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에너지 개념은 대체로 어렵게 느끼는 분야입니다. 이는 거시적으로 익숙한 환경에서 새로운 환경인 미시적 개념으로 고찰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반도체 에너지를 반드시 알아야 할까요? 그 개념을 모른다 해도 반도체 라인에서 업무를 하는 데에는 대부분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소자(디바이스)나 제품 영역에서는 에너지 개념의 기반 위에 업무가 전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수식을 다루거나 계산을 풀이하지 않고 개념 위주로 소개하면서 원자 내 전자 운동, 양자화, 에너지 개념, 페르미통계함수 해석을 알아보고 이러한 것들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두 편에 걸쳐 다루고자 합니다.
전자와 에너지
▲ 전자와 에너지의 관계
원자는 원자핵과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로 구성되는데, 반도체에서는 오직 전자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따라서 여기서 다룰 모형들은 초창기 원자 모형인 보어의 개념을 근간으로 했으며, 그 근간 위에 최근의 현대원자모형을 설명하는 확률과 파동성을 가미했습니다. 에너지는 전자가 받는 에너지이고, 전자에너지를 바탕으로 전자가 원자의 구심력(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전기적 인력)을 떨치고 뛰쳐나갔을 때, 전류에 기여하는 전자들이 주위의 원자들과 어떤 관계를 주고받는가를 다룹니다. 원자나 전자는 실체(형이하학적)가 있는 반면, 형이상학적인 전자에너지는 전자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물리량으로 환산한 개념입니다. 전자에너지는 순수실리콘일 때 전류에 기여하는 전자들이 얼마나 되는지와, 불순물(3족,5족) 투입 후 전자들이 원자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지 혹은 전자들이 원자를 이탈하여 얼마나 이동하는 전자(전류 등)에 기여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합니다.
반도체와 최외각전자
▲ 반도체와 최외각전자
원자핵을 중심으로 운동하는 전자 중, 반도체에서 이용하는 전자는 원자의 가장 바깥에서 운행하고 있는 최외각전자(최외각전자 중에서도 대부분 잉여전자)입니다. 최외각전자는 소스와 드레인 단자 사이의 채널을 만들거나, 플로팅게이트로 진입하는 전자(데이터 저장)들, 혹은 소스에서 드레인으로 이동하는 전자(Tr을 ON)들을 공급하는 원천이 됩니다. 이때 원자들은 정해진 규칙(양자화 원칙)에 따라 전자들을 차례로 공급하고, 전자들 역시 에너지 밴드(Energy Band)와 에너지 갭(Energy Gap)이라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순서를 지켜가며 이동하지요. 그중 반도체의 물리 현상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친 ①에너지 밴드 및 ②에너지 밴드와 밴드 사이를 형성하는 에너지 갭을 살펴보겠으며, 더 나아가서 ③페르미 분포함수(전자가 어디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확률)와 최외각전자(혹은 자유전자)와의 관계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자는 거시물리학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작고 입자성보다는 파동성이 크며 실측이 불가능(불확정성원리)합니다. 때문에 간접적으로 에너지를 통해 통계적으로 원자모형을 만들어 전자가 원자 내 존재하는 확률로 거동을 살필 수밖에 없고, 전자의 존재 여부를 분포확률로 계산해내지요.
에너지의 양자화
▲ 양자화된 궤도와 양자화된 에너지 레벨 @단원자
원자 내 전자가 갖는 에너지란 원자핵으로부터 이격되어 있는 전자가 갖는 전위에너지로써, 전자에너지의 양자화란 에너지가 비연속적으로 구분되어 떨어져 있는 상태을 의미하며,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최소한의 작은 에너지 단위가 집합을 이루어 존재하는 것입니다. 전자에너지는 원자핵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높은 에너지 단계에 있게 되며, 전자들이 원자 속으로 채워질 때는 낮은 에너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전자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차게 됩니다.
원자핵을 초점으로 타원운동을 하는 전자는 원자핵으로부터 일정 거리에 따라 몇 개씩 뭉쳐서 돌고 있는데, 이 궤도를 주양자 궤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궤도 내에서 몇 개씩 뭉친 전자의 형태를 자세히 보면 더욱 짧은 간격으로 나뉘어 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부양자 궤도로 구분합니다. 부양자 궤도는 또다시 궤도각운동량으로 나누어지고(자기양자수), 최종적으로는 전자들이 자전하는 방향이 어떻게 되느냐로도 나뉘게 됩니다(스핀양자수). 이렇게 위치와 운동 형태마다 각각 에너지량을 구분할 수 있었고, 이를 에너지의 양자화라고 했습니다. 즉 거시적 세계에서는 연속적인 성격을 띠는 에너지를 미시세계에서는 작은 단위로 나누어 각 에너지 위치에 속한 전자들에게 서로 다른 퍼텐셜에너지 값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죠.
다원자에서의 에너지 양자화
▲ 에너지 밴드 형성 @ 다원자 상태
자연현상에서는 원자가 단원자로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반도체에서는 대부분 많은 수의 원자들(10^22개/cm^3)이 격자 상태로 상호결합하여 고체를 이루고 있죠. 다원자에서는 단원자의 에너지 양자화 개념이 확장되는데요. 원자들이 격자화 되어 있는 다원자에서도 파울리의 배타원리가 적용되어 전자들은 (-)상태로 서로 부딪치지 않고 서로 다른 에너지, 서로 다른 위치에 존재하며 적정한 궤도상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를 전부 엮어 에너지로 나타내면 주양자 궤도 레벨의 에너지 묶음(에너지 밴드)이 됩니다. 또한 동일 주양자 궤도 상의 원자들이 무수히 많으므로, 원자들이 모여 형성된 에너지 사이의 간격은 거의 Zero에 가까워서 에너지값들이 떨어져 있지만 동시에 거의 붙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 밴드
▲ 에너지 밴드 : 가전자대역과 전도대역
반도체에서는 양자화되어 있는 에너지 밴드(띠) 중 최상위 에너지를 가진 밴드를 전도대(도전띠, Conduction band)라고 하고, 전도대 바로 아래의 에너지 밴드를 가전자대(혹은 원자가띠, Valence band)라고 합니다. 전도대는 자유전자가 원자에 얽매이지 않고 흐를 수 있는 상태 즉 최외각전자가 원자에서 탈출한 상태이고, 가전자대는 전자가 원자를 탈출하지 못하고 원자의 최외각궤도 상에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반도체에서는 전자가 최외각 껍질에 있는 상태만을 다루므로, 에너지 밴드로는 전도대와 가전자대(실리콘 주양자수인 경우, M궤도)만을 구분하여 검토합니다. 실질적으로는 전도대란 원자 밖의 세상이므로 원자 내의 에너지 밴드에 속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도체에서는 가전자대와 전도대가 겹쳐있어서 가전자대에 있는 전자도 전도대에 있는 전자처럼 흐르게 됩니다). 에너지 밴드 영역의 크기는 최소 에너지량이 있어서 최소 에너지량 대비 몇 배가 되는지의 여부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밴드갭
▲ 에너지 밴드(Band)와 에너지 갭(Gap)
에너지 밴드갭은 에너지 밴드와 밴드를 구분하고 분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다른 말로는 금지대역 혹은 금지대역폭이라고도 합니다. 에너지가 양자화된 개념을 기초로 볼 때, 밴드갭은 에너지와 에너지 사이의 에너지가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에너지 밴드갭은 실질적으로 전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입니다(전자들을 존재하게 하는 에너지가 없으니 전자들이 있을 수 없겠지요). 밴드갭도 갭의 크기에 따라 에너지량이 달라지는데요. 그 크기는 밴드갭의 상부 에너지 대역의 가장 아랫부분 에너지 레벨에서 밴드갭의 하부 에너지 대역의 가장 윗부분 에너지 레벨을 빼면 됩니다. 즉 밴드갭도 최소에너지량 대비 몇 배가 되는지로 확인 가능하답니다. 이렇게 계산해보니 도체는 최외각밴드갭이 없으며, 절연체는 밴드갭이 매우 높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도체와 절연체의 중간이 되고, 특히 실리콘의 밴드갭은 1.12eV가 되지요. 그래서 밴드갭의 의미는 반도체에서 자유전자를 뽑아내는 데 얼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밴드갭의 에너지(Eg)는 적정량이 가장 좋습니다. 너무 크면 Tr을 ON시키기가 힘들고, 너무 작으면 Tr이 OFF되어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ON이 되어 Tr을 제어하기가 도리어 힘들어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Si14는 밴드갭 측면에서도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환상적인 반도체 재질이 되겠습니다
오랫동안 거시적인 세계의 기준으로 미시적 세계를 해석하려 했던 여러 가지 시도는 실패했습니다(어떤 경우는 동일 현상을 관찰했을 때, 거시적 해석과 미시적 해석의 결과가 반대로 나오기도 했지요). 입자의 크기가 파동의 크기에 비해 현격히 작은 경우, 통계와 확률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에 따라 불확정성 원리 및 에너지의 양자화 등이 등장했습니다. 전자의 확률적 존재를 에너지의 불연속성을 통하여 입증해내는 작업이 플랑크, 보어, 파울리를 거쳐서 진행되었으며, 슈뢰딩거와 하이젠베르크가 최종적으로 증명해내었습니다. 그 후 에너지 밴드 및 에너지 갭 개념이 발전되었고, 페르미와 조머펠트의 도움으로 반도체 내부의 전자들의 입자 수(농도)와 이동 현상을 해석해낼 수 있어서 반도체를 만들 때 외부에서 얼마의 가스량을 주입해야 하는지를 가늠(기타 변수들도 동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현대과학의 발전을 더듬어보면 반도체의 발전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 향후 미래과학과 더불어 반도체 산업은 꾸준히 융성할 것입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