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과 구성원들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특별 대담을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손애리 TL, 곽노정 사장, 임서현 TL, 마경수 기성).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창립 40주년을 맞은 10일 “그동안 범용 제품(Commodity)으로 인식돼 왔던 메모리 반도체를 고객별 차별화된(Customized) 스페셜티(Specialty) 제품으로 혁신해 가겠다”고 회사의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곽 사장은 이날 사내방송을 통해 방영된 ‘SK하이닉스 창립 40주년 특별대담’에서 이같이 밝히며, “(범용 제품 중심의) 과거 방식을 벗어나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본격적인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공지능의 학습 범위가 확장되고,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에 요구하는 스펙이 다변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세계 최고 사양 HBM3E도 개발하면서 AI 메모리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 사업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기술 개발을 해내고, 빠르게 양산 체제를 갖춰 고객에게 대량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였다. 최근 메모리 솔루션 분야가 발전하면서 일부 영역에서 고객 맞춤형 기술 개발을 해오긴 했지만, 산업의 주류는 여전히 범용 제품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챗GPT 등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비스는 회사별로 차별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즉, 고객마다 자사가 목표로 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AI 학습을 진행하는 방식도 제각각 달라지므로 회사마다 필요로 하는 메모리의 스펙도 다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내년에 양산될 예정인 HBM3E 이후에는 초기 단계부터 AI 사업을 하는 고객과 긴밀한 협업 속에 메모리 스펙을 구성해야 하고, 설계 및 생산 방식은 물론 마케팅 등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수반될 것이라고 곽 사장은 내다본 것이다.
그는 “메모리는 계속해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차별화돼야 하고, 이것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스페셜티를 먼저 파악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곽노정 사장과 구성원들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대담을 나누고 있다.
한편, 창립 40주년 대담에는 곽 사장과 함께, 세대별로 상징성을 가지는 구성원 3명이 참여했다고 SK하이닉스는 밝혔다.
회사에 30년 이상 근속하면서 올해 ‘SK하이닉스 1호 마스터’에 오른 마경수 기성(제조/기술 소속), 1983년 10월 회사 창립과 함께 태어난 손애리 TL(D램개발 소속), 그리고 2023년 신입사원 임서현 TL(낸드개발 소속)이 참여해 곽 사장과 회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사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은 곽 사장은 ‘이·청·용(이천, 청주, 용인) 시대’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기존 이천, 청주 사업장과 함께 2027년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 첫 번째 팹이 가동에 들어가면 회사는 세 지역을 삼각축으로 지역별 생산 최적화 체제를 갖추면서 사업 효율성을 높여 가겠다는 것이다.
곽 사장은 “삼각축이 완성되면 SK하이닉스는 이·청·용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반도체 메카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반도체 미래 기술과 관련해 그는 메모리와 CPU, 시스템 반도체 간 경계가 없어지고 기술적인 융합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사장은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활용 범위가 매우 넓어질 것이라 진단하며, “메모리 자체에 연산 기능을 넣는 PIM(Processing-In-Memory) 같은 제품들이 고도화되면서 향후 퀀텀 컴퓨팅* 쪽으로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이를 얼마나 성숙하게 리드해갈 수 있는지가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 양자 컴퓨팅): 얽힘이나 중첩 같은 양자역학 현상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빠르게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는 계산 방식
또, 그는 “미래에는 기술이나 제품 말고도 우리 주변을 잘 살피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넷제로(Net Zero), RE100 등 환경을 생각하는 회사가 되는 한편,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며 거버넌스(회사의 지배구조) 체계도 더 고도화해야 한다”며, ESG 경영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마경수 기성이 지난 40년간 달라진 회사 변화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곽 사장은 구성원들과 40년 역사 동안 있었던 회사의 변화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SK하이닉스에서 일해온 마경수 기성은 직급 체계가 사라지며 수평적인 기업문화가 자리 잡은 것을 가장 큰 변화로 꼽으며, “소통이 활발해지고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업무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전의식 또한 1등 기술력만큼 높아졌다”며 “안전수칙이 강화되다 보니 우리가 실제로 하는 업무보다 더 복잡해질 정도이긴 하지만, 그 덕에 모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 임서현 TL이 Z세대가 생각하는 SK하이닉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 초 입사한 임서현 TL은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유연근무제 등 자율권을 폭넓게 보장해 주면서 Z세대가 입사하고 싶어 하는 ‘워너비 직장’이 됐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이와 관련해 2000년대 초반을 회상하며, “과거 회사가 어렵던 시절에 우리 구성원들은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했다”며 “이러한 주인의식이 지금 와서 보면 SKMS가 얘기하는 VWBE*와 상통하는 것으로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VWBE: SKMS에 담긴 SK그룹의 경영철학 중 하나로, 자발적(Voluntarily)이고 의욕적(Willingly)인 두뇌 활용(Brain Engagement)을 의미
▲ 손애리 TL이 40년에 대한 소회와 불혹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손애리 TL은 “저는 회사와 함께 불혹(不惑)을 맞았다. 어릴 때는 마흔이면 다 큰 어른의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불혹은 저와 회사 모두 한창 더 발전하고 성장해야 할 청년의 나이”라며 “더 발전하고 도약하기 위한 시작점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 사장은 “최근 나온 보고를 보면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15년에 불과하고, 앞으로는 더 줄어들 전망”이라며 “40년을 이어온 우리는 충분히 뿌듯한 마음을 가져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곽노정 사장과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대담을 마무리하면서 곽 사장은 40년 역사를 가능하게 해준 구성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곽 사장은 “최근 HBM3E, DDR5, LPDDR5, 321단 낸드까지 회사가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건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이 자리를 빌려 모두에게 감사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회사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주니어 구성원들에 대해 “요즘 세대는 일하는 방식이 매우 합리적이고, 자기 능력의 150%, 그 이상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듬직한 후배들이 있어 앞으로의 40년이 밝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끝으로 곽 사장은 “우리 모두가 원팀, 원컴퍼니로 최고가 되어 왔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을 선도하며 존경받는 회사, 1등 회사가 되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라고 강조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