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비롯한 최신 전기·전자 기술 연구를 논하는 국제 학술대회 ‘IEEE EDTM 2023’이 지난 3월 7~10일 4일간 학계와 업계종사자들의 높은 참여와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IEEE* EDTM은 전기·전자·전산 분야 국제기구이자 학회인 IEEE EDS*가 설립한 학술대회이며 1년에 한 번씩 아시아의 반도체 주요 국가를 순회하며 개최된다. 올해로 7회 차를 맞은 이번 대회는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렸고, 주관사로 SK하이닉스와 나노기술연구협의회가 참여했다.
*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 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1884년 설립된 미국전기공학자협회(American Institute of Electrical Engineers, AIEE)와 1912년 설립된 통신협회(Institute of Radio Engineers, IRE)가 1963년 합병해 만들어진 전기, 전자, 전산 분야의 국제기구이자 학회이다. 전기,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계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회로 평가받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서 수없이 많은 표준을 만들어내고 있다.
* IEEE EDS(전자소자 소사이어티, IEEE Electron Devices Society) : 1952년에 Institute of Radio Engineers (IRE)의 Committee로 시작해 1976년에 IEEE의 Society가 됐고, 현재 16개의 전문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7회 IEEE EDTM의 현장 모습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연구 협력 강화(Strengthen the global semiconductor research collaboration beyond the COVID-19 pandemic era)’를 테마로 나흘간 진행된 이번 대회는 역대 최다인 404편의 논문 초록이 접수되었다. 또한 글로벌 기업과 학계 인재 850여 명이 대회에 참석해 ▲소재 ▲생산 ▲디바이스 ▲메모리기술 ▲나노기술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펼쳐 이종 첨단 기술이 융합되는 미래 산업에 대해 논의한 학술의 장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스룸은 생생한 현장과 SK하이닉스 구성원의 활약을 담기 위해 코엑스 행사장을 찾아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플레너리 토크(Plenary Talk), 최신 연구 동향을 논하는 ▲테크니컬 프로그램(Technical Program), 여성의 날과 트랜지스터 개발 75주년을 기념한 ▲ WiEDS(Women in Electron Device Society) 세션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자세히 만나 보았다.
#1. Opening Ceremony: 코로나 이후 다시 열린 대면 학술대회
코로나 이후 재개된 첫 대면 학술대회인 만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많은 리더들과 학계 전문가들이 오픈 세레모니에 참석하여 개막을 축하했다.
SK하이닉스 CIS개발 송창록 부사장, 키옥시아 카주나리 이시마루 디렉터, ASML 마이클 러셀 디렉터 등이 참석하고 인하대 최리노 교수가 오프닝 세레모니 진행을 맡았다. EDS의 학술대회 의장이자 키옥시아 메모리 연구소를 이끄는 카주나리 이시마루 디렉터가 EDTM의 취지를 설명하며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 축사를 진행하는 송창록 부사장 / (마지막 사진)상패를 들고 있는 (좌측)송창록 부사장과 감사패를 받은 (우측)키옥시아 카주나리 이시마루 디렉터
이번 행사의 대회장인 SK하이닉스 송창록 부사장은 축사를 통해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온 업계 종사자들을 격려하고 더 강력한 산업 전체의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몇 년간 팬데믹이란 역경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은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고 전진해 나가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서의 파트너십이 강화되고 산업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 Plenary Talk: 미래 반도체 경쟁력으로 필요한 3C / 반도체 공정에서 리소그라피 기술 확대
업계 전반의 이슈를 다루는 첫 번째 플레너리 토크 세션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차선용 부사장과 ASML 마이클 러셀 디렉터가 맡았다. 차선용 부사장은 ‘인공지능 컴퓨팅 시대의 메모리 혁신의 여정(Journey of Memory Innovation in the AI Computing Era)’으로 반도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제시했다.
▲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미래에 대해 연설하는 SK하이닉스 차선용 부사장
차 부사장은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크게 이끌 것으로 예측했다.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챗GPT 같은 인공지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2030년에는 인터넷 트래픽의 80%가 동영상 스트리밍이 차지할 것이라는 그린피스의 자료를 인용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가 매우 커질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 때문에 고용량이 탑재된 저전력 반도체의 발전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위해 요구되는 역량으로 ‘Continuity, Convergence, Change’를 꼽았다. 끊김없이 멈추지 않는 기술 발전의 지속성(Continuity)을 가지고, 지능형 반도체 PIM처럼 메모리와 프로세서의 벽을 허무는 융합(Convergence)을 이뤄내며, 마지막으로 반도체 제조과정은 친환경적으로 변화(Change)를 가져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차 부사장은 “AI 컴퓨팅 시대는 ICT업계 전체가 협업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혁신을 이뤄내야 가능하다”고 말하며 업계 전반의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 EUV 공정에 대해 설명하는 ASML 마이클 러셀 디렉터
뒤이어 ASML 마이클 러셀 디렉터의 연설이 이어졌다. 마이클 러셀 디렉터는 극자외선을 활용한 EUV 공정과 장비 원리를 설명하며 앞으로 자사의 리소그라피(Lithography) 기술이 현재의 노광공정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3. Technical Program: 첨단 기술이 융합되는 도가니
플레너리 토크 이후에 각 참석자들은 각자의 관심 연구 분야의 테크니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주제별 세션 룸으로 이동했다. 학계와 업계 종사자들이 각자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이 프로그램은 ▲소재 ▲수율 및 공정 ▲반도체 디바이스 ▲메모리 기술 ▲이미지 및 디스플레이 ▲에너지 디바이스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신뢰성 ▲패키징 및 이종집적화 ▲센서 ▲웨어러블 ▲나노기술 ▲파괴적 혁신 기술 등 13가지 주제로 장소를 나누어 동시에 진행됐다.
▲ 테크니컬 프로그램을 경청하는 참석자와 발표자
토론과 논의 중심의 학술대회답게 세션별 연구원들의 발표 이후 이종 산업 기술의 벽을 허무는 다양한 토의가 진행되었다. 특히 한정된 발표 시간으로 인해 세션이 끝난 후에도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참석자들은 발표자와 개인적인 토의를 이어갔다.
테크니컬 프로그램에 발표자로 나선 SK하이닉스 구성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 각 테크니컬 프로그램에서 발표 중인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모습
Advanced Interposer RDL Technology 세션에서 SK하이닉스 Data Intelligence 김준락 TL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요즘 주목받는 HBM3에 적용된 인터포저에 대해 설명했다. 김 TL은 본인의 팀이 개발한 인터포저 라우팅 모델로 라우팅 리드타임을 30%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 패키징 세션에서 SK하이닉스 PKG개발 성기준 TL은 ‘소형 폼팩터와 고성능 메모리 어플리케이션을 위한 VFO*기술(A Novel VFO Technology for Small Form Factor and High Performance Memory Applications)’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는 계속 작아지고 있다는 트렌드를 언급하며 SK하이닉스가 개발한 VFO기술로 반도체 패키지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VFO(Vertical Wire Fan Out) : 수직 와이어 팬아웃, 팬아웃 패키징의 이점을 살려 소형화, 발열 이슈를 해결하는 기술
#4. WiEDS(Women in EDS) Session: 반도체 업계에서 활약하는 여성 이야기
세계 여성의 날과 트랜지스터 75주년을 함께 기념하기 위한 WiEDS(Women in Electron Device Society) 세션도 열렸다. 패널로 SK하이닉스 RTC담당 나명희 부사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안드레아 아르마니 교수 등이 참석했다.
키옥시아 카주나리 이시마루 디렉터는 WiEDS 세션에도 참석해 축사를 통해 반도체 업계에서의 다양성 증진은 지금보다 더 큰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번 세션의 중요성에 의미를 더했다.
▲ 커리어 연설을 진행하는 SK하이닉스 RTC 나명희 부사장
SK하이닉스 나명희 부사장은 자신의 커리어 여정을 주제로 연설했다. 나 부사장은 “제 여정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밝히며, “나라는 존재와 맡은 바가 작아 보여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며 “누구든지 자기가 있는 곳에서 스스로 변화를 시작할 수 있고, 그 행동이 모이면 결국 큰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격려했다.
WiEDS 세션은 트랜지스터 75주년을 기념하는 케이크 커팅식을 마지막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종료됐다.
SK하이닉스가 주관한 IEEE EDTM은 4일간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팬데믹으로 한동안 단절된 경험이 반도체 산업 전반에 협업과 공동 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고 특히 이번 학술대회가 그 연결의 첫 만남으로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