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기본 재료가 되는 실리콘 웨이퍼는 제품 생산뿐 아니라 장비의 유지·관리, 성능 테스트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SK하이닉스는 하루에도 계속 사용되고 버려지는 웨이퍼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웨이퍼 재생(Wafer Regeneration) 기술에 주목했다. 고가의 재료인 웨이퍼를 재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방식 대비 공정 절차를 줄여 환경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
SK하이닉스는 2019년 폐기 웨이퍼 재생 기술 확보를 위해 전담 개발 TF 구성하고 성공적인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TF를 확대해 재생 웨이퍼(Regen Wafer)의 전사 횡전개 및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뉴스룸은 이 과정을 함께한 구성원들을 만나 기술 개발 히스토리와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들을 살펴보고, 재생 웨이퍼를 통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함께 들어봤다.
SK하이닉스에서 사용되는 웨이퍼(Virgin Wafer)는 품질 등급에 따라 크게 프라임(Prime), 테스트(Test), 더미(Dummy) 등으로 분류된다. 최고 품질을 요하는 프라임 웨이퍼는 실제 양산되는 제품에 사용되며, 웨이퍼 중 가장 가격이 비싸다. 그 외 테스트 웨이퍼와 이하 등급의 웨이퍼는 장비 유지·관리와 엔지니어 실험 등의 목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제품 양산용으로 투입되는 웨이퍼 외 폐기되는 NPW(Non Pattern Wafer)의 규모는 월평균 수십만 장. 이 중 재활용이 가능한 웨이퍼는 외부 업체로 보내져, 박막을 제거하고 웨이퍼 표면을 연마하는 등 일련의 재생 공정을 거친다. 재생된 웨이퍼 중 품질 및 사용 기준을 만족하는 웨이퍼는 Reclaim Wafer로 다시 반입된다.
▲C&C기반기술 황응림 TL
“매월 SK하이닉스에서 수만 장의 웨이퍼가 외부 업체를 통해 Reclaim Wafer로 재생됩니다. 웨이퍼를 외부 업체로 운송할 때 드는 물류비, 외부 업체가 보유한 공정 기술에 대한 사용료 등이 추가되는 만큼 Reclaim Wafer 자체에 큰 비용이 들었고, 이에 따라 비용 절감에 대한 니즈가 컸습니다. 또한 장비 유지·관리 목적 외 엔지니어의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웨이퍼의 경우 높은 품질이 요구돼, 테스트 웨이퍼 급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확보도 필요했습니다.
이에 2019년 미래기술연구원(이하 미기원)과 제조기술 조직의 월간 교류회에서 웨이퍼 재생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가 최초로 제안됐고, SK하이닉스가 보유한 개발 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자체 기술 개발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윗줄 왼쪽부터) R&D시스템개발 박찬재 TL, 미래전략 경영혁신 허익 TL, R&D시스템개발 김성진 TL, (아랫줄 왼쪽부터) R&D장비기술 C&C 이대희 TL, C&C기술혁신 조창훈 TL, C&C기반기술 황응림 TL, 시스템 내재화 배미경 TL
SK하이닉스는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안된 이후 인프라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돌입해, 이듬해 메모리 업계 최초로 웨이퍼 재생 공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가 자체 개발한 공정은 1차로 각종 박막(Film)에 증착된 자재를 벗겨낸 뒤(Wet Strip), 베어 웨이퍼(Bare Wafer, 가공 전의 웨이퍼) 표면의 전면에 존재하는 각종 결함(Defect)과 내부의 손상된 레이어를 연마(Polishing) 작업을 통해 제거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가장 핵심은 웨이퍼 표면을 최대한 두께 손실(Loss) 없이 깎아내는 CMP* 기술이다.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화학적 기계적 연마): 웨이퍼의 표면을 평탄화하는 공정.
▲C&C기술혁신 조창훈 TL
“기존에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쓰이던 CMP 방식으로는 표면의 제어가 불가능했습니다. 이에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연마에 적합한 전용 소재와 부품을 이용한 공정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Reclaim Wafer 대비 두께 손실을 대폭 줄여, 재생 횟수를 기존 수 회에서 수백 회 이상으로 개선했습니다.
또한 개발에 소요되는 자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잉여 장비를 활용했습니다. 미기원과 제조기술의 가용 잉여 장비의 모델이 달라 장비 각각의 조건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TF 구성을 통해 유기적으로 협업해 경쟁사 대비 최소의 자원과 인력으로 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Regen* Wafer는 사용 후 폐기되는 NPW 표면의 품질을 Wet Strip과 CMP 공정으로 테스트 웨이퍼 수준까지 개질(改質)한 웨이퍼다. 기존의 Reclaim Wafer 대비 Regen Wafer는 연마하는 두께가 달라 100배 더 많은 재생이 가능하다.
*Regen : Regeneration의 약자로, 외부 업체에서 재생하는 Reclaim Wafer와 구분하기 위해 사용.
자체 기술로 탄생한 Regen Wafer는 2020년 미기원에 최초 제공되기 시작했고, 제조기술 공정장비에도 보급돼 사용 범위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기원과 제조기술의 협업으로 전사 표준화를 이뤄 우시와 청주 캠퍼스, 최근에는 신설 팹(Fab)의 장비 셋업(Set-up)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시스템 내재화 배미경 TL
이와 더불어 미기원에서는 사용한 웨이퍼 재생을 요청해 Regen Wafer를 수급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자동화해 엔지니어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불출 시스템을 구축했다.
“엔지니어가 사용한 웨이퍼를 선별해 Regen을 신청하고, Regen 처리된 웨이퍼를 수급하기까지 과정을 자동화하기 위해 기존의 메뉴를 활용해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불출 가능 및 대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을 추가하고, 시스템 개발 이후 Regen Wafer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사용된 웨이퍼(Dirty Wafer) 공급 확대를 목표로 라인에서 사용되는 모니터링 웨이퍼에 대해서도 웨이퍼 재생 및 불출 시스템을 추가 구축해 현재의 시스템이 완성됐습니다”
SK하이닉스는 Regen Wafer의 전사 횡전개를 추진하면서 올해 1월부터 기존의 TF를 확대해, 청주, 우시 캠퍼스의 Regen 담당자와 경영혁신, 구매, DT에 이르기까지 유관 부서의 구성원들이 추가로 참여하는 전사 Regen 실행 TF를 운영하고 있다.
Regen Wafer를 팹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지난해의 경우, 전체 NPW 중 Regen Wafer의 사용 비중이 약 10% 초반에 그쳤지만, 올 연말까지 사용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전망이다.
저비용으로 고품질을 구현한 Regen Wafer는 실제로 수백억 원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2021년 Regen Wafer 사용으로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절감했으며, 향후 수백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래전략 경영혁신 허익 TL
“Regen Wafer의 생산 비용은 대체 가능한 테스트와 Reclaim Wafer 단가에 비해 저렴합니다. 최근의 전 세계적으로 수급 가능한 웨이퍼가 부족한 환경임을 고려할 때 Regen Wafer의 경제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많은 양의 자원을 소비해 필연적으로 환경적 영향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웨이퍼 재생 기술은 용수 사용량과 폐수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력 소모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할 수 있어 그만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V성과관리팀에 따르면 현재 자체 기술로 생산된 Regen Wafer는 장당 약 2만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다 효율적인 Regen Wafer 사용을 위해 ‘전사 폐기 웨이퍼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전사 Regen Wafer의 생산과 사용 현황을 NPW 사용 실적과 연계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자사 웨이퍼 수급 상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다.
“지난해까지는 Regen 기술 개발과 확대 적용에 집중했다면, Regen Wafer 공급과 수요를 NPW 사용량과 연계해 전사 차원의 폐기 웨이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향후 3년간 862억 원의 경제적 비용과 37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전사 Regen 실행 TF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프라임 웨이퍼급 품질 실현으로 대체 웨이퍼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