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기업이 ESG 경영에 높은 관심을 가지며, 환경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뉴스룸은 기후변화의 위험성 및 위기가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자 칼럼 시리즈를 시작한다. 매월 환경 기념일에 맞춰 기고문을 연재할 예정이다.

봄이 완연한 4월은 ‘지구의 날’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은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인류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민간이 주도하여 제정한 날로서, 우리나라도 지난 2009년부터 지구의 날 전후 일주일을 기후변화 주간으로 지정하고 전 국민의 기후 행동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환경오염 중에서도 최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종합보고서는 기후 위기에 관한 엄중한 경고를 내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어 2040년 이전에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지금부터 10년간의 기후 행동이 지구의 운명을 결정지을 골든 타임이라는 다소 긴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2040년까지 69%, 그리고 2050년까지 84%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2050년대 초반에는 넷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매우 강력하고 즉각적인 감축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그만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전 지구적 행동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

본 기고는 53번째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 행동의 세계적 흐름을 살펴보고, 특히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하는 국내 기업의 대응 여건과 노력, 그리고 필요한 전략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기후 행동의 세계적 흐름과 정부의 변화

기후 행동은 기후변화가 전 세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고 이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개인, 조직, 정부와 사회 전체가 취하는 행동들을 말한다. 한마디로 전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적응력을 높이는 조치들이다.

민간 연구단체인 ‘넷 제로 트래커(Net Zero Tracker)’에 따르면 2023년 4월 기준 세계 198개국 중 128개 나라가 넷 제로 관련 목표를 수립하고 있으며, 1,989개 기업 중 872개의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8%와 GDP의 9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10월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 역시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비해 탄소 多 배출 업종 위주의 제조업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확대 여건 또한 불리하여 탄소중립 달성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탄소로의 산업구조 변경 및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기업과 국민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다.

*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2050 탄소중립’을 국가 목표로 설정, 이를 위한 법정 절차와 정책 수단을 담은 법령으로 2022년 3월 25일부터 시행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산업 구조 등을 고려할 때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인 유럽과 미국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 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국가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새로운 법안들을 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통상 규제의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고, 탄소중립산업법(NZIA, Net Zero Industry Act)* 및 핵심원자재법(CRMA, Critical Raw Material Act)*을 도입하여 자국 내 친환경 산업 육성 및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꾀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우리나라도 적극 동참해야 하는 이유이다.

*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2025~2026년부터 시행 예정인 일종의 탄소국경세로 고탄소 수입품에 추가 관세 등의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 혹은 그 관세
* 탄소중립산업법(NZIA, Net Zero Industry Act):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안으로 2023년 3월 26일 EU 집행위원회가 초안 발표
* 핵심원자재법(CRMA, Critical Raw Material Act): 2030년까지 EU의 전략 원자재 소비량의 65% 이상을 특정한 제3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안으로 2023년 3월 26일 EU 집행위원회가 초안 발표

최근 우리 정부가 확정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혁신 기술을 포함한 부문별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국제감축을 통해 전 지구적 감축에도 기여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산업을 포함한 부문별 감축목표를 더욱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번 기본계획안이 기후 위기에 대한 국가적 대응의 필요성과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요해진 온실가스 감축과 기업들의 전략

지구의 날_탄소배출_ (2)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국내 기업들의 탄소중립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8.8%가 탄소중립 추진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긍정적 평가가 34.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결과이다. 탄소중립이 기업의 경쟁력 약화나 업종의 존속 위기를 불러온다는 부정적 인식도 31.2%에 달하긴 하였으나, 정부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기업들도 탄소중립 이행의 필요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023년 4월 현재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cheme)*에 총 736개의 기업이 할당 대상업체로 지정되어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서, 향후 배출허용 총량의 축소, 유상할당 비중의 확대 등에 따라 할당 대상 업체들의 감축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mission Trading Scheme): 교토의정서 제17조에 규정되어 있는 온실가스 감축 체제로서,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업체들에 매년 배출할 수 있는 할당량을 부여해 남거나 부족한 배출량은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 한국은 2015년 1월 12일부터 시행

기업들은 비단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온실가스규제 대응뿐만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가 요구하는 탄소중립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 RE100(Renewable Energy 100)*과 같은 재생에너지 활용, Scope3*를 포함한 공급망 관리 등은 이제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요건이 되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전략 수립과 적극적인 참여는 해당 기업들의 시급한 당면과제 중 하나가 되었다. 실제로 SK 그룹사를 포함한 국내 점차 많은 기업이 배출권거래제 의무 이행을 넘어 글로벌 또는 한국형 RE100 참여, 과학적 기반 온실가스 감축 이니셔티브(SBTi)* 가입, 해외 자발적 탄소 프로젝트 투자 등을 통해 전 지구적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적극 참여 중이다.

* RE100(Renewable Energy 100): 2014년 영국 소재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발족한 국제 캠페인으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 공유
* Scope3: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와 세계자원연구소(WRI)가 제시한 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에 관한 가이드라인인 GHG 프로토콜(GHG Protocol for Corporate Accounting and Reporting Standard, 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 기준)에 의거,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 영역(Scope)을 배출원에 따라 분류한 것 중 하나. Scope3는 가치 사슬(Value Chain) 전체에서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모든 간접적인 배출량을 의미
*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파리기후변화 협약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에 과학을 기반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지침 및 방법론을 제공하며, 이를 검증하기 위한 이니셔티브

지구의 날_탄소배출_ (1)

SK하이닉스도 온실가스 규제 이행을 넘어 탄소중립 활동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찍이 글로벌 RE100에 동참, 2050년까지 넷 제로(Net Zero) 달성을 선언한 바 있으며,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를 위한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의 탄소경영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전 세계 약 91개국 주요 상장 기업의 이산화탄소 또는 온실가스 배출 정보와 쟁점에 관하여 장 · 단기적인 관점의 경영 전략을 요구 · 수집하여 연구 · 분석 · 평가하는 범세계적 비영리 기구

또한, 반도체 생태계 차원에서의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인 ‘SCC(반도체 기후변화 대응 컨소시엄, Semiconductor Climate Consortium)*’에 창립 멤버로 가입했으며, 반도체 관련 기업 친환경 연합 ‘ECO Alliance(에코 얼라이언스)*’ 회원사 17개 기업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국내 최초로 공동 선언하기도 했다.

* SCC(Semiconductor Climate Consortium, 반도체 기후변화 대응 컨소시엄):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결성된 최초의 글로벌 협의체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서 신설
* ECO Alliance(에코 얼라이언스):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 힘든 환경 문제를 함께 협력하여 해결해 나가기 위해 SK하이닉스를 필두로 2019년 출범한 반도체 관련 기업 친환경 연합

특히, 내부적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연구와 과제를 수행하는 특별 조직인 ‘탄소관리위원회’를 운영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22년 출범한 탄소관리위원회는 연구소, 제조, 설비, 환경, 구매 전사 조직으로 구성되어 현재 Net Zero 실행을 위해 투입되는 기술 인력만 백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SK하이닉스는 기술 중심 기업의 철학을 기반으로, Net Zero 달성을 외부의 환경보다 자체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12월에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그리고 제도적 기반 강화 등 소위 ‘3+1’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수립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발표하여 탄소중립 시대로의 전환을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도 과거에 비해 훨씬 도전적이고 신속하게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자사의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전환 활동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 걸친 관리와 이행 지원을 적극 펼치고 있다. 그만큼 기업에도 탄소중립 시대의 대응은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지금까지의 선도적 도전을 계속 이어가 새로운 시대에 글로벌 강자로 거듭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하면서 본 기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 본 칼럼은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태평양 김진효 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