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이는 멋진 풍경이나 사물을 다시 볼 수 있게 저장해두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오랜 욕망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선사시대엔 동굴에 벽화를 그렸고, 이후엔 천이나 종이 위에 인물이나 풍경을 그려 후대로 전했다. 카메라가 발명되고 나선 사진이 그 역할을 대체했다. 초기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로 진화했고, 디지털카메라는 더 작은 모듈로 더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점차 카메라는 스마트폰은 물론, 초소형 드론이나 안경에도 탑재할 수 있을 만큼 작아졌고, AR 등 다양한 기능을 하나씩 더하기 시작했다. 언젠간 우리 눈에 이식된 작은 칩이 카메라를 대체할 날이 올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반도체 기술 발전이 가져올 또 하나의 미래, ‘스마트 아이’에 대한 것이다. 

보는 것을 넘어 다양한 기능까지 탑재한 만능 눈 ‘스마트 아이’

일종의 인공 안구인 ‘스마트 아이’는 단순히 카메라를 대신해 사진을 찍는 것 이외에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멀리 있는 사물을 선명하게 보거나 기존 인간의 눈은 보지 못했던 아주 작은 글씨나 사물을 인지하는 등 시각 기능을 개선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단계. 나아가 눈을 깜빡하는 것만으로 지금 보고 있는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거나, 네트워크와 연결해 내 시야를 멀리 떨어진 친구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다. 

일종의 전자장치인 만큼, 내장된 반도체 칩을 활용해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부가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특히 증강현실(AR) 기술과 결합하면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번역 기능을 활성화해 언제 어디서나 외국어 옆에 한글이 함께 표시되게 하거나 백과사전 기능을 활성화해 처음 보는 물건 옆에 그 물건에 대한 정보가 자동으로 떠오르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시야 속 가상 공간에 시간, 날씨 같은 일상에 유용한 정보들을 띄워 놓거나, 저장해 둔 일정이나 문서를 불러와 확인할 수 있다. 집을 나서면 목적지로 향하는 가상의 화살표가 시야에 나타나 가야 할 길을 알려주고, 주변 가게를 둘러보면 가게에 대한 세세한 정보가 홀로그램에 떠오르게 할 수도 있다. 길을 걷다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친구와 마주쳤을 때 빠르게 안면 스캔을 한 뒤 인물 정보를 불러와 자연스럽게 아는 척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두 ‘스마트 아이’가 가져다줄 기분 좋은 일상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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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스마트 아이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글래스(Smart Glasses)’는 이중 상당수의 기능을 이미 구현하고 있다. 또한, 호주 기업 바이오닉 비전 테크놀로지스(BIONIC VISION TECHNOLOGIES)는 실제 안구 뒤에 안경 형태의 카메라와 연결된 임플란트 칩을 심어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이 칩을 통해 뇌에 전달하는 데 도전해 실제 사업적인 성과로 이어간 사례도 있다. 이 같은 기술이 더욱 정교해진다면, ‘스마트 아이’가 상상 속에서 현실로 찾아오는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인공장기 관련 기술 급속히 발전…성큼 다가온 ‘사이보그’ 시대

스마트 아이는 언제쯤 실현이 가능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인공장기와 인공안구에 대한 현재의 연구 수준을 살펴보자. 

현재 의료 분야에서는 이미 인공장기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 의수나 의족은 물론, 간, 심장, 신장 등 상당수 내장기관까지 다양한 인공장기가 개발돼 인체 여러 부위에 적용되고 있다. 인간의 몸을 마치 안경이나 액세서리처럼 자유자재로 바꿔 낄 날이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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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종 조직이나 환자의 세포를 활용하는 바이오 인공장기 분야에서는 △줄기세포나 장기 기원세포에서 분화한 세포를 3D 배양법으로 다시 응집/재조합하는 ‘오가노이드’1)기술  △인체를 대체할 생체적합성이 높은 소재를 장기 형태로 제작하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 등 관련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머지않은 미래에는 동물 유래 세포나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주요 장기를 인공장기로 대체하는 단계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자기기를 활용한 인공장기 기술 역시 지금은 외부 기계에 연결된 형태로 장기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대체하거나 일부 기능을 회복시키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인체 내에서 독립적으로 해당 장기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경, 근육 등 인체가 작동하는 원리들이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고, 이를 전자기기를 활용한 메커니즘으로 대체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 

아울러 인공지능, 로봇, 가상/증강현실 등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던 미래기술들도 하나둘 현실에 구현되고 있다. 전자기기를 활용한 인공장기 기술에 이 같은 미래기술들이 결합할 경우, 단순히 인체 일부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거나 인간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미래형 인공장기도 현실화할 수 있다. 누구나 초인적인 육체를 활용할 수 있는 ‘사이보그’의 시대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  

눈을 완전히 대체할 ‘인공안구’는 아직 미완성…관련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 중

다양한 인공장기들이 개발되고 일부는 환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돼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인간의 눈을 완전히 대체할 인공안구는 아직 미완성 단계에 머물고 있다. 눈은 고도로 발달된 인체 중에서도 가장 정밀한 기관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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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크게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굴절시키는 각막과 수정체, 빛의 통과량을 조절하는 홍채, 빛을 받아들이는 동공, 빛의 상이 맺히는 망막과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이종 조직이나 환자의 세포를 활용하는 바이오 인공안구 연구는 전체 안구를 제작하기 전 단계인 눈의 각 부위를 인공적으로 제작하는 단계에 다다라 있다. 

각막의 경우 영국 뉴캐슬대학교 연구팀이 2018년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인공 각막이 최신 기술이다. 이 연구팀은 각막과 알지네이트, 콜라겐을 혼합한 혼합줄기세포(Mixed Stem Cells)를 만들어 바이오 3D 프린터로 인간의 각막 형태로 출력한 인공 각막을 최초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이 2018년 인공망막장치 제작을 위해 망막을 구성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을 생산,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망막 표면에 마이크로 전극을 이식해 신경 세포를 자극하는 형태의 인공망막장치 제작을 위해 시신경이 밝기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등 더욱 정교한 인공망막장치 제작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자기기를 활용한 인공안구의 경우 2013년 미국 기업 세컨드 사이트(Second Sight)가 개발한 ‘아르구스(Argus) II’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아르구스 II는 2013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시력이 일부 회복되는 효과를 얻었으나, 일부 안구질환을 앓는 환자에게만 적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후 세컨드 사이트는 2017년 아르구스 II를 기반으로 시각 피질 표면에 전극을 넣는 ‘오리온’을 개발해, 현재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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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소타 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안구(출처 : 미네소타 대학교 홈페이지)

최근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구성과는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의 연구 성과다. 이 연구팀은 2018년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안구 모양의 투명한 반구 위에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체(일종의 망막)를 출력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잉크로 반구 형태를 완성한 후 그 위에 포토다이오드와 반도체를 출력해 빛을 전기로 전환해 받아들이는 방식. 반도체로 빛을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상용화가 가능한 인공안구를 제작하기까지는 아직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아이 구현을 위한 반도체의 역할은?…핵심은 ‘CMOS Image Sensor’ 기술 발전

전자기기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인공안구 역시 일종의 전자기기로, 시스템을 제어하고 작동시킬 시스템 반도체는 물론, 시스템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를 보관해 둘 메모리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인공안구의 경우 빛을 전자신호로 변환해 시신경에 전달하는 것이 핵심 메커니즘인 만큼, 전자기기에서 카메라 등에 탑재돼 유사한 일을 하는 CMOS Image Sensor(이하 CIS)의 역할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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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S는 눈의 망막과 마찬가지로 렌즈를 통해 받아들인 빛의 색과 밝기를 전기신호로 변환해 중앙처리장치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각종 카메라에 삽입돼 전자기기의 눈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CIS 기술은 인간의 눈이 하고 있는 고도로 정밀한 시각 정보 처리 수준에는 못 미친다. 해상도, 입체감, 감도 등 주요 기능이 인간의 눈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현실. 사람 눈의 해상도는 576Mp(메가 픽셀)인데 반해, 현재 CIS가 구현할 수 있는 최고 해상도는 108Mp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밝은 곳에서 급격하게 어두운 곳으로 전환될 경우, 또는 그 반대의 경우 그 즉시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능 역시 인간 눈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인간의 눈에 비해 CIS만이 우월한 부분도 있다. 인간의 시야각은 좌우 약 110~120도, 상하 약 150도인데 반해 CIS는 상하좌우 최대 360도 범위를 모두 커버할 수 있다. 또한, 멀리 있는 사물을 잘 볼 수 있는 망원 기능 등 인간 눈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도 보유하고 있다. 즉, CIS 기술이 발전해 해상도와 감도가 우리 눈의 수준에 도달하면, CIS가 인간의 눈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시각 기능을 우리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CIS Marketing Strategy 조호영 TL은 “인간의 눈은 인식 기능을 주로 담당해 수집된 시각 정보를 별도로 출력(Display)하지는 않는 반면, CIS는 출력을 위한 시각 정보를 확보하는 역할이 주된 기능”이라며 “향후 인식 기능이 강화되면 인간의 눈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물론, 눈을 대신하며 수집한 정보를 출력하는 디스플레이 장치로서도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IS는 사람의 눈과 달리 다양한 목적으로 설계된 모듈로 제작돼 탈부착이 가능하다는 강점도 있어, 여러 상황에 따라 목적에 맞는 CIS를 장착해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는 소방관이 화재가 발생하면 360°, 망원, 야간 투시 등의 기능이 있고, 열에 강한 CIS를 장착하고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등 각 상황과 역할에 맞는 CIS를 탈부착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놀라운 시력으로 세상을 바꿀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눈력자들”

 

<각주>
1) BioINwatch 19-51: 바이오 인공장기를 위한 핵심기술, “오가노이드(Organoids)”,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019)

<참고문헌>
BioINwatch 19-51: 바이오 인공장기를 위한 핵심기술, “오가노이드(Organoids)”,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019)
2017년 기술영향평가 결과보고 : 바이오 인공장기의 미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2018)
2017 미래유망기술 프로그램 인공 장기 바이오, 한국연구재단(2017)
생체의료 분야 응용을 위한 3D 프린팅 기술, 박소현·임상구·양승윤·김세현, 공업화학 전망 제18권 제1호(2015)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석학, 과학기술을 말하다’ 시리즈 19: 새 삶을 주는 인공장기, 김영하, 자유아카데미(2014)
의료기기 품목시장 리포트: 인공수정체, 고경화, 한국보건산업진흥원(2013)
3D bioprinting of a corneal stroma equivalent, Abigail Isaacson, Stephen Swioklo, Che J Connon, Experimental Eye Research(2018)
Research Brief: Researchers 3D print prototype for ‘bionic eye’, University of Minesota(https://twin-cities.umn.edu/research-brief-researchers-3d-print-prototype-bionic-eye)
한국과학기술원(KIST) 홈페이지(https://www.kist.re.kr)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홈페이지(https://www.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