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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Ecosystem] 병목의 실체: 연산이 아닌 데이터

AI 성능 경쟁의 중심이 연산에서 데이터로 이동했다. 추론 ·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병목은 GPU 성능이 아닌 메모리 위치 · 대역폭 · 데이터 이동 경로에 생기며, 이를 풀기 위해 HBM · CXL · PIM 등 메모리 중심 구조와 AI 인프라 전체 재설계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TECH&AI
[AI Ecosystem] 병목의 실체: 연산이 아닌 데이터

[AI Ecosystem]은 AI를 하나의 모델이나 알고리즘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인프라, 반도체와 메모리 기술이 맞물려 작동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는 시리즈다.

AI 워크로드가 추론과 에이전틱 AI 중심으로 고도화될수록, 성능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연산 능력뿐 아니라,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하고, 얼마나 빠르게 이동시키며,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인가가 AI 시스템의 성능과 비용을 좌우한다.

이번 시리즈는 이러한 AI 생태계의 변화를 따라가며, 메모리 반도체가 왜 AI 시대의 핵심 기반으로 부상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SK하이닉스가 함께 만들어갈 AI 메모리 생태계의 방향성을 조망한다.

① AI 연산의 패러다임 시프트
② 병목의 실체, 연산이 아닌 데이터 – KAIST 유회준 교수
③ 인프라 재설계, 구조가 성능을 결정한다
④ 반도체 패러다임의 이동, 메모리 중심으로
⑤ AI의 완성, 실체적 지능과 메모리

AI의 무게중심이 사전학습에서 추론으로, 단발성 응답에서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옮겨가면서 시스템 병목의 위치도 달라졌다. 핵심은 연산량 자체보다 데이터의 흐름이다. 모델이 긴 문맥을 유지하고 중간 결과를 거듭 참조할수록, 데이터와 연산 장치 사이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횟수도 늘어난다.

따라서 질문은 GPU의 연산 능력만으로 좁혀지지 않는다. AI 성능을 가로막는 것은 정말 GPU의 연산 능력인가, 아니면 필요한 데이터를 제때 읽어오고 연산 장치에 전달하는 메모리 구조의 문제인가. AI 시대의 핵심 병목은 연산 자체보다 데이터가 어디에 있고, 어떤 경로로 움직이느냐에 있다.

‘GPU 신화’가 만든 착시 – 연산 성능이 곧 AI 성능이라는 오해

지난 10여 년간 AI 성능 경쟁의 공식은 분명했다. 더 많은 GPU, 더 큰 모델, 더 긴 학습 시간을 앞세우는 ‘연산’ 중심의 스케일링*이었다. 대규모 사전학습이 AI 성능 향상의 핵심 경로였던 시기에는 이 공식이 상당히 잘 맞아떨어졌다. 더 많은 GPU를 투입하면 더 큰 모델을 더 오래 학습시킬 수 있었고, 그 결과 모델의 정확도와 범용성도 함께 높아졌다.

그래서 GPU는 AI 시대의 성능을 상징하는 지표가 됐다. 기업들은 몇 개의 GPU를 확보했는지, 클러스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초당 몇 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경쟁적으로 강조했다. 이 숫자들은 분명 중요하다. GPU의 병렬 연산 능력 없이는 오늘날의 대규모 AI 모델도 존재하기 어렵다.

하지만 AI 시스템의 실제 성능은 GPU의 이론상 연산 능력만으로 갈리지 않는다. 연산 장치가 아무리 많아도 필요한 데이터가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 다시 말해 AI 시스템에서 중요한 것은 GPU가 얼마나 빨리 계산할 수 있느냐만이 아니다. 필요한 데이터가 연산 장치 가까이에 놓이고, 지연 없이 읽혀야 GPU의 성능도 제대로 살아난다.

[AI Ecosystem] 병목의 실체 연산이 아닌 데이터 기타 모션그래픽 TECH&AI 2026

이 차이는 추론 중심 AI와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서 더 뚜렷해졌다. 대규모 학습에서는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묶어 처리하는 배치* 단위로 연산 장치를 비교적 효율적으로 채울 수 있었다. 반면 실제 서비스 환경의 추론은 낮은 지연시간, 긴 문맥, 반복적인 호출을 요구한다. 모델은 매번 필요한 정보를 다시 참조하고, 중간 결과를 저장하며, 다음 토큰을 생성하기 위해 데이터를 계속 불러온다.

결국 병목의 초점은 GPU의 연산 능력에서 데이터의 위치와 이동 경로로 옮겨간다. 메모리 대역폭과 접근 지연의 벽, 곧 ‘메모리 월*’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 스케일링: 더 많은 연산 자원(GPU), 더 큰 모델 규모, 더 많은 학습 데이터를 투입해 AI 성능을 향상시키는 접근
* 배치(batch): AI 모델이 여러 데이터를 묶어 한 번에 처리하는 단위로 대규모 학습에서는 GPU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실제 서비스 환경의 추론에서는 낮은 지연시간과 개별 요청 처리 때문에 큰 배치로 묶기 어렵다.
* 메모리 월(Memory Wall): 연산 장치의 성능 향상 속도를 메모리의 데이터 공급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병목 현상

메모리 월: AI 시대에 현실이 된 30년 전 경고

1995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윌리엄 울프(William A. Wulf)와 살리 매키(Sally A. McKee)는 짧은 논문* 한 편에서 프로세서 성능과 메모리 접근 속도 사이의 격차를 지적했다. “프로세서의 성능은 매년 약 60%씩 향상되는 반면, D램의 접근 속도는 약 7%만 빨라진다. 이 격차가 누적되면, 결국 시스템 성능이 메모리 속도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이 병목을 바로 ‘메모리 월’ 이라고 부른다.

* Wulf, Wm. A., and Sally A. McKee. “Hitting the Memory Wall: Implications of the Obvious.” ACM SIGARCH Computer Architecture News, Vol. 23, No. 1, 1995, pp.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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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흐른 지금, 이 경고는 수백억에서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지닌 거대 모델이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AI 서비스 환경에서 실제로 나타난다. 거대 모델을 처리하는 최신 AI 가속기의 연산 성능은 페타플롭스(PFLOPS)* 단위에 도달했지만, 모델이 사용하는 가중치와 활성값을 메모리에서 불러오는 속도는 연산 성능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 결과, 대형 칩에 집적된 수많은 연산 장치는 데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실제 활용률은 낮아진다. 이 격차를 줄이는 대표적 방향은 두 가지다. 메모리 자체의 대역폭을 높이거나, 메모리를 프로세서 가까이에 배치해 데이터가 오가는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 페타플롭스(PFLOPS, PetaFlops): 초당 1,000조 회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수행하는 단위

추론의 시대, GPU를 잠식하는 KV 캐시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이하 LLM)과 추론(Reasoning) 중심 워크로드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병목은 한층 복잡해졌다. 과거의 단발성 추론과 달리, 오늘날의 모델은 한 번의 질의에도 수천, 때로는 수만 개의 토큰*을 차례로 생성한다. CoT*나 에이전틱 AI처럼 단계적으로 추론하는 방식에서는 필요한 토큰 수도 크게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 중 하나가 ‘KV 캐시*‘다. 트랜스포머* 구조의 모델은 매 토큰을 생성할 때마다, 이전에 등장한 모든 토큰의 핵심 정보를 ‘키(Key)’와 ‘값(Value)’ 형태로 메모리에 남겨둔다. 이 캐시는 토큰 수가 늘어날수록 함께 커진다. 긴 문맥을 다루는 일부 추론 환경에서는 KV 캐시에 필요한 메모리가 700억(70B) 파라미터 모델의 가중치(약 140GB)를 넘어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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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사용자가 챗GPT와 같은 LLM 서비스에 질문할 때 GPU가 진짜로 하는 일의 절반 이상은 ‘연산’이 아니라 ‘데이터 이동’이며, 이는 GPU를 더 많이 사들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다.

* 토큰(token): AI 모델이 텍스트를 처리하는 기본 단위로 LLM은 이전 토큰을 참고해 다음 토큰을 순차적으로 생성하며, 토큰 수가 늘어날수록 추론 시간과 메모리 사용량도 함께 증가한다.
*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문맥을 이해하고 답변을 생성하는 AI 모델로 문장이 길어질수록 이전 토큰 정보를 계속 참조해야 하므로, 추론 과정에서 많은 메모리와 데이터 이동을 필요로 한다.
* CoT(Chain-of-Thought): 모델이 답을 내기 전에 중간 사고 과정을 단계별로 풀어쓰며 추론 정확도를 높이는 프롬프트 · 생성 기법
* KV 캐시(KV Cache): 이전에 쓰인 Key(키)와 Value(값) 벡터를 저장하고 재활용해 이전 계산을 반복하는 비효율성을 줄여주는 기술
* 트랜스포머(Transformer): 2017년 구글이 발표한 신경망 구조. 셀프 어텐션(Self-Attention)을 통해 문맥을 이해하며, 오늘날 거의 모든 LLM의 기본 골격을 이룬다.

소프트웨어의 묘수, 그러나 드러나기 시작한 한계

병목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계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해법을 적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플래시 어텐션*이다. 이 기법은 LLM의 핵심인 어텐션* 연산을 작은 블록 단위로 나눠 GPU 내부의 SRAM*에서 최대한 처리하도록 재구성한다. 그 결과 중간 데이터를 HBM과 SRAM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읽고 쓰는 횟수가 줄어들어, 같은 하드웨어에서도 추론 효율이 높아진다. 페이지드 어텐션*이나 스페큘러티브 디코딩*처럼 메모리 사용 패턴과 토큰 생성 과정을 최적화하는 기법들도 빠르게 자리 잡았다.

* 플래시 어텐션(Flash Attention): 어텐션 연산을 작은 블록 단위로 나누어 GPU 내부의 빠른 SRAM에서 처리함으로써, 외부 메모리와의 데이터 왕복을 줄이는 알고리즘
* 어텐션 (Attention): AI가 다음 단어를 만들기 위해 앞에서 나온 문맥을 참고하는 과정
* SRAM(Static Random Access Memory): CPU·GPU 내부 캐시 등에 쓰이는 고속 메모리. DRAM보다 빠르지만 회로 면적이 커 대용량 저장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AI 연산에서는 자주 쓰는 중간 데이터를 연산 장치 가까이에 두는 데 활용된다.
* 페이지드 어텐션(Paged Attention): 어텐션 연산  시 GPU 메모리를 가상 메모리처럼 페이지 단위로 관리하는 기술. 불필요한 메모리 낭비를 줄여 더 많은 사용자 요청을 동시에 처리하고 추론 효율을 높인다.
* 스페큘러티브 디코딩(Speculative Decoding): 작은 보조 모델이 먼저 여러 토큰을 예측하고, 메인 모델이 이를 한 번에 검증하는 방식의 추론 가속 기술. 생성 품질을 유지하면서 응답 속도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또 하나의 큰 흐름은 양자화*다. 모델의 가중치와 활성값, 또는 KV 캐시를 16비트 대신 8비트나 4비트처럼 더 적은 비트 수로 표현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표현해야 할 데이터가 적어지는 만큼 메모리 사용량과 데이터 이동량도 함께 줄어든다. 최근에는 비슷한 값끼리 묶어 표현 효율을 높이는 데이터 포맷, 자주 나타나는 패턴을 짧은 코드로 대체하는 벡터 양자화(VQ) 등 데이터 표현 효율을 높이는 압축 기법도 다양해졌다.

이 분야에서 최근 주목받은 사례가 터보퀀트*다.  KV 캐시를 더 적은 비트로 표현해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양자화 기법이다. 기존 압축 기법은 입력 데이터의 분포가 바뀔 때마다 압축 규칙을 새로 맞춰야 해, 정확도는 높지만 처리 시간이 길었다.

터보퀀트는 먼저 입력 데이터에 ‘회전(Rotation)’이라는 수학적 처리를 적용해 서로 다른 입력을 비슷한 분포로 맞춘 뒤, 미리 준비된 규칙을 쓴다. 손님마다 옷을 새로 재단하는 대신 체형을 일정한 기준에 맞춘 뒤 같은 규격의 옷을 입히는 셈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6비트로 저장하던 KV 캐시를 3~4비트 수준으로 줄여 메모리 사용량을 약 1/5로 낮추면서도 응답 품질은 크게 떨어뜨리지 않았다.

터보퀀트 기법으로 같은 정보를 유지하면서도 더 적은 비트로 표현하는 압축 효율을 이론적 한계에 가까운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즉, 정보 손실 없이 데이터를 지금보다 훨씬 더 압축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 양자화(Quantization): 모델의 가중치, 활성값, KV 캐시 등을 더 낮은 비트 수로 표현해 메모리 사용량과 데이터 이동량을 줄이는 기법. 예를 들어 16비트 데이터를 8비트 또는 4비트로 표현하면 저장 공간과 전송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터보퀀트(TurboQuant): 구글이 ICLR 2026에서 발표한 KV 캐시 압축 기법. 입력 데이터를 회전 변환을 통해 표준 분포로 바꾼 뒤 사전에 준비된 압축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별도의 추가 학습 없이 16비트 데이터를 약 3~4비트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모델의 정확도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다.

[AI Ecosystem] 병목의 실체 연산이 아닌 데이터 기타 인포그래픽 TECH&AI 2026

중요한 시사점은 여기에 있다. 소프트웨어 압축이 이론적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같은 메모리 구조 에서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개선 폭도 줄어든다.  소프트웨어 최적화는 분명 효과적이지만, 연산 장치가 먼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계속 읽어와야 하는 구조가 그대로라면 한계는 남는다.

메모리 쪽으로 이동하는 무게중심

그렇다면 다음 과제는 무엇일까? 해법의 출발점은 메모리와 연산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있다. 필요한 데이터를 더 짧은 경로에서 처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더 좋은 알고리즘을 찾는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과 반도체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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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법도 이미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HBM*다. HBM은 여러 장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GPU 가까이에 둔다. 그만큼 데이터가 연산 장치까지 가는 거리가 짧아지고, 한 번에 오갈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늘어난다. HBM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메모리 속도를 높였기 때문이 아니다. 연산 장치가 데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인다는 데 있다.

같은 문제의식은 다른 메모리와 시스템 기술로도 이어진다. HBF*는 더 큰 용량과 높은 대역폭을 함께 확보하려는 시도이고, CXL*은 메모리를 특정 GPU의 전용 자원에서 시스템 차원의 공유 자원으로 바꾸려는 흐름이다. PIM*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데이터가 있는 메모리 근처에서 일부 연산을 처리하려는 접근이다.  세 기술은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데이터를 계속 먼 곳으로 보낼 것인가, 아니면 데이터가 있는 자리 가까이에서 더 많은 일을 처리할 것인가.

결국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가까이에 둘 수 있는 데이터는 연산 장치 가까이에 두고, 반드시 오가야 하는 데이터에는 더 넓고 효율적인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AI 시대의 병목은 이제 칩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모델 구조, GPU, 메모리, 인터커넥트, 패키징, 데이터센터 구조가 함께 맞물린 시스템 문제다.

연산 장치와 메모리를 분리해 사용하는 기존의 폰 노이만 구조*가 곧바로 끝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수십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방식, 즉 연산 장치와 메모리를 따로 두고 버스로 잇는 구조는 이제 다시 살펴봐야 한다. AI 시스템의 성능은 연산 장치 자체뿐 아니라 메모리를 어디에 두고 어떤 경로로 읽어오느냐가 함께 좌우한다.

*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여러 장의 D램 다이를 적층하고 TSV(Through-Silicon Via)로 연결해 GPU·AI 가속기에 매우 높은 대역폭을 공급하는 메모리
* HBF(High Bandwidth Flash, 고대역폭 플래시 메모리): HBM과 SSD 사이의 새로운 메모리 계층으로 논의되는 차세대 NAND 기반 메모리 기술로, HBM보다 훨씬 큰 용량을 제공하면서도 유사한 대역폭과 비용 효율을 목표로 한다.
* CXL(Compute Express Link): CPU · GPU · 메모리 · 가속기를 일관된 캐시 프로토콜로 묶어, 메모리를 시스템 차원에서 분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인터커넥트 표준
* PIM(Processing-In-Memory): 메모리에 프로세서의 연산 기능을 더해, 기존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 데이터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속도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차세대 메모리
* 폰 노이만 구조(von Neumann):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동일한 메모리에 저장하고 CPU가 이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저장 프로그램 방식의 컴퓨터 구조로, 현대 컴퓨터의 기본 아키텍처

보이지 않는 병목은 어디에 있는가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AI의 진짜 병목은 무엇인가. 병목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곳, 데이터가 메모리와 연산 장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구조에 있다.

앞에서 살펴본 소프트웨어 기반 압축 기술은 이 병목을 일부 완화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왜 정보는 매번 먼 경로를 거쳐야 하는가. 데이터가 머무는 자리에서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는 없는가. 메모리와 연산의 간격을 더 좁힐 수는 없는가.

이 병목을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가 차세대 AI 인프라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는 특정 국가나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AI 가속기, 메모리, 첨단 패키징, 인터커넥트, 소프트웨어가 함께 맞물리는 글로벌 AI 생태계 차원의 도전이다. 그 안에서 메모리 기술 역량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AI Ecosystem] 병목의 실체 연산이 아닌 데이터 기타 이미지 TECH&AI 2026

다음 시대 AI 인프라 경쟁은 결국 여기서 갈린다. 더 많은 연산 장치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메모리 배치와 연산 구조를 함께 설계해 데이터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쪽이 승부를 가른다. 이 변화를 읽고 새로운 구조로 구현하는 일은 이 시대 반도체 연구자가 마주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다음 질문: AI 인프라는 이 병목을 어떤 구조로 풀 것인가

2편에서 살펴본 병목은 단순히 메모리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추론과 에이전틱 AI가 확산될수록 모델은 긴 문맥을 유지하고, 중간 결과를 반복해서 참조하며, 필요한 데이터를 메모리와 연산 장치 사이에서 계속 주고받는다. 그 결과 AI 성능은 GPU 하나의 연산 능력보다 데이터를 어디에 두고, 어떤 경로로 이동시키며,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더 크게 좌우된다.

이 문제는 개별 칩이나 메모리 기술만으로 풀기 어렵다. GPU,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크, 데이터센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맞물려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 문제를 AI 인프라 관점에서 살펴본다. AI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더 빠른 부품인가, 아니면 연산과 데이터가 흐르는 구조 전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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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AI/반도체 산업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 콘텐츠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