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 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6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 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예고대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산업 부품·설비 기계·차량·화학제품 등 818개 품목,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합니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총성 없는 전쟁이 드디어 시작된 겁니다. 미국은 관세부과를 하겠다고 밝힌 500억 달러(약 56조원) 가운데 나머지 160억 달러(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곧 관세를 부과할 예정입니다. 500억 달러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3750억 달러)의 15%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G2의 무역전쟁에 전 세계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반도체 업계에는 어떠한 영향이 미치게 될까요?

총성 없는 전쟁의 시작, 반도체도 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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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의 자존심 싸움에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행여라도 유탄을 맞을까 두려운 건데요.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무역전쟁 발발 사흘 전인 지난 3일에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배가됐는데요. 중국이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의 자국 내 D램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에만 국한된 것이었지만, 우리나라 수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무역전쟁의 ‘도마 위’에 오른 것 자체가 공포였습니다. 우리 정부도 꽤나 신경 쓰는 눈치입니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버팀목인 반도체마저 무역전쟁의 풍랑에 휩싸여 삐걱거리기라도 한다면, 그 충격파는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가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지 아직까진 가늠하기 힘듭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다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상황으로 ‘합리적인 추론’을 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불똥 우려되는 몇 가지 징조들

그렇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무역전쟁의 영향권에 속해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중국산 수입품에 ‘메모리 반도체 모듈’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중국 시안과 우시 등에서 D램, 낸드플래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자체가 미미하기 때문에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일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무역전쟁이 점차 ‘확전 양상’을 띠는 상황에서 성장세가 가파른 중국 IT·전자업체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중국 IT·전자기업들이 고관세 영향으로 대(對)미국 수출이 급감한다면, 우리 반도체 기업들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화웨이와 샤오미, 비보(VIVO)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IT·전자업체들은 미국에겐 ‘눈엣 가시’이지만,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겐 최대 고객입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5.2%, 36.7%에 달합니다.

마이크론 제재, 반사이익 기대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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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이크론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판로가 막히면서 한국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란 해석도 많습니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44.9% △SK하이닉스 27.9% △마이크론 22.6% 순으로, 이들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95.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3곳을 제외하면 D램 수급이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에 마이크론의 점유율 상당 부분을 한국 기업들이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특히 고용량·고성능의 최첨단 10나노급 D램은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이나 프리미엄 스마트폰 등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메모리 양산을 시작하더라도 기술 격차를 쉽게 좁힐 수 없어 한국 업체 제품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단 마이크론의 중국 내 메모리칩 판매가 묶이게 되면 국내 기업 제품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중국 정부는 가격 담합 등을 이유로 한국 기업들에게 압박을 가하면서도, 공급 규모를 늘리고 기간을 앞당기라는 주문도 동시에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금투업계는 우려 크지 않아

무역전쟁의 ‘불똥’이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어떻게 튈지 확신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반응을 보면 아직까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깁니다. 대외 변수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이 중국산 물품에 관세를 부과한 후, 이달 9일부터 20일까지 삼성전자 1500억 원어치, SK하이닉스 730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초 4만 4000원대를 단기 저점으로 6.3% 올랐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무역분쟁 우려가 본격화한 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8일 8만 200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6.8% 반등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기업들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마이크론 제제로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지 장기전으로 이어질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두 나라가 움직이면 곧 세계 경제도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은 확실합니다. 앞서 로이터는 ‘G2 무역전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을 나라’ 6위로 한국을 꼽기도 했는데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공존하는 지금, 다가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자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