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구성원이 ‘원팀(One Team)’ 마인드로 고군분투하며 낸드 모바일 저장장치(Storage)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힘겨운 과정이란 것을 잘 알기에 이 상의 무게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상이 주는 의미를 더 깊이 간직하고, 더 책임감 있게 일하겠습니다.”
SK하이닉스 Solution개발 조경구 팀장이 지난 6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2023년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에서 ‘산업기술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산업기술진흥 유공은 신기술 실용화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큰 기술인을 대상으로 포상하는 제도로, 산업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마련된 국내 최고 권위 기술상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조 팀장은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기술 혁신은 물론 수출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조 팀장의 공적은 ▲세계 최초로 4D 낸드(NAND Flash) 기반 초고속 UFS* 4.0(이하 UFS 4.0)을 개발하고 ▲국내외 모바일 저장장치의 세대교체를 이끈 것이다. 특히 조 팀장은 중화고객* 품질평가 3년 연속 1위를 달성할 만큼 높은 품질의 UFS를 개발해, 중국 모바일 제조사들의 차세대 저장장치 도입을 앞당겼다고 평가받는다.
이를 통해 국가 수출 실적 향상에도 기여했다. 지난 6년간(2017~2022년) SK하이닉스가 고성능·저전력 모바일 저장장치로 거둬들인 수출 수익은 2조 3,000억 원에 달한다.
* UFS(Universal Flash Storage): 모바일 저장장치 규격 중 하나로, 기존 eMMC(embedded MultiMediaCard)와 달리 동시 읽기·쓰기가 가능하다. PC 저장장치(SSD)의 빠른 속도와 모바일 저장장치(eMMC)의 저전력 특징을 모두 갖춘 규격으로, 4.0 버전까지 개발됐다.
* 중화고객: Xiaomi, OPPO, ViVO 중국 모바일 제조사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에 제안해 모바일 저장장치 기술 표준화를 주도한 점 또한 조 팀장의 핵심 공적이다. 지난 수 년간 조 팀장과 팀원들은 UFS 관련 기술 총 22건을 표준화했다. 국내 기술로 표준화를 선점하며 기술 우위를 확보, 국가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 12월 6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2023년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에서 조경구 팀장이 산업기술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왼쪽에서 세 번째).
조경구 팀장은 “산업기술진흥 유공은 개인적 성과이기보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이뤄낸 성과이기에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며 “수상의 기쁨을 같이 고생했던 구성원들과 나누고 싶고, 우리가 한 일에 대한 자긍심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Solution개발 조직의 제품이 지속해서 세계 최고의 지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스룸은 조경구 팀장을 만나 그가 이룬 공적을 돌아봤다. 아울러 모바일 저장장치의 미래 비전까지 자세히 들어봤다.
모바일 저장장치 솔루션 전문가, UFS 시장을 열다
조경구 팀장은 지난 10년간 SK하이닉스의 모바일 저장장치 개발을 주도한 핵심 인력이다. 회사의 UFS 사업은 물론 전 세계 UFS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가 남긴 족적은 크고 깊다.
UFS 시장은 2016년 무렵부터 eMMC를 대체하며 몸집을 키웠다. 같은 시기 SK하이닉스는 본격적으로 제품을 양산하며 세대교체를 주도했다. UFS 1세대부터 개발에 참여했던 조경구 팀장은 2016년 상용화 버전인 2.0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앞장섰다.
▲ 조경구 팀장이 UFS로 모바일 저장장치의 세대교체를 이뤘던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시 모바일 저장장치를 새로운 규격으로 교체하는 건 매우 큰 도전이었습니다. 배터리 효율과 성능 등에 대한 이점이 없다면 모바일 제품을 만드는 제조 업체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저장장치 기술을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를 비롯한 개발진은 심기일전해 안정성과 호환성을 확보하면서 2배 이상의 성능을 가진 UFS를 선보였는데요. 이것을 시작으로 UFS 시장의 새로운 생태계가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절치부심 8년… 독자 기술 더하며 4D 낸드 기반 UFS 4.0을 내놓다
이후 8년 동안 회사도 제품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17~2022년 모바일 저장장치 수출액은 2조 3,000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도 크게 뛰었다. 중화고객 대상 ‘품질 1위’라는 성과도 달성했다.
그 사이 UFS는 4.0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조경구 팀장은 ‘쓰기 가속’, ‘데이터 분리 저장’, ‘맞춤형 디스크 정리’ 등 기존 UFS에서 선보였던 혁신 기술까지 접목해 초고속에 안정성까지 갖춘 제품을 내놓았다.
▲ 조경구 팀장이 SK하이닉스 4D 낸드 기반 UFS 4.0 제품의 특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제품의 연속읽기 속도는 4,200MB/s, 연속쓰기 속도는 3,600MB/s 수준입니다. 4D 낸드의 뛰어난 성능 덕분에 eMMC 대비 20배, UFS 3.1 대비 2배 빨라졌습니다. 여기에 쓰기 가속으로 속도를 5.5배 높였고, 속성별로 데이터를 분리 저장하는 기술로, 데이터 신뢰성을 11.7% 높였습니다. 또, 성능 저하가 발생하기 전 맞춤형 디스크 정리를 수행해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도 더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UFS 4.0은 또 다른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제품이 기존 UFS 3.1을 대체하며, 시장의 고성능 요구를 만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년의 땀방울로 대한민국 기술 경쟁력과 위상을 높이다
조경구 팀장과 팀원들은 UFS 고도화 과정에서 JEDEC 기술 제안을 꾸준히 진행하며, 기술 표준화 또한 주도했다. UFS 기술 표준만 22건을 달성했고 관련 특허는 50개가 넘는다.
기술 표준을 준수하여 제품화시키고 이를 특허와 연계하는 것은 SK하이닉스의 기술 우위를 증명하는 것이다. 최근 조 팀장은 UFS 4.0에 적용한 고속 처리 보안 규격(Advanced-RPMB*)을 선행 개발 및 표준화하는 데 성공해 회사의 기술 우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 Advanced-RPMB: RPMB(Replay Protected Memory Block, 재생 보호 메모리 블록)은 특정 명령에 의해 읽기·쓰기를 할 수 있도록 해 보안 기능의 역할을 담당한다. Advanced-RPMB는 이 보안 기능을 더 빠르게 처리하도록 업그레이드 한 기술이다.
▲ 조경구 팀장은 UFS 4.0을 개발하고, 모바일 저장장치 세대교체 및 JEDEC 기술 표준화를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기술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UFS 1세대 개발을 시작으로 10년간 쌓은 성과 덕분에 산업기술진흥 유공이라는 큰 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상도 중요하지만, 이 같은 기술적 성과는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SK하이닉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이제 세계 유수의 기업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UFS 기술을 고도화하며 동료들과 함께 흘린 땀방울이 회사와 국가의 기술 경쟁력과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UFS 4.0을 넘어 AI 시대를 향하다
조경구 팀장은 이러한 성과의 비결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미리 알고 대응한 점을 꼽았다. 스마트폰 개발 경험이 풍부한 조 팀장과 팀원들은 이 경험을 토대로 고객 제품을 꾸준히 모니터링했다. 팀은 지난 10년 동안 고객의 요구를 꾸준히 확인하며 기술을 고도화했고 혁신 제품이 탄생할 기반을 다졌다.
“낸드의 경우 쓰기 속도가 읽기 속도보다 느립니다. 10년간 제품을 개발하며 많은 고객이 쓰기 속도를 더 향상하길 바란다는 걸 알고 있었죠. 이를 해결하고자 쓰기 가속 등의 신기술을 개발했고, 고객 니즈에 최적화된 UFS 4.0 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과 기술 협약을 맺고 선행 개발에 나서는 등 SK하이닉스만의 개발 문화는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조 팀장은 원팀 문화가 빛을 발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두가 나의 업무처럼 프로젝트에 임한 덕분에 이슈 없이 개발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 팀장이 강조하는 또 다른 성공 비결이다.
▲ 조경구 팀장이 산업기술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장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펌웨어개발, SoC개발, 검증테스트 등 관련된 모든 조직이 하나의 몸처럼 움직였는데요. 원팀 문화와 함께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 Solution개발 임원들의 리더십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협력과 노하우로 빚어낸 UFS 4.0은 플래그십 모바일 제품에 채용되는 것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기술 가속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하면서, 작은 전력으로 고용량·고화질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는 성능이 더욱 중요해진 스마트폰 트렌드를 완벽하게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조경구 팀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간다. ‘인공지능(AI)’이라는 커다란 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시대에 발을 맞추기 위해 모바일 저장장치가 도전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내년부터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스마트폰이 속속 등장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하는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이 탑재되죠. LLM의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선 UFS의 연속읽기·쓰기 성능이 더욱 빨라져야 하는데요. 이에 Solution개발은 AI용 제품을 개발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날 UFS 시대의 포문을 열고 세대교체를 이뤘듯이 우리는 AI 시대의 중심에서 UFS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온디바이스(On-Device) AI: 인터넷 접속 없이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기 내에서 바로 AI 연산과 추론을 처리하여 효율을 높이는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