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대전은 국내 연구·개발(R&D) 성과를 알리고, 산·학·연 협력을 촉진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연례행사다. 이 자리에서는 기술 진흥 및 신기술 실용화에 공이 큰 기술인을 포상하는 ‘산업기술진흥 유공 및 대한민국 기술대상’ 시상식이 진행된다.
산업훈장은 산업기술진흥 유공의 최고상격으로, 김 부사장은 이 부문에서 은탑산업훈장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D램과 낸드 플래시를 아우르며 국내 반도체 기술력 향상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 2024 산업기술 R&D 종합대전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SK하이닉스 김춘환 부사장(첫 번째 사진 오른쪽, 두 번째 사진 왼쪽 세 번째)
김 부사장은 “요소기술*을 원천으로 수익성 높은 고성능 제품을 성공적으로 양산한 공적을 인정받았다”며 “이는 모든 구성원의 헌신과 노력으로 맺은 결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함께 한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 더 많은 분에게 수상의 기회가 돌아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뉴스룸은 혁신 기술로 회사와 산업을 빛낸 김 부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요소기술: 반도체의 설계, 제조, 패키징, 테스트 등 핵심 공정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초 기술
1992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김춘환 부사장은 32년간 메모리 반도체 연구에 매진하며 첨단기술 개발을 이끈 주역이다. 특히 그는 HBM의 핵심인 TSV(Through Silicon Via)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는데, 개발 선행 단계부터 참여해 15년간 연구를 이어오며, HBM 공정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부사장은 TSV 개발에 열을 올렸던 2008년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김 부사장을 비롯한 개발진은 문제를 풀어내고자 유관 부서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치열한 협업 끝에 SK하이닉스는 ‘R&D의 요소기술 개발 > 제조/기술의 양산 품질 고도화 > 패키징’으로 이어지는 개발 모델을 완성했고, HBM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 SK하이닉스 김춘환 부사장이 수상한 2024 산업기술 R&D 종합대전 은탑산업훈장
하지만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제품이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초기에는 높은 공정 비용 대비 시장 수요가 적은 탓에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그럼에도 경영진의 확고한 믿음과 지원이 있어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TSV 공정 기술 안정화와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고 연구 개발에 더욱 매진했습니다. 양산 품질 개선 활동도 진행해 마침내 HBM 양산에 성공하게 됐는데요. 이 모든 성과의 단초였던 TSV는 현재 MR-MUF*와 함께 HBM의 핵심 경쟁력이 됐습니다.”
*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 매스 리플로우(MR)는 적층된 칩 사이의 범프를 녹여 칩끼리 연결하는 기술. 몰디드 언더필(MUF)은 적층된 칩 사이에 보호재를 채워 내구성과 열 방출 효과를 높이는 기술
김 부사장의 성취는 TSV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 미세 공정에 EUV* 장비를 도입해 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를 6세대(1c) D램에도 확대 적용했다. 또, 그는 HKMG* 기술을 D램에 적용해 메모리 성능·효율을 높이는 등 선단기술*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 EUV(Extreme Ultraviolet): 짧은 파장의 빛(극자외선)을 이용하는 리소그래피 기술.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장비에 사용
* HKMG(High-K Metal Gate): 유전율(K)이 높은 물질을 D램 트랜지스터 내부의 절연막에 사용해, 공정 미세화로 인해 발생하는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Capacitance, 데이터 저장에 필요한 전자량)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음
* 선단기술: 소자 미세화를 통해 칩의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이는 가장 진보된 제조 기술
낸드 분야의 혁신도 돋보인다. 김 부사장은 Gate W Full Fill* 기술로 신뢰성을 높여 수율 안정성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한, 웨이퍼 본딩(Wafer Bonding) 기술을 개발해 초고층 낸드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기술을 확보했다.
* Gate W Full Fill: 3D 낸드의 메탈 전극 게이트로 저항 개선 및 매립 특성이 우수한 W(텅스텐) 물질을 사용해 전류가 관통하는 Plug Cell 및 SLIM 지역 전체를 매립하는 공정 기술
이 같은 결실은 회사가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Full Stack AI Memory Provider)*’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마중물이 됐다.
*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Full Stack AI Memory Provider): D램과 낸드 전 영역에서 초고성능 AI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
김 부사장은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생태계 육성에도 힘썼다. 국내외 반도체 학회 강연에 나서며 R&D 노하우를 공유했고,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의 기술 협력에도 꾸준히 힘써왔다.
이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까지 그는 ‘도전 정신’과 ‘원팀’의 중요성이 컸다고 강조한다.
“R&D 조직은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원가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원팀 문화가 더해지며 시너지 효과가 창출됐죠. 특히 수많은 조직이 참여해 전사 기술 방향을 논의하는 등 견고한 협업 체계가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신규 요소기술 정의부터 기술 개발 착수, 안정적 제품 양산까지 전 과정에서 조직이 하나되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또, 요소기술을 적기에 개발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지속해서 도전하고 시도해야 합니다.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멈추지 않고 성장을 추구합시다. 퍼스트 무버로서 기술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세계 최고의 SK하이닉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