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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다가올 메타버스의 세계, 핵심은 재미와 경제 시스템

Written by 이종철 기자 | 2022. 1. 16 오후 11:55:00

지난해 메타버스(Metaverse,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 키워드에 불을 붙인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로블록스(Roblox)의 상장, 그리고 페이스북(Facebook)의 사명 변경이다.

지난해 메타버스 트렌드를 주도한 ‘로블록스’와 ‘메타’

▲ 로블록스 공식 블로그 메인 화면 캡처

로블록스는 2006년 서비스를 개시한 블록 3D 서비스로, 게임보다는 플랫폼에 가까운 메타버스다. 로블록스 제작사는 게임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유저들이 게임을 만들어 판매하도록 했다. 게임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코딩이 필요 없는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이용해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 로블록스에서는 2021년 말 기준 800만 명의 제작자가 5,000만 개의 게임을 제작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페이스북 커넥트 2021’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며, 앞으로 메타버스에 올인할 뜻을 내비쳤다. 메타는 한 해 전인 페이스북 커넥트 2020’에서 올인원(All in One) 가상현실(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 2(Oculus Quest 2)’를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며, 메타버스 서비스인 호라이즌(Horizon)’ 출시를 함께 발표한 바 있다.

메타는 이번 페이스북 커넥트 2021’에서 사명 변경 후 호라이즌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운영될지 일부 공개했는데, 게임, 생산성 소프트웨어 등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 서비스 중인 캐릭터와 크리에이터를 한 곳에 모아 놓은 형태로 메타버스보다는 메타버스를 모아 놓은 시장(Market)에 가까웠다.

메타는 현재 호라이즌을 비롯해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페이스북 커넥트 2021 이전에도 업무용 툴(Tool)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을 출시했고, 현재 북미 한정으로 3D 행아웃(화상통화 및 채팅 기능) 서비스인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까지 선보인 상태다. 호라이즌 월드의 특성을 보면 새롭게 다가올 메타버스의 특징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 호라이즌 월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호라이즌 월드에서의 활동은 구축(Create)과 탐험(Explore)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구축은 로블록스의 시스템과 유사하다. 건물을 짓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다. 탐험 부문은 다른 서비스가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을 갖고 있는데, 이는 메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Instagram)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SNS 계정들이 하나로 연결된 메타버스 안에서 서로 만나 대화를 하고 서로의 집에 방문하거나 가상으로 꾸며진 일터에서 일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사용자들은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우연한 만남(Serendipity)을 갖고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며 협업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할 때 메타가 앞으로 호라이즌 월드 내에 로블록스와 같이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다른 서비스에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를 제공해 호라이즌 월드 안으로 모든 서비스의 캐릭터를 모을 경우, 전례 없는 거대 메타버스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성 세대들에게 메타버스란? 편리한 업무 툴 또는 재미있는 장난감

현재까지 등장한 메타버스는 생산성 혹은 재미, 두 가지 중 한쪽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이는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세대 간의 시선 차이 때문이다.

▲ 스페이셜(Spatial) 내 가상 갤러리(사진 제공 : 스페이셜)

최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인 스페이셜(spatial)’게더 타운(gather town)’ 등은 주로 업무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페이셜은 오큘러스 퀘스트 2 이전부터 서비스를 제공해온 협업 툴이다. VR 기기를 쓰고 가상 공간에서 만나 화이트보드를 앞에 놓고 회의를 하거나 모닥불(Camp Fire)을 피워 놓고 그 앞에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현재 VR 기기를 보유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 모바일 앱과 웹 버전까지 출시한 상태다.

마치 싸이월드나 고전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RPG)을 떠올리게 하는 게더 타운은 2D 메타버스 서비스다. 2D 캐릭터를 설정하고 키보드로 캐릭터를 움직여 다양한 곳을 둘러보거나 다른 캐릭터와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다. 고전 RPG 게임을 경험해본 세대에게는 익숙하게,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도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가는 것이 장점이다.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진라거 출시 기념 기자 간담회를 게더타운에서 진행하고 있다(사진 제공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이 같은 형태의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기업들의 회의나 세미나에 주로 활용돼 왔다. 실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오뚜기는 202110월 게더 타운에 이천 브루어리(Brewery)를 그대로 재현하고, 그 안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는 이 같은 업무용 툴 이외에도 더 많은 메타버스 등장이 예상되는 해다. 특히 게임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채굴 기능과 토큰 보상을 갖춰 해외에서 일간 활성사용자 150만 명 이상을 확보한 미르4(Mir4)’의 제작사 위메이드(WEMADE)는 최근 제타버스(Zetaverse)’ 상표를 출원하고, 위메이드맥스(WEMADEMAX), 위메이드트리(WEMADE TREE) 등 자회사를 통해 관련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게임과 차별화되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겠다는 것이 위메이드의 올해 목표다.

컴투스(Com2Us)는 하나의 서비스에서 업무와 놀이를 모두 할 수 있는 올인원 메타버스인 컴투버스(Com2Verse)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컴투스는 지난해 11월 컨퍼런스 콜에서 컴투버스를 공개하며, “게임, 영상, 공연 등의 콘텐츠는 물론 금융, 쇼핑, 의료, 업무도 가능한 대형 메타버스를 구현하겠다고고 밝혔다.

컴투스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컴투버스 내 테마파크 월드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커뮤니티 월드에서는 다른 사용자들을 만날 수 있으며, ‘커머셜 월드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가상의 오피스 환경인 오피스 월드에서 일할 수 있다. 경제 시스템으로는 블록체인(Block Chain) 경제를 도입한다.

이외에도 현재 은행, 교육기관 대체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구축되고 있다.

요즘 ‘Gen Z’가 메타버스를 즐기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주로 생산성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그러나 Z세대가 메타버스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 패턴은 조금 다르다. Z세대들은 대부분 재미와 탐험을 위해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한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움직이기보다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듯 자유롭게 가상세계를 둘러보며 인증샷을 찍고 그 안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이러한 Z세대의 특성을 겨냥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제페토(ZEPETO)’를 꼽을 수 있다.

네이버제트(Naver Z)가 서비스 중인 제페토는 아바타 전용 소셜 미디어로, 자신을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 여러 형태의 가상 공간을 누비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단순히 캐릭터를 꾸미는 재미에 치중돼 있었다면, 제페토 2.0 버전부터는 다양한 맵(Map, 게임 속 가상 공간)을 활용해 게임, 팬 미팅, 콘서트 등을 지원하는 메타버스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일례로 제페토는 블랙핑크의 신곡 아이스크림뮤직비디오 촬영 장소와 동일한 3D 맵을 제공해, 가상 팬 사인회를 열 수 있도록 하거나 아바타가 방문해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 제페토X구찌(사진 제공 : 네이버제트)

제페토에서의 에 진심인 타깃 세대에게 제페토 속 아바타나 재화는 실제 세계의 자신이나 물건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실제 화폐로 제페토 속 재화를 구매해 아바타를 꾸미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이러한 흐름을 빠르게 파악해 제페토 아바타용 의상을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찌는 아예 가상의 쇼룸(Showroom)을 만들고, 실물로도 판매하는 구찌 체인백과 버킷백 등을 본뜬 가상 제품을 제페토 안에서 판매했다. 구찌 외에도 디올(Dior), 자라(ZARA), 나이키(NIKE), 랄프로렌(RARLPH LAUREN) 등의 브랜드가 제페토 내에 입점해 가상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기업은 실물 상품보다 훨씬 저렴하게 자사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제페토 안에서는 한 번 제작하면 제품을 무한대로 복사할 수 있어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또한 머지않아 브랜드 핵심 소비자가 될 잠재고객들이 미리 자신의 브랜드를 체험한다는 점에서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202011, 한국관광공사와 네이버제트가 협업해 제페토 내 한강공원을 구축했다(사진 제공 : 네이버제트, 한국관광공사)

3D 월드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살려 제페토 안에 가상의 관광 명소를 옮겨 오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제트와 함께 제페토 크리에이터 맵 콘테스트를 진행했고, 이 중 입상작으로 선정된 부산, 목포, 안동, 강릉, 전주 등 관광거점도시 5곳의 3D 맵을 구축해 지난해 12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제페토 안에서 부산 광안대교와 감천문화마을, 안동 영월교와 도산서원, 강릉 안목커피거리와 정동진 등의 관광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특히 BTS가 방문한 곳으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탄 안목해변을 그대로 구현해, 가상으로 꾸며진 BTS 정류장에서 인증샷을 찍을 수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전에도 로블록스에서 오징어 게임 콘텐츠(Squid Game in Gangneung, Korea)를 구현해 누적 방문자 수 7만 명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외에도 CUGS25의 제페토 가상 편의점, 롯데하이마트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하이메이드 섬등 유통업계도 체험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는 로블록스에 나이키랜드를 구축했고, 아디다스(Adidas)는 가상의 한정판 신발을 판매하는 한편, 실제 한정판 신발을 사면 아디다스 메타버스 입장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Z세대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로블록스와 제페토가 다른 메타버스 서비스들보다 큰 인기를 얻은 비결은 제대로 구축된 경제 시스템과 보상 시스템이다. 제페토는 3D 툴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의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제페토는 유행을 따라 의상을 직접 제작해야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졌고, 소비자들은 패션쇼가 끝나자마자 소개된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옷을 바로 구매해 입을 수 있게 됐다.

제페토는 제페토 스튜디오를 통해 3D 툴을 다룰 줄 모르는 소비자도 의상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로블록스와 제페토 모두 로벅스으로 부르는 자체 화폐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현금으로 환전해준다. 현재 제페토 크리에이터는 70만 명 이상이며, 판매한 아이템 개수는 2,500만 개를 넘어섰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크리에이터 렌지와 같은 제작자 인플루언서도 등장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 서비스 성패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는 ‘재미’와 ‘경제 시스템’

앞으로의 메타버스 트렌드를 관통할 핵심 키워드는 재미경제 시스템이다. 뚜렷한 목적 없이도 사용자가 찾아오게 하려면 재미를 보장하는 콘텐츠가 많아야 하고, 2D 게시판을 뛰어넘는 사용 편의성도 갖춰야 한다. 확실한 경제 시스템과 보상, 쉬운 제작 툴도 중요하다. Z세대가 원하는 콘텐츠는 플랫폼 제작자보다 Z세대가 더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제작이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제작한 결과물에 대해 확실하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기존 메타버스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중 어떤 서비스가 확실한 재미와 보상을 갖추고 있을지 기대해보자.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