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NAND부터 세계 최고층 238단 4D NAND Flash 양산 준비까지... SK하이닉스 차세대 NAND 양산의 기록적인 순간에는 늘 제조부문 NAND SRT 이인노 부사장이 있었다.
이 부사장은 1997년 식각공정 엔지니어로 입사한 이래 25년간 현장을 누볐다. DRAM과 NAND 공정 개발 업무를 두루 경험했으며 이천, 청주, 중국 우시 사업장을 모두 거쳤다. 특히, 그는 자타공인 최고의 수율 관리 전문가다. 그는 3D NAND 양산 초기 불량률을 잡고 생산 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SK하이닉스의 NAND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으며 2020년 6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험과 관록의 이 부사장은 이제 전사 NAND Flash의 수율 관리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뉴스룸은 그를 만나 NAND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계획과 그동안 여러 위기를 극복해온 SK하이닉스만의 저력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반도체 생산에서 ‘수율’은 곧 기술력의 상징이다. 제품 중 양품(良品) 비율을 뜻하는 수율은 선행 기술 개발부터 제품 개발, 양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의 종착역이다. 때문에 제품의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아우르는 최종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정 난이도가 증가할수록 생산 확대(Ramp-up) 과정에서 안정적인 수율 확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이 부사장의 목표는 양산 이관 과정에서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질 때마다 겪는 고질적인 어려움을 개선해 빈틈없는 양산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양산은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되면서 실제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NAND Flash 제품 자체의 기술 경쟁력은 이미 갖췄다. 양산 과정에서 원가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면 SK하이닉스가 충분히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반도체 공정 과정을 ‘진주를 알알이 꿰는 과정’이라고 비유했다. 진주 하나하나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그것을 연결하는 과정도 제품 전체의 퀄리티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장의 여러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4D NAND Flash 제조 공정은 600개가 넘는다. 전 과정 모든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 공정에 참여하는 엔지니어들이 각자 맡은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수율을 높일 수 있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이다.”
25년간 쌓아온 풍부한 현장 경험은 그를 현재의 자리로 견인한 힘이다. 이 부사장은 가장 의미 있는 경험 중 하나로 ‘3D NAND Flash 첫 양산’을 꼽았다.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정말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졌다. 도전적인 일이기에 쉽지 않고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개발 및 양산 조직간 조율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갔다. 결국 양산은 성공적이었고, 생각보다 더 좋은 수율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이때의 도전은 더 높은 공정 난이도의 제품 생산까지 안정적으로 끌어낸 기반이 되었다. 특히, 이 부사장의 다양한 현장 경험과 탁월한 소통 능력은 어려운 미션 앞에 빛을 발했다. 그는 “어딜 가나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후,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직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각자 역할이 다를 뿐 모두 하나의 마음으로 협력할 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함께하는 구성원들과의 소통과 상호존중이 중요한 이유다”
이 부사장은 ‘소통’과 ‘존중’으로 대표되는 자신만의 업무 철학을 전했다. 이는 모든 것이 ‘협업’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산업에서 윤활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여러 공정이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달려야 하는 현장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크다. 결국 이 부사장의 성공을 이끈 힘도, 경험의 원천도 모두 ‘현장에서 함께하는 구성원’이었다.
이 부사장은 지난 경험 안에서 체득한 현재의 반도체 시장 다운턴 위기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반도체 사이클은 반복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곧 업턴 시점이 다시 온다는 거다. 준비하면서 조금 기다릴 줄 아는 것도 하나의 지혜다. 내실을 다져간다면, 업턴이 왔을 때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긴 세월 위기의 순간은 여러 번 있었고, 업황은 부침을 반복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돌파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더 강한 DNA를 발휘했다. 그때마다 리더들을 중심으로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목표를 제시했으며, 산하 조직과 구성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협업하여 그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이 부사장은 회사 생활은 산을 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평지를 갈 때도 있고,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갈 때도 있기에 어떤 고비든 마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페이스를 유지하며 묵묵히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다 보면, 결국 정상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의 반을 SK하이닉스와 함께했다. 내가 걸어온 길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주어진 자리에서 꾸준히 최선을 다한다면 끝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는 내 경험을 통해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부사장은 임원 선임에 대한 소감을 겸손하게 전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에게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 같은 리더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회사 생활은 긴 여정이기에, 더 멀리 있는 목적지를 바라봐야 한다. 구성원들이 조금 더 넒은 시각으로 준비하는 2023년을 보내길 바란다. 올 연말에는 서로 의지해 함께 더 멀리 나아간 우리를 칭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