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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SNK)

검극 대전 격투 게임의 시초인 ‘사무라이 쇼다운’(일본명: 사무라이 스피릿츠) 시리즈가 약 11년 만에 새롭게 돌아옵니다. 이번 ‘사무라이 쇼다운’은 25년 전 출시되었던 ‘사무라이 쇼다운 2’(일본명: 진 사무라이 스피리츠 하오마루 지옥변)과 상당히 흡사하게 만들면서 다른 시리즈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플레이는 ‘사무라이 쇼다운 2’와 비슷하죠. 25년의 세월로 2D 그래픽이 3D 그래픽으로 바뀌었고 해상도도 304x224에서 1920x1080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동안 그래픽 기술이 발전한 만큼, 게임 화면도 몰라보게 바뀌었죠. 이번 편에서는 게임 그래픽을 좌우하는 그래픽카드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고성능 게임의 필수 요소, 그래픽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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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A, EGA, VGA의 색상 표현 차이 (출처: 유튜브 플레이 화면 캡처)

PC를 조립할 때 주요 부품으로는 CPU(중앙처리장치)와 메인보드, 램, HDD나 SSD 같은 저장 장치 등이 거론됩니다. 하지만 고성능 게임을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해서는 그래픽카드가 필수죠. 그래픽카드는 비디오카드, VGA(Video Graphics Array), 그래픽 어댑터 등 다양한 명칭으로도 불리기도 합니다만, 여기서는 통상적으로 그래픽카드라고 통칭하겠습니다.

그래픽카드는 CPU로 이루어지는 작업 현황을 모니터에 출력하고 3D 게임 구동 시 3D 연산과 결과물을 화면에 나타내는 장치입니다. 그래픽카드가 없다면 모니터에 그 어떤 화면도 표시되지 않죠.

최초의 그래픽카드는 1981년에 나온 ‘MDA(Monochrome Display Adapter)’입니다. 하지만 MDA는 흑백 문자만 표현할 수 있었으며, 그림 및 원색의 표현이 가능한 최초의 그래픽카드는 같은 해에 출시된 ‘CGA(Color Graphics Adapter)’이죠. CGA는 320x200 해상도에 최대 4가지 색상까지 출력이 가능했습니다.

이어 1982년에는 최대 720x348 해상도의 흑백 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 ‘허큘리스(Hercules)’, 1984년에는 640x350 해상도에서 16색 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 ‘EGA(Enhanced Graphics Adapter)’가 출시됐습니다.

현재 그래픽카드의 기원으로 볼 수 있는 VGA는 1987년 등장했습니다. 초기 VGA 모델은 640x480 해상도에서는 16색, 320x200 해상도에서는 256색을 표현할 수 있었죠. 이때부터 컴퓨터가 가정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다양한 색상 표현으로 보급에 활성화를 불어넣기도 했죠.

3D 그래픽카드의 등장

VGA카드 이후 그래픽카드는 1995년 등장한 3D 그래픽카드로 큰 변화를 맞습니다. 지금이야 2D 그래픽, 3D 그래픽을 구분하지 않고 그래픽카드가 모두 연산하지만, 당시에는 2D 그래픽은 2D 그래픽카드가, 3D 그래픽은 3D 그래픽카드가 연산을 담당했었습니다. 3D 그래픽카드는 오직 3D 그래픽을 연산하기 위해 추가로 장착하는 애드온(Add-on) 방식이었죠.

99DED7485D09F8AB09.jpeg▲초창기 3D 그래픽카드 시장을 호령했던 3dfx (출처: 3dfx 공식 로고)

초창기 3D 그래픽카드 개발에는 ATI, S3, Matrox, 크리에이티브 등의 회사가 뛰어들었습니다. 수많은 회사의 경쟁 속에 1990년대 3D 그래픽카드 시장을 이끈 것은 3dfx의 ‘부두(Voodoo)’ 그래픽카드였습니다. 이후 2D 그래픽 가속도 지원하는 부두 러시가 나오면서 그래픽카드는 하나로 통합되게 되었죠.

하지만 부두는 경쟁사인 엔비디아(NVIDIA)의 약진으로 서서히 몰락하게 됩니다.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지 못한 채 결국 엔비디아에 인수됐고 2002년 10월 15일 파산하게 됩니다.

원래 엔비디아는 CPU 칩 제조를 하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GPU 칩 제조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출시한 ‘리바(Riva) 128’부터죠. 특히 리바 128부터 DirectX를 지원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엔비디아는 1998년 출시한 리바 TNT부터 그래픽카드 시장을 점령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 출시한 리바 TNT2는 경쟁사인 3dfx의 부두의 성능을 따라잡았으며, 이어 출시한 리바 TNT2 M64으로 저가형 시장까지 확장하는데 성공했죠.

여기에 1999년 10월, ‘지포스(GeForce)’ 브랜드를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3D 그래픽카드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습니다. PC는 잘 몰라도 지포스라는 명칭을 아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성공한 케이스이죠. 항상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 사이에서 ‘역시 게임은 지포스’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됩니다.

그래픽카드가 계속 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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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복잡해지고 크기도 커지고 있습니다. (출처: ASUS 공식 홈페이지)

과거에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던 CRT 모니터도 LCD, LED 모니터로 바뀌면서 화면은 커져도 두께는 얇아지고, 저장장치도 HDD에서 SSD로 바뀌면서 작고 조용해지고 있죠. 하지만 유독 그래픽카드만 점점 커지고 있으면서 메인보드 슬롯 공간을 2~3칸 차지하거나 전용 전원 케이블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카드가 계속 커지는 것은 GPU와 GDDR(Graphics Double Data Rate) 램 때문입니다. GPU의 미세공정이 진행되면서 저발열 저전력 쪽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요구되는 처리 능력이 미세공정으로 얻을 수 있는 절약되는 양보다 커 GPU의 코어 자체는 계속 커지는 추세죠.

GPU는 기본적으로 병렬 프로세싱, 멀티코어 연산을 할 수 있으므로 코어를 마음껏 늘려 성능을 올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고성능의 그래픽카드일수록 코어 개수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발열과 소비전력이 높아져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죠.

이와 함께 그래픽카드에 장착되는 메모리도 빠르고 큰 용량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고성능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메모리의 성능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GDDR5의 경우, 3000MHz(실효 클럭 기준)를 시작으로 9000MHz의 속도까지 발전했으며, 한 단계 진보한 GDDR6는 최대 16GHz에 달하는 속도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신 일반 DDR램보다 훨씬 빠른 처리속도를 가진 GDDR램은 발열과 전력 소모가 상당히 심합니다. GDDR4부터는 높은 발열 때문에 방열판이 필수가 됐으며, 6~8핀 보조 전원 케이블도 2개씩 필요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래픽 메모리가 크고 빠를수록 고해상도 텍스처를 보다 더 빠르게 로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고해상도 게이밍 시대에는 고클럭, 고용량 그래픽 메모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입니다.

25년간 그래픽카드는 얼마나 진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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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의 <사무라이 쇼다운2>와 25년 후의 <사무라이 쇼다운>의 그래픽 표현 (출처: SNK)

그렇다면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래픽카드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게임인 ‘사무라이 쇼다운 2’의 경우, 1994년에는 SNK의 콘솔 게임기인 ‘네오지오’로 출시되었으며, 25년 후인 ‘사무라이 쇼다운’은 ‘플레이스테이션 4’와 ‘엑스박스 원’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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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당히 뛰어난 성능을 지녔던 ‘네오지오’ (출처: 네오지오 공식 이미지)

먼저 네오지오에는 그래픽 칩셋으로 ‘SNK LSPC2-A2’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SNK LSPC2-A2’는 24MHz로 작동하는 칩셋으로 현재 기준으로는 상당히 느리지만, 당시에는 매우 강력한 성능을 자랑했죠.

경쟁 게임기인 닌텐도의 ‘슈퍼패미컴’은 그래픽 칩셋으로 S-PPU1 & S-PPU2를 탑재했는데 5.37MHz 정도였으며, 세가의 ‘메가드라이브’의 그래픽 칩셋은 야마하 YM7101 VDP(세가 315-5313)으로 13.3MHz의 속도였습니다. 1986년 출시된 80386(흔히 396으로 불리는 제품) CPU의 속도도 12~40MHz 정도에 그쳤습니다.

‘네오지오’의 비디오 메모리는 64KB(Lower/Slow) SRAM, 4KB(Upper/Fast) SRAM, 16KB SRAM으로, 총 86KB였죠. ‘슈퍼패미컴’과 ‘메가드라이브’의 비디오 메모리는 모두 64KB로, ‘네오지오’가 좀 더 많은 비디오 메모리를 지녔습니다. ‘네오지오’는 당시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다른 콘솔 게임기에서 구현할 수 없는 그래픽을 선보였죠.

그렇다면 현재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4’와 ‘엑스박스 원’은 어떨까요? 두 제품 모두 상위 버전이 존재하는데 각각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와 ‘엑스박스 원 엑스’의 그래픽카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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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 공식 이미지(SIE))

먼저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는 AMD 2세대 GCN 기반 그래픽 칩셋이 장착되었습니다. 이 그래픽 칩셋은 911MHz의 속도로 작동하는 36개의 CU(Compute Unit)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네오지오의 그래픽 칩셋과 비교하면 약 38배 빨라진 속도의 그래픽 칩셋이 36개 있는 셈입니다. 메모리는 8GB GDDR5 SDRAM로, 단위가 KB의 1,000배인 MB를 뛰어넘어 1,000,000배를 넘는 GB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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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박스 원 엑스 (출처: 엑스박스 원 엑스 공식 이미지)

이보다 더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엑스박스 원 엑스’는 AMD 커스텀 아키텍처 기반 그래픽 칩셋이 장착되어 있는데 1172MHz의 속도로 작동하는 40개의 CU를 탑재했습니다. 속도나 개수 모두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보다 빠르고 많기 때문에 더 높은 성능을 지녔습니다. 메모리도 12GB GDDR5 SDRAM로 더 큽니다.

이렇듯 최신 콘솔 게임기는 성능이 높아진 만큼 출력하는 해상도도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네오지오’의 해상도는 304x224 정도이지만,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와 ‘엑스박스 원 엑스’가 출력할 수 있는 해상도는 4K UHD(3840x2160)에 달합니다. 점 개수로 비교하면 68,096개와 8,294,400개로, 약 121.8배의 세밀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이번 6월에 진행된 세계 3대 게임쇼이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E3 2019 게임쇼에서 발표된 차세대 엑스박스인 ‘엑스박스 아나콘다’는 ‘엑스박스 원 엑스’의 4배에 달하는 성능으로 8K UHD 해상도까지 지원할 예정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5’도 비슷한 성능을 지닐 것으로 예상됩니다. 끝없이 발전하는 GPU의 성능만큼이나 게임 그래픽도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해온 만큼 앞으로의 25년도 기대됩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IT 전문 필진

임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