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민 기정(제조/기술 DMI 기술혁신팀)이 SK하이닉스에서 걸어온 길에는 항상 반도체 계측 장비인 ‘전자현미경’이 있었다. 그에게 전자현미경은 그의 주 업무 분야인 동시에, 배우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완성한 그의 자부심. 그는 전자현미경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늘 불철주야 노력했고, 그 결과 ‘기술명장’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다.
SK하이닉스에 몸담은 지난 25년간 엔지니어로서, 또한 기술명장으로서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SK하이닉스에 기여한 성과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 SK하이닉스 뉴스룸은 이런 박승민 기정을 만나 그가 전자현미경과 함께 쌓아온 그간의 발자취를 들여다보고, 기술명장으로서의 행보와 앞으로의 미래를 살펴봤다.
전자현미경 하드웨어 난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여온 ‘달인’
반도체는 수많은 생산 공정을 거치는데, 그 중에서도 불량 여부를 측정하는 ‘계측’ 공정을 거쳐야만 시장에 공개된다. 불량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는 없기에, 세밀한 계측 공정은 필수. 계측 공정은 수익과 직결되는 수율을 높이는 데에도 빼놓을 수 없는 공정이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계측 장비가 필요한데, 그중 전자현미경 CDSEM은 웨이퍼의 선폭을 측정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장비다.
“제가 속한 DMI 기술혁신팀은 반도체 공정의 불량률을 개선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발하고, 계측 장비를 유지∙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계측 장비 중에서도 전자현미경인 CDSEM을 맡고 있죠. 만약 Photo 공정에서 무언가를 잘못 만들어졌다면, 어떤 부분이 오류가 있는지를 파악해 알려줘야겠죠? 이런 것들을 늘 주시하고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 있어 이런 계측 장비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계측 장비가 불량의 정도를 정확히 측정해줘야 차질 없이 원활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현재 그는 CDSEM 업무 중에서도 데이터 정합성을 위한 장비 개선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APC1)(Advanced Process Control) 고도화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명감을 안고 지금도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 APC(Advance Equipment Control) : 고급 공정제어 기술
“협력사에서 제공하는 장비 간 오측정의 편차 기준은 0.1n인데, SK하이닉스에서 정한 기준은 0.05n입니다. 협력사 기준으로는 장비에 오류가 없어도, SK하이닉스가 관리하는 스펙이 워낙 빡빡해 늘 이슈가 생기죠. 하지만 빡빡한 기준으로 장비 성능의 효율성을 높여야 데이터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장비를 개선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죠”
박승민 기정은 SK하이닉스에서 추구하는 스펙으로 데이터 정합성을 제공하기 위해 하드웨어 개선 평가 목적의 전자현미경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특히 최근에 연구 목적으로 제공받은 전자현미경을 늘 곁에 두고 업무에 활용하다 보니 어느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업무 도구가 전자현미경이 됐다.
“5년 전 협력사로부터 하드웨어(H/W) 개선 평가 목적으로 언제나 필요할 때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 목적의 전자현미경을 확보했습니다. 그 이후로 제가 개선하고 싶거나 평가하고 싶은 연구 아이템이 있으면 언제나 이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죠. 계측 공정에 실제 사용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기 쉽지 않은 다른 전자현미경과는 달리, 이 전자현미경은 언제나 곁에 두고 분해하고, 장착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저만의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술명장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 배우고자 하는 ‘간절함’
박승민 기정을 기술명장으로 이끌어준 것도 전자현미경이다. 그는 1995년 입사부터 현재까지 25년간 전자현미경 CDSEM 장비를 다뤄오며, 전자현미경 CDSEM 전문가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수많은 난제를 직접 경험하며 성장했고, 그 결과 무수한 성과를 내며 ‘기술명장’ 2기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다.
박승민 기정이 기술명장이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성과는 사내 자체 인력만으로 전자현미경 CDSEM 포함한 계측 장비를 이설한 것.
“여러 장비를 이설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장비들을 고장이 나지 않게 분해해 이동시켜야 하는데, 이는 협력사의 지식재산권(IP)에 속해 있어 핵심 기술을 저희에게 가르쳐 주질 않죠. 기술 노출을 꺼려해 식사 시간이나 퇴근 시간 후 야간에 작업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를 배우고자 끼니도 거르고, 야근도 자주 했었죠. 그리고 작업공간에 돌아가서 배운 것들을 직접 장비에 실험했고,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구성원들과 함께 이를 무사히 이설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인건비, 비용 절감 등 경제적 측면에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기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그의 간절함이 가져온 성과. 협력사 업무를 어깨너머로 배우고, 직접 논문을 찾아보면서 공부한 뒤 이를 장비에 직접 적용시켜 보면서 난제들을 하나하나씩 해결했다.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장비에 오류를 적용시키면 고장이 나기 때문에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었던 것. 하지만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인 자세로 난제 해결에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였다.
“난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장비에 실험을 하다가 그 방법이 실패해 장비가 오래 멈췄었습니다. 리더에게 많이 혼났었죠. 그때 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도전적인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습니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결국 실수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장비에 정립시킬 수 있었죠. 성장하는 과정에선 시행착오는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야 개인의 스킬업은 물론이고 SK하이닉스의 성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담당하는 기술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며 “기술의 최고봉에 오를 수 있게 해당 분야의 명장을 멘토로 선택해 그 이상이 되겠다는 의지를 갖고 성실하게 분석하고 공부한다면, 언젠가 그 위치가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명장으로서 느낀 성취감의 맛,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다
기술명장이 된 이후 그는 전자현미경 CDSEM 난제 해결 관련 업무를 더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2018년 상반기, 그룹 내 담당의 의지로 전자현미경 CDSEM 난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가 결성됐던 것. 하드웨어 전문가인 기술명장과 소프트웨어(S/W) 전문가인 APP’S 담당자들로 TF가 구성됐고, 여기에 박승민 기정도 참여했다. 최종적으로 이 TF에는 ‘Hunting issue’와 ‘장비 간의 Skew issue’를 해결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Hunting issue는 전자현미경 CDSEM의 고질적인 문제로 Defocus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웨이퍼의 선폭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장비의 화면이 깨끗해야 하는데, Defocus 현상으로 오측정이 발생하는 것. 박승민 기정을 비롯해 TF는 수많은 파라(Para)2)를 분석해 해결했다.
2) 파라(Para): 반도체 소자를 동시에 처리하는 단위
Hunting issue를 해결한 후엔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 장비 간의 Skew issue 해결을 위해 연구에 돌입했다. 박승민 기정은 애장품인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분석하고 평가했고, 마침내 키파라(Key-Para)를 찾아냈다. 끝내 전사 MI CDSEM 장비를 TTTM(Tool To Tool Matching)하는 표준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말 BIC(Best In Class)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가 전사적으로 적용 중이다.
“기술명장이 되고 난 후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풀어야 하니 책임감도 막중해지더군요. 스트레스가 이전보다 더 쌓였었습니다.(웃음) 하지만 끝내 Hunting Issue를 해결했고, 그보다 더 까다로웠던 난제인 장비 간의 Skew issue의 해결 방안을 찾았죠. 그때 느꼈던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그는 기술명장으로서 자신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물론, 후배들의 양성도 잊지 않고 있다. 사내강사 활동을 비롯해 후배들에게 틈틈이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팀에서도 기술명장이 되고자 하는 후배들이 많아요. 저의 길이 어쩌면 후배들에게 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를 알리기 위해 강의에 자주 나서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후배들의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어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끊임없이 노력해온 박승민 기정은 아직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마지막으로 기술명장으로서 그의 목표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물었다.
“전자현미경 유지∙관리 기준을 정리하고, 사람이 일일이 기준을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하나둘씩 모여 언젠가 제가 개발한 기준이 SK하이닉스를 넘어 세계적인 기준이 되길 꿈꾸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를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하는 그날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