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를 통해 기후변화 정도를 알 수 있다고?’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다채로운 인공지능(AI) 분석과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장이 SK하이닉스에서 열렸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9월 열린 ‘생물다양성 데이터분석 및 아이디어제안 경연(AI Challenge for Biodiversity, 이하 생물다양성 경연)[관련기사]’의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멸종위기 생물종 보호를 위한 참가자들의 인사이트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유의미한 AI 분석 결과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팀에는 총 2,6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생물다양성 경연’은 현재 진행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생물다양성 프로젝트*를 널리 알리고, 멸종위기 생물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경연 참가자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 및 플랫폼 '애저(Azure)'를 지원한 마이크로소프트, 생태계 관찰 데이터*를 제공한 재단법인 숲과나눔 · 동아사이언스가 주최 및 후원사로 함께했다. 경연은 생태계 관찰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분석 결과를 도출하는 ‘데이터분석 리그’와 생물다양성 보전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아이디어제안 리그’로 나뉘어 진행됐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생물다양성 프로젝트 :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전후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음을 시민과학자와 함께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활동. MS 클라우드 애저(Azure) 기반 AI가 활용됨
* 생태계 관찰 데이터 : 동아사이언스에서 운영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지구사랑탐사대’를 통해 10년간 누적된 생태 사진 및 영상 20만 개와 약 2만 명(6,000여 팀)의 시민과학자 활동 기록 데이터
참가 팀은 생태계 관찰 데이터, 공공 데이터 등을 자유롭게 활용해 분석 결과 및 아이디어를 내놨다. SK하이닉스는 분석 모델의 참신성 및 구현 완결성,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기여도와 사회적 가치 등을 기준으로 수상작을 평가하고 SUPEX상(1위), INNOVATION상(2위), CHALLENGE상(3위)을 시상했다.
데이터분석 리그 수상작은 ▲서식지 특성에 따른 매미 종류와 개체수 분석 및 시각화(맹꽁이2 팀) ▲시민과학 데이터를 활용한 곤충 종의 연간 분포 패턴 및 감소율 예측(sticksINbundle 팀)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의 서식지 예측 및 비교 분석(숲숲하네요 팀) 등이다. 이 부문 SUPEX상(1위)은 맹꽁이2 팀이 수상했다. 다양한 활용 가치(생물종 보호 · 도시화 지표 활용) 및 실현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이디어제안 리그 수상작은 ▲3D 프린팅 인공구조물과 AI 딥러닝을 이용한 안성천의 생물다양성 증진 방안(sejong-in-ability 팀) ▲해양 미생물의 시기 · 지역별 분포 분석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오염 현황 파악 및 유용 미생물 발굴(BIO DIVE 팀) ▲지구 생태계 복원 시뮬레이션 게임 ‘화성 이주 대작전’(우리는아무렇지않다 팀) 등이다. 이 부문 SUPEX상(1위)은 sejong-in-ability 팀에게 돌아갔다. 첨단 기술 융합(3D 프린팅 · IoT 센서 · AI 등) 및 실현 가능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12일 캔미팅 자리를 마련하고, 이번 경연의 취지와 성과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조종혜 이사, 재단법인 숲과나눔 최준호 소장, 동아사이언스 고선아 본부장 등 주요 관계자 및 수상자 6팀이 모두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 SK하이닉스가 생물다양성 경연 캔미팅을 열고, 주요 관계자 및 수상팀과 선정된 아이디어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SK하이닉스 SV추진담당 박철범 부사장은 “생물다양성 증진, 환경보전을 위해 어떤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을지, 시민과학자들과 함께 고민해본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참가자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 및 플랫폼 애저(Azure)를 지원한 마이크로소프트, 생태계 관찰 데이터를 지원한 동아사이언스 및 재단법인 숲과나눔, 선의의 경쟁과 지식 공유를 위한 SK㈜ C&C의 디지털 경연 플랫폼 지원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합쳤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앞으로도 SK하이닉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맹꽁이2 팀, (왼쪽부터) 이민지, 유영서, 기지원, 박지원, 김윤진(개인사정으로 미촬영) 학생
데이터분석리그 SUPEX상 수상작은 ‘서식지 특성에 따른 매미 종류와 개체수 분석 및 시각화’다. ‘맹꽁이2 팀’은 ‘연도 · 월별 전체 매미 개체수 및 종별 개체수 변화’, ‘기온 및 습도에 따른 매미 종별 개체수’ 등 다양한 요인과 매미 종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시각화했다. 분석 결과 매미는 종에 따라 영향받는 기상 요인이 다르며, 개발된 지역일수록 종 다양성이 낮아지는 사실을 발견했다.
▲ 기지원 팀장(맹꽁이2 팀)이 생물다양성 경연 SUPEX상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기지원 팀장은 “이번 결과는 지역의 개발 정도가 매미의 종 다양성과 매우 관련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이는 도시화 지표로도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종별로 영향을 받는 기상 요인이 다르기에 특정 지역의 기후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등 다채로운 응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생태계 관찰 데이터의 다방면 활용성을 보여준 이 팀은 생물다양성 경연이 데이터분석 역량을 키우는 데도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통계학 전공 김윤진 팀원은 “여러 분석과 통계 방법을 고려해 보면서, 이론으로 배웠던 개념을 실험할 수 있었다”며 “데이터를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 sticksINbundle 팀, (왼쪽부터) 이대경, 정현용
데이터분석 리그 INNOVATION상 수상작은 ‘시민과학 데이터를 활용한 곤충 종의 연간 분포 패턴 및 감소율 예측’이다. 생물종 연구 경험이 있는 ‘sticksINbundle 팀’은 생물다양성 경연의 좋은 취지에 공감했고, 대회에 참가해 다른 팀들과 기술을 공유하는 등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데이터분석 기술을 향상하고자 경연에 참여했다.
이번 경연에서는 북미 토착 무당벌레 4종의 연간 감소율을 예측하는 머신러닝(ML) 모델을 개발했다. 분석 시 주로 쓰이는 환경변수(온도 · 고도 등)는 제외하고, 생물변수(주변 생물)만 활용하는 등 독자적인 아이디어도 접목했다. 환경변수를 활용할 경우 수십 년의 기간을 놓고 봐야 하는데, 생물변수를 통해 더 짧고 세밀한 기간 내 생물종 서식 여부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4종의 무당벌레 모두 매해 감소가 예상되며, 특히 3개 종은 ‘멸종위험군’으로 분류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 정현용 팀장(sticksINbundle 팀)이 데이터분석 연구 기반의 생물종 감소율 예측 성과의 의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정현용 팀장은 “북미 토착 무당벌레 4종은 멸종위기종 등급 DD*에 해당한다”며 “이번 데이터분석 연구로 이 생물종의 감소율을 예측함으로써, 보존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DD 등급 : 멸종위험을 평가할 데이터가 부족할 때 부여하는 등급
▲ 숲숲하네요 팀, (왼쪽부터) 나건주, 김경아, 채정연, 김선진(개인사정으로 미촬영) 학생
데이터분석리그 CHALLENGE상 수상작은 ‘숲숲하네요’ 팀의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의 서식지 예측 및 비교 분석’이다. 이 팀은 ‘생태적 지위와 종간 경쟁에 대한 연구’, ‘번식기 서식지 분석’ 등 수많은 사례와 선행연구를 조사하며 독립변수를 정밀하게 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의 출현지 데이터를 종속변수로 엮어 분석한 결과,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 서식지가 도시 및 공용거주시설과 가깝고 공업지대와 먼 곳에 분포할 것으로 예측됐다.
▲ 김경아 팀장(숲숲하네요 팀)이 이번 경연에 참여한 소감과 멸종위기종에 대한 인식 제고의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김경아 팀장은 “분석 모델을 활용하면,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피해 도시 및 산업시설을 개발할 수 있다”며 “이 연구가 멸종위기 생물종에 대한 시민 인식을 제고하고, 환경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상호작용하는 데 쓰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sejong-in-ability 팀, 방예지, 한미란(개인사정으로 미촬영) 학생
‘3D 프린팅 인공구조물과 AI 딥러닝을 이용한 안성천의 생물다양성 증진 방안’은 아이디어제안 리그의 SUPEX상 수상작이다. ‘sejong-in-ability 팀’의 아이디어로, 3D 프린팅 · IoT 센서 · AI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해 안성천 수질을 높이고, 종 다양성을 증진하려는 참신한 접근이 돋보인다.
핵심은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탄산칼슘 소재의 다공성(구멍이 많은) 인공구조물이다. 이 구조물에 붙은 부착 조류(암석, 자갈 등의 표면에 붙어 생활하는 조류)는 탄소 포집 및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낸다. 인공구조물은 유속을 조절해 수중 환경을 바꾸고 종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인공구조물 내 설치한 수중 센서로 정보(pH · 수온 · 용존산소량 · 유속 등)도 수집하는데, 이는 인공구조물 수를 조절하거나 AI 딥러닝을 통해 하천별 최적의 인공구조물을 도출하는 데 쓴다. 여기에는 SK의 수중통신망 기술을 활용한다.
▲ 방예지 팀장(sejong-in-ability 팀)이 생물다양성 프로젝트에 팀의 아이디어가 활용되길 바라며 기대감을 전하고 있다.
방예지 팀장은 “아이디어의 참신성 및 실제 구현 가능성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만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후 안성천 보전에 활용되길 바란다”며 “전문가 손길을 거쳐 더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 BIO DIVE 팀, 신성룡 학생
아이디어제안 리그 INNOVATION상 수상작은 ‘BIO DIVE 팀’의 ‘해양 미생물의 시기 · 지역별 분포 분석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오염 현황 파악 및 유용 미생물 발굴’이다. 이 팀은 현재까지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판단할 공식 지표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해양 환경 분석에는 ‘장내 미생물 분석’을 응용한다. 장내 미생물로 인간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듯 해양 미생물을 지역 · 시기별로 비교 분석하면, 해양별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지표로 활용하면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정도를 파악할 수 있고,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이 팀의 아이디어다.
▲ 신성룡 팀장(BIO DIVE 팀)이 이번 경연에서 제안한 미생물 분포 패턴으로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신성룡 팀장은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미생물 분포 패턴 차이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연구”라며 “여기서 새롭게 도출될 수 있는 연구도 무궁무진하기에, 이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우리는아무렇지않다 팀, (왼쪽부터) 윤현정, 고석영, 옥채연(개인사정으로 미촬영) 학생
아이디어제안 리그 CHALLENGE상 수상작은 ‘우리는아무렇지않다 팀’이 제안한 ‘지구 생태계 복원 시뮬레이션 게임, 화성 이주 대작전’이다.
‘화성 이주 대작전’은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자연 속 다양한 생물종을 촬영 · 제출하면, 동일 생물종이 게임 아이템으로 제공되며 이는 자신만의 화성을 꾸미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보상으로 얻은 포인트를 굿즈로 바꾸거나, 스토어에 접속해 친환경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게임에는 객체 분류 AI 모델이 적용되는데, 유저가 촬영한 생물종 사진을 인식하고, 게임 아이템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 고석영 팀장(우리는아무렇지않다 팀)이 제안한 게임으로 많은 사람이 생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석영 팀장은 “전 국민 누구나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태 지식을 습득하길 바라며 기획했다”며 “게임 내에 쌓인 생물 데이터는 여러 연구에 활용될 수 있어 게임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경연에서 나온 AI 해법과 아이디어를 추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자리할 안성천 인근 생태계를 보전하고 생물다양성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는 데 참고한다는 계획이다.
SV전략 조성봉 PL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와 그룹 관계사를 비롯해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할 것”이라며 “안성천 생물 데이터를 수집하고, 일반에 개방하는 등 프로젝트를 지속 확대해 회사가 추구하는 친환경 사회적 가치(SV)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