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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민 3D 격투 게임 ‘철권’ 시리즈의 신작 ‘철권7’이 PC와 가정용 게임기로 출시됐습니다. 영원한 숙적이자 부자관계였던 미시마 헤이하치와 미시마 카즈야의 승부가 다뤄졌기 때문에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었는데요. 특이하게도 이번 시리즈에는 인공위성이 등장하며 인공위성은 게임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철권7’ 속에서 인공위성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현실 속에서의 인공위성 기술은 얼만큼 발전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철권 7 속 인공위성

▲ 철권 7의 오프닝 영상(출처: 철권 유튜브)

 

‘철권7’ 속에서 인공위성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철권7의 스토리 중반부에는 인공위성이 상대방을 감시하고 정찰, 파괴하는 병기로 사용됩니다. ‘철권7’ 중반부의 스토리를 잠시 설명해 보죠.

고우키는 미시마 카즈미로부터 헤이하치와 카즈야를 없애달라는 청부를 받아 헤이하치를 찾아가 살해합니다. 하지만 살해 당한 줄 알았던 헤이하치가 살아 있었고 죽은 척 위장하며 고우키와 카즈야를 감시합니다. 그리고 고우키와 카즈야가 G코퍼레이션 건물에서 대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헤이하치는 미시마 재벌 소유의 인공위성으로 촬영해 전세계에 퍼트린 후, 그 건물을 붕괴시킵니다. 카즈야와 고우키는 모두 살아남게 되지만 사람들은 악마가 된 카즈야의 모습에 경악하며 G코퍼레이션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카즈야는 레이저로 인공위성을 시내 한복판에서 격추시키고 이 사태와 이전에 있었던 일들이 모두 미시마 재벌의 계략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언론플레이는 완벽하게 먹혀 들어 사람들은 다시 미시마 재벌을 적대시하고 전황은 다시 G코퍼레이션으로 크게 기울게 되죠.

이 중반부의 스토리만 보더라도 게임 속에서 인공위성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행방이 묘연해진 캐릭터를 찾을 때는 물론, 특정 위치를 정찰하거나 공격할 때에도 사용되죠. 그렇다면 현실 속에서 인공위성은 어떨까요? 현실에서는 게임 속에서보다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철권7’에서처럼 군사 목적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죠. 그럼 현실 속에서의 인공위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현실 속 인공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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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은 행성 주위, 대체로 지구 주변을 돌도록 쏘아 올린 인공 장치를 말합니다. 최초의 인공위성은 1957년 10월 구소련에서 발사된 스푸트니크 1호로, 별다른 목적 없이 기술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인공위성은 지구 주변을 돌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인공위성의 등장이 구소련과 미국의 냉전 시대 때인 만큼 시작은 군사적인 목적이 더 강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용도가 늘어남에 따라 현재는 기상, 통신, 과학 등 다양한 종류의 인공위성이 등장했습니다.

 

누구든 감시하는 정찰위성

그럼 먼저 군사 위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군사 위성은 말 그대로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공위성인데요. 하지만 ‘철권7’과 같은 게임이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병기는 현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1967년 우주조약에 의해 금지됐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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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나사 인공위성이 촬영한 북한 모습. 게임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자세한 모습을 판별할 수는 없습니다. (출처: NASA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군사 위성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군사 위성 중 대표적인 것은 단연 정찰위성입니다. 정찰위성은 인공위성에 카메라를 달고 목표 지점을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어 해당 지역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우주 위에서 지상의 선명한 사진을 찍는 기술이 발달되기 전까지는 정찰위성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찍은 사진을 지상으로 전송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찍은 필름을 지상으로 낙하시켜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했었죠.

1980년대에 들어서는 위성과 지상 간의 데이터 전송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찍은 사진의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윽고 3D 카메라를 이용하는 방식처럼 두 대 이상의 카메라를 이용해 입체 지형의 데이터를 얻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헤이하치가 고우키와 카즈야의 결투를 촬영해 전세계에 퍼트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정찰위성의 기술을 활용한 덕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드라마나 SF영화를 보면 인공위성을 통해 누군가를 포착하는 장면이 등장하곤 하는데요. 심지어 그 사람의 얼굴은 물론,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도 뚜렷하게 확인하기도 하죠. 하지만 현실의 정찰위성은 이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민간용, 상업용 인공위성의 해상도는 정부의 규제로 인해 50cm에서 멈춰있습니다. 해상도 50cm라는 것은 50cm의 물체를 점 1개로 인식하는 것으로, 키가 2m의 사람이라면 점 4개에 불과한 셈입니다.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을 수준이죠. 물론 군사용 정찰위성의 경우, 이러한 해상도 규제가 없기 때문에 인상착의 정도는 확인이 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합니다.

지금 어디 있나요? 항법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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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에도 적용되고 있는 GPS는 없어서는 안되는 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항법위성은 특정 물체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인공위성입니다. 대표적으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가 있죠. GPS는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에 적용된 지 오래라 민간용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원래는 군사용으로 개발된 인공위성입니다. 현재는 민간용과 군사용의 주파수를 다르게 하고, 군사용은 GPS를 더 정밀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거는 등의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항법위성은 4대 이상의 위성이 필요하며, 전 세계에 사용하려면 20대 이상의 위성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다수의 인공위성을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 중국 정도만이 가능하죠. 그 외의 국가에서는 특정 지역만 서비스 가능하도록 제한적으로 개발 중입니다.

꼭 금지해야 할 궤도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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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위성으로 레이저를 발사해 지상의 물체를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궤도위성은 위성 자체를 무기로 만든 것인데요. 위성에 핵무기 등을 실어서 낙하시키는 것이나 위성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는 등의 행동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는 우주조약에 의해 금지됐기 때문에 현재까지 만들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조약에도 궤도위성을 만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미국과 구소련은 냉전시대부터 궤도위성을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기술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지상으로 발사체를 투하해 공격하는 형태로 연구됐었고, 이후 인공위성에서 미사일이나 레이저 등으로 초고도 공격을 하는 방식이 구상되기도 했습니다.

철권 게임에서는 ‘철권7’뿐 만 아니라 궤도위성의 기술을 이전 시리즈에서도 사용하곤 했는데요. ‘철권2’에서는 닥터 아벨이 인공위성의 강력한 레이저 광선으로 잭-2를 죽이려고도 하죠.

하지만 모두 실제 개발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며, 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현재까지 궤도위성에 대한 연구는 모두 멈춰진 상태입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궤도위성 개발이 가능하지만, 이로 행해지는 공격은 언제든지 대량 살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이뤄져서는 안 될 일입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민간 위성, 그리고 반도체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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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날씨 변화를 확인하고 예측도 가능합니다. (출처: NASA 공식 홈페이지)

 

‘철권7’에서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목적의 민간 위성도 있습니다. 민간 위성 중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것은 기상위성입니다. 기상위성은 기상관측만을 위해 설계된 인공위성인데요. 지구의 저압 또는 전선 등의 정확한 위치와 크기, 태양광선의 반사량 등을 관측합니다. 또한, 관측 자료를 전송하고 중계할 수 있는 기능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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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위성 접시라고도 불리는 안테나를 통해 인공위성에서 전파를 받아 방송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통신위성은 지구 주위를 회전하며 지상 통신국으로부터 신호를 수신한 후, 그 신호를 증폭 변환해 다시 상대 지구국에 재송신합니다. 일반 통신 신호뿐만 아니라 방송 신호도 송수신하기 때문에 전화 통화는 물론 위성 TV(대표적으로 스카이라이프)의 중계기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공위성의 발전에는 반도체 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인공위성 속에 꼭 들어가야 하는 부품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인공위성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앞서 소개한 다양한 기술에 모두 접목되죠. 또한, 해당 기술을 지상에서 사용하기 위한 기기에도 반도체가 탑재됩니다.

특히 기상위성에 탑재되는 카메라에는 이미지 센서와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됩니다. 이미지 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전기적인 영상신호로 바꿔 주는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반도체입니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의 고속 처리를 위한 저장 장치로, 고화질 사진이나 영상을 보다 빠르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는 GPS 수신 장치에도 반도체가 사용되는데요. 여기에는 GPS 신호 증폭 및 간섭파 여과를 위한 모듈이 장착되는데, 내성과 감도를 강화하면서 크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주요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시스템반도체로 분류되는 스마트폰의 모뎀칩은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힙니다. 스마트폰은 모뎀칩을 통해 전화, 네트워크, 데이터 등 통신 기능을 사용하는데요. 인공위성과의 통신도 이 모뎀칩을 통해 이뤄집니다. 또한 통신 기술이 4G에서 5G로 넘어가며 빠른 무선 속도를 요하는 산업이 많아지면서 반도체 기술도 더욱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지만, 지구 밖에 떠있어 눈에 보이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의 발전과 함께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기입니다. 쓰기에 따라 유용하기도, 위험하기도 한 인공위성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기 용도로 개발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우리의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해줄지 기대되는 기술입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IT 전문 필진

임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