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역사를 부탁해

“SK하이닉스의 기념비적인 제품을 조명합니다.”
세계 무대를 수놓은 ‘최초 · 최고의 반도체’와 그 시절의 IT 트렌드를 모두 담았습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SK하이닉스 반도체 대서사시를 3부에 걸쳐 소개합니다.

“올해를 ‘SK하이닉스 르네상스’의 원년으로 만들어 봅시다.”

SK하이닉스 출범 1주년이자 창립 30주년이 되던 2013년은 여느 해와 달랐다. 지난 1년간 사내에는 SK 기업문화가 자리 잡았고, 경영철학을 내재화하며 SK의 지원을 받은 구성원들은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었다. 출범 1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부흥을 선언한 SK하이닉스, 이들은 머지않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최초 · 최고의 제품을 쏟아낸다.

반도체 역사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야기, SK하이닉스 르네상스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DRAM, NAND, 반도체역사

모바일 황금기, 글로벌 5대 기업으로 도약하다

“What's Next?”

2010년대가 시작되며 모든 것이 빠르게 변했다. 대한민국도, SK하이닉스도 격변의 시대를 지나고 있었다. 무섭게 치솟았던 스마트폰은 보급률은 2013년 연말께 75%에 도달*했다.

모바일이 황금기에 다다르자 세상은 포스트 스마트폰에 눈길을 돌렸다. 주목받은 시장은 스마트워치였다. 2013년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약 190만 대**로 당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록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말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스마트워치는 모든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처럼 보였다.

* 2012-2021 스마트폰 사용률 & 브랜드, 갤럽리포트, 한국갤럽조사연구소
** Android Captures 61% Share of Global Smartwatch Shipments in 2013, strategy analytics, 2014.02.13

웨어러블 PC의 부상과 함께 저전력으로 고성능을 내는 모바일 D램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SK하이닉스의 최초 · 최고 제품도 이 영역에도 두각을 드러냈다.

DRAM, NAND, 반도체역사

2013년 6월 발표한 ‘8Gb LPDDR3*는 20나노급 기술이 적용된 세계 최초의 고용량 모바일 D램’이었다. 4단 적층 시 32Gb 고용량을 하나의 패키지에서 구현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해 12월 ‘세계 최초 20나노급 8Gb LPDDR4’도 공개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 3,200Mbps, 동작전압 1.1V 등 LPDDR3 대비 성능이 개선된 제품이었다. 최초 제품을 연이어 내놓은 SK하이닉스는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게 된다. 이 제품들은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에 높은 점유율로 탑재되며 모바일 필수 부품으로 자리 잡는다.

* LPDDR(Low Power DDR) : D램 중에서도 크기가 작고 전력 소모가 적어 모바일에 주로 쓰이는 반도체.

SK하이닉스는 최초 ·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5대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인텔 · 삼성전자 · TSMC · 퀄컴과 어깨를 견주는 대한민국 대표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 IC Insights Expects Big Changes to 2013 Top 20 Semi Supplier Ranking, IC Insights, 2013.11.06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 SK하이닉스는 2014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게 된다. 14년도 영업이익 5조 1,000억 원, 15년도 영업이익 5조 3,000억 원, 16년도 영업이익 3조 2,000억 원을 기록, 3년 연속 큰 폭의 흑자를 냈다.

SK하이닉스 르네상스 시대를 맞다

2017년에 접어들자 모바일은 완전한 성숙기를 맞았다. 뉴럴 엔진, 멀티 카메라 등 현재 스마트폰의 뼈대를 이루는 구성은 이때 완성됐다. 한편,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AI 기술 발전을 이끄는 촉매가 됐다. 2017년에는 특히 AI 스피커가 대중화했는데,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의 누구(NUGU)를 시작으로 KT · LGU+ · 네이버 · 카카오 등이 AI 서비스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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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SK하이닉스는 모바일 D램 · 그래픽용 D램 · 낸드플래시 등 전 영역에서 혁신을 이뤘다. 2017년 1월에는 ‘세계 최대 용량 8GB LPDDR4X’를 출시했다. 데이터입출력(I/O) 동작전압 0.6V, 최대 34.1GB 데이터 처리 속도를 보이면서 8GB LPDDR4 대비 크기는 30% 더 줄어든 제품이었다.

낸드 영역에서는 2017년 4월 ‘업계 최고 적층 72단 256Gb TLC(Triple Level Cell)* 3D 낸드플래시’ 개발, 2018년 11월 ‘세계 최초 CTF 기반 96단 512Gb TLC 4D 낸드플래시’ 개발이라는 기록을 냈다.

* 한 개 셀(Cell)에 몇 개의 정보(비트 단위)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SLC(Single Level Cell, 1개)-MLC(Multi Level Cell, 2개)-TLC(Triple Level Cell, 3개)-QLC(Quadruple Level Cell, 4개)-PLC(Penta Level Cell, 5개)로 나뉨. 저장량이 늘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 저장.

72단 3D 낸드의 경우 칩 하나로 32GB 용량의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었다. 96단 4D 낸드는 이보다 더 큰 64GB 용량의 저장장치를 칩 하나로 구현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CTF*와 PUC*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 CTF(Charge Trap Flash) : 전하를 부도체에 저장해 셀 간 간섭 문제를 해결한 기술. 단위당 셀 면적을 줄이면서 읽기 · 쓰기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게 특징.
* PUC(Peri Under Cell) : 주변부(Peri.) 회로를 셀 회로 하단부에 배치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

그래픽용 D램에서는 2017년 4월 ‘세계 최초 20나노급 8Gb GDDR6’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이 제품은 핀당 데이터 처리 속도 16Gbps, 초당 768GB 데이터 처리 능력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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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원들이 기술 중심으로 나아간다는 새 슬로건을 홍보하고 있다.

2017년에서 2018년까지는 SK하이닉스가 기술 중심 기업으로 방향성을 정하고,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를 설립하며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는 등 내실을 다진 시기로 볼 수 있다. ‘We Do Technology’라는 기술 지향 슬로건도 2018년 선포됐다.

* 파운드리(Foundry) :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 · 공급하는 전문 생산 업체.

SK하이닉스는 업계 최대 호황 속에 사상 최대 이익도 달성했다. 17년도 영업이익은 13조 원에 달했고, 18년도 영업이익은 20조 원을 돌파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기술 · 품질 · 경쟁력 · 영업이익, 모든 영역에서 업계를 크게 상회하는 르네상스를 맞게 된다.

급변하는 시대… 변화하는 SK하이닉스

2019년 이후에는 모바일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접히는 스마트폰이 주목받았고, 삼성전자는 2019년 9월 갤럭시 폴드를 내놓으며 폴더블 시장을 선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2020년에는 일상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사건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였다. 감염병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함에 따라 비대면 IT 서비스가 급격히 성장했다. 단적인 예로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은 2020년 195%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 Zoom Blog REPORTS, 2022.01.25(blog.zoo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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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SK하이닉스의 기술 혁신은 계속된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6월 ‘세계 최초 128단 1Tb TLC 4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2020년 12월 ‘업계 최고층 176단 512Gb TLC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

128단 1Tb 4D 낸드로 제품을 구현하면, 512Gb 대비 낸드 개수를 줄일 수 있었다. 소비 전력은 20% 낮아지고 패키지 두께도 1㎜ 얇아져 모바일에서 최적의 효과를 냈다. 176단 4D 낸드는 이전 세대보다 35% 향상된 비트 생산성, 20% 빨라진 읽기 속도, 33% 개선된 데이터 전송 속도(1.6Gbps)를 보여줬다.

SK하이닉스는 강세를 유지 중인 D램 영역에선 차세대 제품으로 고도화를 꾀했다. 2013년 12월 TSV* 기반 HBM* 제품을 업계 최초로 내놓은 데 이어 2019년 8월 ‘업계 최고속 HBM2E D램’을 개발했다. 이는 인공지능(AI) · 머신러닝 · 빅데이터 서비스에 적합한 고사양 메모리 솔루션이었다.

* TSV(Through Silicon Via.) : 2개 이상의 칩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을 형성해 칩 간의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패키지 방식으로 성능은 높이면서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차세대 패키지로 주목받음.
*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 TSV 기술을 활용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

2020년 10월에는 ‘세계 최초 DDR5’를 출시하며 D램 강자임을 증명했다. 2018년 11월 세계 최초 DDR5 개발에서 이어진 또 한 번의 세계 기록이었다. 이 제품의 전송 속도는 DDR4 대비 1.8배 빨랐고, 동작전압은 1.1V로 이전 세대 대비 20% 감축됐다. 칩 내부에 오류정정회로(ECC, Error Correcting Code)를 내장해 셀(Cell) 내 1비트(bit)의 오류까지 보정하는 능력도 갖췄다.

이렇듯 SK하이닉스는 낸드와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힘을 주는 등 체질을 개선하며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 사이 전 세계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더 머나먼 미래로

“메타버스는 2024년 약 2,969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는 상당했다. 비대면이 일상화하며 2021년은 메타버스의 해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투자가 이뤄졌고 서비스가 쏟아져 나왔다. 2022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일상을 회복하면서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기술 개발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 Metaverse potential market opportunity worldwide 2021, by scenario(in trillion U.S. dollars), statista, 2021.12

2021년은 AI에서도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뤘다. 2020년 공개된 거대 언어 모델 GPT-3*는 AI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활용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SK텔레콤은 2022년 5월 GPT-3 기반의 ‘A.(에이닷)’을 론칭했다. 하나의 주제로 대화를 주고받는 ‘맥락 대화’가 가능한 AI 서비스였다.

* GPT-3 : 오픈(Open)AI가 개발한 AI 언어 모델. 1,750억 개의 변수를 가지고 있을 만큼 방대하며,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도록 해준다.

SK하이닉스의 최초 · 최고 기록에서도 이러한 IT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저전력 고성능이 중요한 모바일과 메타버스에 대응하고자 LPDDR을 고도화했다. 또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이 핵심인 AI에 대응하기 위해 HBM, PIM*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아낌없이 진행했다.

* PIM(Processing In Memory) :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AI,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해결한 차세대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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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에는 ‘업계 최대 용량 LPDDR5 모바일 D램’을 양산했다. 18GB 제품으로 기존 16GB 제품보다 20% 빠른 6,400Mbps로 동작했다. 10월에는 ‘업계 최초 HBM3 D램’을 개발했다. HBM2E를 잇는 HBM 4세대 제품으로, TSV 기술이 적용됐고 초당 819GB의 데이터를 처리했다. 용량은 24GB로 업계 최대였다.

낸드에서도 기록이 나왔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4월 ‘업계 최고 성능 기업용 SSD 신제품(PE8110 E1.S)’을 양산했다. PE6110과 비교해 읽기 속도는 최대 88%, 쓰기 속도는 최대 83% 향상된 제품이었다.

2022년 8월에는 ‘세계 최초 238단 512Gb TLC 4D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 최고층이자 최소 사이즈인 이 제품은 전작 대비 생산성이 34%, 데이터 전송 속도가 50%(초당 2.4Gb) 향상됐고, 읽기 에너지 사용량은 21% 줄었다. SK하이닉스는 FMS 2022(Flash Memory Summit 2022)에서 238단 4D 낸드를 처음 공개하며, 대한민국 낸드 기술의 위상을 다시 한번 높였다.

세계 기록을 세우고 성과를 갱신하는 사이, SK하이닉스는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2022년 3월, 이천 캠퍼스에는 지난 세월을 빛낸 하이지니어들이 모였다.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구성원들이었다.

반도체역사3_삽화_4▲ 박정호 부회장이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행사에서 향후 100년을 향한 회사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제조기업이라는 틀에 갇혀서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고객의 Pain Point(페인 포인트)를 먼저 찾아 해결하는 ‘Solution Provider(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진화합시다.”

출범 1주년 행사에서 ‘르네상스’를 다짐했던 하이지니어들은 이 자리에서 박정호 부사장과 함께 10주년을 자축했다. 이와 함께 ‘틀을 깨는 초협력’을 외쳤다. ‘회사의 부흥을 넘어 세계를 바꾸는 기업으로 거듭나자는 선언이었다.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불안정한 업황 속에서 늘 혁신을 주도하며 위기를 극복해온 SK하이닉스. 그동안 써 내려온 역사가 증명하기에 이들의 선언은 더욱 묵직하게 울려퍼졌다.

출범 10주년의 선언처럼,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최초 · 최고의 제품, 세계적인 제품을 쏟아내며 ‘We Do Technology’의 가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