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연구원 차세대 공정 고은정 부사장은 2023년 신임임원 인사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단순히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만으로 고 부사장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고 부사장은 2005년 입사 후 NAND Flash 개발과 양산 업무를 시작, DRAM 개발과 3D NAND Flash 개발 등 무게감 있는 프로젝트들을 두루 거쳤다. 이후, R&D 전략실에서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주요 제품군 개발 전략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4D NAND Flash의 차세대 공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반도체 공정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영역을 고루 경험한 고 부사장의 이력은 그 자체로 SK하이닉스의 ‘다양성(Diversity)’을 대표한다 할 수 있다.
뉴스룸은 차세대 리더 고은정 부사장을 만나 여러 공정 개발과 제품 경험을 어떠한 방식으로 융합(Convergence)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는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의 발전 방향에 관한 그의 철학을 들어보았다.
반도체 산업 전반을 두루 경험한 ‘제네럴리스트(Generalist) 리더’
전 세계 모든 산업군에서 ‘다양성’은 가장 핫한 키워드다. 무엇보다 테크 산업에서는 기술력을 넘어 비즈니스의 혁신까지 끌어낼 수 있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기본, 다른 분야까지 융합해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리더가 중요한 이유다.
고 부사장은 산업 전반을 고루 경험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라는 점을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로 꼽았다. 조직, 전공, 젠더, 업무 진행 방식 등 구성원들의 다양성뿐 아니라 제품군의 다양성을 하나로 모아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융합형 리더’로서 회사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했다.
“공정 미세화(Scale-down)를 하는 DRAM과 적층 구조(Stack-up)를 만들어야 하는 NAND Flash의 공정은 많이 다를 수 있지만, 결국은 한 회사의 시스템 안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제품 개발에 참여했던 경험 덕분에 프로젝트별로 상호 참고할 만한 부분들을 융합하는 확장된 사고를 할 수 있었다. 차세대 NAND Flash 공정 개발이 쉽진 않겠지만 이러한 경험과 사고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만들어 가겠다.”
아울러 고 부사장은 R&D 전략실에서의 경험이 거시적인 관점 확대에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NAND Flash와 DRAM 시장을 동시에 보고 큰 틀에서 연구 전략을 기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개발 업무가 중심이었을 때는 개발 자체에만 몰두하곤 했다. 하지만 R&D 전략실의 경험으로 시야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각 제품 적기 개발의 중요성과 함께 반도체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 나아가 10년·2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적 안목이 생겼다. 그리고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예측하고 여러 문제를 종합해서 판단하며 리더로서의 역량을 높일 수 있었다.”
‘원팀으로 뭉쳐’, NAND Flash 경쟁력 확보가 목표
“반도체 시장의 다운턴 위기를 극복하고, 업턴의 시점에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NAND Flash 제품의 기술 경쟁력이 꼭 필요하다. 핵심은 적시적기에 기술력과 품질을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을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해 공급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모두가 힘을 모아 해 나간다면 DRAM처럼 NAND Flash도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고 부사장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현재 진행 중인 차세대 초고층 NAND Flash 개발 성공이다. 이를 위해 여러 조직이 하나로 뭉치는 ‘원팀으로서의 협업’을 강조했다.
“반도체 개발은 어느 한 조직의 노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정/소자/설계/제품 등 모든 조직의 협업이 있어야 가능하다. 차세대 NAND 개발 역시 쉽진 않겠지만, 진정한 원팀으로 함께 노력한다면 결국 최고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고 부사장은 주로 단기적인 몰입이 필요한 기술 개발 TF(Task Force)를 이끌어왔다. 큰 열정이 필요한 업무였다. 구성원들과 치열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현실화하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최적의 역할을 분배하여 구성원들의 업무를 지휘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만큼 추진력은 필수였고, 때로는 터프하게 업무를 수행했다고 표현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했다고 얘기했다.
또한 고 부사장은 SK하이닉스의 기업문화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 틀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개인의 성과가 곧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더욱 다양한 리더들이 등장할 수 있고, 이는 회사의 또 다른 성장 기반이 될 것이다.”
‘프로’의 자세와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함께 위기 극복
고 부사장은 회사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프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너럴리스트나 스페셜리스트나 어떤 형태의 인재든지 핵심은 ‘프로’라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프로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나아가 믿음까지 줄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 자체는 꼼꼼하게 점검하고 또 거침없이 상호 피드백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런 과정 끝에 구성원들이 방향성을 정하면 추진력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도록 강한 믿음과 지지를 주고 싶다. 내가 선배들에게 받았던 믿음처럼 말이다.”
또, 고 부사장은 반도체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새해 키워드로 ‘십시일반’을 꼽았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할 수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업무를 하고, 그 결과들이 모여 하나의 제품이 완성된다.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모두의 저력을 한데 모아 더 큰 힘으로 만드는 십시일반의 2023년이 되길 소망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우리’, 이것이 바로 위기를 돌파하는 SK하이닉스의 DN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