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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5로 엄청난 흥행을 거둔 락스타 게임즈의 또 다른 대표작, ‘레드 데드 리뎀션’이 드디어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8년의 개발 기간을 걸쳐 세상에 등장한 이 게임은 뛰어난 그래픽과 함께 더 방대한 오픈월드 세계 속으로 게이머들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데드아이’라는 새로운 공격 시스템이 등장해 전작과 차별화된 전투의 묘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초능력 전투법 ‘데드아이’ 시스템을 함께 살펴보고, 이러한 기술이 현실에서도 가능할지 알아볼까 합니다.

적보다 빠르게, 슬로 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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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아이는 전투 중에 시간을 느리게 해서 적을 더 정확하게 노릴 수 있는 전투 시스템입니다. 게임 플레이가 진행될수록 시스템이 더 강력해지는데, 처음에는 표적을 자동으로 지정해주다가 나중에는 여러 표적을 동시에 지정할 수 있고 슬로 모션 중 적의 약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강화됩니다.

가장 먼저 주위의 시간을 느리게 하는 슬로 모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슬로 모션은 영화 ‘매트릭스’에서의 총알을 피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쉬울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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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유튜브 워너브라더스 채널

슬로 모션 중에는 적들은 느리기 움직이는 반면, 슬로 모션을 건 자신은 보통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습니다. 시간을 조작하는 초능력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슬로 모션 기법은 주로 영상 매체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영화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일반 카메라보다 초당 더 많은 양의 프레임을 찍어낼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화면을 찍은 후, 프레임을 늘려주면 됩니다. 예를 들자면, 1초에 24프레임으로 재생되는 영상 중 일부 장면만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해 1초에 1,200프레임으로 찍은 후 이를 24프레임 단위로 늘려주면 1초의 장면이 50초의 장면처럼 돼 더 느려지게 보이는 형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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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삼성 갤럭시 S9 CF 영상 캡처

초고속 카메라는 다양한 분야에도 응용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빠른 현상들인 기계진단, 파괴실험, 다양한 충격과 충돌 그리고 낙하실험, 낙뢰, 균열, 연소, 탄도, 공기역학, 유체흐름의 시각화, 스포츠, 인간행동연구 등의 모든 모션 분석에 응용됩니다. 특히 반도체 TR 제조공정에서도 사용되고 있죠.

사실 이러한 초고속 카메라의 슬로 모션 촬영은 반도체의 발전 덕분입니다. 초고속 카메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이미지를 처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빠른 이미지 처리 속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물리적인 셔터 스피드가 아닌 전류를 끊어 셔터가 센서를 막는 것처럼 처리하는 전자식 셔터 스피드가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D램 반도체를 통해 더 많은 영상 소스를 빠르게 담아둘 수 있게 된 덕분이죠.

적이 어디에 있든, 목표 자동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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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아이’ 중에는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는 목표 자동 추적 기능이 있습니다. 현존하는 IT 기술 중에는 피사체를 자동으로 추적하는 무인 추적 카메라 시스템이 존재하죠. 최근 TV 프로그램 중 관찰 예능이 많은데 이러한 TV 프로그램에서는 무인 추적 카메라 시스템을 이용해 촬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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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솔로샷 홈페이지

무인 추적 카메라 시스템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카메라 삼각대에 센서를 감지하고 움직이는 추적기를 장착하고 움직이는 피사체에 센서로 확인할 수 있는 태그를 부착하면 됩니다. 태그의 무선 신호를 센서가 감지하고 추적기가 이를 계속 따라가며 촬영하는 방식이죠.

태그를 부착하는 대상에 따라 무엇이든 추적이 가능합니다. 드론이나 오토바이 등에 태그를 장착해도 해당 물체를 추적하죠. 제품마다 추적할 수 있는 거리가 다른데 일부 제품의 경우 600m까지 떨어진 거리의 물체도 추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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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유튜브 국방TV 채널

목표 자동 추적이라고 하면, 유도 미사일을 쉽게 떠올릴 수도 있을 겁니다. 현존하는 유도 미사일은 미사일에 장착된 탐색기가 직접 표적을 찾거나, 표적에서 발생하거나 반사된 신호를 포착하거나, 표적에서 조사된 우군의 신호를 추적하거나, 표적을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를 이용해 직접 대조해 찾는 방식이 있습니다.

미사일에 달린 TV 카메라로 발사 전 입력받은 표적의 형태를 인식해 표적을 계속 쫓아가는 영상 유도 방식도 생겼습니다. 밤이나 악천후에도 쓸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하면 열 영상 유도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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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KBS 홈페이지

최근에는 태그 형식이 아니라 모션 센서와 이미지 인식 센서 등을 내장한 인체 감지 자동 추적 모듈 탑재 제품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불특정 다수를 감지하기 위해 보안과 감시 기능을 하는 동작 감시 CCTV입니다.

동작 감시 CCTV는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특성을 인식하고 패턴을 추출하는 기술을 적용해 목적과 대상에 따라 얼굴이나 색상, 글자, 숫자, 사물 등 객체를 인식하고 상황 감지, 모션 인식과 추적 등을 합니다. 또한, 인접 CCTV와 연계해 대상의 동선까지도 파악하게 해줍니다.

적의 몸속을 꿰뚫어 보는 내부 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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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아이’의 능력 중 적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마치 ‘엑스레이’(X-ray)처럼 적의 몸속이 보이면서 약점이 표시되는 건데요. 현실에서는 사람이 직접 ‘엑스레이’를 쏠 수는 없기 때문에 특정 기기에 의존해야 할 것 같네요.

엑스레이는 빠른 전자를 물체에 충돌시킬 때 투과력이 강한 복사선(전자기파)이 방출되는 것을 뜻합니다. ‘엑스레이’는 방사선의 일종인 만큼 건강에는 좋지 않죠.

하지만 최근에는 엑스레이 촬영 시 방사선 피폭량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는 디텍터 소재가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반도체’ 소재를 이용한 디텍터로, 기존 편판 디텍터에 비해 엑스레이 감도가 20배 뛰어나 훨씬 적은 엑스레이를 조사하더라도 의료 영상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신을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엑스레이 기기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하네요. 반대로 보면, 더욱 작은 크기의 기기로도 기존 엑스레이 촬영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물론, 엑스레이 촬영기기를 휴대할 정도의 크기로 만들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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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레이

과거 ‘엑스레이’는 옷을 투과해 알몸을 볼 수 있다는 루머가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사회적인 이슈로도 계속 대두되고 있는 ‘투시 안경’도 옷을 투과해 알몸을 볼 수 있다고 하고 있죠. 당연히 이런 기기는 없습니다. 정확히는 휴대할 수 있는 크기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답이겠네요.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파장(가시광선)은 대략 400nm~700nm 대역이고 파장에 따라 빛의 색이 달라지죠. 또한,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것을 ‘적외선’이라 부르는데 사람을 포함한 생물이나 열이 있는 물체에서는 방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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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외선

만약 옷 속을 투시하려면 옷 바깥에서 나오는 적외선과 가시광선을 차단하고 사람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으로 바꾸면 가능합니다. 문제는 옷에서 나오는 적외선과 사람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어떻게 구분할 것이며, 어디까지를 가시광선이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일 겁니다. 그런 기술이 있어도 현재의 기술로는 일반 안경에 담지 못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투시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공항 등에서 보안 등을 위해 사용 중인 인체 검색 장치가 있죠. 이 장치는 인체에 특정 파장의 전자기파를 쏴 영상을 만드는 고가의 장비인데 고주파의 일종인 밀리미터파를 사용해 인체에는 안전하다고 합니다. 거의 알몸 투시까지 가능해 인권 침해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영상을 저장하지 않고 자동 판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2’에서 등장하는 ‘데드아이’는 비록 사람이 직접 사용할 수는 없는 초능력이지만, 하나씩 뜯어놓고 보면 이미 실제로 구현된 기술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이 중에는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기술도 있었네요. 비록 영화나 게임에서는 보다 극적인 연출을 위한 장치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실제로 가능한 기술들이 있다는 것은 나름 재미있는 사실이었습니다. 미래에서는 이보다 더 진보된 기술을 만나볼 수 있겠죠?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IT 전문 필진

임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