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가운데 기술이 있다. 지금의 AI 시대는 수많은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 속 상상력이 첨단 기술을 만나면서 열렸다. 뉴스룸은 AI 발전에 동력을 불어넣는 대중문화 속 아이디어를 살펴보고,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이 이를 어떻게 실현해 나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거죠?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같고, 만약 마법을 써서 원하는 곳으로 간다 해도 여전히 같은 기분일 거에요. 이건 아닌 같은 기분하지만 중요한 다른 곳만 너무 바라보면 지금 주어진 누릴 수가 없어요. 어쩔 없는 일로 고민하지 말고 지금을 즐기세요.”

실의에 빠진 이를 위로하면서도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는 이 사람은 누굴까. 바로 SF영화 패신저스(2016)’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사람과 흡사한 모습의 로봇)이다.

영화 ‘패신저스’ 우주선 ‘아발론호’ 내부 모습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HBM, 인공지능, AI, 뉴로모픽, 영화속AI, HBM3E▲ 영화패신저스우주선 아발론호내부 모습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패신저스는 새로운 행성으로 우주 이민을 떠나는 우주선 아발론호가 배경이다. 아발론호는 5,000여 명의 승객을 동면 상태로 태운 채 120년을 비행할 계획이었지만, 주인공 짐 프레스턴(배우 크리스 프랫, 이하 짐)’은 소행성 충돌 사고로 남들보다 일찍 동면에서 깨어나 혼자 남겨진다. ‘패신저스는 모두가 잠든 우주선 속에서 혼자 깨어난 그의 이야기다.

AI in Media_저는 늘 95만 솔직해요 우리 관계가 너무 불편해지면 안되니까 사람처럼 말하는 영화 속 AI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선_2024_02_기타▲ 영화 패신저스에서 안드로이드 아서(왼쪽)와 주인공 짐(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짐은 외롭고 낯선 우주선 속에서 조력자이자 친구 역할을 해주는 여러 AI의 도움을 받으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특히, 영화 속 안드로이드들은 짐이 느끼는 외롭고 불안한 감정을 이해하고 그의 고민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그 밖에도 청소나 요리, 짐의 건강관리 등을 완벽하게 대신해 주며 미래 AI가 수행할 역할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AI 로봇인 ‘타스(TARS)’와 ‘케이스(CASE)’ (출처: instagram @tarsofficial), HBM, 인공지능, AI, 뉴로모픽, 영화속AI, HBM3E▲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AI 로봇인 ‘타스(TARS)’와 ‘케이스(CASE)’ (출처: instagram @tarsofficial)

황폐해진 지구를 벗어나 새로운 터전을 찾으려는 인류의 노력을 그린 영화 인터스텔라(2014)’에도 AI 로봇이 등장한다.

그들은 우주선을 조종할 수 있고, 지구와의 교신 및 행성 탐사와 같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사람처럼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서 너무 솔직하면 불편해지는 법이라며 스스로를 95%만 솔직한 존재라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식이다. 이 밖에도 이들은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인간들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며, AI 시대에 로봇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또 다른 미래 모습을 가늠케 한다.

영화 속 AI, 현실에서는?

영화 패신저스인터스텔라에 등장한 AI들은 저마다의 능력으로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이러한 AI 기술은 현실에서 얼마나 구현되었을까?

먼저, 영화 속 대화형 AI’ 기술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자연어처리(NLP)* 기술과 생성(Generative)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는 지난 2022년 챗GPT의 등장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 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의 자연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기술. 여기에는 자연어 분석, 이해, 생성 등의 기술이 사용된다.

과거 대화형 AI는 온라인 상담 챗봇이나 모바일 음성 비서로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들에게 심리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고도의 학습 및 추론 능력을 바탕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글, 그림, 음악, 영상 등의 창작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에서처럼 사람과 교감하고 다재다능하기까지 한 AI의 등장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영화 패신저스속 안드로이드 또한 상당히 주목받는 분야다. 현재 이 기술은 로봇이 사람과 유사하게 움직이거나 물건을 자유자재로 운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최근에는 생성형·대화형 AI가 발전하면서 영화에서처럼 일상 대화까지 가능한 안드로이드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과 비슷한 모습으로 걷는 로봇 ‘테슬라 옵티머스’, HBM, 인공지능, AI, 뉴로모픽, 영화속AI, HBM3E▲ 사람과 비슷한 모습으로 걷는 로봇 ‘테슬라 옵티머스’

영화 인터스텔라‘AI 우주 로봇과 유사한 모델도 현재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나사(NASA)는 화성 탐사 로봇인 퍼서비어런스 로버(Perseverance Rover, 이하 퍼서비어런스)AI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 오토내브(AutoNav)를 적용 중이다.

▲ 화성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가 보내온 화성의 모습 (출처: 나사)

퍼서비어런스는 주변 지형지물을 분석해 3D 지도를 생성하고 스스로 이동 경로를 세워 화성을 탐사한다. 지난 2021년 첫 자율주행에 성공한 퍼서비어런스는 2022년에는 하루 최장 주행 기록을 세우는 등 화성 탐사에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이외에도 나사에서는 2025년까지 무려 250PB(페타바이트, 250PB는 약 25만TB(테라바이트))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양의 우주과학 데이터에 더 쉽고 빠르게 접근하기 위해 생성형 AI 기반의 검색엔진 ‘SDE(Science Discovery Engine)’를 개발하기도 했다.

미래 AI 구현의 핵심은 반도체, HBM에 특히 주목

AI라는 개념은 1950년대에 처음 등장했지만, 당시에는 AI 학습과 추론을 지원해 줄 소프트웨어나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 줄 반도체가 없었다.

이후 여러 차례의 기술 혁신이 이루어졌고, 지금은 AI 데이터 처리를 지원해 주는 고성능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처리장치)를 비롯해 HBM* 같은 초고속 메모리가 등장해 AI 발전을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 HBM(High Bandwidth Memory): 여러 개의 D램 칩을 TSV(Through Silicon Via, 수직관통전극)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를 거쳐 현재 5세대(HBM3E)까지 개발됨.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

GPU는 본래 그래픽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명령을 순차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인간의 뇌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특징 덕분에 AI 구현에 필수 요소로 쓰이고 있다. HBM의 경우 현존 최고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해 GPU를 지원하는 고성능 AI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속 AI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AI 기술 성장의 핵심인 반도체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혁신을 거듭하는 중이다. 앞으로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인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일반인공지능)를 구현하는 것도 이러한 반도체의 기술 고도화 여부에 달렸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수많은 기술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서서히 실현되고 있는 만큼, 영화 속 AI 역시 곧 우리 눈앞에 현실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