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휘자가 정확한 지휘로 파트마다 연주 세기, 박자, 길이 등을 정해줘야 수십 개의 악기가 하나의 하모니로 어우러질 수 있기 때문. 이는 반도체도 마찬가지, 생산공정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어디선가 반드시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모든 생산라인에서 동일한 기준과 규격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라인을 가동해야만 반도체 품질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있다면, SK하이닉스에는 M&T(Manufacturing & Technology) 기술혁신 담당 그룹이 있다. M&T기술혁신 담당 그룹은 반도체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장비와 소재, 생산 시스템까지 하나하나 검토해 각각 표준을 정하고, 생산과정을 진단∙분석해 공정효율을 개선하는 일을 맡고 있다. 뉴스룸은 이 반도체 생산분야 ‘마에스트로’들을 만나, 그들이 맡고 있는 직무에 대해 상세히 들어봤다.
M&T기술혁신 담당 그룹의 궁극적인 목표는 ‘반도체 제조기술의 표준화’
M&T기술혁신 담당 그룹은 현재 총 8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이번에 만나본 팀은 소재기술팀, 장비/부품팀, 진단기술팀, Working System팀 총 4팀.
소재기술팀과 장비/부품팀은 각각 구매할 장비/부품과 소재를 결정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진단기술팀은 도입된 장비/부품과 소재가 실제 공정에서 예측한 결과를 얻는지 진단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분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Working System팀은 개발 제품의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업무와 생산라인 전체 시스템을 표준화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각 팀마다 맡고 있는 분야는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반도체 생산기술을 표준화하고, 더 나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 생산라인 신설이 결정되면 M&T기술혁신 담당 그룹 내 각 팀의 담당자와 현업에서 유관부서 관계자들로 구성된 TF가 구성된다. 이 곳에서는 구체적인 목표와 기준이 정해지고, 기획 단계부터 생산라인 완공 단계까지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생산라인에 들어갈 모든 요소를 결정하게 된다.
장비와 소재, 각 생산라인에 적용할 시스템 등을 현장에서 담당자들이 직접 결정하면 작업자의 요구사항을 바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같은 기종이라도 현장마다 적용된 옵션이 달라 호환이 안 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규격이 맞지 않는 일부 라인에선 적용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계속 발생한다. 2년 전 M&T기술혁신 담당 그룹이 신설된 이유다.
기업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도 제조환경을 표준화하는 작업은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규모가 작을 땐 서로 조금씩 달라도 커뮤니케이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명확한 기준을 세워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해지기 때문. 실제 M&T기술혁신 담당 그룹이 전체적인 공정흐름을 고려해 모든 규격을 표준화하기 시작하면서 현장의 불협화음은 계속 줄고 있다. 모든 생산라인이 ‘수율 향상’이라는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달릴 수 있게 된 것.
인내심과 책임감이 가장 중요한 덕목…유연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도 필요
M&T기술혁신 담당 그룹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일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각 팀의 ‘핵심 인재’들에게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해당 업무에 필요한 역량과 자질에 대해 보다 자세히 물어봤다.
Q. 현재 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장비와 부품 중 부품을 표준화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부품이 잘 제작돼 생산라인에서 문제 없이 사용되고 있는지, 또 수리 프로세스에는 문제가 없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부품의 사용주기를 관리해 장비 성능을 향상시키는 업무도 함께 맡고 있다.
Q. 업무 중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예전에는 높게 나타나던 불량률이 표준화를 거친 이후 낮아진 걸 확인할 때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또, 구매를 결정한 부품에 대해 현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들을 때도 기분이 좋다.
Q.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부품의 특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필요하다. 부품의 구조나 원리를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각 부품의 형태나 규격, 장비 내에서 하는 역할이나 구동 방식은 물론, 수리 방법과 합리적인 수리비용까지도 모두 꿰고 있어야 한다. 수많은 부품 중 가장 적합한 부품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
Q.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발품을 많이 파는 편이다. 제조업체를 찾아 장비나 부품을 분해해보며 구조를 살펴보기도 하고, 수리업체에서 같이 수리를 해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IT 융합 전공으로 대학원에 재학 중인데, 체계적으로 이론적인 부분을 보강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학우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다른 분야의 지식들을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지도 늘 고민하고 있다.
Q. 이 업무에 필요한 의 자질은 무엇인가?
부품마다 필요한 지식이 다 달라 화학, 기계, 전기, 전자 등 전공에 따라 모두 각자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특별히 유리한 전공 분야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업무 특성상 맡은 분야에 대해선 끝을 볼 때까지 깊게 파고들 수 있는 끈기는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긍정적인 마인드도 중요하다. 사실 팀에 배정되면 처음부터 새로 다 배워야 하는데, 배우고 열심히 하려는 생각이 없다면 곤란하다.
Q. 현재 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표준화 과정을 거쳐 도입된 장비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보유한 센서나 분석 툴을 이용해 원인을 밝혀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특정 장비를 가장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도 주 업무 중 하나다.
Q. 업무 중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가끔씩 현장의 기술팀에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올 때가 있다. 대부분 현장에서 풀지 못한 난제들. 이를 분석해 참원인을 찾고 개선방향을 특정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Q.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통계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모든 업무가 진단∙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진행되기 때문.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해 통계 관련 프로그램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성격적인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인내심과 끈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Q.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업무 특성상 책상에만 앉아 있어선 발전할 수 없다. 업계에서 어떤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는지 계속 리서치 해야 하고, 또 리서치 결과를 SK하이닉스에 어떻게 접목시킬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논문도 많이 보고 국가 연구기관을 찾아 새로운 분석기술도 살펴보고 있다. 신규 기술을 직접 테스트 해볼 때도 많다.
Q. 이 업무에 필요한 의 자질은 무엇인가?
인내심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친구들에게는 인내심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일이 힘들 때도 있겠지만, 잘 참고 버텨 그 순간을 이겨냈을 때의 보람과 성취감을 느껴보길 권하고 싶다.
Q. 현재 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CMP(Chemical Mechanical Planarization) 공정 중 웨이퍼의 필름을 평탄화하는 데 사용되는 소재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기술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협력사의 품질경쟁력을 높이고 분석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일도 하고 있다. 또 협력사의 데이터를 생산라인에 매칭해, 생산라인에서 성능이 얼마나 나올지 예측하는 일도 맡고 있다.
Q. 업무 중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소재 분야의 경우 공정 진행 후 발생되는 문제들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빠르게 제거해도 이미 물성의 변화가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문제가 생기기 전 미리 예측해서 공정을 개선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소재 엔지니어로서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Q.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데이터에 대한 통계분석이 주 업무라서, 데이터와 통계분석 과정에 대한 이론적인 이해도가 필요하다.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도 많아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감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
Q.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소재 관련해선 1년에 수백 편의 논문과 특허들이 쏟아진다. 이 시장이 그만큼 많이 열려 있다는 의미.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지적 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1년에 논문 한 편, 특허 1건씩은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이 업무에 필요한 의 자질은 무엇인가?
에게도 역시 책임감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요즘 ‘워라밸’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충분히 워라밸을 즐기기 위해서는 맡은 업무를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고 스마트하고 깔끔한 업무처리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춘 후배가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
Q. 현재 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공정 자동화 업무를 맡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엔지니어가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일과 엔지니어가 라인에서 공정 진행할 때 공정을 마친 웨이퍼(Wafer)가 다음 공정으로 자동으로 넘어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시스템 개발을 맡고 있다.
Q. 업무 중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새로운 기능이나 시스템을 개발해 제공했는데, 현장에서 만족하고 잘 사용할 때 성취감을 느낀다. 특히 “시스템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 참 보람 차다는 생각이 든다.
Q.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일단 반도체 공정 전체 프로세스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전체 프로세스를 잘 알아야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 또 시스템 구현을 위해서는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사고한 결과물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시스템 개발을 위해 컴퓨터 언어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주로 알과 파이썬을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통계적인 역량도 기본적인 수준은 갖추고 있어야 할 것 같다.
Q.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통계를 다루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 이론적인 베이스를 꾸준히 쌓고 있다. 또 이론을 시스템에 구현하기 위한 컴퓨터 언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Q. 이 업무에 필요한 의 자질은 무엇인가?
사실 이 들어오면 학교에서 접할 수 없었던 것을 모두 다 새로 배워야 한다. 이는 모든 팀이 마찬가지. 이 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유연성인 것 같다. 유연한 자세로 얼마나 업무지식을 흡수해 본인만의 색깔로 위로 쌓아 올리느냐에 따라 적응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 또, 입사를 앞둔 후배들에게 평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이 기회를 빌어 꼭 해보고 싶다. “월급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각오하고 와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