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을 여러 고민, SK하이닉스 구성원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간다. 뉴스룸에서는 매월 각양각색의 하이지니어를 만나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직장인 공감 토크: 요즘, 어때] 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다.
“창업 후 회식 자리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세운 계획이 있는데, 그때 그 목표를 지금 거의 이뤄가고 있어 정말 뿌듯합니다.”
안녕하세요. 2004년에 SK하이닉스 장비기술팀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22년 하이개라지 4기로 선발되어 지금은 ‘GSF솔루션’이라는 회사를 창업한 CEO 김승환입니다.
경영에 눈 뜬 엔지니어, ‘하이개라지’로 창업의 문을 열다
저는 원래 창업을 꿈꾸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줄곧 장비 엔지니어로 살며 2017년에는 사내 명장*으로 뽑혔고, 2018년에는 ‘대한민국 엔지니어’ 상을 받아 제 일에 대한 자부심이 컸습니다.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일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한민국 평범한 가장이기도 했습니다.
* 명장: SK하이닉스는 Maintenance 구성원 중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이를 ‘명장’으로 선발한다. 명장은 SK하이닉스의 최고 기술 전문가이자 다음 단계인 ‘마스터’의 후보다[관련기사]. (SK하이닉스 기술 전문가 커리어 패스: Maintenance → 명장 → 마스터)
그러던 제가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경영학 공부를 시작하고부터였습니다.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따면서 회사 경영이 마치 ‘한 사람을 키워내는 과정’과 같아서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리고 배운 내용을 현실에서 실제 경험해 보고 싶어 SK하이닉스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하이개라지(HiGarage)’에 지원했습니다.
하이개라지는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구성원에게 사업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선정되면 2년 동안 회사에서 창업을 준비합니다. 그 기간에는 현업에서 벗어나지만, 월급은 지급받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덜고 창업에 집중할 수 있어 큰 힘이 되었습니다. 타사 창업 지원 내용을 살펴봐도 이처럼 길게 겸직의 기회를 주는 곳은 드물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창업 교육, 전용 공간, 활동비, 투자 연계 등 사업에 필요한 요소를 지원해 주고, 마지막에는 사내 사업화로 회사에 남을지 스핀오프(Spin-Off, 독립 분사) 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립을 선택하더라도 3년 이내에는 SK하이닉스에 재입사할 수 있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공정 사고를 예방하는 솔루션 제안
저는 2022년에 하이개라지 4기에 지원했고, 제조 공정을 모니터링해 이상을 탐지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실시간 분석 시스템(Fault Detection Classification)’을 제안했습니다.
FAB(반도체 생산 라인) 엔지니어로서 공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비용 손실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인명 손실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예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FAB 전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했습니다. 반도체 FAB은 3개 층으로 구성되는데, 1개 층에는 칩을 양산하는 주요 설비가, 2개 층에는 이를 보조하는 부대설비가 있습니다. 주요 설비 층은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있는 반면, 부대설비 층은 사람 통행은 적으나 전원, 냉각, 가스를 다루는 곳이라 사고 발생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는 곳입니다.
FAB 3개 층의 모든 장비를 실시간으로 통합 모니터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FAB 내부 규모상 통신이 복잡하고, 국산/외국산/구형/신형 등 다양한 장비에서 내보내는 데이터(파라미터라고도 부름)가 달라 하나로 통합하여 수집하기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한 아이템은 데이터를 간편하게 모을 수 있는 솔루션 시스템이었습니다.
▲ 하이개라지 모집 홍보 모습과 온라인 아이디어 투표 과정
실시간 분석 시스템 아이디어를 하이개라지에 내놓았을 때, 많은 구성원이 공감해 줄지 궁금했습니다.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소재와 장비 개발에 집중되어 있어 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 솔루션이 큰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제 예상과 달리 많은 구성원이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었고, 필요성을 인정받으며 최종적으로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나기 위해, 독립을 결심하다
하이개라지에 아이템이 선정된 후 저는 창업에 매진해 왔고, 최종적으로 사내 사업화와 스핀오프라는 갈림길에서 스핀오프를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회사 내 한 번의 프로젝트로 끝내기보다는 세상으로 들고 나가 계속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발전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 솔루션 개발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 진정으로 보답하는 방법은 제안했던 솔루션을 더 완벽하게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스핀오프를 하게 되면 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 실시간 분석 시스템을 신속하게 고도화할 수 있을 거란 판단도 있었습니다.
대표가 된 후 책임감은 더 커졌습니다. 제가 내린 하나의 결정이 회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이제 제 가족뿐 아니라 직원들도 책임져야 하니 부담감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꿈을 이룬다는 행복도 함께 커졌습니다. 과거에 구성원들과 회식 자리에서 세운 계획이 있는데, 그때 이야기한 것을 지금 거의 이뤄가고 있어 뿌듯합니다. 말에 불과했던 비전을 빠르게 현실로 만들고자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며, 목표한 바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로 일하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 GSF솔루션이 받은 상장과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
현재 GSF솔루션은 1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제품의 개발을 끝내고 적용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추가적인 R&D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며 조사해 보니 실시간 분석 시스템이 다른 나라에서는 상당히 발전되어 인텔, TSMC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벌써 실시간 분석 시스템과 관련된 특허를 앞다투어 출원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해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기여하고 상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도전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제가 경험해 보니 ‘도전’은 사람이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 중 하나입니다. 인생을 거쳐오며 유년 시절, 신혼, 자녀 양육 과정에서 큰 행복을 느꼈고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줄 알았는데, 창업에 도전하며 이에 맞먹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회사 운영은 하루하루 파란만장한 일이지만,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은 미래를 향해 헤쳐 나가는 과정이 삶의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오랫동안 품어온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기회의 문이 항상 열려있습니다. 도전하세요!