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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공정 3편] 반도체 패턴을 만드는 포토 공정 (3/6)

Written by 정인성 | 2022. 10. 17 오전 12:00:00

최근 우리는 수많은 반도체 관련 뉴스를 접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반도체가 단순한 수출 역군을 넘어서 국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제품이 됐다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반도체의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부를 비롯해 여러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첫 발걸음은 당연히 반도체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에 본인 역시 반도체 산업에 몸담았던 일원으로서 반도체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지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인터넷이나 교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술에 치중된 지식이 아니라 각 기술이 가지는 연관성을 통한 관계의 중심으로 반도체를 설명하고자 한다. ‘컴퓨터와 트랜지스터의 주제를 시작으로 공정과 산화, 포토, 식각, 증착, 금속배선 등 총 6편의 시리즈로 반도체 기술에 대한 설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읽는 독자 여러분은 개별 용어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관계에 주목하길 바란다. 글을 읽다 보면 갑작스럽게 전문 용어들이 등장할 수 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가도 좋다. (필자 주)

작은 회로를 만드는 첫 단계

모스펫(MOSFET) 혁명은 우리가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동일한 면적에 모아 쌓을 수 있게 해 줬다. 모스펫을 더 작게 만들면 하나하나의 모스펫이 사용하는 전력이 적어질 뿐 아니라, 트랜지스터 개수가 늘어나므로 기능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모스펫을 작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작은 회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그릴 수 있어야한다.

밀가루 위에 행복날개 모양의 과자를 잔뜩 만들고 싶다고 해보자. 만들어야 하는 과자의 개수가 수백 개라면, 과자를 하나씩 손으로 빚는 것은 굉장히 힘들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 그림 1 : 밀가루 위에 동일한 모양의 과자를 빠르게 만드는 방법

좋은 해결책은 틀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단 밀가루를 넓게 펴서 구운 뒤, 위에서 틀(도장)로 찍어버리면 된다. 이런 형태라면 한 번에 100개의 과자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과자를 어린아이들에게 팔기 위해 작게 만들어야 한다면 어떡하면 될까? 과자 모양이 더 작게 새겨진 틀을 만들고 똑같이 찍어내면 된다. 여기서 과자 틀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이번 글에서 설명할 기계인 노광기이다. 과자와 반도체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면, 모스펫은 과자와는 달리 동일 면적에 작게 여러 개 만들수록 고객들이 환호한다는 것이다. 모스펫은 큰 것 1개보다 작은 것 2개가 훨씬 유용하다.

반도체를 완성하는 과정은 위의 반복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을 과자를 만드는 과정에 빗대어 설명해보겠다. 과자를 만드는 사람이 행복날개 모양의 과자에 색까지 입혀 제대로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 그림 2 : 행복날개 모양 과자를 채색하는 순서
▲ 그림 3 : 수십 개의 과자를 뭉쳐서 색소를 뿌리면 매우 빠르다.

위 그림 23과 같은 순서로 작업을 해 나가면 된다. 밀가루 판 전체 위에 과자 모양을 잔뜩 만든 뒤, 내가 칠하고 싶지 않은 과자 부분은 가리고 색소를 판 전체에 뿌려버리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결국 특정한 모양이나 색이 새겨진 과자를 빠른 속도로 만들 수 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위의 까만 덮개는 어떻게 잔뜩 만드느냐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곧 알아보겠지만 사실 그것이 노광 공정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위 과자에는 과자 층과 색소(빨강, 주황) 층 두 개의 층밖에 없지만, 현실의 반도체에는 소자층부터 여러 단계의 금속배선층까지 수십 개의 층이 필요하다. 노광이 핵심적인 공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틀을 만드는 과정 : 포토 공정

반도체 기업들이 과자 틀(덮개)을 만드는 과정을 포토 공정이라고 부른다. 포토 공정의 첫 단계는 감광액을 바르는 것이다. 감광액은 포토레지스트라고도 불리며, 빛과 닿은 부분의 성질이 변하는 물질이다. 포토레지스트를 바른 뒤에는 웨이퍼에 빛(레이저)을 쐬어 줌으로써 감광액의 특정 부분만이 변질하게 만든다.

▲ 그림 4 : 포토 공정의 대략적인 순서

당연하지만 그냥 웨이퍼 전체에 빛을 쐬어줄 경우 발라 놓은 감광액 전체가 변질할 것이므로, 광원 앞에 원하는 패턴이 그려진 판을 하나 놓는다. 이 판을 포토마스크(Photomask)라고 부른다. 광원을 포토마스크에 통과시킨 뒤 웨이퍼에 쬐어주면,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패턴을 웨이퍼 위에 생성할 수 있다.

패턴이 생성된 뒤에는 현상(Develop)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빛을 쬐어 변성된 포토레지스트 부분들을 제거해 줌으로써 원하는 패턴을 가진 과자틀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즉, 포토 공정은 포토레지스트가 도포된 웨이퍼 위에 포토마스크를 통과한 광원을 쬐어줌으로써 원하는 패턴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포토레지스트

위에서 설명했듯 포토레지스트는 빛을 받으면 성질이 변화하는 물질이다. 정확하게는 현상액에 대한 용해도가 변화하는데, 빛을 받았을 때 용해도가 올라가는 물질을 포지티브 포토레지스트, 그 반대의 물질을 네거티브 포토레지스트라고 부른다. 헷갈린다면 직관적인 물질이 포지티브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포지티브 포토레지스트는 현상 과정을 거치고 나면 빛을 받은 장소가 제거된다. 따라서 그다음 식각, 증착 등의 공정을 진행할 때 빛을 받은 부분만이 영향을 받게 되며, 빛을 받지 않은 부분은 포토레지스트에 막혀 뒤 단계 공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도체 회사들은 현재 진행 중인 공정의 목적에 맞춰 포토레지스트를 선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네거티브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빛을 받은 경화된 영역이 이후 현상 과정에서 용액을 일부 흡수해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미세한 패턴 형성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미세한 패턴을 만들 때는 포지티브 방식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대신 네거티브 방식의 경우 비용이 저렴하고, 이후 배우게 될 식각(에칭, Etching) 등의 공정에 저항성이 더 높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그림 5 : 포지티브 포토레지스트와 네거티브 포토레지스트

포토레지스트를 선택하고 나면 코터(Coater)라는 기기를 이용해 포토레지스트를 도포하게 된다. 웨이퍼 위에 포토레지스트 방울을 떨어뜨리면 코터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포토레지스트를 균일하게 덮어준다.

포토레지스트를 도포하고 나면 웨이퍼 뒷면이나 웨이퍼 경계면에 묻은 불필요한 포토레지스트를 제거하는 작업과 오븐에 넣고 열을 가해 필요 없는 용매 성분들을 증발시키는 작업 등을 시행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된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포토레지스트의 구조도 복잡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포토레지스트를 도포한다는 표현을 쓰지만, 실제로는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가 BARC(Bottom Anti-Reflective Coating)이다. 이는 미세화가 크게 진척되자 노광기에서 나온 빛이 웨이퍼에서 반사돼 패턴 형성에 영향을 주기 시작해 나온 아이디어로 포토레지스트를 도포하기 전, 미리 웨이퍼 표면에 발라서 빛의 반사를 막아주는 물질이다(포토레지스트 아래에 있으므로 Bottom이다). 또한, 물을 사용하는 노광장비(ArF Immersion*)들이 등장하자, 물방울을 튕겨내면서도 쉽게 손상되지 않는 방수 코팅(Top Anti-Reflective Coat)이 등장하기도 했다.

독자 여러분은 구조를 하나하나 외우려고 하기보다는 현업에서 신기술을 도입한 뒤 겪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를 살펴보면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 EUV 노광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발생한 문제를 예로 들어 보겠다. EUV 노광기를 사용한 이후 높은 에너지의 EUV 광선이 포토레지스트를 맞고 날아다니다가 마스크를 오염시키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토레지스트 물질 연구뿐만 아니라, 펠리클이라고 부르는 마스크 보호막을 도입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ArF immersion : ArF 액침 노광기. 노광기 내 빛의 매질을 공기 대신 물을 사용해 성능을 높인 기기

*EUV 노광기 : 극자외선을 사용하는 초미세 패턴에 사용되는 노광기

 

포토마스크

그림 6 : 노광기의 작동 예시

포토레지스트를 도포한 뒤에는 포토레지스트 위에 패턴을 그리게 된다. 포토레지스트 위에 원하는 패턴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스크라고 부르는 투명한 판이 필요하다. 마스크에는 빛이 통과해야 하는 영역과 통과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나뉘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광원에 마스크를 씌워 줌으로써 우리가 웨이퍼 위에 새기고자 하는 모양의 빛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스크에 새겨진 패턴은 빛의 간섭 효과 등을 고려해 만들기 때문에 실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패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마스크의 패턴은 곧 반도체의 설계이며, 반도체의 용도를 결정한다. 만약 D,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제조에 사용하는 마스크라면 마스크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이 다수 존재하게 된다. 반면 CPU, GPU와 같은 로직 반도체에 사용하는 마스크라면 매우 복잡한 패턴을 가지고 있게 된다.

또한, 반도체 제조에는 여러 개의 마스크가 필요하다. 마스크를 써서 노광한 후, 그 뒤에 식각, 증착, 산화 등 다양한 처리를 하는 것이다. 그 뒤에 또다시 위 과정을 반복해 다음 층을 만들어가며 쌓아 올리는 것이다. 결국 설계라는 것은 반도체 칩에 내가 원하는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반도체 각 층에 새겨야 할 마스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스크는 사전에 준비돼 있으므로, 그다음 할 일은 노광 시작 위치를 정확히 찾는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을 정렬(Alignment)이라 한다. 전 장에서 살펴보았듯 노광은 반도체 제조에서 수십 차례 시행될 수 있다. 반도체 내의 미세 패턴들의 간격은 수십 나노미터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차가 수십 번 누적될 경우 큰 불량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노광을 시행하기에 앞서, 전 단계 공정에서 미리 생성해 놓은 표시(Alignment Mark)를 찾음으로써 이뤄진다.

 

노출

드디어 빛을 비출 시간이다. 이 과정이 실제 노광이 일어나는 시점이다. (레이저)을 웨이퍼 위의 칩 하나 크기의 좁은 영역에 비춰준다. 필요한 시간만큼 빛을 비췄다면, 노광기는 웨이퍼 위의 약간 옆 부분으로 이동해 작업을 반복한다.

노광기는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분리해서 인식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분해능이라고 한다. 분해능은 다음과 같은 d=λ/(2NA) (λ : 빛의 파장, NA : 개구값) 간단한 공식으로 설명된다. 분해능이 크면 가까이 있는 두 물체가 하나로 보이게 되기 때문에 아무리 미세한 패턴이 새겨진 포토마스크를 만들어도 실제 웨이퍼 표면에 새겨지지 않는다.

따라서 분해능을 줄이는 것이 핵심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빛의 파장이다. 빛의 파장은 레이저의 에너지를 높임으로써 줄일 수 있다. 뉴스 등에서 볼 수 있는 EUV 노광기는 DUV 대비 사용하는 파장을 14분의 1로 줄임(=빛의 에너지를 높임)으로써 더 미세한 패턴을 그릴 수 있게 해 주는 기계다. 다른 방법은 개구수(NA)를 높이는 것이다. 개구수는 광원의 렌즈 크기를 키우거나, 굴절률이 높은 매질을 사용해 높일 수 있다. 전자의 예가 High NA EUV이며, 후자의 예가 지금도 자주 사용되는 DUV(ArF immersion) 장비이다.

참고로 개구수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치이다. 아래 <그림7>과 같이 이해하는 것이 그나마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광원의 렌즈가 커지면 해상도가 개선(작아짐)된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림 7 : 개구수와 분해능

노광기의 광원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구원들은 더 나은 광원을 찾아낼 수 있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ArF(불화아르곤) 193nm 레이저를 얻은 뒤 EUV 13.5nm 광원을 상용화하는데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는 빛의 성질 때문인데, 빛은 파장이 짧아질수록 굴절이 잘 안될 뿐만 아니라, 물질과 만나면 흡수돼 버리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EUV 노광기가 미·중 패권 다툼에까지 언급되는 이유이다.

노광은 반도체 제조의 생산량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노광은 산화와는 달리 웨이퍼 수십 개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없다. 지름 300mm인 웨이퍼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균일한 광원을 만들 수가 없다. 따라서 노광기는 작동할 때마다 칩 1~4개 정도의 면적에만 빛을 쪼여줄 수 있다. 최신 노광기는 대당 가격이 1,000억 원 이상으로 매우 비싸지만,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은 100장 수준이다. 실제로 노광 자체에만 투자되는 돈은 산화에 투자되는 돈의 12배에 달한다. EUV 역시 광원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는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처리량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힘든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원뿐만 아니라 소재 분야 역시 더 적은 빛으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포토레지스트 물질을 찾는 등 큰 노력을 해야 했다.

노광이 끝난 뒤에는 오버레이(Overlay)를 함께 수행할 수 있다. 오버레이는 노광 과정에서 웨이퍼에 찍어 놓는 작은 마크다. 매번 노광할 때마다 중심은 공유하고, 크기는 변화하는 형태로 오버레이 마크를 새겨 놓으면 노광이 얼마나 어긋났는지, 혹은 웨이퍼가 살짝 돌아갔는지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다만 오버레이 측정은 정렬 과정과는 달리 모든 웨이퍼에 대해 수행하지는 않는다.

 

현상

포토레지스터에 빛을 쬐고 나면, 빛을 받은 부분의 특성이 변하게 된다. 이후에는 특성이 변한 부분들을 웨이퍼 표면에서 제거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을 현상(Develop)이라고 부른다.

일단 현상을 하기에 앞서, 다시금 웨이퍼를 오븐에 넣고 가열해준다. 이를 PEB(Post Exposure Bake)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포토레지스트의 빛을 받은 부분의 특성 변화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드디어 현상액(Developer)을 도포해 변화된 영역을 제거하고, 필요한 경우 린스(Rinse) 해주게 된다. 세척에 사용하는 용액은 포토레지스트에 사용했던 물질이 정한다. 세척 과정에 사용되는 기기도 매우 다양하며, 역시 처리 속도와 불량 발생 비율 사이에 상충관계가 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고 나면, 드디어 우리가 원하던 반도체 과자 틀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제 만들어진 포토레지스트의 틈 사이에 물질을 발라주거나, 원하는 부분을 깎아내는 등의 작업을 거쳐 트랜지스터와 배선을 새기는 것이다.

 

노광기 발전과 통시적 사고

우리는 포토 공정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단일 기술을 암기식으로 배우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알 수 있다. 불화 아르곤(ArF) 레이저의 193nm 광원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EUV는 준비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미세화는 계속해 나가야 했다. 그래서 업계 사람들은 동일 광원에서 파장을 더 줄이기 위해 불화 아르곤 액침 장비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업계는 100nm 아래의 공정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다른 공정 분야들의 노력이 함께 필요했다.

▲ 그림 8 : ArF 액침 장비를 위해 추가된 새로운 기술

액침 장비를 쓰기 위해선 웨이퍼 위에 굴절률이 높은 액체()를 흘려 줘야 한다. 문제는 반도체 공정은 아주 작은 오차로도 문제가 생기는 최첨단 공정이라는 것이다. 액체 내 불순물로 인해 반도체에 결함이 생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토레지스트가 조금씩 물에 녹아 나오는 등 다양한 문제가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순도의 물을 만드는 기술, 포토레지스트 위에 제거가 쉬운 방수 코팅을 입히는 방법 등이 함께 개발돼야 했다. 새로운 코팅을 입혔으니 그다음엔 당연하게도 현상 과정에도 변화가 생겨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반도체 업계와 후배 여러분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소재 회사와 협력해 드라이 포토 공정을 개발했다.

앞 콘텐츠(산화공정)에서 봤듯, 드라이 공정이라는 것은 물이 개입하지 않는 공정을 의미한다. 우리가 위에서 살펴본 방식과는 달리, 포토레지스트를 증착에 가깝게 붙이고 현상도 헹궈내지 않는 새로운 방식을 쓰겠다는 의미이다. 이런 기술들이 나온 이유는 많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제 미세화가 너무 진척돼 노광기가 작은 무늬를 비춰주더라도 포토레지스트를 도포하고 세정하는 과정에서 미세 패턴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도전은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따라서 오늘 배운 포토 공정도, 암기하기보다는 각 프로세스가 왜 생겨났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결론 : 그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렇게 우리는 포토 공정을 빠르게 돌아봤다. 이제 패턴을 새기는 것에 성공했으니, 다음 단계는 새겨진 패턴 안에 무언가를 채우거나 깎아 내는 과정을 볼 차례다. 포토가 매우 중요한 공정이라고는 했으나, 다른 공정들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포토 공정을 통해 미세한 틀을 만드는 것과 그 틀에 우리가 원하는 작업을 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