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Upcycling)’, 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만드는 일. 업사이클링을 거치면 폐자전거 부품이 조명으로, 버려진 트럭 방수포가 가방이 되는 등 환경 오염을 줄일 뿐만 아니라, 재활용 과정에서 뜻깊은 의미를 담아 사용자에게 새로운 추억을 선물하기도 한다.
SK하이닉스도 이런 업사이클링을 통해 추억의 물건을 행복한 기억이 담긴 ‘제품’으로 제작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버려지는 교복을 재활용해 가방, 파우치 등으로 만드는 브랜드 ‘RE:BUD(리버드)’를 출범한 것. 특히 이 사업은 노인 일자리 창출도 함께 기대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뉴스룸은 지난 8일에는 청주캠퍼스 M15 로비에서 열린 브랜드 론칭 쇼케이스 현장을 찾아 SK하이닉스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RE:BUD’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실버천사의 따뜻한 손길로 중고교복, 가방이 되다
‘RE:BUD’는 ‘RE’, ‘Birth’, ‘Upcycle’, ‘Dream’의 합성어로, 중고교복을 재활용해 꿈과 희망이 담긴 새로운 제품으로 다시 세상에 내보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RE:BUD 제품에 꿈과 희망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천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인 ‘행복교복 실버천사’와 함께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그 주인공.
▲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
2018년부터 시작된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은 SK하이닉스가 구성원과 함께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임직원이 기부한 만큼 동일한 금액을 회사가 함께 기부하는 형태) 방식으로 조성한 ‘행복나눔기금’을 활용하는 사업이다. 기금을 기반으로 이천, 청주 지역의 일부 중·고등학교에 교복 수거함을 설치해 교복을 기증받고, 수선한 교복을 판매하는 행복교복센터를 설립했다. 교복 수거, 세탁, 수선, 판매 등의 운영은 모두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손에서 이뤄지며, 수선된 교복은 정가의 10%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운영과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 사용된다.
SK하이닉스는 이처럼 헌 교복을 수선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업 확장에 나섰다. RE:BUD 브랜드를 론칭하고, 헌 교복을 수선해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기로 한 것.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환경보호에 일조하는 업사이클링 활동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RE:BUD 사업을 담당하는 청주SV 신한솔 TL은 “재판매하는 교복 외 버려지는 교복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어르신 일자리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은 바로 ‘업사이클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 패션 분야의 명망 높은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했고, 이를 통해 사업화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이런 노력 끝에 청주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와 산학협력을 체결했고 함께 제작한 샘플이 현재 RE:BUD 제품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이후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기존에는 교복을 재활용한 사례가 없어 디자인에 대한 방향성을 잡기 어려웠던 것. 하지만 집념을 갖고 노력했고,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샘플 아이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패션 시장에서 첫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한 다음에는 사업에 한층 더 탄력이 붙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개발해 RE:BUD의 완성도를 높여 나갔고, 마침내 브랜드 론칭까지 이를 수 있었다.
앞으로 RE:BUD는 환경보호, 어르신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 학생 지원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TL은 “RE:BUD가 환경보호를 이끌고, 이를 제작하는 행복교복 실버천사 어르신의 삶도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또한 일부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학생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RE:BUD가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추억’으로 버려지던 교복이 ‘행복한 기억’으로 다시 생명을 얻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RE:BUD, 내년에는 대외 론칭 예정
▲ RE:BUD 브랜드 론칭 쇼케이스
RE:BUD는 총 11종의 제품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리버드 백(RE:BUD Bag), 리버시블 백(Reversible Bag), 리버드 파우치(RE:BUD Pouch)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돼 있다.
리버드 백은 교복의 각기 다른 패턴을 곳곳에 포인트로 디자인한 가방이다. 교복마다 각기 다른 컬러와 패턴이 제품 곳곳에 랜덤으로 배치되는 것이 특징.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함을 만끽할 수 있다.
리버시블 백은 양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이 돋보이는 가방이다. 재활용 교복 원단을 사용해 양쪽 면의 스타일을 대비되게 제작, 단순히 가방을 뒤집는 것만으로 다른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리버드 파우치는 재활용 교복을 활용한 휴대용 주머니다. 교복의 원단과 패턴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쇼케이스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며, 종료 후 내년 1월 중 판매를 위한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할 예정이다. 신 TL은 “어르신들이 기존 업무인 교복 수거, 세탁, 해체 작업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행복교복 실버천사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RE:BUD 사업 범위가 지금보다 더 확대되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해 함께 성장하는 미래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교복 실버천사부터 RE:BUD까지, 새 인생의 날개를 달아줬죠”
뉴스룸은 RE:BUD 브랜드 론칭 쇼케이스 현장에서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에 참여해 정성 어린 손길로 제품을 제작한 손성봉 어르신과 반정하 어르신을 만나, ‘RE:BUD’와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행복교복 실버천사 손성봉 어르신(왼쪽), 반정하 어르신(오른쪽)
손성봉 어르신과 반정하 어르신은 어떻게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에 참여하게 됐을까? 은퇴 후 청주 서원노인복지관을 다니고 있었던 두 분은 복지관 내에 자리 잡은 행복교복 센터를 통해 사업을 접했다. 손 어르신은 “행복교복 실버천사가 된 지 벌써 2년째”라며 “환경 보호에 일조할 수 있다는 사업 취지를 듣고 큰 고민 없이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 어르신은 “올해부터 서원노인복지관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손성봉 어르신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어르신은 교복 리폼 사업에 참여하던 중, 교복을 재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신규 사업이 추가적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과거 헌 옷을 수선해본 경험이 많았던 두 분은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RE:BUD 제품 제작 사업에 지원했다. 특히 과거 양품점을 운영해본 반 어르신에게는 익숙한 분야여서 더욱 반가웠다고. 손 어르신은 “평소 옷을 직접 수선할 정도로 바느질을 해본 경험이 많다”며 “사업에 참여하면서 교육도 열심히 들어 가내수공업에 더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옷 제작 경험이 풍부했던 베테랑들에게도 어려운 점은 있었다. 평범한 원단이 아닌 ‘중고교복’을 재활용해야 한다는 것. 손 어르신은 “가장 어려운 점은 교복을 수급하는 것”이라며 “RE:BUD 제품을 제작할 때 기본적으로 수백 벌의 교복이 필요한데, 이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 어르신은 “교복을 재단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며 “교복 디자인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해체할 때마다 다른 스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교교복이 RE:BUD 제품으로 다시 생명을 얻은 것처럼 이 사업에 참여하며 두 어르신들이 일상 완전히 달라졌다. 손 어르신은 “교복 기증이 뜸하면 일거리가 없어질까 걱정했는데, RE:BUD 사업에 참여면서부터 그 걱정이 없어졌다”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반 어르신도 “출근해서 무언가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이라며 “RE:BUD 사업을 통해 꾸준히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어 삶의 활기가 도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행복교복 실버천사라는 새 날개를 달고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두 어르신은 앞으로도 SK하이닉스와 함께 RE:BUD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 행복교복 실버천사 손성봉 어르신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에 참여하기 전, 저에게 SK하이닉스는 대기업이라는 생각 외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SK하이닉스가 사회공헌에 큰 관심을 갖고 지역주민에 대한 고민을 하는 등의 모습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죠.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행복교복 실버천사 지금까지 이어졌고, RE:BUD까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저희도 RE:BUD와 함께 앞으로도 새로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 행복교복 실버천사 반정하 어르신
“행복교복 실버천사, 그리고 RE:BUD를 통해 은퇴 후에도 이렇게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 기쁩니다. 또한, 저의 작은 행동으로 환경보호, 어르신 일자리 창출, 소외계층 지원 등의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이 역시도 뿌듯하죠. 앞으로도 SK하이닉스와 함께 우리 사회에 더 기여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