부터 다운턴 TF(Task Force) 조직에 합류해,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군의 생산을 확대하고 원가 절감을 위해 운영 방식 전환을 추진, 공정 효율을 개선했다.
그는 또, 단기적인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는 더 멀리 내다봤다. 체계적인 목표 설정과 회의체 관리를 통해 성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했으며, 탑다운 방식을 지양하고 현장 전문가 구성원들과 함께 실무 중심의 논의와 실행을 이어갔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다운턴 이후 메모리 업계 최초로 흑자 전환(Turn Around)에 성공했다.
다운턴 극복은 시작일 뿐이었다. 지난해부터 AI 메모리 수요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기존 대비 배 이상의 추가 물량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 닥쳤다. 예정된 투자는 모두 완료된 상태로, 회사는 추가 투자 없이 난관을 극복해야만 했다.
이에 최 부사장은 기존에 없던 방법을 새롭게 고안해 냈다. 공정 간 생산을 연계해 조정, 추가 투자 없이 제품을 증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회사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승기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 부사장은 또, 미중 무역 갈등, 일본의 수출 규제 정책 등으로 대외 여건의 불안정성이 높았던 2019년에는 협력사와 함께 패키징 분야 업계 최고 수준의 국산 장비를 개발해냈다. 이와 함께 그는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도금액, 접합 소재 등의 국산화까지 이끌어내며, 소재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걱정하는 국내 기업들의 우려를 덜어주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최 부사장은 끝으로 구성원들에게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패키징 기술 고도화,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개발 등 R&D 역량과 품질 경쟁력, 생산 역량을 높이는 것까지 P&T 조직에 주어진 미션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P&T 구성원들이 보여준 능력을 봤을 때,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라 확신합니다.
생산성 향상과 기술 혁신 후에 발생하는 변곡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마지막까지 품질 향상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를 바랍니다. ‘기술’과 ‘품질’이라는 기본을 잊지 않고, 도전 정신을 발휘한다면 위기가 다시 닥쳐와도 우리는 그것을 또 다른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HBM을 통해 증명했던 저력, 그 이상을 발휘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