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전기로 비유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20세기 산업 전반에 혁신을 일으킨 전기가 그러했듯, AI는 다양한 분야와 빠르게 결합하며 우리 삶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도 AI를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그중 가장 복잡한 제조 공정을 가진 반도체 분야는 AI가 활약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산업 AI(Industrial AI) 전문기업 가우스랩스(Gauss Labs Inc.)’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설립하며 공식 출범했다. 2022년까지 SK하이닉스가 자본금 5,500만 달러 규모로 전액 투자할 계획이다. 가우스랩스는 AI 전문기업을 표방한 SK의 첫 독립 법인으로, AI를 통해 미래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SK그룹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가우스랩스의 첫 도전 과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의 난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강화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 가우스랩스의 AI로 업그레이드해나갈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뉴스룸은 가우스랩스 김영한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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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통한 SK의 딥체인지, ‘가우스랩스’의 탄생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 8월 이천포럼에서 “AIDT(Digital Transformation)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고객 범위를 확장하고 고객 행복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SK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AI와 같은 혁신기술을 통해 SK딥체인지(Deep Change)’를 가속화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렇게 AI가 딥체인지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SK그룹은 지난해부터 AI 전문기업 설립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을 내디딜 산업은 제조업, 그중에서도 반도체로 정했다. 반도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가장 큰 산업 중 하나이며, 특히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첨단의 반도체 기술은 미세화가 거듭되며 난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따라서 공정 전반에 AI가 적용됐을 때 기대되는 효과와 효율성이 매우 높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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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대표 역시 AI가 반도체 산업에 가져다줄 효율성과 함께 현재 SK하이닉스가 마주하고 있는 경영환경에서 AI는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텔의 NAND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SK그룹의 사업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는 계속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이에 발맞춰 글로벌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우스랩스의 첫 사업은 반도체 제조 현장의 혁신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SK하이닉스가 맞닥뜨린 기술 난제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미세화 기술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반도체 기업들은 작은 면적에 미세한 회로를 새길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한편, 원가 경쟁력 제고 등 수익성 강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 모든 분야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자연스럽게 반도체 제조 공정에 AI와 같은 혁신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반도체는 정밀 제조의 꽃이라 불립니다. DRAM이나 NAND를 제조할 때 600~700개의 공정을 거쳐야 하며 90일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만큼 제조 현장에는 난제들이 많은데, 이를 해결해 나가면 다른 제조 분야에도 큰 임팩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산업 AI 분야에서 특히 반도체가 매력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미세화 한계 극복의 돌파구, AI 솔루션

가우스랩스는 AI를 통한 반도체 제조 혁신을 목표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AI 솔루션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현장의 주요 문제를 찾기 위해 가우스랩스는 지난 4월부터 SK하이닉스 제조/기술 산AI/DT Solution개발팀, Data Architecture팀 등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수백 개의 복잡다단한 프로세스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의 변형(Variation)을 줄여 수율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가우스랩스는 프로세스 제어 장비의 유지·보수 수율 관리 공정 스케줄링 결과 계측 및 결함 검사 등 크게 다섯 가지 테마를 설정해 반도체 생산 공정 전반의 지능화와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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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은 반도체 공정이 점점 정밀해지는 상황에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모니터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판별하기 어려운 웨이퍼의 결함을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알고리즘을 통해 쉽게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우스랩스가 설정한 다섯 가지 테마는 SK하이닉스가 향후 스마트 팹(Smart Fab)’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영한 대표는 “SK하이닉스가 지능형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제조기술, 미래기술연구원, DT 등 사내 다양한 조직이 함께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일을 해내는 것이 가우스랩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가우스랩스의 목표는 산업 AI 분야의 1등이 되는 것”

이제 막 첫발을 뗀 가우스랩스가 시장에 안착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AI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우스랩스는 올해까지 20명 수준의 글로벌 AI 전문가를 확보하고, 2025년까지 200명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본사와 한국 사무소에서 역량을 펼칠 우수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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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인재들에게 그 역량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보상과 대우를 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상뿐만 아니라 도전할 만한 문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AI 인재는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도전정신을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제조 현장에는 어렵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조 단위(Billion Dollar Scale)의 엄청난 경제적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에 많은 걸 쏟아부으며 함께 일하는 과정 자체가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가우스랩스와 함께 하면 AI 전문가로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반의 AI 서비스가 주류를 이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B2B(기업 간 거래) 기반 AI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가우스랩스는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SK의 제조 관계사, 나아가 전 세계 제조 기업을 아우르는 AI 전문기업으로 발전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차근차근 계획과 목표를 이뤄가면 언젠가 시장의 투자와 평가를 받는 글로벌 시장에서 IPO(기업공개)의 기회도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우스랩스의 최종 목표는 산업 AI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것입니다. 회사를 성장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IPO 기회를 잡고, 다양한 산업에서 AI 적용을 선도하는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