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상이 된 ‘대 AI 시대’, 그 무한한 가능성을 해독하기 위해 SK하이닉스 뉴스룸이 야심 차게 선보이는 [DECODE AI] 시리즈!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든 AI를 샅샅이 파헤칩니다.
4편에서는 인류의 최대 숙제가 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AI에 관해 살펴볼 예정입니다. 국내 최고의 환경·기후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 정수종 센터장’이 알려주는 기후위기와 AI의 모든 것! 지금부터 함께 살펴봅시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기후위기’
2025년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매해 재난의 역사를 새롭게 쓸 정도의 위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여름은 매년 더 뜨거워지고 있으며, 폭우의 양은 매해 증가하고, 폭풍의 세기 또한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상기후의 피해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 미국 LA와 우리나라 경북에서 일어난 거대 산불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다.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과 3월, 우리나라 경상북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정확히 기후변화의 결과다. 물론, 불이 나기 시작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겠지만, 이처럼 큰 불로 커진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건조화 현상 때문이다. 대기의 온도는 오르고 겨울 강수량은 부족해 점점 대지가 말라가고 있었기에 작은 불씨가 큰불이 된 것이다.
* 2025년 남부 캘리포니아 산불: 1월 7일 시작해 3주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 광역권에서 발생한 산불, 약 230km²의 면적을 불태웠으며, 추산 손실액은 약 2,500억 달러(한화 약 340조 원)에 달한다.
▲ 기후변화로 인해 폭우로 인한 홍수 등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기후가 변하는 것이 단순히 기온이 조금 오르거나 강수량이 조금 많아지는 수준이라면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변화의 수준이 아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표현에서 ‘기후위기(Climate Crisis)’, 더 나아가 ‘기후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한 변화 그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인류와 AI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 세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요인인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기후변화 완화*’와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 적응*’에 주목하고 있다.
* 기후변화 완화(Climate Change Mitigation):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흡수원을 확대하여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모든 활동
* 기후변화 적응(Climate Change Adaptation):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응하여 피해를 줄이고 회복력을 높이는 모든 활동
결국, 현세대의 인류는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이라는 두 가지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격변하는 기후처럼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키워드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다.
▲ AI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AI의 발전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공상과학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하고 식사를 하는 순간에서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모든 사람이 AI를 한 번 이상은 접할 정도로 우리는 모든 순간 AI와 함께하고 있다. AI는 기후변화처럼 조용히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당연히, AI는 기후변화 문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누군가는 AI가 기후변화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AI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우리의 동반자라고도 한다. 과연 AI는 기후위기 측면에서 어떤 존재일까? 지금부터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의 관점에서 AI를 살펴보려 한다.
방대한 전력 소비량으로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AI?
먼저, 기후변화 완화의 핵심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AI의 발전은 탄소 배출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AI는 엄청난 양의 전력 소비를 수반한다. AI 구현을 위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탄소 발생량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최근 AI 업계는 경량화보다는 정밀화를 기준으로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클라우드 기반의 AI 서비스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더욱 정밀한 AI를 구현하기 위해선 훨씬 많은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처리하는 데이터가 많아진다는 것은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가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무분별한 AI의 사용, 즉 디지털 과소비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개인의 사진을 특정 애니메이션풍으로 바꾸는 AI 서비스가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 많은 사람이 AI를 활용해 이미지를 생성했으며, 국내의 경우, 챗GPT의 일간 최대 사용자 수가 125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오픈 AI의 COO 브래드 라이드캡 사진과 그의 SNS 발언(출처: 오픈 AI, X)
이러한 이미지 생성 열풍을 증명하듯 챗GPT를 서비스하는 오픈 AI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브래드 라이트캡(Brad Lightcap)은 자신의 SNS를 통해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도입된 이후 일주일 만에 1억 3,000만 명의 사용자가 7억 개가 넘는 이미지를 생성[관련링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7억 개가 넘는 이미지가 생성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연 7억 개의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을까? AI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에는 1,000장당 2.907kWh(킬로와트시)*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7억 장의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2,035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이 필요하며, 이는 국내 기준 약 845t(톤)의 CO2(이산화탄소)를 유발하는 수준이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 배출량은 항공기가 서울-부산 왕복을 4,100회 하면 발생하는 수준과 맞먹는다.
* 2023년,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 연구진과 AI 개발사 허깅페이스(Hugging Face)의 연구 결과 기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AI
그렇다면 과연 AI가 기후위기에 악영향만 끼치고 있을까? 물론,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AI의 탄소 배출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AI 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 요인을 줄이려는 노력 또한 진행 중이다.
실제로 최근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AI를 활용해 전력 수요예측을 보다 정확히 하고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세밀하게 진단해 전력망 효율을 극대화한 사례도 있다. 또한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 서버 배치 등을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조정해 전력 소비를 낮추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관련링크].
▲ 구글 딥마인드는 AI를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을 낮추고 있다(출처: Google).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 딥마인드가 있다. 구글은 AI를 활용해 전력 수요예측 및 데이터센터 관리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최대 40%까지 낮추기도 했다[관련링크].
▲ AI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건물을 관리하는 기술의 예시 이미지(출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다른 한편에서는 가장 큰 탄소 배출 요인인 건물 부문에 있어서도 AI를 통한 배출량 저감을 추진 중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AI를 활용해 건물에서 발생하는 전력 생산에서부터 소비, 수요관리, 고장진단까지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관련링크].
▲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추가로 AI는 도로의 교통 신호 조절, 자율주행차 경로 최적화 계산 등을 통해 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게 유도할 수도 있다. 미국의 피츠버그시에서는 AI 신호체계를 도입해 시내 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연료 소모를 약 20%가량 감소하는 효과를 달성하기도 했다[관련링크].
다양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AI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기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영역에서 활용이 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다음으로 기후변화 적응 분야를 살펴보자. ‘기후변화 적응’의 핵심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원론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커지는 이유는 예측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AI를 활용한 예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이상기후 현상을 점점 더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기 시작한 것이다.
▲ AI를 활용해 이상기후를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예측 시스템을 만든 IBM(출처: IBM)
실제로, 글로벌 IT 기업인 IBM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상기후 예측 시스템을 도입했으며[관련링크], 구글의 딥마인드는 유럽 ECMWF(유럽중기예보센터)와 협력해 기존 모델보다 정확한 이상기후 예보 시스템을 개발했다[관련링크]. 딥마인드가 개발한 ‘10일 예보 시스템’은 허리케인이나 폭우와 같은 이상기후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 AI를 활용해 산불의 확산 경로를 예측하는 NASA(출처: NASA)
이뿐만 아니라 AI는 최근 들어 잦아지고 있는 대형산불의 피해를 줄이는 데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NASA(항공우주국)에서는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실시간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정확한 산불과 연기의 확산 방향을 예측하는 ‘산불 디지털 트윈(Wildfire Digital Twin)’ 프로젝트[관련링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산불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됐다.
AI,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양날의 검
이와 같은 사례들을 봤을 때 전력 소비 효율성을 높이고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데 AI가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AI를 사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AI의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곧 탄소 배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AI는 ‘기후위기’라는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숙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최고의 조력자이자, 동시에 풀어야 할 숙제를 더하는 존재다. AI가 인류의 미래를 밝혀줄 지속가능한 기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예시로는 앞서 언급했던 AI를 활용한 정밀하고 세밀한 전력 수요예측이 필수적이다. 이는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방법인 만큼 더 많은 데이터센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 자체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비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에 맞춰,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제품의 저전력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기후위기 문제는 더 이상 인간의 노력만으로 해결하지 못할 수준에 다다른 것은 아닐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가 등장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함께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AI는 기후위기로부터 인류를 지켜줄 메시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본 칼럼은 AI/반도체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