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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래 사회는 언제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미지의 장소인 우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이죠. 최근 개봉한 뤽 베송 감독의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에서는 28세기 우주를 배경으로 가깝고도 먼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주정거장, 증강현실, 트랜스매터 등 독특한 설정이 주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주된 소재를 통해 미래 우주 세계를 잠시 만나보겠습니다.

뤽 베송이 꿈꾼 28세기의 우주,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21세기에는 인류가 휴가로 달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1957년 구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 위성 ‘스푸트니크’호 발사에 성공한 이후인데요. 1960년대는 과학 기술로 만들어질 미래,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함께한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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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시절 꿈을 이룬 뤽 베송 감독 출처 : 네이버 영화

당시 우주에 관심이 많았던 소년, 소녀들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무한한 상상력을 갖게 됐습니다. 여기에 소설, 만화, 영화를 통해 가깝고도 먼 미래 사회를 상상력을 만들어내기도 했죠. 10대때의 뤽 베송 감독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봤던 SF 그래픽 노블을, 40년이 지난 지금 스크린으로 옮겼으니까요.

뤽 베송의 신작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그래픽 노블 ‘발레리안과 로렐린’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이 그래픽 노블은 <스타워즈> <스타트렉> <아바타> 등 SF 명작들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제임스 카메론 또한 가장 영화화하고 싶은 원작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SF 영화 감독들에게는 상상력의 근원이 된 작품이라 할 수 있죠.

반도체로 이뤄진 천 개 행성의 도시, 알파

영화의 주인공은 최고의 요원 발레리안(데인 드한)과 로렐린(카라 델레바인)입니다. 이들은 우주 수호부라 불리는 국제 우주 정거장 ‘알파’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들의 호쾌한 액션과 더불어 28세기 미래 우주의 환상적인 모습이 볼거리인데요. 특히 천 개 행성의 도시 ‘알파’가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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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우주 정거장이자 하나의 행성이 된 ‘알파’ 출처 : 네이버 영화

알파는 국제 우주 정거장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뿐만 아니라 우주 여러 종족들이 이주해오고 계속 확장, 발전해나가면서 하나의 행성만큼 큰 크기를 자랑합니다. 이로 인해 지구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먼 우주 여행을 시작합니다. 믿기 힘들지만 알파에는 3,236종의 외계종족들이 모여 있고, 모든 형태의 자연과 상업/공업/주거 지역 등이 존재하며, 5천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일종의 반도체 행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환경 자체가 반도체인 행성이라 할 수 있죠.

덕분에 우주 수호부는 알파 행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물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설명되지 않지만 도시 곳곳에 사물의 움직임과 체온, 생명체의 구성 등 여러 가지를 모두 감지할 수 있는 3D 센서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멀리 떨어진 사람의 신원도 DNA를 통해 바로 판독하고, 어디에서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 지, 가장 빠른 길은 어딘 지를 파악해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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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이미지 : 각종 희귀 금속 추출 종족 / 두번째 이미지 :  정보 기술 경제 업무를 담당하는 ‘오멜리츠’ (출처 : 네이버 영화)

 

심지어 이 반도체 행성이라는 특징을 이용해 행성 표면에서 제조업에 필요한 각종 희귀 금속 등을 추출하는 종족도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알파를 소비만 위주의 우주 구조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재생 가능한 성격을 가진 행성으로 자리매김하게 해 줍니다. 다양한 생명체와 환경을 영상으로 구현해야 했기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 이하 영상 기술이 발전된 이후에야 이 작품을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알파는 1993년 실제로 미국이 세계 각국에 제안했던 국제 우주 정거장 프로젝트의 이름입니다. 이 프로젝트 자체는 무산되었지만, 1998년부터 새로운 우주 정거장이 만들어져 지금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빅마켓이 보여주는 증강현실의 미래

키리안 행성은 극중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발레리안과 로렐리는 특수 임무를 부여 받고 사하라 사막을 연상시키는 키리안 행성에 오는데요. 이곳에 온 이유는 다름아닌 우주 최고, 최대의 시장 ‘빅마켓’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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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 안경을 써야 보이는 빅마켓 출처 : 네이버 영화

빅마켓의 크기는 축구장 5~6개가 넘는 규모입니다. 하지만 보이는 건 모래바람이 거센 황량한 사막뿐입니다. 이곳의 비밀은 바로 증강현실에 있습니다. 빅마켓이 있는 곳에서 다른 차원을 볼 수 있는 안경과 헬멧을 순간, 그 곳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의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시장은 가짜가 아닙니다. 각각의 행성에 존재하는 진짜 시장이 차원 이동을 해서 빅마켓에 모인 것이죠. 그러므로 인간 및 다양한 인종들은 그들이 갈 수 있는 시장 지역이 따로 있습니다. 관객들은 극중 발레리안이 쓴 안경을 통해 증강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럼 현재 증강현실 기술은 어느 정도까지 왔을까요? 최근 출시를 예고한 미라 랩스의 ‘미라 프리즘(Mira Prism)’이라는 증강현실 안경은, 안경에 아이폰을 끼우는 것만으로도 현실 세계에 디지털 오버레이 된 컴퓨터 그래픽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안경에 포함된 여러 센서에서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그 위에 컴퓨터 그래픽을 입힌 영상을 사용자의 눈 앞에 뿌려주는 것이죠. MS의 홀로 렌즈나 중국 레노버에서 개발하고 있는 ‘데이 스타(DaystAR)’도 같은 원리입니다. 증강현실 관련 기술 발달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다보면 빅마켓 같은 곳이 열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트랜스매터, 물질 전송 장치 등장 가능성

우리는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얻기도 하고 반대로 입히기도 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모든 정보를 0과 1의 디지털 정보로 바꿉니다. SF영화에서는 이런 반도체의 원리를 차용해 현실 물질을 디지털 정보로 분해해서 전송하거나 조립하는 것을 영상으로 구현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트랜스포터(물질 전송)나 래플리케이터(물질 복제)는 이 원리를 상상력으로 극화한 소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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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랜스매터를 이용해야 물건을 얻을 수 있는 빅마켓 출처 : 네이버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에서도 비슷한 장치가 등장합니다. 빅마켓 시장의 필수품 ‘트랜스매터’입니다. 여러 차원이 합쳐진 빅마켓의 특성상, 구입한 물건을 바로 가지고 나올 수가 없는데요. 공항의 X레이 검사기처럼 생긴 장치에 물건을 통과시켜 현실 세계에 있는 곳으로 물건을 옮겨와야 합니다. 다시 말해 증강현실 속 차원의 물건을 분해해서 현실세계로 옮겨 재조립하는 거죠. 손에 장착하는 소형 트랜스매터를 이용하면 다양한 공간에서 물건을 가져오거나 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주요 소재인 물질 전송은 다수의 과학자들이 연구를 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오스트리아인스부르크 대학에서는 광자와 양자를 원격 이동 시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물질전송이나 재조합 시 필요한 무한한 정보량 수급의 힘듦과 폭발 위험 등을 감안했을 때 현실 구현은 오랜 세월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세계를 느끼는 방법은 개발 중에 있습니다.


▲ 액손VR에서 만든 엑손 슈트 출처 : VRGamingFan 유튜브

 

2016년에 발표된 엑손VR(AxonVR)은 ‘모션 시뮬레이터’와 ‘액손 스켈레톤’이라는 이름의 가상 현실 공간 속 움직임 제어 장치와 엑손슈트(AxonSuit)라는 이름의 가상 현실 공간 속 촉감 재현 옷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인 엑손슈트는 자켓, 바지, 장갑 부츠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촉각과 온도 감지가 가능해 가상 공간에서의 물체 온도와 재질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가격이 공개 되지 않았지만 고가의 제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이보다 좀 더 저렴한 제품으로는 곧 출시될 예정인 ‘하드라이트 VR 슈트’가 있습니다. 약 600 달러(한화 67만원) 정도의 가격을 가진 이 제품은, 가상현실에서 총이나 주먹에 맞는 느낌 등을 진동을 통해 몸에 재현해 줍니다.

반도체를 통한 미래의 꿈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28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세계관을 설계한 건 미지의 세계였던 우주를 동경하던 20세기 소년, 소년들입니다. 10대때 원작을 꼭 영화로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한 뤽 베송만 봐도 알 수 있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그것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노력했습니다. 반도체의 발전 과정만 봐도 알 수 있죠. 과거 기계식 또는 진공관 계산 장치가 가졌던 한계는 반도체 기술의 혁신과 함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무너졌고, 무어의 법칙을 따라 진화한 반도체는 이제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으며, 다시 깊숙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반도체가 태어나던 시기에 만들어진 소년, 소녀들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극중 빅마켓으로 선보인 증강현실과 다른 차원의 전투로 구현된 체감형 가상 현실 기기 등은 IT 기술의 발달로 체험이 가능한 것처럼 말이죠. 반도체 기술의 혁신이 끝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아직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혁신이 이뤄져서 지금 우리가 가진 문제를 풀어주리라 믿습니다.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원작이 지닌 상상력의 힘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SF 장르이기 때문에 상상력 자체가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죠. 어찌 보면 세상도 상상력을 동력으로 삼아 이룬 기술 발전으로 인해 돌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는 꿈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잊었던 꿈을 다시 한 번 꺼내보는 건 어떨까요?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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