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동작 속도를 자랑하는 새로운 모바일용 D램을 개발했다. LPDDR5X를 공개한 지 2개월 만인 지난 1월 25일, LPDDR5X 대비 동작속도가 13% 빨라진 LPDDR5T(Low Power Double Data Rate 5 Turbo) 개발에 성공했다. [관련기사]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LPDDR5T를 통해 모바일용 D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LPDDR5T는 동작 속도 향상과 동시에 저전력, 저전압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효율을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최초로 HKMG* 공정을 도입해 속도 개선과 함께 전력 소모량도 감소된 초저전력 특성을 동시에 구현해낸 것으로, LPDDR5X를 내놓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기술 한계를 다시 한번 돌파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HKMG 공정: 유전율(K)이 높은 물질을 D램 트랜지스터 내부의 절연막에 사용해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Capacitance)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음.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HKMG 공정을 모바일 D램에는 세계 최초로 도입함
뉴스룸은 최초와 최고의 가치를 또 한 번 만들어낸 LPDDR5T 개발 주역(송경근 TL, 김현승 TL, 김기룡 TL, 조선기 TL, 정승현 TL)을 직접 만나봤다. 이제 LPDDR5T 제품과 그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SK하이닉스가 새롭게 개발에 성공한 LPDDR5T는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 모바일용 D램 규격인 LPDDR5에 터보(Turbo)의 T를 붙인 것으로 동작 속도의 혁신을 이룬 제품이다. 이는 초고속 모바일용 D램을 만들어냈다는 SK하이닉스만의 자신감이 담긴 것이다. 이 제품은 LPDDR5X의 동작 속도인 8.5Gbps(초당 8.5기가비트)보다 13% 빨라진 9.6Gbps(초당 9.6기가비트)의 속도를 자랑한다. 현존하는 모바일용 D램 중 가장 빠르다.
동작 속도는 더 빨라졌고,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가 정한 최저 전압 기준인 1.01~1.12V(볼트)에서 작동하는 초 저전력 특성 역시 구현했다. ESG 중심 경영의 의지를 담아 초고속, 초저전력 구동이 가능한 이유는 HKMG(High-K Metal Gate) 공정 덕분이다. HKMG 공정은 모바일용 D램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공법으로 유전율(K)이 높은 물질을 D램 트랜지스터 내부 절연막에 사용해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 용량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이다.
LPDDR5T를 통해 또 한 번의 기술혁신을 만들어낸 개발 주역들은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최고와 최초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이미 업계 최고 성능의 LPDDR5X를 공개한 만큼 SK하이닉스의 LPDDR5T 개발 소식에 다소 놀란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보통 D램의 성능 향상을 위해선 적정한 수준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개월 만에 더 빨라진 제품의 개발 소식을 전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해 LPDDR5X와 LPDDR5T의 개발을 이끌었던 설계품질혁신 김현승 TL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앞서 개발한 LPDDR5X에서 모바일용 D램에 세계 최초로 HKMG 공정을 도입하면서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는데요. 이 과정에서 JEDEC에서 정한 LPDDR5X의 기준인 8.5Gbps를 상회하는 동작 속도를 구현해냈습니다. 당시 저희는 더 빨라진 속도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고, 더 빠른 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 LPDDR5T를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 LPDDR5T 개발 과정에서 더 빠른 동작 속도의 제품에 안정성을 더하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변경했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기룡 TL(가운데)
제품의 테스트를 진행했던 Mobile PE1 김기룡 TL은 “LPDDR5X 개발 과정에서 표준 동작 속도인 8.5Gbps보다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해 냈지만, 속도가 빨라지면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는 제품의 설계 옵션을 변경해가며 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최소화했습니다. 그렇게 개발한 것이 LPDDR5T입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LPDDR5X의 개발 과정에서 더욱 빠른 동작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도전하는 마음을 모아 추가 개발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LPDDR5T는 더 빠른 동작 속도의 제품에 안정성을 더하기 위해 다양하게 옵션을 변경해가며 최적화한 제품인 것이다.
▲ LPDDR5T의 최고 동작 속도(9.6Gbps)의 의미와 그에 대한 자긍심을 표현하고 있는 정승현 TL(가운데)
DRAM상품기획 정승현 TL은 “LPDDR5T에서 구현 가능한 9.6Gbps라는 동작 속도는 다음 세대인 LPDDR6에서나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요. LPDDR5T를 개발하면서 또다시 우리 SK하이닉스가 모바일용 D램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자긍심을 보이기도 했다.
LPDDR5T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DRAM PMO 송경근 TL은 “만약 우리가 LPDDR5X 개발에 만족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LPDDR5T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라며 “이미 세계 최고의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보유한 제품을 개발했으면서도 더욱 향상된 성능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자 했던 우리 구성원들의 도전정신이 돋보인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언제나 그렇듯 LPDDR5T 개발에도 많은 난제가 있었다. 가장 먼저, 내부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정승현 TL은 “내부에서도 ‘LPDDR5T를 굳이 개발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LPDDR5X를 개발하고 공개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다음 세대인 LPDDR6 개발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었죠”라며 LPDDR5T 개발 초기에 상황을 회상했다.
김기룡 TL은 이와 관련해 “사실 저 역시 ‘LPDDR5T를 찾는 수요가 있을까?’ ‘시장성이 확보될까?’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고, 확신이 들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는데요. 정승현 TL을 비롯한 상품기획 구성원들이 우리의 도전의지를 보며 적극적으로 고객사들과의 소통을 통해 수요가 많다는 점과 시장성이 분명하다는 점을 확인해 줬습니다. 덕분에 저 역시 확신을 가지고 LPDDR5T를 테스트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개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지금까지 그 누구도 구현하지 못한 현존 최고 속도의 제품이기 때문에 경험한 난제도 있었다. LPDDR5 회로 설계를 담당한 Interface 조선기 TL은 LPDDR5T의 검증단계에서 느꼈던 난제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 제품의 빠른 속도가 구현 가능한지 실물 검증이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제품 자체가 9.6Gbps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해도, 이것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 장비가 없으며, 시스템에서 조차 속도제한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아서 정확한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속도 특성에 영향을 주는 항목들을 하나하나 도출하고 각 항목의 속도별 목표치를 설정해 관리하고 측정했습니다.”
김현승 TL은 LPDDR5T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실패할 것이라고 의심한 적은 한순간도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동작 속도는 충분히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예상하지는 않았습니다. 빠른 속도에 의해 불량이 발생하긴 했지만, 우리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라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구성원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주기도 했다.
▲ LPDDR5T 개발 성공을 SK하이닉스의 ‘one-team spirit’ 덕분이라고 말하며 함께 개발한 모든 구성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있는 조선기 TL(좌측)
한편, 조선기 TL은 LPDDR5T 개발 성공의 공을 SK하이닉스만의 ‘one-team spirit’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LPDDR5T가 현존 최고의 동작 속도와 초저전압 제품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리들이 대표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번 제품 개발의 성공 포인트로 함께 일하는 구성원 모두가 글로벌 초일류 반도체 회사를 향한 목표에 도전하는 ‘one-team spirit’을 뽑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 단계 레벨업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HKMG 공정 적용을 가능하도록 소자를 만들어준 구성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김기룡 TL 역시 “LPDDR5T는 이제 개발에 성공한 것이고, 제품을 양산하기까지는 또 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우리 SK하이닉스 구성원 모두가 one-team이 되어 LPDDR5T의 성공적인 출시를 이뤄내 최초와 최고의 가치를 함께 만들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LPDDR5T 개발을 통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는 송경근 TL(가운데)
송경근 TL은 마지막으로 LPDDR5T를 통해 모바일용 D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LPDDR5T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물론 앞으로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최초와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 역시 더욱 강해졌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LPDDR5T가 빠르게 양산되고 실제 소비자들의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에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