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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공정 1편] 컴퓨터, 트랜지스터의 탄생과 반도체 (1/6)

Written by 정인성 | 2022. 8. 18 오전 12:00:00

최근 우리는 수많은 반도체 관련 뉴스를 접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반도체가 단순한 수출 역군을 넘어서 국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제품이 됐다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반도체의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부를 비롯해 여러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첫 발걸음은 당연히 반도체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에 본인 역시 반도체 산업에 몸담았던 일원으로서 반도체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지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인터넷이나 교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술에 치중된 지식이 아니라 각 기술이 가지는 연관성을 통한 관계의 중심으로 반도체를 설명하고자 한다. '컴퓨터와 트랜지스터'의 주제를 시작으로 공정과 산화, 포토, 식각, 증착, 금속배선 등 총 6편의 시리즈로 반도체 기술에 대한 설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읽는 독자 여러분은 개별 용어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관계'에 주목하길 바란다. 글을 읽다 보면 갑작스럽게 전문 용어들이 등장할 수 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가도 좋다. (필자 주)

인간의 욕심 : 컴퓨터의 탄생

인간은 게으르다. 주말이 되면 일어나고 싶지 않아, 이불 속에서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회사에 가서 회계 업무를 볼 때, 수만 개의 숫자를 일일이 더하고 뺀 뒤 암산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할 일이 줄어들면 삶은 매우 윤택해질 것이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명령만 내리고 매일 누군가가 그 일을 대신해 준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문제는 업무의 정확도다. 방의 전등을 끄는 정도의 지시는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해낼 수 있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 매우 복잡한 숫자 수천 개를 오차 없이 계산하는 것, 원주율을 수만 자리까지 계산하는 것이라면 어떨까? 이런 작업들은 사람이 할 줄 알더라도 실제로 해보면 실수가 빈번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런 작업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기계의 힘이 필요했다. 이것이 컴퓨터의 시작이다.

이런 기계를 발명하기 위해 과거의 사람들은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나온 대표적인 실험 작품이 1871년에 조립된 찰스 배비지(Charles Babbage)의 해석 기관(Analytical Machine)이다. 사용자는 이 기계에 펀치 카드라는 얇은 판을 넣어서 원하는 숫자 계산을 할 수 있었다. 카드를 기계에 넣은면 해석 기관이 내부에서 명령어에 맞춰 각종 산술연산을 반복한 뒤, 결과 값이 기기의 다른 곳에서 출력돼 나오는 구조다. 게임 팩을 끼워서 원하는 게임을 돌리는 패미컴과 같은 게임기와 비슷한 개념이다.

비록 해석 기관은 완성되지 못했지만 우리는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단 해석 기관은 컴퓨터가 가져야 할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펀치 카드와 결과 값이 출력되는 부분은 메모리에 해당하며, 해석 기관은 매우 원시적인 요소의 CPU*라 할 수 있다.

이런 해석 기관의 동력원은 증기다. 쉽게 말하면 해석 기관은 증기로 작동하고 각종 금속조각과 나무 재질의 메모리와 CPU로 만들고자 했던 컴퓨터다. 우리는 이 사실들을 통해 옛날 사람들도 컴퓨터가 어떤 구조로 작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또 컴퓨터와 '전자회로'는 전혀 다른 개념이란 것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이유로 전자회로가 현대 컴퓨터의 핵심이 됐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컴퓨터는 세상을 바꾸지 못했지만, 전자회로 기반의 컴퓨터는 세상을 바꾸지 않았던가.

*CPU : Central Processing Unit의 약자 컴퓨터의 중앙 처리 장치로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장치.

 

전기로 제어되는 컴퓨터

전자회로는 증기, 인력, 수력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기기들을 앞선다는 장점이 있다. 신호의 제어가 빠르고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증기를 살펴보면 물리적으로 특정 위치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 높은 압력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관의 두께가 두꺼워야 하는 등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좋지 않다. 줄을 당기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기기가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여기서 사용되는 에너지원이 증기라면 문을 닫기 위해선 보일러 밸브를 연 뒤, 고압 증기가 문을 밀어낼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기를 사용하면 버튼과 모터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전체 기기의 크기도 작아지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반응속도까지 빠르다.

증기 기반 자동문(좌)과 전기 기반의 자동문(우)

전기가 발명되자 컴퓨터 역시 전기로 제어하려는 시도가 대세가 됐다. 전기 기반의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시도가 있었으며, 그렇게 해서 탄생한 기기가 바로 에니악(ENIAC)이다. 에니악은 톱니바퀴와 증기를 사용했던 해석 기관과는 달리, 진공관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전구와 각종 전자회로를 조합해 작동하는 컴퓨터였다. 전구에 가까운 부품이 달려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에니악의 에너지원은 전기였다.

▲에니악의 모습 (출처 : 원문 보기)

에니악은 방 하나를 차지할 만큼 거대한 컴퓨터였으며 전기를 무려 170kW나 사용했다. 이는 전자레인지 170대분의 어마어마한 전력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그 규모와 에너지 소모에 걸맞게 당시에 필요로 하던 수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삐걱대며 천천히 움직일 톱니바퀴 대신 17만 개가 넘는 진공관을 사용했으므로 연산 속도도 훨씬 빨랐다. 에니악은 개발된 이후 수소폭탄 개발, 시뮬레이션 방법론 등의 큰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우리는 에니악의 성능이 1990년대의 휴대용 계산기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저성능 전자계산기를 구동하기 위해 전자레인지 170대의 전력을 사용해야 한다니,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효율이 굉장히 나쁘다. 게다가 크기까지 거대했기 때문에 이런 물건을 대규모로 보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니악의 크기를 절반쯤, 심지어 1/10 정도로 줄여도 마찬가지다. 분명 증기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이 좋겠지만, 여전히 우리 모두가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크기가 크고 비효율적이다. 에니악 정도로는 우리가 아는 세상을 열 수 없었다. 세상은 또 다른 혁신을 필요로 했다. 그것이 바로 트랜지스터다.

 

트랜지스터의 등장

에니악은 진공관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전구를 이용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먼저 알아봐야 할 것은 이런 소자들이 '왜 필요한가'이다. 당시 사람들은 신호를 제어할 수 있으면 일종의 연산 장치를 만들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 예가 우리가 위에서 봤던 증기 자동문이다. 줄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증기라는 신호를 제어하고 '줄을 당기면 문을 열어라'라는 프로그램을 수행한 것이다. 개선판인 전기 자동문 역시 본질은 같다. 버튼을 이용해 모터로 향하는 전기를 제어하는 것일 뿐이다.

컴퓨터는 본질적으로 증기 자동문의 입출력을 잔뜩 늘리고, 내부에 파이프를 수천 개 연결해 다양한 논리 구조를 추가한 것일 뿐이다. 증기 자동문은 단순히 문을 열고 닫는 수준의 간단한 일 밖에 하지 못한다. 하지만, 원한다면 줄 하나로 문 두 개를 동시에 연다거나, 사람이 문 아래에 있으면 닫히지 않는 안전문을 만드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이 규모를 계속 키워가다 보면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잡아당기는 줄, 증기 배관 등은 진공관에 해당하는 기초 소자인 것이다.

 
▲하나의 조작으로 문 여러 개를 여는 증기 자동문과 두 사람이 동의해야 열리는 자동문

증기 컴퓨터의 기능을 추가하고, 전체 성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증기관을 늘려 많은 기능을 넣거나, 더욱 높은 압력, 온도의 보일러를 설치해 증기가 차오르는 속도를 높이면 될 것이다. 문제는 이것 모두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증기기관은 그 자체로 크기가 매우 크기 때문에 보일러에서 다른 곳으로 관 하나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거대한 크기가 더욱 커진다. 보일러의 성능을 높이려고 하면 필요한 에너지가 매우 커지고, 위험도도 높아진다. 진공관은 당시 사람들이 알고 있던 소자 중 가장 나은 소자였을 뿐이다. 전기로 동작하므로 고압 보일러처럼 폭발할 위험도 없고, 동작 속도도 초당 수십 회 정도는 됐다. 물론 그래도 사용하는 전력이 커 개별 진공관이 고장나는 등의 사고가 빈번했다. 더 나은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선 더 나은 소자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1947, 트랜지스터가 발명됐다. 트랜지스터는 큰 전류의 흐름을 매우 작은 전류로 조절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기였다. 과학자들은 아래와 같이 반도체 소재 두 종류를 사용하면 신호를 매우 쉽게 끊고 연결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구조가 어려워 보이지만, 작동 원리는 본질적으로 밧줄을 당겨 증기 이동을 제어하는 것과 똑같다. 최초의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그 해,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는 BJT*라는 트랜지스터가 발명됐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라는 물질 역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BJT : Bipolar Junction Transistor, 양극성 집합 트랜지스터, 반도체 내부에서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의 두 영역 사이의 경계부분을 일컫는 PN 접합을 이용해 만든 트랜지스터를 의미한다.▲트랜지스터의 구조. NP형 반도체 두 가지가 사용된다.(우측 이미지 출처 : 반도체 제조기술의 이해 143p 4-6)

모두를 위한 반도체 : MOSFET 혁명과 제조기술

1959, 벨 연구소에 재직 중이던 모하메드 아탈라 박사와 강대원 박사, 두 사람은 모스펫(MOSFET)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트랜지스터를 개발하게 된다. 두 사람은 실리콘 원판 위에 두 종류의 반도체 층을 형성한 뒤, 그 위에 금속을 얹음으로써 평평한 모양의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냈다.

이 트랜지스터는 작동 원리는 약간 달랐으나, 사용 방법은 위에 소개된 트랜지스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트랜지스터가 진정 가치 있는 이유는 생산성이었다.

▲강대원 박사의 모스펫(MOSFET) 모형 구조(출처 : ㈜도서출판한올출판사)

모스펫은 납작한 모습 덕분에 여러 개를 실리콘 웨이퍼 위에서 붕어빵 찍어내듯 한 번에 만들 수 있었다. 어떻게든 붕어빵 틀을 더 작게 만들기만 하면 동일한 넓이의 웨이퍼에 수십 배의 모스펫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더욱 좋은 점은 이미 연결된 모스펫의 집합을 한 번에 제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BJT를 이용해 CPU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자. BJT를 만드는 과정이 아무리 효율적이더라도 CPUBJT를 연결해 만드는 것이므로 수억 개의 BJT들을 서로 납땜하고 기판에 붙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스펫의 경우 이미 수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납땜 된 상태로 만들어 진다. 이 발명 덕분에 '실리콘 웨이퍼 위에 형성된 모스펫 집합'은 물리학으로부터 반도체라는 이름을 빼앗기까지 했다.

이제부터 우리가 살펴볼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반도체 공장이 수조 원이 넘는 비싼 가격이라고 하지만, 놀랍게도 공장의 본질은 모스펫을 싸게 만드는 공장인 것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반도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보았을 노광, 식각, 증착 등이 과연 어떤 식으로 '값싼' 모스펫에 공헌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이번 장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기술 개발에서 목적과 수단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과학자들의 목적은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신호 전달의 수단으로 전기가 선택됐다. 모스펫은 전기 기반의 기초 소자 중 으뜸인 '수단'인데, 그 이유는 앞으로 배울 제조 공정으로 대량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후 반도체 제조 관련 글을 보면서, 해당 기술들이 어떤 식으로 값싼 반도체에 기여했으며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가질 수 있게 했는지 느껴 봤으면 좋겠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