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대한핸드볼협회
2018-2019 SK 핸드볼 코리아리그가 정규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대망의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규 시즌 2위의 SK호크스는 ‘국내 최강’ 두산을 꺾을 유일한 팀으로 손꼽힙니다. 매년 우승을 독식하던 두산이 유일하게 준우승을 한 해인 2014년, 우승컵을 차지한 팀은 SK호크스의 전신인 웰컴론코로사였는데요. 당시 두산의 독주를 막을 수 있었던 건 이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바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리그 첫 1,100세이브를 달성한 SK호크스의 수문장 이창우 선수입니다. 팀의 최고참 리더이기도 한 그를 만나 우승을 향한 힘찬 각오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SK호크스의 골키퍼 이창우입니다. 경기에 뛰는 7명뿐 아니라 17명의 모든 선수들이 서로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도록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 팀워크를 다진 두산을 짧은 시간 안에 깨는 건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깨지 못할 벽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두드리고 부딪치며 자신감을 얻고 있어요.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려요.”
188cm의 큰 키와 탄탄한 어깨, 길게 뻗은 팔다리까지 핸드볼 골대 앞에 선 이창우 선수의 모습은 한눈에도 무척 커 보였습니다. 시즌 방어율 1~2위를 다투며 1,000 세이브를 넘긴 선수가 없는 국내에서 리그 첫 1,100 세이브의 금자탑을 쌓은 저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선한 눈매를 지닌 이창우 골키퍼는 여유 있는 미소로 답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핸드볼을 시작했는데 교체 선수가 없어서 거의 매번 혼자 풀타임을 뛰었어요. 되든 안 되든, 컨디션이 좋든 안 좋든 무조건 골대 앞에서 골을 막아야 했죠. 1,100세이브를 달성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그만큼 노력했구나’라는 뿌듯함이 느껴졌어요. 그 시간들이 어땠는지는 누구보다 제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죠.”
경기 중 5분의 휴식시간이 늘 부러웠다는 이창우 선수의 이어진 이야기는 단순히 ‘쉬고 싶다’의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경기장 밖에서 상대팀 선수의 슈팅 모습을 바라보면 선수를 더 금방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데요. 언제나 경기장 안에서 상대팀 선수를 숨 가쁘게 분석하고 반응해야 했던 그는 자연스레 심리전에 가장 강한 골키퍼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방어율이 높은 이유와 1,100세이브 달성은 동료 수비 선수들 덕분이라며 치켜세웁니다.
“방어율은 저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에요. 방어율이 높다는 건 골키퍼와 팀 수비수 간의 호흡이 좋다는 의미기도 하거든요. 제아무리 날고 기는 골키퍼라도 좋은 수비수가 없다면 높은 방어율을 유지할 수 없어요. 그런 면에서 SK호크스의 수비 선수들은 굉장히 패기 넘치고 적극적이에요. 열심히 뛰어 주는 후배 선수들이 있어 굉장히 고맙죠.”
이창우 골키퍼와 수비수 간의 환상적인 케미는 연습 중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요. 서로를 향한 눈빛에는 단단한 신뢰가 느껴졌습니다. 팀의 맏형이기도 한 이창우 골키퍼는 경기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후배들에게 경험 많은 선배이자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남다른 체격과 운동 신경을 지녔던 이창우 골키퍼는 투포환이나 창던지기 같은 던지기 종목을 유난히 잘했다고 합니다. 시나 도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는 대표 선수였다고 하는데요. 이를 눈여겨 본 핸드볼 선생님의 추천으로 중학교부터 본격적인 핸드볼 선수 생활을 시작했죠.
“어릴 때는 골키퍼와 필드 플레이어를 모두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골키퍼에 매력을 느끼게 됐죠. 핸드볼은 골대도 작고 공격수와도 가까워서 골키퍼의 부담이 크거든요. 그만큼 경기에서 골키퍼의 비중과 기대감이 큰 종목이기도 하고요. 핸드볼 경기를 보다 보면 골키퍼의 연속된 선방 2~3개로 경기의 흐름이 확 바뀌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연속된 방어 후에 필드 플레이어가 골대 앞에서 머뭇거리는 걸 보면 짜릿함과 보람이 함께 밀려오죠.”
이창우 선수는 핸드볼 골키퍼라면 순발력과 동체 시력(움직이는 사물에 뇌가 빠르게 반응해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능력)이 좋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6m 남짓한 골에어리어에서 속도 100Km가 넘는 공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순간 판단력을 좌우하는 동체 시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이 나오는 전후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합니다.
“공격수가 바로 던지려는 건지, 속이기 위한 행동인지 파악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코트 위에서 보낸 시간과 방어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이젠 공격수 눈빛이나 작은 움직임만 봐도 의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됐죠. 코트 위에서는 심리전에 무척 강한 편인데 집에선 아내에게 늘 약하네요.(하하)”
2014년은 이창우 선수에게 최고의 해였습니다. 당시 웰컴론의 골키퍼로서 정규 시즌 MVP와 챔피언 MVP, G.K 방어상까지 모두 휩쓸었는데요. 두산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신 유일한 해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슬럼프가 올 것 같으면 훈련량을 늘리고 당시의 영상을 계속 보는 편이에요. ‘아, 내가 이렇게 막았었지. 그래, 이게 당연하지’ 하면서 극복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당시 두산이 깨지는 것을 몸소 확인했기 때문에 지금도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고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그때의 영광을 누리고 싶습니다.”
2016년 갑작스레 팀이 해체되면서 이창우 선수도 위기를 맞았지만, SK호크스 창단을 통해 위기는 새로운 기회로 전환됐습니다. SK호크스에 입단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고 하는데요. 긍정적인 변화로는 ‘좋은 환경, 좋은 대우, 좋은 사람들’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SK가 지닌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이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무척 좋았어요. 모든 면에서 선수가 마음 편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거든요. 핸드볼 남자팀에서는 유일하게 홈경기장을 보유하고 있어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좋은 대우를 받는 만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창우 골키퍼는 SK호크스는 ‘최고가 될 수밖에 없는 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창단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젊고 패기 있는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앞으로 무한 발전 가능성과 폭발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관건은 얼마나 빨리 젊은 선수들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입니다.
“두산은 오랜 시간 쌓인 팀워크와 경험 많은 선수들로 구성돼 노련미가 있어요. 반면 저희는 젊고 어린 선수들의 체력과 기동력, 스피드가 강점이죠. 한 번 분위기를 타면 두산도 두려워하는 팀이 될 거예요. 팬 여러분들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경기를 관전하신다면 확실한 팀 컬러와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핸드볼의 진짜 매력을 알고 싶다면 중계가 아닌 ‘직관(직접 관람)’을 해 볼 것을 권하는 이창우 선수. 경기장에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온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고 장담하는데요. 실제 홈경기에 왔다가 핸드볼 팬이 된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선수인 저도 TV 화면으로 경기를 보면 재미가 없거든요. 몸싸움을 규칙으로 만든 스포츠인 핸드볼은 경기장에 와 보셔야만 특유의 박진감과 스피드, 와일드한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답니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과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으시고요. 저희들은 항상 준비돼 있으니 꼭 한 번 찾아와 주세요.”
개인적인 목표를 묻자 ‘팀 우승’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이창우 골키퍼. 그는 지금의 두산처럼 SK호크스가 하루빨리 다른 모든 팀들의 목표가 되고 싶다고 전합니다. 넘어설 팀이 있고, 가능성과 능력이 있기에 이창우 골키퍼를 비롯한 SK호크스의 모든 선수들은 오늘도 뜨겁게 뛰고 있습니다. 승전보가 울리는 그날까지, SK호크스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