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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기업이 ESG 경영에 높은 관심을 가지며, 환경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뉴스룸은 기후변화의 위험성 및 위기가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자 칼럼 시리즈를 시작한다. 매월 환경 기념일에 맞춰 기고문을 연재할 예정이다.

바다거북의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있는 사진을 본 적 있을 것이다. 필자도 힘들게 숨쉬는 바다거북의 모습을 보고 ‘죄송한’ 마음을 느꼈다. ‘미안한’ 마음이 아니다. 저 대양을 누비며, 인간보다 장수하고, 용왕님과 육지동물을 연결시켜주는 귀한 존재 아닌가.

ESG_칼럼_환경의날 (1)▲ 좌측부터 미국 환경 단체 Plastic Pollution Coalition(PPC)이 전개한 ‘바다거북을 살리기 위한 플라스틱 빨대 줄이기’ 캠페인 포스터와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으로 고통받는 바다거북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국에 본사를 둔 환경 단체 Plastic Pollution Coalition(이하 PPC)은 ‘바다거북을 살리기 위한 플라스틱 빨대 줄이기’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활발하게 전개한 바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빨대’가 아니다. 필자는 2년 전 넷플릭스에서 ‘시스피라시(Seaspiracy)’란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내용에 따르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 0.03%이며, 상업적 어업에서 버려지는 어망의 비중이 46%를 차지한다. 결국, 바다거북이나 돌고래를 죽음에 이르게 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빨대가 아니라 대부분 어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환경단체들은 시민들의 기부금을 받아 ‘바다거북을 살리기 위한 플라스틱 빨대 줄이기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 아니라, 상업적 어업의 어망에 관한 캠페인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유형별로 나누어 제대로 측정하고, 그 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널리 공개했다면 시민들의 기부금이 더 효과적인 곳에 쓰였을 것이다.

ESG 평가 영역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1년 발행된 블룸버그(Bloomberg)의 <ESG 신기루(The ESG Mirage)>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배출하는 탄소는 포르투갈이나 헝가리가 배출한 양과 비슷하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소고기 패티 때문이다. 소고기 패티를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 보자. 우선 아마존 밀림을 밀고 옥수수를 심어야 한다. 옥수수가 자라면 그 강냉이를 미국으로 보낸다. 공장식 대형 소 농장에서 소들이 그 강냉이를 먹고 자란다. 이렇게 콩, 옥수수 등 전세계 곡물 생산량의 45%를 패티 등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에게 먹이고 있다. 엄청난 양의 탄소가 이 가축들로부터 배출된다. 만약 이러한 부정적 영향이 제대로 측정되었다면, 해당 기업의 ESG 평가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매장 내 재활용 쓰레기통을 설치, 포장재 관련 리스크를 줄인다면? ESG 평가 등급은 올라간다.

ESG, 사회공헌 분야 컨설팅 회사인 이노소셜랩(Innosociallab)의 유승권 이사는 ESG 평가에 두 가지 흐름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월스트리트의 투자자 그룹이 주도하는 ‘관행(Policy) 평가’ 흐름이다. 앞의 사례처럼,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과 같은 ‘관행’이 생기면 실제 결과와는 달리 좋은 평가를 받는다. 두 번째 흐름은 UN, EU 등이 주도하는 ‘성과(Outcome) 평가’ 흐름이다. 실제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얼마만큼 줄였는지, 이를 통해 탄소 배출을 얼마만큼 줄였는지 그 결과가 중요하다. 여기서 문제는 아직은 관행 평가가 주류라는 점이다.

환경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성과 측정’

지속가능성 회계 영역에도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는 ‘기후 변화가 기업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관계자에게 공시해야 한다’는 ‘Value to Business’ 관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기후 관련 재무공시 가이드(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TCFD)’*이다. 두 번째 관점은 ‘기업의 비즈니스가 환경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공시해야 한다’는 ‘Value to Society’ 관점이다.

* 기후 관련 재무공시 가이드(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TCFD) : 2015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설립한 협의체로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회사의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목표관리 등의 기업 정보 공개를 권고하고 있다.

두 관점 중 현재는, 국제회계기준의 ‘지속가능성 회계 기준(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에서도 볼 수 있듯이 Value to Business 관점이 대세다. Value to Business를 잘 측정하고 공시하면 ESG 대응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원하는 ESG 정보는 ‘기후 변화로 기업이 어떤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있고,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 지속가능성 회계 기준(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 :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 재단에서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출범, 2022년 초안이 공개됐다. 재무재표와의 연계성 강조, 투자자 중심의 보고 기준으로 이해관계자에게 지속가능 관련 위험 및 기회 요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Value to Society다. Value to Society의 관점에서 사회성과의 측정과 공시가 없다면, 진정한 의미의 넷제로(Net-Zero)*를 달성할 수 없으며, 바다거북을 살릴 수도 없다. 기업의 비즈니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점을 찾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 넷제로(Net-Zero) :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6대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제로화 한다는 의미. 기후중립(Climate Neutral)이라고도 하며, 탄소중립보다 넓은 범위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활동을 요구한다. 1997년에 채택된 교토의정서에서 규정했다.

예를 들면 국내 사회적 기업인 ‘루미르(Lumir)’는 LED 램프를 생산, 판매한다. 소비자가 ‘1+1 옵션’으로 램프를 사게 되면, 램프 하나는 본인이 가지고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 바랏(Barat) 주(州)처럼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기부된다. 이 제품의 초창기 전원은 양초였다(제품명: Lumir C) 그런데 양초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사회성과 측정을 통해 루미르는 탄소를 더 줄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게 개발된 제품이 식용유를 전원으로 하는 Lumir K다. Lumir K는 양초와 밝기가 같은 등유 램프 대비 시간당 1,121mg의 일산화탄소를 덜 배출한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루미르는 태양열로 충전되는 Lumir H를 개발했다.

ESG_칼럼_환경의날 (4)▲ 빛 부족과 관련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내 사회적 기업 루미르(Lumir)가 튀르키예 지진에 기부한 Lumir H 제품 (루미르 제공)

이번 튀르키예 지진 때는 루미르가 SK그룹으로부터 받은 ‘사회성과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 SPC)’* 총액에 상응하는 6천만 원 어치의 Lumir H 현물을 기부하기도 했다. Lumir H는 LED 램프 기능뿐 아니라, 휴대폰 충전, 라디오 청취도 가능해 지진 복구 현장에 꼭 필요한 제품이다.

* 사회성과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 SPC) : 사회적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하고 보상하는 프로젝트. 2013년 다보스 포럼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이다.

루미르의 사례처럼, 사회성과 측정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개선할 수 있다. SK그룹은 2018년부터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 EV)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SV)를 동시에 추구하는 Double Bottom Line(DBL)을 주요 경영 원칙으로 도입, 매년 멤버사와 그룹 전체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 공시해 오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SK하이닉스는 SK그룹 멤버사 최초로 협력사의 사회 성과를 측정했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최근 ESG, 넷제로 관련하여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Scope3*의 측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루미르에 나타났던 ‘측정을 통한 개선 효과’가 SK하이닉스 협력사에서도 나타난다면, SK하이닉스 공급망 전체에서 더 많은 환경적, 사회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 Scope3 :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와 세계자원연구소(WRI)가 제시한 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에 관한 가이드라인인 GHG 프로토콜(GHG Protocol for Corporate Accounting and Reporting Standard, 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 기준)에 의거,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 영역(Scope)을 배출원에 따라 분류한 것 중 하나. Scope3는 가치 사슬(Value Chain) 전체에서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모든 간접적인 배출량을 의미한다.

더욱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위한 ‘성과 비례 인센티브’

이러한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위한 동기부여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인센티브’다. SK하이닉스는 사회적 가치(이하 SV)를 창출하는 구성원과 협력사에 1포인트당 1원씩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SV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구성원 대상으로 SV포인트를 OK캐쉬백으로 전환할 수 있는 ‘SV-Point 환전소’ 서비스를 개시, 더욱 다양한 제휴처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혜택을 넓혔다. SV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SV 포인트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SV 활동에 대한 관심과 자발적인 아이디어 제안을 유도해 SV 창출 활성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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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구성원을 대상으로 운영중인 ‘투명 페트병 보상 무인수거기’

SV 포인트는 구성원들의 직접적인 행동 변화까지 유도한다. 대표적인 예가 ‘투명 페트병 보상 무인수거기’ 운영이다. 이는 탈 플라스틱 문화 정착 유도를 위한 사내 캠페인 ‘Flastic(Free-Plastic)’ 활동의 일환으로, 구성원이 무인수거기로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하면 SV 포인트가 적립되는 시스템이다. SV포인트를 통해 폴리에스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투명 페트병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유도, 탄소 중립 실천에 실제적인 기여를 하고있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SK그룹 멤버사들이 진행 중인 사회성과인센티브(이하 SPC) 사업도 사회성과 측정과 인센티브의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하는 ‘성과 비례 인센티브’ 사업이다. 이는 사회적 기업들이 창출하는 사회성과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SK그룹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326개의 사회적 기업에 약 527억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 바 있다.

성과 비례 인센티브는 참여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책 영역에서 긍정적인 행동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책 영역에서 ‘성과에 비례한 보상’은 이미 역사가 깊은 증거기반 정책결정(Evidence-based Policy Making, EbPM)*과 맥을 같이 한다. EbPM의 예상 효과는 첫째,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둘째, 측정에 기반한 개선활동을 통해 혁신적인 정부 사업 추진이 가능하며 셋째, 성과측정에 기반하여 정부 정책의 책임성이 강화된다. 이러한 효과를 보기 위해 2018년 미국에서는 ‘증거기반 정책수립 기초법’이 제정되어 연방정부의 증거 데이터 구축에 관한 규정이 생겼으며, 일본에서도 2018년 ‘데이터 활용 추진 기본계획’이 수립되었다.

* 증거기반 정책결정(Evidence-based Policy Making, EbPM) : 정책결정자의 의견 기반(Opinion-based)으로 정책결정이 이뤄져서는 안되며, 과학적 증거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으로, 1997년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제안했다.

SPC는 그 효과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으며, 나아가 정부에 성과 비례 인센티브를 제안할 수 있다. 이는 리소스를 가진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시대정신에 기반한 사회공헌’ 활동이기도 하다. 마치 전국의 산야가 헐벗었을 때 ‘나무를 심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우자’ 했던 SK 선대 회장의 시대정신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 시대정신이 지금, 이 시점에는 바로 ‘넷제로 달성’이다. SK는 기존 SPC 사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넷제로 달성을 위한 성과 비례 인센티브인 ‘환경 보호 인센티브, EPC(Environmental Protection Credit)’를 기획하고 있다. 이는, 잠재적 감축 기여자에게 거래 가능한 자산(Credit)을 사전에 제공해 탄소 감축을 극대화하는 인센티브 매커니즘으로 SPC와 같이 사회성과 측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환경의 날을 맞아 여러분께 ‘사회성과 측정’에 동참하자는 제안을 해 본다. 만약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측정뿐 아니라 ‘성과 비례 인센티브’ 체계를 확산하는데도 동참해 달라. 그것이 우리가 진정 바다거북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 본 칼럼은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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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가치연구원(CSES) S-lab 박성훈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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