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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김범준 교수]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리학과 반도체 (2/4)

Written by SK하이닉스 | 2023. 11. 13 오전 5:00:00

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분야에서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넓혀가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과학계의 최고 전문가와 최고의 ICT 기술을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간의 대담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반도체를 더욱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국내 최고의 물리학 전문가인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들이 만나 정보의 기본단위가 0과 1로 처리되는 현재의 반도체를 물리학을 통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가 합쳐진 ‘양자 중첩’ 현상을 활용해 0과 1이 동시에 처리되는 양자컴퓨터 등 미래 반도체 기술에 적용되는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까지, 총 4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누는 반도체, 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1편에서 우리는 반도체를 비롯해 도체와 부도체, 초전도체 등의 성질과 함께 반도체의 원리를 물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봤다. 이번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양자역학에 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반도체의 구조 원리를 살펴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전자의 이동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자의 이동은 양자역학(量子力學, Quantum Mechanics)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우리의 모든 삶은 양자역학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위한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눈 양자역학과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양자역학의 개념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는 민태원 TL, 김범준 교수, 임경선 TL, 김환영 TL, 조상혁 TL(왼쪽부터)

김범준 교수 지금까지 도체와 부도체, 반도체 그리고 초전도체를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관련기사]. 반도체를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바로 양자역학입니다. 사실 양자역학은 몹시 어려워서 오늘 이야기하는 게 맞나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지금의 반도체를 만든 것이 양자역학이기 때문에 빼놓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조상혁 TL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명인 아인슈타인마저 이해하지 못했던 양자역학이기 때문에 저 역시 걱정이 앞서는데요. 그래도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물리학인 만큼, 재미있게 이야기해 보면 좋겠네요.

김범준 교수 맞습니다. 아인슈타인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양자역학은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인데요. 그 이유는 인류 중 그 누구도 자신의 눈으로 양자역학의 세계를 본 적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는 양자역학으로 구축된 세상을 살고 있지만 우리가 실제로 눈으로 보고 확인해 볼 수 있는 건 고전역학*의 세계이니까요. 양자역학과 반도체에 대한 모든 것을 전부 다룰 순 없겠지만, 그래도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고전역학: 거시적인 물체들의 운동 법칙을 다룬 학문. 대표적으로 뉴턴 역학과, 라그랑주 역학, 해밀턴 역학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세기 상대론적 역학(Relativistic Mechanics)과 양자역학이 등장하기 전의 물리학적 역학 체계를 다룬다.

전자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한 양자역학

임경선 TL 양자역학이라는 이름을 먼저 살펴보면, 보통 양자역학의 양자(Quantum)’를 입자(Particle)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양자역학이 입자 단위의 미시 세계의 역학을 다루기는 하지만 그 의미를 엄밀히 따져보면 에너지가 단계별로(양자화*) 존재한다는 것이잖아요. 원자핵에 종속된 전자들이 연속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없고(고전역학) 양자화된 특정 값의 에너지만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 양자화(Quantization): 물리량이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단계별로) 존재하는 상태. 모든 물리량은 연속적인 값을 갖는다고 설명하는 고전역학과 대비된다.

▲ 양자역학과 고전역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민태원 TL

민태원 TL 조금 더 덧붙이자면, 양자역학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전역학으로 설명 가능한 거시 세계보다는 원자와 전자 등 미시 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다루는 학문인데요.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본 적 없는 물질들의 물성을 파악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특히 우리가 고전역학을 통해 인지하고 있던 여러 개념들은 미시 세계의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었는데요. 결국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미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범준 교수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미시 세계에 대한 관념도 크게 달라졌는데요. 1906, 조지프 존 톰슨이 전자를 발견하면서 등장한 원자 모델은 양자역학의 발전에 따라 그 모습이 변화해 왔습니다. 전자를 처음 발견했을 땐 원자핵 안에 전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관점은 원자 내부의 구조적 특징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톰슨의 제자인 어니스트 러더퍼드는 원자 내 중심에 작고 밀도 높은 원자핵이 존재하고, 전자들이 원자핵 주변을 돈다는 핵 모형을 1911년에 제안했습니다. 원자 내부 구조에 대한 최초의 이론적 접근이었지만, 러더퍼드의 이론에 따르면, 전자가 방출하는 전자기파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해 결국 전자는 원자핵으로 떨어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자는 원자핵으로 떨어지지 않았고, 러더퍼드의 핵 모형도 한계를 보였죠.

▲ 양자역학이 구축됨에 따라 변화된 원자 모형

러더퍼드의 제자인 닐스 보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성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전자가 고정된 특정 궤도에서만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죠. 이 궤도들은 양자화가 돼 있어 전자는 특정 에너지 수준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흡수할 때만 궤도가 변한다는 개념을 1913년에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보어 모델은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궤도로 규정짓는 것이었고, 이러한 관점에서는 전자 간섭과 회절 현상, 분광선에서 발견되는 미세 구조(Fine Structure), 그리고 전자들의 복잡한 상호작용 등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고전역학을 통해 전자와 원자를 해석하고자 했지만, 과학자들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결국 전자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고, 이 과정에서 양자역학의 본성을 포괄하는 새로운 물리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 불확정성 원리에 관해 설명하는 김환영 TL과 설명을 듣고 있는 임경선 TL, 민태원 TL

김환영 TL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새로운 물리 이론 중 대표적인 이론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이잖아요.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역학 세계의 기본적인 현상을 설명하는데, 특히 전자와 같은 입자의 정확한 위치와 정확한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고전역학의 관점에서는 입자의 초기 상태를 알고 있다면, 어느 시점에서도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를 결정론적 관점이라고 하며, 물리 시스템이 주어진 초기 조건과 물리 법칙에 따라 예측 가능하다는 전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입자가 파동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려고 하면 운동량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운동량을 정확히 측정하려고 하면 위치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비결정론적 특성이 나타납니다. , 양자역학의 관점에서는 어느 시점에 존재하는 입자의 상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죠.

▲ 관측 유무에 따라 입자 혹은 파동으로 측정되는 효과

결국 불확정성 원리의 핵심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전자가 어떤 위치에 어떤 운동량을 가지고 존재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전자의 확률 밀도를 측정해, 전자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과학자들은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 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입니다. 이 두 이론은 지금의 양자역학을 만드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 행렬역학(Matrix Mechanics): 1925년, 하이젠베르크는 원자 내의 전자에서 볼 수 있는 미시적 운동 상태는 무한 차원의 복소(複素) 벡터로 나타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무한 차원 복소벡터공간(힐베르트 공간) 중에서 물리량을, 벡터 사이의 변환을 나타내는 무한 차원 행렬과 대응시키는 수학적 형식에 의하여 원자 상태 사이의 전이(轉移)를 합리적으로 기술하는 역학 형식을 완성했다

* 파동역학(Wave Mechanics): 1926년, 슈뢰딩거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 입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양자역학의 이론. 파동역학으로 물질 입자의 입자성과 파동성이라는 이중적 성격이 설명되며, 원자에 관한 기지의 현상이나 선스펙트럼의 세기나 터널효과가 해명됐다.
▲ 물질파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조상혁 TL과 설명을 듣고 있는 김환영 TL

조상혁 TL 전자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라는 점 역시 양자역학에서 몹시 중요한 연구였는데요. 과거 과학자들은 전자가 입자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거든요. 프랑스의 물리학자 루이 드 브로이는 파동인 줄 알았던 빛이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바로 입자로 여겨졌던 전자 역시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는 물질파 이론*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 할 수 없다.

*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 특정 파장보다 짧은 파장의 빛을 금속에 비추었을 때 금속에 전류가 흐르는 현상. 빛의 입자(광자)가 금속에 에너지를 전달하면 전자가 튀어 나가며 전류가 생성된다. 오늘날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이론의 기초가 되며, 파동으로 여겨졌던 빛이 입자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아인슈타인은 1905년 광전효과를 실험으로 입증하며 노벨상을 받았다.

* 물질파(Matter Wave) 이론: 양자역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론. 광전효과를 통해 파동인 줄 알았던 빛이 입자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입자로 인식됐던 전자에 파동성을 함께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김범준 교수 물질파 이론이 등장한 이후 물리학자들이 고안한 가장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Double-Slit Experiment)*입니다.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이란 두 개의 벽을 앞뒤로 두고 앞에 벽에는 기다란 구멍을 세로로 두 개 뚫어 뒤에 있는 벽(스크린)으로 전자를 보내는 실험인데요. 실험 내용을 살펴보면, 전자가 파동이라면 전자는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하고 그 뒤 벽에 여러 개의 줄무늬를 만들게 됩니다. 이는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한 파동이 두 개로 나눠지면서 두 파동 간에 간섭이 생겨 만들어지는 줄무늬들인데요. 이를 간섭무늬라고 부르죠.

* 이중 슬릿 실험(Double-Slit Experiment): 영국의 과학자 토마스 영(Thomas Young, 1773~1829)이 빛의 파동성을 증명하기 위해 했던 실험. 이중 슬릿으로 빛을 쐬었을 때 여러 개의 간섭무늬가 생기며, 빛의 파동성을 입증했다.
▲ 전자의 파동성과 입자성을 검증하기 위한 이중 슬릿 실험

반면, 전자가 입자라면 전자는 두 구멍 중 하나의 구멍으로만 통과하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스크린에는 둘 중 하나의 구멍을 통과한 전자들이 도착하게 되는 것이죠. 하나의 구멍을 통과한 전자가 스크린에 도착하면, 두 개의 선만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을 살펴보면 간섭무늬가 생기면서 전자가 파동이라는 특징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근데 재미있는 것은 전자가 어떻게 간섭무늬를 만드는지 관측하기 위해, 전자가 이중 슬릿을 통과하는 것을 관측하는 순간 간섭무늬는 사라지게 되고 여러 개였던 줄은 두 줄로 바뀌며 입자의 성질만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많은 과학자는 전자가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어느 구멍으로 통과하는지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으로, 전자의 이동을 관측하면 입자로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죠. , 양자역학은관측에 따라 물질의 상태가 정해지게 되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양자역학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고전역학의 세계에서 입자와 파동의 특성을 동시에 보이는 것은 없으니까요.

 양자역학으로 만들고 작동되는 반도체

김환영 TL 전자가 파동성을 지닌다는 것은 반도체를 구성할 때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터널효과(Tunnel Effect, Tunneling) 때문인데요. 터널효과는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전자를 가로막는 벽(Barrier)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전자 중 일부가 벽을 통과해 벽 뒤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USBSSD(Solid State Drive)에 이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NAND flash, 이하 낸드)의 경우, 이러한 터널효과가 활용된 기술입니다. 낸드는 부도체(절연체)로 둘러싸인 플로팅게이트 안에 전자를 넣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인데요. 전자의 파동성을 활용하면 부도체 너머의 플로팅게이트에 전자를 채우는 것이 가능하고, 이는 오랜 기간 데이터가 휘발되지 않는 메모리가 되는 것이죠.

▲ 파동성에 의한 터널효과는 고전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자면, 앞서 이야기 나눴던 에너지띠*[관련기사]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띠는 원자 내에 전자가 양자화되어 존재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확장된 개념인데요. 서로 다른 에너지띠를 가진 물질을 연결하면 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벽(Barrier)이 생기게 됩니다. 전자는 새롭게 생긴 벽 때문에 이동하고 싶어도 쉽게 이동할 수 없는 것이죠. 고전역학으로 이해하면 벽에 가로막힌 전자는 절대 벽을 통과할 수 없어야 하지만, 파동성을 보유한 전자는 미세하게나마 벽을 통과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낸드는 결국, 벽의 높이나 두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자가 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 에너지띠(Energy Band): 고체 결정 내 전하(전자, 정공)가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 대역. 이 에너지띠에 채워진 전자와 에너지띠 사이의 간격 등에 따라 도체, 부도체, 반도체 등의 성질이 결정된다.

김범준 교수 양자역학을 통해 밝혀낸 전자의 운동과 전자의 파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군요. 설명해 주신 낸드를 비롯해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나 CPU, GPU와 같은 반도체 역시 양자역학이 적용된 것일 텐데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 양자역학이 어떻게 반도체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임경선 TL과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범준 교수, 김환영 TL, 조상혁 TL

임경선 TL 앞서 설명하진 않았지만, 전자를 설명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파울리 배타원리(Pauli exclusion principle)*입니다. 파울리 배타원리에 따르면 입자로 존재하는 두 개의 전자는 같은 위치에 공존할 수 없습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여러 전자가 동일한 준위의 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물질은 원자의 연속이므로 여러 원자에 속해 있는 가장 외각의 전자는 서로 가까이 있지만 완벽하게 겹쳐 있을 순 없는 것이죠. 결국 조금씩 차이가 나는 에너지 준위의 전자들은 에너지띠를 형성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전자의 에너지 준위의 차이로 발생하는 에너지갭을 전자들이 넘어 다니면서 전도성을 갖게 되는 것이죠.

* 파울리 배타원리(Pauli exclusion principle): 다수의 전자를 포함하는 계에서 2개 이상의 전자가 같은 양자 상태를 취하지 않는다는 법칙으로 ‘배타율’이라고도 한다. 파울리 배타원리에 따르면 전자는 모든 양자수**가 같은 상태를 취할 수 없으므로 하나의 양자 궤도에는 반대의 스핀을 가지는 두 개의 전자만 들어가며, 그 밖의 전자에는 준위가 다른 양자 궤도가 할당되어, 전체적으로 껍질구조를 결정하게 된다.
** 양자수(Quantum Numbers): 원자 내에서의 전자를 1개씩 특정한 조건에 따르는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그 이외의 상태가 될 수 없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전자를 흐르게 하거나,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트랜지스터이고, 이 트랜지스터를 무수하게 많이 모아놓은 것이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반도체 칩입니다.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이 이진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전자가 흐르지 않거나(0) 흐르는 경우(1)를 조정함으로써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비롯해 모든 전자기기는 이러한 양자역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죠.

김범준 교수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워낙 설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운데요. 그래도 이렇게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SK하이닉스 구성원분들과 직접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말 뜻깊은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 할 얘기들이 더 남아있죠?

김환영 TL. 맞습니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양자역학이 더욱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그 이유는 양자컴퓨터나 양자보안, 양자네트워크와 같은 양자(Quantum)’라는 이름이 붙은 기술들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김범준 교수 과연 양자컴퓨터와 양자보안 등 새로운 기술들에는 양자역학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한데요. 이제 양자역학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볼까요?

 

지금까지, 양자역학이 등장하게 된 이유와 양자역학의 간단한 이론, 그리고 양자역학이 반도체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다음 편에서는 양자역학을 활용한 양자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살펴보고, 다가올 양자컴퓨터의 시대에 SK하이닉스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물리학과 반도체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