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문화차이는 있어도 ‘라떼’는 없어요.”
“같은 ‘Yes’도 한국과 미국에서 조금 다른 의미...”
SK하이닉스는 한국 본사 외에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데 사업장별 기업문화는 어떻게 다를까? 또, 구성원들은 서로의 기업문화에 대해 어떻게 공감할까?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기업문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국 본사와 미국법인 구성원 간 대담을 준비했다.
주인공은 이천에서 DRAM 개발 업무를 하는 노은환 TL과 미국 산호세에서 근무하는 미주재무 록 응우옌 TL이다. 두 사람은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채팅 대담을 통해 양국 간 조직문화, 의사소통 방식 등 기업문화 차이와 공감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노은환 TL 이천 캠퍼스는 구성원 대부분 한국인이라 정서적 차이는 크지 않지만 대신 세대 차이가 존재해요. MZ세대를 중심으로 ‘라떼’라는 유행어가 있는데, 단어 뜻처럼 커피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한국어로 ‘나 때는’이라는 말이 ‘라떼’와 발음이 비슷하여 생긴 세대 차이를 상징하는 용어입니다. 예를 들면 상사가 자기보다 어린 구성원에게 ‘나 때는 말이야…’ 하며 과거에 일하던 방식과 환경을 설명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죠.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서는 이런 상사를 ‘라떼상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도 이러한 세대 차이가 있나요?
록 응우옌 TL 재밌네요. ‘라떼’가 커피가 아니라 한국 직장인의 유행어로 쓰인다는 거군요? 미국은 세대 차이보다는 정서적 차이가 더 커요. 한국과 달리 인종과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기 때문이죠. 구성원마다 문화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다르다 보니 의도치 않게 상대를 배려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미국 법인에서는 ‘문화 전달 프로그램(Cultural Transfer Program)’을 통해 서로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구성원들이 친밀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저는 이렇게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 외에도, 최근에는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기 위해 힘쓴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어떤가요?
노은환 TL 네, 한국에서는 근무 시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한 예로 보고서 작성을 최소화해 업무에서 발생하는 시간 낭비를 줄이려는 문화를 정착 중이에요. 이렇게 업무 효율을 높이려고 요즘 회사에서는 해피프라이데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죠!
* 해피프라이데이(Happy Friday): 주 40시간 이상 의무 근로 시간을 근무한 구성원은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월 1회 금요일에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제도
록 응우옌 TL 해피프라이데이! 최근에 미국 법인에서도 해피프라이데이를 시작했는데 구성원들의 반응이 뜨거워요. 한국에서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노은환 TL 당연히 엄청나게 반응이 좋습니다. 박정호 부회장께서 CEO에 취임 한 후 회사는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근무 시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유연근무 제도부터 거점오피스*까지 회사의 기업문화가 발전하는 것이 체감되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 거점오피스: 구성원의 일하는 공간 유연성 확대를 위해 교통 접근성이 좋은 서울과 분당에 추가로 설치한 사무 공간
록 응우옌 TL 회사에서 구성원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군요! 이렇게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와 회사에서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다양한 제도를 듣고 있으니 재밌네요.
록 응우옌 TL 그럼 업무 진행 방식에 관해서 얘기해볼까요? 한국에서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진행하는지, 미국과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노은환 TL 한국에서는 보고서, 이메일 등을 줄이고,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업무 메신저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사소통하는 추세입니다. 이 과정에서 재밌는 점이 있는데, 채팅 시 ‘네’라는 대답도 여러 뉘앙스로 의미를 표현할 수 있죠. ‘넵(yep)’은 흔쾌한 동의, ‘네(yes)’는 미적지근한 동의, ‘네..(yes..)’는 마지못한 동의라는 것처럼 같은 ‘네’도 다르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록 응우옌 TL 한국에서는 단어에 숨어있는 의미를 잘 파악해야겠네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표현에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넵(yep), 네(yes), 네...(yeah...)가 별다른 차이가 없이 모두 다 알겠다는 뜻이죠.
노은환 TL 한국에서는 최근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면서 조직 내 회식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동료들과 유대감 형성은 어떻게 하나요? 같이 회식도 하나요?
록 응우옌 TL 미국은 회식 문화가 흔하진 않아요. 구성원들이 업무 시간과 사생활을 명확하게 구분 짓고 개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는 회식이 많나요?
노은환 TL 한국에서는 동료들과 하나 된 마음으로 원팀으로의 협력이 강조되고 있어요. 그런 동료애를 만들기 위해 과거에는 회식을 했다면, 요즘은 공연 관람과 같은 문화 활동, 스포츠 등 구성원들이 원하는 팀 빌딩 활동을 진행하고 참석도 자유로운 편이에요.
노은환 TL 코로나 제한이 풀려 좋은 점은 다시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점이죠! 구성원들이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그램(Global eXperience Program, 이하 GXP)*을 통해 해외에서 근무할 기회도 생겼는데 알고 계신가요?
*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그램: 글로벌 역량을 높이고자 하는 구성원 대상으로 SK하이닉스의 해외지사 또는 해외 협력사에서 5주 간 근무하는 제도
록 응우옌 TL 네, GXP 알아요. 실제로 최근에 우리 사무실로 한국에서 5주간 근무를 하러 온 구성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며 한국 업무와 미국 법인 업무를 함께 하더군요.
노은환 TL 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 GXP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아요. 향후 구성원들이 해외에서도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도록 글로벌 거점오피스도 만들 계획이라고 해요. 우리 회사에 입사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록 응우옌 TL GXP에서도 느껴지지만, 회사가 기업문화의 다양성을 여러 측면에서 강화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한국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같이 일하는 여성이나 외국인 구성원이 많은가요?
노은환 TL 네, 저도 다양성 측면에서 회사가 변화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저 같은 여성 엔지니어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주변에 외국인 구성원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매년 여성 임원도 배출되고 있고요.
록 응우옌 TL 미국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3월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은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구성원 가족과 함께하는 글로벌 초일류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 최고 수준 인재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성장 중심 회사’이자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구축’, ‘유연하고 혁신적인 일하는 방식과 업무 환경’을 이루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뉴스룸은 양국 MZ세대 구성원 간 대담을 통해 SK하이닉스가 기업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나라별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세계 각지의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는 맞춤형 환경을 만들며 기업문화에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