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로 하드디스크(HDD)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SSD. 이제는 PC, 데이터센터 서버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대세 중의 대세 아이템이다.

반면 사용량이 많다는 것은 자연히 버려지는 것도 많다는 뜻. 비영리단체 WEEE포럼*에 따르면 작년에 발생한 전 세계 전자폐기물은 약 5,740만 톤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지구에서 제일 무겁다는 건축물 만리장성의 무게가 5천만 톤이다. 전자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에 SK하이닉스가 폐기 대상인 SSD를 재활용해 환경보호와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 WEEE포럼: Waste from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Forum, 전자폐기물을 감시하고 처리 방법을 고안하는 비영리단체

전자폐기물이 될 뻔한 중고 ICT 장비를 기증하는 SK하이닉스

사실 SK하이닉스는 2018년부터 꾸준히 중고 ICT 장비를 기증해 재활용하고 있었다. 기증처는 사회적기업 ‘행복ICT’로, 전체 임직원 중 45%가 취약계층인 장애인표준사업장 IT기업이다(2022년 하반기 기준).

2018년 행복ICT는 장애인 추가 고용을 위해 중고 ICT 장비 재활용 사업을 구상했고, 장비 수급을 위해 SK하이닉스에 협조를 요청했다. 행복ICT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SK하이닉스는 전자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윈윈(Win-Win)이 되는 기회였다. 좋은 취지에 동감한 SK하이닉스가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면서 두 회사의 뜻깊은 사업이 시작됐다.

성장하는 중고 ICT 장비 기증 사업

SK하이닉스 중고ICT장비 기증▲ 2018년 시작한 SK하이닉스의 중고 ICT 장비 기증 추이

기증 사업 첫해에는 노후화된 사무용 장비가 기증 대상이었다. 하지만 매년 기증하는 장비의 종류가 확대되면서 기증 규모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PC · 모니터 · 프린터 등 사무용 장비 4,366대를 기증했고, 2019년에는 서버 · 스토리지 등 산업용 장비도 추가해 총 9,569대를 기증하며 물량을 두 배로 늘렸다.

2021년부터는 비가용 SSD를 추가로 기증하기 시작했다. 비가용 SSD는 고객 인증 등 개발과정에서 사용됐거나 기타 사유로 인해 판매할 수 없어 폐기하던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통해 인증용 샘플 SSD를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비가용 SSD 재활용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RMA*로 회수된 SSD에서 낸드 칩을 분리해 재활용하는 방안이다. 올해는 비가용 SSD 기증량이 늘면서 기증한 사회적가치 금액은 20억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 RMA: Return Material Authorization, 제품 반송 서비스 요청. 고객이 사용 중에 불량으로 추정되는 제품을 반송 요청하는 것.

버려질 뻔한 수천 개의 SSD, 새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

RMA SSD를 재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Solution QRA 부서 구성원들이 생각해냈다. 사실 RMA로 회수된 SSD 대부분은 재사용이 가능한 정상 제품이다. SSD 자체의 고장이 아닌데 탑재된 기기나 기타 부품의 고장으로 SSD까지 불량으로 접수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홍정환 TL▲ SSD를 기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홍정환 TL

“매달 RMA로 수천 개의 SSD가 접수되어 들어오지만 정말로 불량 SSD인 경우는 적습니다. 약 70% 이상의 SSD가 정상품으로 확인되지만 재판매가 불가능해 매달 폐기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SSD QE3 홍정환 TL이 SSD를 기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멀쩡한 제품이 버려지는 안타까운 상황, 돌파구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SSD 재활용에 대해 회의하는 직원들▲ 기증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구성원 모습 (좌측부터 송승규 TL, 홍정환 TL, 권현정 기장)

이번 기증 사업을 이끈 송승규 TL은 “Solution QRA 구성원들 모두 폐기되는 SSD가 아까워 재사용 가능한 방법을 알아봤지만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부서의 민원배 담당님께서 SSD를 기증해 재활용했다는 뉴스룸 기사를 보시고 저희도 사회적기업에 기증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셨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송승규 TL과 Solution QRA 구성원들은 더 효율적으로 기증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해냈다.

“저희가 기증 활동 시 고려했던 사항은 ‘정기 활동이 가능할 것’, 그리고 ‘기증 활동을 위한 구성원들의 추가적인 리소스 투입을 최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기증하기로 한 RMA 자재는 매달 들어오고 있어서 정기 활동은 가능하지만, 2021년처럼 SSD를 통으로 재사용하려면 RT(Re-Test)를 진행해 자재를 선정해야하기 때문에 매달 수천 개씩 들어오는 물량을 처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행복ICT와 논의해 활용 방안을 변경했습니다. 기증 물품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SSD이고, 불량이라 하더라도 원인이 SSD 안에 포함된 컨트롤러, 디램, 낸드, 소자 부품 등 다양하기에 처음부터 낸드를 재활용하면 재활용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고, 낸드칩을 재활용하는 것으로 협의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작년의 SSD 기증에 이어 올해는 RMA SSD 물량까지 기부가 더해지게 된 것이다.

SSD 재활용 프로세스작년부터 기증한 비가용 SSD는 고객 인증에 사용된 샘플 SSD로, 양품은 중고 컴퓨터에 장착되어 시중으로 유통된다. 불량품은 소재별로 분해되어 금과 구리 등을 추출하는 물질재활용 절차를 밟게 된다.

올해부터 추가로 기증하는 RMA SSD는 양품 낸드칩을 분리해 USB, IoT센서로 재제조하고, 남은 부품과 불량 낸드칩은 물질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재활용 프로세스도 정립되었고,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은 보안 이슈였다.

“기증 활동 대상 업체가 사회적기업이지만 SSD가 외부 반출되는 점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혹시 모를 사고로 일반 소비자가 습득하여 의도하지 않은 재판매 혹은 재사용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공헌 김영기 TL님과 논의하고 국내 법무팀과 국내 Compliance팀에 공유해 필요한 조치 사항 등을 확인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증 활동이 예정보다 두 달 정도 늦어졌는데, 그동안 자재들을 폐기하지 않고 기증하기 위해 좁은 창고에 자재를 잘 보관해준 권현정 기장님(RMA용 자재 관리)에게 감사 말씀을 늦게나마 드리고 싶습니다” 송승규 TL은 큰 산을 넘었다는 듯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언뜻 보면 불가능해 보였던 일도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면 가능해진다. Solution QRA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방법 덕에 매달 수천 개의 SSD가 버려지는 대신 재사용될 기회를 얻었다.

권현정 기장▲ 자재보관실에서 기증 대상인 SSD를 확인하는 권현정 기장

“RMA SSD 자재들이 기존에는 Scrap이라는 절차를 밟아 폐기물로 버려졌습니다. 폐기물로 버려지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는데, 소재별로 재활용해 환경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니 보람차고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환경 보호와 일자리 창출에 협조하여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권현정 기장은 밝은 얼굴로 이번 기증 사업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사회공헌 김영기 TL은 “처음에는 노후 장비 기증으로 기증 사업이 단순했는데 점차 동참해주는 부서가 늘고 고도화되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에 낸드칩 재활용 방법에 감탄했으며 앞으로도 폐기 대신 재활용되는 장비가 늘 수 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기증 사업에 힘쓸 것임을 밝혔다.

SK하이닉스 구성원
▲ SSD가 재활용될 수 있게끔 노력한 구성원들 (좌측부터 홍정환 TL, 송승규 TL, 권현정 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